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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Netherland] Erasmus University 23-2 김지수

2024.06.29 Views 450 김지수

안녕하세요. 2023학년도 2학기에 네덜란드 로테르담 에라스무스 대학교로(Erasmus University Rotterdam, Rotterdam School of Management) 파견된 20학번 김지수입니다. 저는 로테르담에서의 생활에 정말 만족하여 1학기를 더 연장했고, 총 1년 동안 RSM에서 공부했습니다. 로테르담이라는 도시를 처음 들어본 분들도 계실 텐데요. 관광 도시로 유명한 암스테르담과는 달리 로테르담은 비즈니스 도시로, 유럽 최대 규모의 항구가 있어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1) 네덜란드 로테르담 교환학생의 장점
저는 아래와 같은 이유들로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대학교에 파견 가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 영어 사용
네덜란드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장기간 거주하는 데 불편함이 없습니다. 더치들은 영어에 능통합니다. 관공서나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관광지와 도시가 아닌 곳에서도 영어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했습니다. 로테르담은 학생들이 많고, 굉장히 multi-national, multi-cultural 한 도시입니다. 타 EU 국가나 Non-EU 국가에서 온 사람들의 비율이 큰 만큼 영어 사용이 아주 보편적입니다.
- 현대적인 도시
로테르담은 다른 유럽 도시들과는 달리 현대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들이 많고, 건축으로도 유명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 당하여 로테르담의 많은 건물들이 다시 지어졌고, 수백 년 된 건물들로 가득한 타 유럽 도시들과는 달리 번쩍번쩍한 도시의 분위기를 줍니다. 제가 만약 로테르담이 아닌 전통적인 유럽 도시에서 1년을 살았다면 서울에서의 삶을 그리워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 여행하기 좋은 위치
영국, 프랑스, 벨기에, 독일 등 타 유럽 국가들을 여행하기 좋은 위치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런던과 프라하, 더블린, 독일, 북유럽 등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이 저렴한 편입니다. 로테르담 중앙역에서는 파리나 벨기에를 가는 기차를 미리 예매하면 저렴한 가격에 다녀올 수 있습니다.
운전이 가능한 분이라면 국제 면허증을 발급받아 오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운전하진 않았지만 네덜란드에서 자동차로 벨기에, 독일, 프랑스까지 가보았고, 갈만 했습니다. 다만 네덜란드는 유가가 싼 편이 아니라, 네덜란드 내에서는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한 번은 ‘Limburg’라는 남부 도시에 놀러간 김에 유가가 싼 벨기에를 들러 주유하고 온 적도 있습니다.
- 자연 친화적인 국가
네덜란드는 물이 아주 맑고, 자연 친화적인 국가입니다. 이곳에서는 생수를 사지 않고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저는 염소 냄새에 민감한 편인데, 네덜란드의 수돗물은 전혀 그런 것이 없어 잘 마시고 있습니다. 오리나 거위가 인도를 다니는 것은 흔한 풍경이며, 얼마 전 고속도로 옆 비탈길에서 양 떼를 보기도 했습니다.
또, 도로에서 우선순위가 ‘자전거> 사람> 자동차’라고 할 정도로 자전거가 많고, 자전거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트램이나 도보에 비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입니다. 저는 두 발 자전거 생초보였는데, 같이 파견 온 동기가 집 근처 공원에서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현재는 자전거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네덜란드의 단점을 굳이 뽑아보자면 궂은 날씨와 심심한 음식 정도가 될 텐데 저에게는 크게 중요하진 않았습니다. 비 맞으며 자전거를 탈 수 있어서 행복했고, 감자와 치즈를 좋아해서 네덜란드의 가정식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2) 수강신청 및 수업
수강신청은 메일로 이루어집니다. 대부분의 수업 TO는 넉넉한 편이고 선착순인 과목은 따로 안내가 되어있습니다. 메일만 잘 확인하신다면 원하는 과목들을 수강할 수 있으실 겁니다. 시간표를 짜다 보면 강의 시간이 겹치는 수업들이 생깁니다. 1-2번 정도는 문제없다고 안내받았고, 저는 몇 번 더 겹쳤음에도 별 문제없었습니다.
수업은 크게 Lecture와 Workshop으로 나뉩니다. 제가 들은 수업들의 Lecture는 대형 강의라 출석 체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Workshop에선 팀 프로젝트나 실습 등을 했는데, 그룹별로 수업 시간대도 다르고 수업마다 출석체크 여부도 다르니 공지를 잘 확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에라스무스 대학교의 성적은 10점 척도이며, 총 성적 5.5/10 이상, 시험 성적 4.5/10 이상이면 P를 받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 과목에서 작년 기출문제를 제공해 주며, Re-sit이라는 재시험 기회가 있어 성적 및 출석에 대한 부담은 적은 편입니다.

- B3MIN1056 Art of Choosing-How to maximize happiness (15 ects, 4학점)
3학년 과목으로, 삶과 행복에 대해 다루는 수업입니다. 성적은 오픈 북 기말고사 60%, 그룹 리포트 30%, Weekly choice tracker 10%로 산출됩니다. Choice tracker는 매주 느끼는 감정에 관한 간단한 설문조사라 기한만 맞춰 제출하시면 됩니다. 기말고사도 오픈 북이라 난이도는 무난했습니다. RSM에서는 전공과목으로 분류되나, 경영 관련한 내용이 없어 고려대학교에서는 일반 선택으로 인정받았습니다.
- BT1207 Philosophy of Science (3 ects, 1.5학점)
1학년 과목으로, 연역법과 귀납법 등 증명을 다루는 수업입니다. 퀴즈 10%, 객관식 기말고사 60%, 그룹 리포트 30%로 평가합니다. 퀴즈는 횟수 제한이 없으며 만점을 받아야만 점수 반영이 됩니다. 객관식 시험 난이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 BT2101 Human Resource Management (4 ects, 2학점)
2학년 수업이며, 인적자원관리 수업입니다. 성적은 퀴즈 10%, 그룹 리포트 40%, 객관식 기말고사 50%의 비율로 산출됩니다. Workshop에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니 2번의 Workshop은 출석하셔야 합니다. 퀴즈는 횟수 제한이 없어 만점을 받을 때까지 재제출이 가능합니다. 그룹 리포트 주제도 어렵지 않았고 객관식 시험 난이도도 높지 않았습니다.
- B3EL114 Organizations & Social Movements (5 ects, 2.5학점)
조직과 사회운동에 대해 다루는 수업이며, 수업과 시험 모두 온라인으로 이뤄집니다. 성적은 객관식과 주관식 문제가 혼합된 기말고사 100%로 산출됩니다. 주관식 문제들의 배점이 커서 수업 자료들을 어느 정도는 미리 암기하셔야 합니다.

3) 기숙사 정보 안내 및 신청 절차
기숙사 신청 과정은 에라스무스 대학교 측에서 메일로 안내해주지만, 간단한 설명과 팁을 조금 드리겠습니다.
1. ‘SSH’라는 네덜란드 학생 기숙사 플랫폼에 Register 하셔야 합니다. Register 가능 인원이 제한되어 있으니, 꼭 사이트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바로 신청하시길 바랍니다.
2. Register에 성공하셨다면, 실제 기숙사 방을 선착순으로 선택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실제 기숙사 방을 선택할 때는 티켓팅할 때처럼 최대한 빨리 클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쟁률이 굉장히 세서 몇 분도 안 돼서 바로 마감됩니다. 기숙사 방 신청하실 때 숫자가 클수록 고층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3. 기숙사 방을 선택하셨다면 약 2달치 월세를 미리 결제하셔야 합니다. 이틀 안으로 결제하라고 하니 기숙사 신청에 앞서 여윳돈을 준비해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선택 가능했던 옵션은 ‘De Blauwe Molen’, ‘Overhoningen’, 그리고 ‘Hatta Building’이었습니다. Hatta는 학교 내에 위치해 있고, 다른 두 건물은 학교 외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저는 파란 풍차라는 뜻의 ‘De Blauwe Molen’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1. De Blauwe Molen - 2인이 주방과 화장실을 공유하고, 개인방이 있는 구조입니다. 개인방에는 싱글 침대와 1인용 소파, 책상, 선반, 옷장, 스탠드 등 가구도 모두 구비되어 있습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구비된 세탁실도 같은 건물 6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2. Overhorningon – 3인이 주방과 화장실을 공유하고, 개인방이 있는 구조입니다. 개인방에는 앞서 말한 가구들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세탁실을 이용하려면 바로 옆 건물인 ‘De Blauwe Molen’으로 가셔야 합니다.
3. Hatta - 3인이 주방과 화장실을 공유하고, 개인방이 있는 구조입니다. 개인방에는 앞서 말한 가구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지하에 세탁실이 있습니다.
저는 ‘De Blauwe Molen’에 거주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인 1실이라, 3인 1실인 타 기숙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집을 혼자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위치도 대학교와 시티 센터의 중간 지점이라, 수업 듣기도 놀러 가기도 편했습니다. 저는 같이 파견 온 동기와 우연히 맞은편 방에 살게 되었고, 한 학기 동안 정말 재밌게 생활했습니다. 룸메이트 역시 좋은 친구였고 서로 무던한 편이라 아무 트러블 없이 잘 지냈습니다.
학교 기숙사에 거주해 외부 숙소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만, 페이스북 커뮤니티인 ‘낮은 땅, 높은 꿈’에서 숙소를 찾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4) 생활 및 기타
- KUBS BUDDY와 같은 교환학생 도우미 프로그램 존재여부
ESN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저는 인스타그램 @esnrotterdam에서 Lebara 유심 제공, ESN Tuesday party, 스포츠 패스 할인 등의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ESN에서 무료로 받은 레바라 유심은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 파견 국가의 교우회
교우회 정보는 없으나, 페이스북 한인 커뮤니티 ‘낮은 땅, 높은 꿈’이 활성화되어 있는 것으로 압니다.
- 물가
외식 비용과 택시비, 교통비 등은 전반적으로 비싼 편입니다. 하지만, 마트와 시장 물가는 저렴합니다. 마트 중에서는 Lidl, Dirk, Hoogvliet이 저렴한 편이고, Albert Heijn과 Plus는 비싼 편입니다. 그래도 Albert Heijn은 세일을 종종 하고, Oudedijk 지점에서는 한국 라면, 비비고 만두치킨, 쌈장제육볶음 양념 등 소스, 메로나 등 다양한 한국 식재료도 팔아서 따로 아시안 마켓을 갈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알버트 하인에서 망고, 크림브륄레와 초코무스를 매일 같이 사 먹고 있습니다. 과자 중에서는 Knoppers와 Lotus Biscoff Belgische chocolade가 중독성이 강합니다.
매주 화, 토에는 마켓홀 앞에서 farmer’s market이 열립니다. 과일과 치즈, 계란 등의 식재료부터 옷가지와 주방용품 등 없는 것이 없으니 초반에 생활용품들을 살 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주방용품과 생활용품은 Action, Primark, Hema에서 구매했고, 침구는 Zara home에서 구매했습니다. Primark는 물건 퀄리티가 괜찮은 동시에 가격이 아주 저렴해서 가장 많이 이용했습니다.

5) 출국 전 준비사항
출국 전에는 카드 해외 원화 결제 차단, 네이버와 구글 해외 로그인 허용, 카카오 인증서 발급, 교환학생 관련 서류(거주허가증, 기숙사, 여권 사본 등) 인쇄, 통신사 요금제 변경을 하고 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네덜란드로 오면서 한국 전화번호로 ‘문자 수신’만 가능하게 요금제를 바꾸었고 인증 번호 입력이 필요할 때마다 요긴하게 사용했습니다. 이 외에 한국에서 가져오면 좋은 물건들과 가져올 필요가 없는 물건들은 24-1 교환 수기에 후술 하겠습니다.

6) 보험
저는 ‘AON ICS Complete+’ 보험을 가입했습니다.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려면 화재 보상이 포함된 보험을 가입해야 했고, 학교 측에서도 AON 보험을 추천해서 해당 보험사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교정 유지 장치 철사가 끊어져 ‘De Tandenmolen’이라는 덴탈 클리닉에서 진료를 받았고, AON 웹사이트에서 보상 신청을 한 지 1-2달 뒤 보상금이 들어왔습니다.

7) 거주허가증
네덜란드 교환학생이 편한 이유 중 하나는 대사관에 가서 비자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 대신 네덜란드에 와서 ‘거주허가증’이라는 신분증을 발급받고 수령해야 하는데, 학교 측에서 메일로 자세하게 안내를 해주니 그대로 따라 하면 됩니다. 서류들을 스캔해서 업로드하는 것이 절차의 대부분이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다만, 거주허가증 발급을 위한 절차 중 하나가 잔고 증명입니다. 에라스무스 대학교 측에 미리 일정 금액을 보낸 뒤, 네덜란드에 입국하면 본인 계좌(더치 계좌 or 한국 계좌)로 돌려주는 제도인데요. 저는 4개월 기준 500-600만원 정도를 일시금으로 보냈습니다. 잔고 증명 절차를 위해 입국 몇 달 전에는 미리 여윳돈을 준비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8) 파견교 소개
에라스무스 대학교의 경영대학원 과정은 네덜란드에서 1위고, 유럽 내에서도 높은 랭킹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교수님들도 친절하고, 같이 공부하거나 팀 프로젝트를 진행한 학생들도 나이스했습니다. 행정 처리도 빨라 속 썩을 일이 없었습니다. 캠퍼스 건물들이 대부분 신식이며, 특히 헬스장이 잘 되어 있습니다. 저는 1년 치 sports pass를 결제해 열심히 다녔습니다. 건물들 중에는 Polak, Sanders, University Library가 공부하기 좋았습니다. University Library +1 floor(사실상 2층)의 창가 자리 뷰가 아름다우니 한 번쯤 그곳에서 공부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수기를 마무리하며, 제가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주변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교환학생 준비 과정을 응원해주고 출국 전까지 살뜰하게 챙겨준 친구들, 입국하던 날 공항까지 오셔서 라이딩해주신 법인장님, 비행편 환승 과정에서 분실된 수하물들을 찾을 때까지 약 한 달 간 옷과 물건들을 빌려준 친구들과 룸메이트, 네덜란드인으로서 다양한 더치 문화를 알려주고 네덜란드령 섬으로의 가족 여행까지 초대해준 소중한 친구, 총 28통의 손 편지를 보내준 사랑하는 친구들, 한국에서 네덜란드까지 먼 길을 날아와준 고마운 친구들, 이곳에서 행복해하는 내 시간이 그저 느리게 흘러가기 만을 바라겠다는 엄마, 강의실 안보다 강의실 밖에서의 세상을 더 많이 배우고 오라는 아빠, 누나 없는 동안 빈자리를 채워준 동생까지… 가족들과 친구들 없이는 교환학생 기간이 이렇게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마음 써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