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프랑스 낭뜨에 위치한 그랑제꼴 Audencia Nantes로 2010년 1학기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하기도 하였고 이전까지 프랑스에 갈 기회가 없었기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서 프랑스를 접하고 그 곳 학생들과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특히나 미래에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프랑스어를 배우는 것은 필수이므로 더더욱 프랑스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싶었고 유럽의 경영학 마인드는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었습니다.
교환학생 파견을 위한 준비 과정은 작성해야 할 서류뿐만이 아니라 보험 가입이나 잔고 증명서, 비자 발급까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서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수월하지는 않았습니다. 보험은 조장을 통해서 기파견자에게 연락을 하여 어떤 보험을 가입하면 되는지 문의한 결과 에이스, LIG 또는 AIG의 유학생 보험에 가입하라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의료보험을 포함하여 특별비용(송환비용 등)까지 모두 포괄하는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의무로 합니다. 특히 의료보험의 경우 Audencia Nantes 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는 SMEBA 에 가입하며 소요 비용을 입금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필수였습니다.
비자 발급에는 크게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서류 작성과 제출 후에 프랑스 문화원을 통해 문의하여 고대 경영대에서 함께 Audencia Nantes로 가는 학생들 4명(2010-1학기 파견의 경우)의 단체 면접을 거쳐서 학생 비자가 발급되었습니다. 출국 날짜가 다가오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신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자를 받게 되면 프랑스에 가서 3개월 내에 체류증 신청 절차를 밟으라는 당부를 받게 되는데, 프랑스의 행정이 아주 느리고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하는 유학생들이 아주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3개월 내에 모든 것을 마무리 짓기는 어려웠습니다. 1월 중순에 등기우편으로 OFII 사무소로 서류를 보냈지만 우편으로 답신이 온 것은 5월 중순이었습니다. 5월 말에 귀국하는 입장으로서는 신체검사를 받는 것과 관련 추가 비용인 55유로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우편을 무시하였습니다. 물론 여권을 보여야 할 경우가 생긴다거나 할 때 이 절차를 마치지 않아서 불법 체류자로 분류되어 강제 출국 조치의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거의 그런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낭뜨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공주시와 비슷한 크기입니다.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이고, 공기도 좋으며 트램(Tramway)을 타면 도시 양쪽 끝을 40분이면 오갈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합니다. 도시 한 가운데에는 Commerce가 있는데 쇼핑이나 영화 감상, 노천 카페에서의 커피 한 잔 등의 여유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중심부입니다.
제가 한 학기 동안 지낸 Audencia는 종합대학이 아니라 경영대 그랑제꼴이기 때문에, 쉽게 생각하면 매우 특성화된 단과대학만 하나 있는 것이므로 캠퍼스가 크지는 않습니다. 건물이 2개 붙어있는 정도인데 나름대로 예쁘게 디자인 되어 있고 시설도 나쁘지 않습니다. 정문 앞에는 잔디가 펼쳐져 있고, 실내에는 카페테리아와 도서관, 그리고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Gym도 있습니다.
Audencia Nantes에는 IC TEAM 이라는 교환학생 교류 동아리가 있습니다. 고려대학교의 KUBA, 고대 경영대의 KUIBC와 같은 개념인데, IC TEAM의 경우 Audencia Nantes에 갓 입학한 신입생들이 주로 참여하는 동아리이기 때문에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Buddy System도 있어서 궁금증이나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으며 이들 덕분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또한 교환학생 환영회, 정기적으로 있는 Cooking Class, 영화 감상, 파티, 그리고 근처 고성에 1박 2일로 가는 여행, 그리고 각자의 모교를 홍보하는 Universities’ Day 등의 많은 행사를 기획하여 교환학생들이 이질감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입실렌티나 고연전과 같은 큰 스케일의 행사는 없지만 동아리 활동도 많고 작은 체육대회, 외부 기업 초청 강연, 수요일마다 열리는 파티가 Audencia Nantes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은 학교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게 짜여져 있었고 수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는 IC TEAM 학생들이 와서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었으며 학교 투어를 진행하였고, 학교 근처에 있는 Restaurant Universitaire (RU – 수업이 있는 날에는 여기서 밥을 많이 먹습니다. 한 끼에 2.9유로) 점심 식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수업으로는 core course가 있고 specialization course 가 있는데 각각은 학기 시작 날짜도 다르고 수강할 수 있는 과목도 다릅니다. 저를 포함한 동시 파견자들은 모두 후자를 영어강의로 선택하였고 학기는 1월 11일에 시작하여 5월 말에 기말고사까지 포함하여 마무리되었습니다. Specialization course는 2 ECTS (고려대학교 기준 1.2학점) 두 과목, 그리고 5 ECTS 과목 4개와 6 ECTS 과목 1개를 합쳐 30 ECTS (고려대학교 기준 18학점) 를 수강하였습니다. 처음에는 35 ECTS를 듣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Audencia 측에서 이 중 두 과목이 불어 수업으로 진행된다고 하였습니다. 무려 11 ECTS를 수강하지 못할 줄 알았지만 그 중 하나인 6 ECTS 과목은 영문 레포트로 대체시켜주었고, 결국 30 ECTS를 이수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1주일에 한 번, 1시간 반씩 진행되는 프랑스어 수업도 3 ECTS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프랑스어 수업은 시수도 적거니와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특별히 개인적으로 프랑스어 실력을 늘리고 싶다 하면 Audencia Nantes 바로 옆에 위치한 낭뜨 대학교에 개설되어 있는 프랑스어 수업을 수강하면 좋습니다.
저의 경우 전공을 인적자원관리(HRM)으로 선택하였는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과는 달리 실제로 기업에서 경영을 하거나 실무에서 일하는 외부 교수님들께서 강의를 많이 나오셨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수업 시간이 고정되어 있지 않았고, 2주마다 Campus Net (고려대학교의 KUPID와 같은 개념)에 시간표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수업은 매우 유익했는데, 인적자원관리의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었고 국제적인 마인드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인적자원관리 전공에는 프랑스 학생들이 약 20명, 교환학생들이 약 15명 정도 있었는데 교수와 학생들이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업 스타일을 맛보았고 그에 맞게 저 또한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전공은 다른 전공인 Consulting이나 Marketing과는 달리 반 단합이 잘 되어 모든 학생들이 함께 저녁 식사도 하고 파티가 있을 때 pre-party를 열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들은 과목은 인적자원관리 전공 이외에 Foreign Currency Speculation과 Strategic Alliances & Merger’s Acquisition 입니다. 인적자원관리 전공 안에는 European Labor Law, Advanced Human Resources Management, Management & International HR Management, Human Resources Management: Theory and Practices, Human Resource Practice(불어 수업이라 레포트로 대체된 과목)가 있습니다. 각 과목은 인적자원관리의 다양한 영역을 다룰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Foreign Currency Speculation의 경우 외환을 사고 파는 것을 배우는데 교수님께서 조금 어렵게 가르치셔서 이 분야에 특별히 관심이 있지 않으면 듣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Strategic Alliances & Merger’s Acquisition은 기업의 합병에 대한 수업인데 조별로 발표를 하며 내용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과목별로 다르지만 성적은 Continuous Control(수행 평가), 즉 출석이나 수업 태도, 수업시간에 하는 활동을 100% 적용하기도 하고 기말고사만 반영하기도 합니다. 물론 두 가지 항목을 섞어서 평가하기도 하는데, 기말고사의 경우도 100% 객관식인 것도 있고 Case Study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선택한 전공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인적자원관리의 경우 수업이 하루에 6시간씩 진행되는 대신 수업이 아예 없는 날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봄방학이 포함된 2월에는 하나도 수업이 없어서 내내 여행을 다닌 기억이 납니다. 낭뜨에 있는 동안 유럽을 최대한 많이 도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프랑스 내의 여행지를 추천한다면 파리, 리옹, 보르도, 그리고 남부 프랑스의 마르세이유, 니스, 님, 아를, 액상 프로방스, 아비뇽, 모나코가 있습니다. 특히나 남 프랑스는 겨울에도 따뜻한 편이기 때문에 꼭 가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을 여행할 때는 기차를 많이 이용할텐데, SNCF Boutique에서 청소년 카드를 만들면 매 번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여행 계획과 스타일에 맞게 유레일 패스를 구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파리의 경우에는 프랑스 비자가 있기 때문에 ‘체류자’로 분류되어 거의 모든 박물관에 공짜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숙소로는 크게 사설 기숙사 (Audencia Nantes에는 학교 자체 기숙사가 없습니다), 홈스테이, 또는 자취가 있습니다. 사설 기숙사는 흔히 ‘레지던스’라고 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저는 Residence la Brunelliere에서 5개월간 있었는데 부엌과 화장실을 공유하며 방만 각자 쓰는 2인 스튜디오에서 생활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 비용이 460유로, 즉 한화 60-70만원 정도였습니다. 홈스테이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한 달에 300-400유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반 레지던스와는 달리 빨래나 식사의 해결이 비교적 쉽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편할 것입니다. 친구와 아파트를 공유하는 교환학생들도 있었는데, 숙소는 어떠한 형식이든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고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설 기숙사의 경우 Audencia Nantes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관리인에게 메일이나 전화로 연락하면 되고. 홈스테이의 경우 Audencia Nantes 교환학생 담당자인 John Harland 씨에게 메일을 보내서 홈스테이를 구한다는 말과 함께 도움을 요청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직접 신청할 수 있는 링크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들었으니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레지던스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학교 근처 식당인 RU에서 먹거나 레스토랑에서 친구들과 식사를 하는 경우가 아니면 딱히 프랑스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홈스테이를 하게 된다면 프랑스 가정식을 많이 맛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낭뜨의 날씨는 비가 자주 오지만 보슬보슬 조금씩 오기 때문에 맞고 다녀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겨울이라 해도 서울처럼 날씨가 춥지도 않고, 4월만 되어도 아주 따뜻하여 바깥에서 활동하기도 좋습니다. 서해안에 위치하고 있어서인지 일교차도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프랑스인들은 확실히 모국어인 ‘프랑스어’에 대한 자부심이 뛰어났습니다. Audencia Nantes에 다니는 학생들은 물론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만, 길거리를 다닌다거나 슈퍼마켓에만 들어가도 영어로 대화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심지어 은행이나 우체국, 그리고 EDF라는 전기회사에서도 영어에 유창한 직원들을 쉽게 찾기 힘듭니다. 저는 고등학교에서 불어를 전공하였으므로 어느 정도의 대화가 가능했지만, 프랑스어를 하나도 모르고 프랑스에 간다면 일상 생활에 있어서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가는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많이 비쌉니다. 영화가 학생의 경우 7.3유로, 맥도날드 빅맥 세트가 6유로, 교통수단 1시간 이내 이용권이 1.5유로, 보통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식사는 10유로에서 15유로 정도 합니다. 가전제품이나 집 안에서 사용하는 도구는 IKEA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E.LECLERC라는 대형 할인 마트에서 음식이나 식재료를 비싸지 않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핸드폰의 경우 우리나라와 유심 칩이 다르기 때문에 그곳에서 하나를 구입해야 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세 개의 통신사가 있는데 Orange, Bouygues, SFR이 그것입니다. 저는 Orange에서 제일 저렴한 29유로의 삼성 핸드폰을 구입하였고 Mobicarte라는 형태의 충전식 요금제로 (prepaid) 핸드폰을 이용하였습니다.
은행 계좌를 BNP PARIBAS에서 만들었는데(계좌 개설만으로도 52유로를 지급해줍니다), 진행이 순조롭지는 않았습니다. 미리 상담원과 약속을 잡고 몇 가지 서류를 가지고 방문하면 계좌는 바로 만들어지지만 카드를 받는 데에는 한 달이 넘게 걸렸습니다. 은행에서 등기우편을 저에게 보내면 서명을 해야 하는데 당시에 여행 중이었으므로 그 과정에서 계속 지체가 되었던 것입니다. 서류를 꼼꼼히 준비한 후 제출해야 하고 등기우편이 올 경우 반드시 직접 서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좌 해지는 미리 약속을 잡고 방문하면 계좌 잔고를 정리하고 서명 후 마무리됩니다.
낭뜨의 교통수단은 Tram, Bus, Boat가 있는데, 한 달 정기권(30유로)을 구입하면 무제한으로 탑승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T-Money와 같은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무임승차가 가능하지만 검표원들이 수시로 검사하고 만약 적발되면 약 40유로를 벌금으로 내야 하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프랑스 가기 전에 준비 비용으로만 비자 발급, 보험 가입, 숙소 보증금 등 100만원이 넘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도착 후 소요된 비용은 여행을 제외하고 음식, 숙소, 교통비, 핸드폰 요금 등을 모두 포함하여 대략 500만원에서 600만원 정도였습니다. 이 부분은 숙소를 어디로 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낭뜨라는 도시 자체가 매우 작고 조용합니다. 여유롭고 깨끗한 환경에서 바쁜 일상에 치이지 않으며 학기를 보내는 것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파리와 같은 대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는 것과는 매우 다를 것입니다. 특히 파리 Sciences-Po에서 교환학생으로 1년간 있었던 타대학 친구는 파리 학생들에게서 그리 ‘친근함’은 느끼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물론 Audencia 학생들이 프랑스 여러 도시 출신이고 파리 출신도 많지만, 확실히 도시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정이 많고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교환학생은 단순히 공부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시각을 접하고 여행을 다니며 시야를 넓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하지만 이 경험보고서가 앞으로 Audencia Nantes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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