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중이고, 2019년 봄학기에 미국 뉴욕 주의 SUNY Binghamton University(빙햄튼대학교)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김병준이라고 합니다. 남들보다 늦은 학기에 프로그램에 신청하였고, 신청 자체도 약간은 충동적으로 결정하였기 때문에 걱정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참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빙햄튼대학교는 뉴욕 시티가 아닌 뉴욕 주의 작은 도시인 빙햄튼(뉴욕 시티에서 고속버스로 4시간 소요)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교환학생 지원을 충동적으로 결정해서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냥 뉴욕주립대학이라고 하길래 센트럴파크에서 산책하고 수업 끝나면 뉴욕 야경 보면서 맥주 한 잔씩 할 상상하면서 신청했습니다. 주변 사람들한테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다녔구요. 하지만 도착하고 보니 일주일에 세 네번은 뛰어다니는 사슴을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자연친화적이고 조용한 시골에 위치한 대학교였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오히려 교환학생 생활하기에는 빙햄튼이 뉴욕 시티보다도 훨씬 더 좋은 곳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기도 너무 좋고 덜 혼잡하고, 나이아가라 폭포 쪽도 상대적으로 가까운 점 등등 정말 많은 좋은 기억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수강신청 및 수업]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에서 파견 교환학생으로 선발이 되고나면 생각보다 금방 빙햄튼대학 측에서 이메일이 옵니다. 크게는 비자 관련, 기숙사 관련, 수강신청 관련, 예방접종 관련 등의 내용인데 이메일에 상세히 절차가 안내되어있고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어서 평소에 이메일 확인만 잘 하시면 큰 어려움은 없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파견 학기의 강의목록이 열리면 듣고싶은 수업을 정한 뒤에, 수강희망 목록을 적어서 이메일로 보내드리면 수강신청 자체는 빙햄튼대학 직원분들이 진행해주시기 때문에 안심도 되고 간편합니다. 빙햄튼대학의 경우 대부분의 수업이 4학점(대부분 주2회, 90분 정도 길이)이라 수업은 3개만 신청해도 12학점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전공필수 과목의 경우 고려대학교 학점으로 변환 시에는 3학점으로 변환되어 인정된다고 합니다.
< Global Strategic Management(MGMT411)/Danielle Dunne 교수님 >
고려대학교 ‘경영전략’ 과목으로 인정되는 수업이고, 팀프로젝트 발표 및 보고서로 HBR 케이스 2번, 개인 과제 레포트로 HBR 케이스 1번을 읽고 준비해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어에 자신있는 편이 아님에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 하다보니 팀원들과도 잘 지냈고 준비하는 데 있어서도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중간, 기말고사도 테스트뱅크에서 그대로 나와서 준비하기 수월했습니다.
< Financial Markets & Institutions(FIN320)/Cihan Uzmanoglu 교수님 >
경영대 전공선택 과목으로 인정되는 수업이고 과제제출 4번, 작은 팀플 발표 1번, 중간 및 기말고사로 구성된 수업이었습니다. 교수님 강의력이 상당히 좋으시고 내용 자체도 재무관련 이론+미국 금융기관들의 역할이 적절히 배합되어있어서 남는 것도 많았던 수업입니다. 과제나 시험에 대한 부담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재무 관련 수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교수님입니다.
< Korean Literature and Culture(pre-20th century)/Michael Pettid 교수님 >
매주 한국 고전문학(번역본) 작품을 읽고 약간의 강의와 학생들 토론 위주로 진행되는 교양 수업입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모두 없고 A4용지 3~4장 분량의 보고서를 세 번 쓰면 되기 때문에 부담은 가장 적었습니다. 교수님이 한국인이나 한국계 미국인이 아니라 백인이신데 유머러스하시고 한국 역사와 고전문학에 대해서도 정말 많이 아셔서 정말 재미있게 수강하였습니다. 한국말도 상당히 잘하십니다.
[기숙사]
교환학생은 여러 단지의 교내 기숙사 단지들 중에서 Susquehanna와 Hillside Community 중에서 신청할 수 있는데 저는 Hillside에서 생활했습니다. 다른 교환학생들 중에는 빙햄튼 시에 있는 사설 주거공간(off-campus)에서 통학을 하는 친구들이 오히려 더 많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off-campus에서 사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는 더 저렴한 듯 했습니다. 하지만 버스 배차간격이 길어 통학의 편리성이 좀 떨어지고, 일부 학생들은 off-campus 시설 주인과 계약 상의 크고작은 문제들을 겪기도 했습니다. 또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교내 학생식당(dining hall)에서 Meal Plan을 구매하면 간편하게 또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학생식당 음식 퀄리티가 가격대비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기숙사에서는 보통 4인 1실(화장실 1개) 혹은 6인 1실(화장실 2개)를 사용하는데, 부엌/거실/화장실은 공유하고 침실은 모두 분리되어 있습니다. 교환학생에 가기 전에는 같이 방을 쓰는 룸메이트들과 친해질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같이 교환학생으로 방문한 친구들과 훨씬 자주 만나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숙사에서는 시간을 대부분 개인 침실에서 보내다 보니 룸메이트들과는 거의 마주칠 일도 없었고 마주치더라도 간단한 인사정도만 하고 지냈습니다. 제 방이 특이한 케이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도 대부분 저와 비슷했습니다.
파견학생으로 선정된 이후 받는 이메일에 기숙사(on-campus)와 관련된 내용도 함께 포함되어 옵니다. 기숙사 입사 신청 날짜 및 시간에 맞춰서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클릭만 해주면 되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단점이라면 방음이 잘 안돼서 옆방 룸메이트가 전화통화를 좀 시끄럽게 하는 편이라면 그 소리도 들릴 때가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고, 전반적으로 시설도 깨끗했고 식사 해결의 용이성, 통학 편리성 등을 고려했을 때 만족스러웠습니다.
+ 혹시 off-campus에 거주하는 데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페이스북에 빙햄튼대학교 한인유학생들이 만든 페이지를 통해서 룸메이트나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직접 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off-campus 거주에 관심있으시다면 그 페이지를 참조해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생활, 물가]
빙햄튼 시내나 월마트로 가는 버스가 학교와 연결이 되어있고, 학생이라면 버스가 무료입니다. 하지만 배차간격이 긴 편이라 자주 왕래하는 것이 아니라면 친구들과 돈을 나눠서 우버나 리프트를 이용(주간 기준 총요금 10~12불)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남는 시간에는 빙햄튼 시내에 나가거나 학교안에서 볼링을 치기도 했습니다. 학생회관 지하에 볼링장이 있는데 학부생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서 자주 이용했습니다. 또 학기 중에 Spring break 기간(주말까지 포함하면 10일 정도)에는 미국 서부 지방을 여행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업을 3개만 신청해도 12학점을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월/수요일에 수업 2개, 화/목요일에 오전 수업 1개만 신청하면 목요일 오전부터 주말까지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여유 시간이 많아 근교 여행도 할 수 있고, 기숙사 바로 옆에 있는 Nature Preserve 구역도 산책하기 좋았습니다. 전반적인 물가는 뉴욕시티에 비하면 훨씬 저렴했지만 서울보다는 약간 비싼 수준이었습니다.
[출국 전 준비사항, 비자/보험 관련]
위에 말씀드린 학교에서 보내주는 여러 가지 준비사항들(비자, 기숙사, 수강신청 등)만 미리미리 준비해 놓으시면 막상 출국 전에는 특별하게 준비할 사항이 많이 없었습니다. 예방접종의 경우 요구하는 사항 중 한 가지 항목(정확한 명칭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이 끝까지 충족이 되지 않았었는데, 빙햄튼대학교 내 보건실에서 혈액검사를 하니까 문제없이 대체되었습니다. 그 한 가지 항목 명칭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상당수 학생들이 같은 항목이 누락되기 때문인지 도착해서 진행하는 오리엔테이션 때 관련해서 따로 안내를 해줄 정도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비자의 경우 학교에서 보내주는 DS-2019 서류가 도착하면 미국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인터뷰를 예약하면 되기 떄문에 시간은 비교적 널널합니다. 보험의 경우 빙햄튼대학교에서 제공하는 보험이 생각보다 비싸서 개인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서 대체 인정을 받으려고 알아봤지만, 학교에서 요구하는 까다로운 항목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보험 상품을 찾는 것이 어려워서 그냥 학교에서 제공하는 보험을 이용하였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처음 지원하고 확정된 직후에는 여러 가지 신경쓰이는 부분이나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보내주는 이메일 절차만 잘 따른다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으니 지레 겁먹으실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개월의 시간을 외국에서 살면서 외국 친구들과 교류하는 경험은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얻기 힘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욕 시티처럼 크고 화려한 도시를 선호하신다면 빙햄튼에 실망하실지 모르겠지만, 자연 친화적인 캠퍼스에서 힐링도 하면서 시간날 때 가끔 미 동북부/캐나다 여행을 하고 싶은 분이라면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