학부
체험수기
저는 제가 교환학생을 지원하고 준비할 때 갔다 오신 분들이 쓰신 이런 경험보고서를 모두 다 읽고 갔습니다. 갔다 오신 분들의 경험을 통해서 나도 교환학생을 가서 무엇을 해야겠다, 어떻게 살아야겠다 라는 등등의 계획을 세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런 정보들은 초반에 그곳의 환경에 적응할 때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서 생활하다 보니 미리 알았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것들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것들을 위주로 제 경험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자 합니다. 1. 여행계획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환학생의 목적으로 꼽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여행이지만 사람들이 실수하는 것이 여행계획을 미리 짜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출국하기 전에 먼저 NUS에 갔다 오신 분께 들은 조언은 여행계획은 싱가포르에 도착하자마자 학기 시작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렇게 가고 싶었던 교환학생일지라도 막상 출국 날이 다가오면 정든 한국을 떠나기가 싫어지고 낯선 싱가포르에 도착하면 일단 적응부터 하자라는 생각에 여행계획을 차일피일 미루게 됩니다. 하지만 학기 시작 전, 그리고 오리엔테이션 week 와 그 초반이 가장 여유가 많을 때입니다. 그리고 학기가 일단 시작하면 거의 1달 뒤가 바로 교환학생들이 여행 떠나기에 최적의 시기인 recess week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기 시작 전에 여행 계획을 세우고, 파트너를 정하고, 비행기표를 사놔야 더 싸고 더 완벽하게 준비해서 갈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recess week 2~3주전에 부랴부랴 준비를 하는 바람에 비행기표도 조금 오른 가격으로 샀고, 제 친구의 경우는 recess week 이 다가오니 1~2시간 단위로 비행기표를 10만원씩 더 올라 산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출국 전에 recess week에 대한 이야기를 못 듣고 갔습니다. 그래서 여행은 학기가 끝나고 가겠거니 싶어서 그렇게 계획을 짰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학기가 끝나고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 recess week 과 그 전주에 다들 갑니다. 또한 한가지 더 주의할 점은, recess week 은 로컬 학생들에게는 중간고사 전 reading week의 개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recess week에 놀러 가고 싶다면 수강신청 때부터 중간고사가 없거나 아니면 recess week 전주 또는 한참 뒤에 보는 과목으로 고르는 것이 현명합니다. 참고로 NUS 경영대 수업들은 대부분이 중간고사가 없고 기말고사만 있거나, level 이 놓은 과목들일수록 시험이 아예 없이 오로지 팀별 과제 및 개인과제로만 성적이 매겨지는 수업들이 많습니다. 2. 수강신청과목 고르기 어떤 수업을 얼마나 듣느냐는 위와 같이 여행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평상시의 여유 시간과 또한 다른 활동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이 3개 정도 듣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GPA에 안 들어가니 부담도 적었고 학점도 많이 따가고 싶었기 때문에 처음엔 5과목을 신청했었습니다. 평상시엔 고대에서 6과목씩 듣고도 친구들도 만나고 다른 활동도 했었으니 5과목은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러 로컬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로컬 학생들도 보통 5과목씩 듣는다고 하여 부담 없이 생각했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강의계획서를 보니 workload도 고대의 과목들과 비슷하고, 수업을 많이 들으면 그만큼 로컬 학생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게 되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리 교환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과목들은 level 1000부터 3000까지가 있었는데, 여기서 숫자는 고대처럼 권장학년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1000단위의 수업이 쉬운 레벨이고 3000단위의 수업은 NUS 학생들의 Final year 수업으로 최고 레벨의 수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고 레벨이라고 함은 난이도뿐만 아니라, workload 의 양을 나타냅니다. Level 1000단위 수업들에 비해 3000단위의 수업들은 확실히 시키는 것이 많고 로컬 학생들도 대부분 졸업반 학생들이 듣는 것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경쟁적입니다. 정리하자면, level 1000과 2000 단위 수업들은 수업의 난이도나 과제의 양이 무난한 편이지만, level 3000단위 수업들은 난이도도 높고 과제가 엄청납니다. 저는 결국 level 1000 수업 1개와 level 3000수업 3개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로컬 학생들도 level 3000은 한 개 아니면 두 개 밖에 한꺼번에 안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10시 반부터 저녁 6시 반까지 도서관에서 과제를 하며 보냈습니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6시 반까지 머물렀던 것이지만, 그 시간 동안 과제를 하며 있으면 그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이렇게 할 게 많았던 이유는 고대랑 NUS 학생들이 가장 다른 점인, NUS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미리 textbook 과 reading material을 다 읽어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고대에서는 수업 전에 수업자료를 다 안 읽고 가도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NUS에서는 학점에 아예 신경 쓰지 않는 분이 아닌 이상 수업 자료를 최대한 많이 읽고 가야 수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과목을 듣는 것이 힘듭니다. 요약하자면, 수강과목을 정하실 때엔, 끌리는 과목명을 먼저 찾기보단, 얼마만큼의 여유시간을 원하는지를 먼저 정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혼자 도서관에서 공부와 과제만 하고 싶지 않고 관광도 하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면서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3과목 이상 듣지 마십시오. 또한 level 3000은 최대한 피하고 1개 이상 넣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물론 과목에 따라, 교수님에 따라 workload는 달라집니다.) 사실 스피킹을 늘리려면 학교수업을 많이 듣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수업에서는 역시 읽고 쓰기 위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가장 중요한 팁은 목요일 아침 수업은 최대한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수요일 밤에는 행사가 많기 때문에 목요일 이른 아침 수업은 잘 못 가실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J 3. 마인드 컨트롤 싱가포르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은 곳이며 그 인기를 증명하듯 곳곳에서 한인 슈퍼 및 한국음식점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NUS에도 한국에 대해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많아서 Korean Culture Club이라는 동아리도 존재하며 곳곳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는 학생들도 볼 수 있습니다. 교환학생의 비율이 굉장히 높은 NUS인 만큼 로컬 학생들은 교환학생들에 대해 우호적이고 개방적이며 특히 Korean이라고 하면 더욱 더 많은 관심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점들은 우리가 새로운 로컬 친구를 사귀고 영어를 배우는 데에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적절히 이용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싱가포르에는 정말 많은 한국 학생들이 존재합니다. 제가 NUS에 있을 땐, 고대 본교에서 10명, 경영대에서 10명, 카이스트에서 4~5명, 한양대에서 10명 남짓, 연대에서 1명, 서울대에서도 5명 남짓 등 주변에 굉장히 많은 한국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또 제가 살던 commonwealth 기숙사는 국적별로 room을 배치해서 한국사람끼리 모여 살게 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한국학생들이 서로 다 알고 지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사람들을 만날 일이 많아지고, 한국말을 쓰는 시간이 늘어나고, 한국음식점에 가고 한국슈퍼에 가고 한국노래방에 가게 됩니다. 다들 처음엔 굳게 마음먹고 한국사람들끼리 몰려다니지 말아야지 하지만, 학기초반이 지나고 바쁘고 외로워지고 외국친구들과 만날 행사들이 줄어들게 되면 저절로 한국사람들끼리 모이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에 관심 있는 로컬 학생들은 한국말도 배우는 경우가 많아 만났을 때 한국말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환학기 내내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지만 저는 학기가 끝나갈 쯤에서야 깨달았습니다. 학기 초반에는 외국 학생들을 많이 사귀기 위해 학교행사는 무조건 다 참석하면서 열심히 노력했지만, 일회성 만남이 대부분이었고, 공통 화제의 부재로 외국인들과의 벽은 사라지지 않자 조금씩 지치고 외로움을 느꼈고, 그러다가 학기 중반에 접어들게 되면서 학교 행사도 없고 계속 같은 일상만 반복되자 스스로 현실에 안주하게 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학기 초보다 외국친구들을 사귀기에는 학기중반부터가 좋았습니다. 학기 초에는 이것저것 신경 쓸 일도 많고 적응하느라 친구들을 사귀기가 힘든데 일단 학교생활 및 싱가포르에 적응을 하게 되면 외국인들과 만나고 이야기 하고 즐기는 것이 한결 편해졌기 때문입니다. 요약하자면 저는 교환학생을 가시는 분들께 너무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마시고, 학기 끝까지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해가면서 노력하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교환학생 기간 동안 가장 큰 장벽은 언어가 아니라 외로움과의 싸움입니다.
4. 느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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