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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Germany] University of Cologne 24-1 이영서

2024.09.13 Views 15 이영서

안녕하세요. 2024년 1학기 퀼른대학교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돌아온 21학번 이영서입니다.
글을 쓰기 위해 퀼른에서 보냈던 5개월하고도 2주의 시간을 되돌아봤는데, 어떤 것부터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로 다채롭고 아름다운 기억 투성이라 살짝 울컥하기도 하네요. 다른 나라에서 온전히 나로서 사는 시간은 가끔 무섭기도 힘들기도 했지만, 저 자신을 많이 알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모쪼록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역시 찬란한 교환학생 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1. 수강신청 및 수업
퀼른대학교 수업의 경우 랜덤으로 배정되는 방식입니다. 보통 여러 수업을 담아둔 후, 나중에 너무 힘들면 드롭하는 식으로 수업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도 수업을 7개 정도 담아뒀지만 드롭하지 않은 것은 5개였고 개중에서 시험을 보러 간 과목은 3과목에 불과합니다. 저처럼 수업보다는 여행과 삶을 즐기는 것이 목적인 분들이라면 우선 많이 담아 놓은 후에 자신에게 잘 맞는 몇 과목만 남기기를 추천드립니다.

저는 최종 성적을 받은 3과목 다 lecture였으며, seminar 수업도 있지만 참여 중심의 수업이라 출결과 과제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부분 고려하셔서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퀼른대학교의 lecture의 경우 출결 점수가 없어서 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a) International Strategic Management
본교의 국제경영과 유사한 수업입니다. 국제적인 이슈들을 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수업입니다. 참여 중심이긴 하지만 발표하는 친구들은 보통 정해져 있어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습니다. 국제 현안에 대한 타 국가, 특히 유럽국의 관점을 알 수 있어서 유익했던 수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국제 이슈에 큰 관심이 있지는 않아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분야에 관심 있으신 교우분께는 추천 드립니다. 시험 역시 부담없이 출제되었습니다.

(b) Introduction to Data Science and Machine Learning
데이터 과학과 머신러닝에 관심이 있어 수강하게 된 수업입니다. 딥러닝까지는 다루지 않고 머신러닝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 정도를 가볍게 다루는 느낌입니다. 본교의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1,2와 유사하지만 실습과 원리에 더욱 치중한 느낌입니다. 슬라이드 중간중간 교수님이 질문을 넣으시는데 해당 부분에 대해 자유롭게 서로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라 신선했습니다. 정답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서로 생각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고 학습하는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실습의 경우 팀 프로젝트로 진행되며, 실습의 내용은 지정된 데이터에 대해 eda등을 진행한 후 classification 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프로젝트를 좋아하시고 퀼른대학교 친구를 자연스럽게 사귀고 싶다면 해당 수업을 추천 드립니다. 저도 팀 프로젝트에서 만난 독일인 친구와 여러 번 밥을 먹으며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정말 기초부터 가르쳐주시기 때문에 노베이스분들도 충분히 들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습 수업도 친절하게 개발 환경 구축부터 설명해주십니다.

(c) Methods of Marketing Mix Management
마케팅조사론과 사회과학을 위한 데이터과학 수업을 섞은 느낌입니다. 경영 수업이라기에는 통계 내용이 생각보다 많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통계와 계산에 관심 많으신 분들께 추천 드립니다.

1. 기숙사
저는 퀼른대학교 파견을 안내 받고나서 1달 뒤에 바로 kstw 기숙사를 신청했고, 출국이 2월 23일이었는데 2월 둘째주쯤에 오퍼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퀼른대학교 파견을 받자마자 곧바로!!!!! kstw 기숙사를 신청하시길 바랍니다. 생각보다 대기 시간이 길어서 저는 중간 중간 재촉 메일을 여러 번 보내고 budget때문인가 싶어서 budget도 올리는 등 행동을 취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최대한 연락 많이 하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저는 Lindenthal 이라는 퀼른대학교 근처의 동네 기숙사에 배정 받았으며 가격은 한 달에 440유로 정도였습니다. 다른 여타 기숙사보다는 비싼 편이지만 동네가 정말 좋아서 만족하면서 지냈습니다. 10분이면 걸어서 퀼른대학교에 갈 수 있으며, 히로시마 나가사키 공원이라는 아름다운 공원이 주변에 있습니다.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도 많고, 할머니 할아버지, 신혼부부 등이 많이 살아서 치안도 정말 좋습니다. 집도 외관이 예쁜 집이 많고, 녹음과 함께 어우러져 있ㅇ서 날씨 좋은 날에는 주변을 산책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고는 했습니다.
저는 2명의 플랫 메이트와 함께 주방과 화장실을 공유했고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금방 적응했습니다. 너무 친절한 플랫메이트였는데, 시간이 부족하여 많이 친해지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학기가 지날수록 여행 등 때문에 정신이 없어 플랫메이트와 친해지기 어려우니, 처음 기숙사 들어갔을 때 초반에 얘기도 많이 나누고 친해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생활 및 기타
(a) KUBS BUDDY 와 같은 교환학생 도우미 프로그램 존재 여부
- pim&cems : kubs buddy와 비슷한 느낌. 초반에 행사가 몰려있습니다. 경영대로 교환학생 온 친구들과 친해지기 좋아서 초반에 행사 많이 참여하시는 걸 추천 드려요. 학기 중반부터는 행사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 esnKoeln: 굳이 따지자면 kuba와 비슷한 느낌. 퀼른대 학생뿐만 아니라 퀼른에 거주하는 모든 젊은이(특정 나이대의 학생, 인턴십 참여자 등)가 참여 가능한 느낌입니다. 조금 더 파티나 이런 행사가 많습니다.

두 단체 모두 교환학생으로서만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많이 열어주기 때문에 무조건 참여하시길 추천드려요! 저도 처음에는 여행 다녀오면 피곤하기도 하고, 낯선 사람과 파티 즐기면 기가 빨려서 잘 참여를 안 했는데 나중에 가니까 재밌어서 초반에 그랬던 게 후회되더라고요. 교환학생의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b) 파견 국가의 교우회
교우회는 잘 모르겠습니다.

(c) 물가
물가는 외식물가는 나가서 먹으면 최소 15유로는 쓰는 게 기본이고, 마트물가는 한국이랑 크게 다르지는 않은데 과일이랑 채소가 정말 싸다고 느꼈어요. 미니 수박과 멜론이 3유로 정도입니다. 멜론 정말 너무 맛있으니... 꼭 추천 드려요 honig melon 이라고 써ㅈ 있는 것을 특히 추천 드립니다.
퀼른에는 군데군데 예쁜 가게와 레스토랑이 많으니 자주 가시는 걸 추천 드려요..!

(d) 파견교 장학금 혜택
이 역시 아는 바가 없습니다.

3. 퀼른에서 해보면 좋은 것 추천 및 개인적인 경험담
교환학생을 갈 때 가장 큰 목표는 온전한 저 자신으로 사는 거였어요. 웃긴 건 교환학생을 가기로 한 선택조차 많은 생각과 현실과 타협하여 내린 결정이었다는 거죠. 졸업은 해야 하니까 이때쯤 가고, 미리 인턴해서 어느 정도 진로 결정을 내리고 가고, 다들 교환학생 가니까 지금 아니면 언제 쉬겠니 나도 가야겠다 이런 생각도 있었고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간다고 했지만 사실 그 답이 독일에 있는 게 아니라 제 안에 있는 것을 알았기에 더 무섭기도 했습니다. 거기서 의미 있는 경험을 하지 못할까봐 혹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저는 여전히 똑같을까봐요. 한국에 돌아온지 딱 1달 되는 지금은 제 안의 정말 많은 것이 변했음을 느낍니다. 한 문장으로 딱 정리할 수는 없지만요. 하고 싶은 말은 무언가 큰 것을 얻고 오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모든 건 자연스럽게 우리 몸에 담겨 오더라고요. 모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어요.

독일에서 요리를 자주 해먹었는데요. 처음에는 깐 양파를 팔지 않아서 양파와 마늘 같은 건 전부 손질해서 먹어야 한다는 게 충격적이었어요. 이래서 요리를 언제 빠르게 해먹지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저에게 대접하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오늘은 어떤 새로운 요리를 해볼까 두근거리더라고요. 제가 직접 시간을 들여 요리를 하고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점에 새삼 감사해지기도 했습니다.

산책도 자주 했는데요. 처음에는 날씨가 궂으면 굳이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매일매일 날씨가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언제 더 안 좋아질지 알 수 없으니 눈을 뜨면 바로 준비를 하고 일단 나갔어요. 동네에는 늘 기분 좋은 풀내음이 났어요. 거리에는 늘 강아지가 한 마리는 꼭 보였고요. 걸으면서 노래도 듣고 오늘 뭐할지 생각도 하면 하루가 너무 길어서 행복하더라고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저는 예전엔 낭만을 별로 안 좋아했거든요. 이유는 딱히 없지만 비효율적이라 생각했어요. 현실이 아닌 근거 없는 이상 속에 빠져 사는 단어라고 생각했죠. 독일에서는 완전 반대였어요. 작게 오래 행복하며 낭만을 실현하며 사는 삶이 참 행복하더라고요.

독일에서 책 하나를 낸 것도 아니고, 연구 논문을 하나 쓰고 온 것도 아니고, 프로젝트를 하고 온 것도 아니에요. 제가 독일에 왔다 간 걸 모르는 사람도 있겠죠. 모든 날이 꿈처럼 행복하지도 않았고요. 처음 당해본 인종차별에 벙져서 아무 것도 못한 적도 있었죠. 기대했던 것처럼 인생 친구를 만난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그런 순간들이 모여서 제가 이전에 겪었던 어떤 경험보다도 저를 성장시킨 게 느껴져요. 작은 인종차별이 이제는 저의 하루를 무너트릴 수 없고, 어떤 환경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자신이 생겼어요. 잠깐 슬퍼도 곧바로 웃을 수 있고요. 잠시나마 추억을 나눈 친구를 다시 만나기 위해 독일로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크고 대단하지 않아도 너무 기대하지 않아도 그 순간 좋으면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멍청해도 재밌으면 된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목적과 목표만을 위해 달리는 게 아니라요.

멋있어야 하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던 22살을 보내고 예전보다 지금이 말도 잘 못하고 더 덤벙거리는 것 같지만 저는 힘이 쭉 빠진 제가 참 좋습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한 공부가 아니라 저를 위한 공부가 시작된 것 같기도 하고요. 여러분들도 퀼른에서 재밌게 흥미롭게 하루하루를 잘 만끽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퀼른에서 한 번 해보면 좋을 것 같은 리스트 공유해드려요.
1. 퀼른 정기 빈티지 마켓에서 쇼핑하기
- 퀼른에는 빈티지 숍도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 제가 추천드리는 건 수금토마다 하는 정기 빈티지 마켓입니다. 마을 주민분들 위주인 마켓 같은데 정말.. 생각보다 건질 게 많습니다
LP도 정말 싸고 예쁜 악세서리도 많아요. 저는 더 가져오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관련 정보는 Rausgegangen이라는 각지의 이벤트 알려주는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해당 사이트에서 다른 이벤트도 잘 알려줘서, 정기적으로 체크하시면 정말 좋아요!

2. 와인 박람회 도장찍기
- 독일 와인이 제 입맛에는 정말 맛있더라고요. 다양한 리슬링 와인 등 맛있는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서 추천 드립니다.
- 굳이 언제 하는지 찾아보지 않아도 neumarkt에 사람이 유독 많고 와인가게들이 즐비하면 아 박람회가 시작했구나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현금만 되니까 현금 가져가셔야 합니다!
-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테이블 같이 쓰면서 흥겹게 술 마시는 분위기를 아직도 잊을 수 없네요.

3. 파티 다녀와서 새벽 3시에 히로시마 나가사키 공원에 누워 별 보기

4. 퀼른 구석 구석 미술관 많이 가기 (Rudwig 미술관 필수!)

5. 라인강변에서 맥주 마시기

6. 필하모닉 공연 보기
- 저는 보려고 했던 때가 필하모닉 전체가 방학 시작할 때쯤이라 못 봤는데 다양한 공연 많이 여니까 한 번은 가는 거 추천 드려요

7.친구들이랑 모여서 각자 나라의 음식 만들어 먹기

8. 영화 보러 가기


더 궁금한 게 있다면 정말 맘편하게 연락 주셔도 돼요! 인스타(@monator.in)으로 연락 주세요!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저는 여행을 길게 많이 다녀서... 퀼른에 많이 못 있었는데요. 그 점이 참 아쉬웠어요. 개인적으로는 여행 적당히 조절하고 퀼른을 만끽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그리고 독일은 가까우니까 다른 도시는 나중에 여행해야지 하면서 뮌헨 등 많은 도시를 미뤘는데요.. 다른 데 갈 데가 너무 많아서 결국에는 못 가게 되더라고요. 생각보다 5개월이 금방 지나가니 본인에게 중요한 게 여행인지 독일에서의 삶인지 잘 생각하셔서 일정 짜시길 추천 드립니다.
모든 걸 완벽하게 하지는 못해도 시간은 또 있고 또 올 수 있으니까요. 뭐든 너무 아쉬워하거나 망설이지 마시고 원하시는 대로 하시길..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즐거운 교환생활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