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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Chile] University of Chile 2018-2 남윤진

2019.04.12 Views 1806 경영대학

안녕하세요, 2018학년도 2학기에 Universidad de Chile (칠레 대학교)에서 교환 학생 생활을 했던 2015120280 남윤진입니다. 사실 칠레는 교환 학생 파견 학생 수가 적고, 협정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가 부족한 편입니다. 게다가 제가 파견되었던 2학기에는 오직 1명의 학생만이 파견되기 때문에 교환학생 준비를 오롯이 혼자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칠레는 의외로 다른 파견지에 비하여 준비할 것이 그렇게 많지 않고 까다롭지 않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수기가 남미로의 교환학생을 준비하시는 분들, 또 고민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출국 전 준비사항
칠레로 교환 학생 파견이 확정되시면 사실 출국 전까지 할 일이 크게 많지는 않습니다. 칠레는 필수적으로 비자를 요구하지 않아서, 학생 비자 발급을 받을지 받지 않을지는 본인의 선택입니다. 저는 비자를 받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여 받지 않았고, 무비자로 칠레에 입국할 시 3개월 이내에 한번 외국을 다녀오면 다시 비자가 연장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도 않았습니다. 비자 갱신을 위하여 대부분의 친구들이 아르헨티나, 혹은 페루로 여행을 다녀오고 또 여행의 기회는 아주 많기 때문에 갱신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칠레 대학교로의 파견이 확실해지면 학교에서 교환학생 등록 관련 절차에 관한 메일을 보내오는데, 어려운 것은 없고 필수 서류를 요구하기 때문에 차근 차근 순서에 맞게 하시면 됩니다. 어렵지 않고 문의 사항이 있는 경우 칠레 대학교 국제실 담당자분이 친절하게 답변해 주십니다.
비행기표의 경우 약 4달 전 예매했습니다. 산티아고와 서울을 오가는 비행기의 경우 대부분 서울 – 마드리드 – 산티아고로 스페인 마드리드를 경유하는 항공이 가장 저렴합니다. (물론 경유 시간이 다소 길 수 있습니다) 시간적으로 이득인 경로는 미국을 경유하는 것이지만 저는 ESTA 비자를 받기 귀찮고 입/출국 심사를 받는 것이 싫어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갈 때는 서울 – 오클랜드 – 산티아고의 경로로, 귀국 시에는 산티아고 – 마드리드 – 서울의 경유로 비행기표를 예매했고 ‘익스피디아’를 통해 왕복 약 125만원을 지불했습니다. 그러나 마드리드를 경유하는 항공편으로 왕복 80만원대까지도 구하실 수 있으니 최대한 일찍 표를 예매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여행자 보험을 들고, 한 학기를 보낼 숙소를 정하는 정도만 미리 준비했고 나머지는 크게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약간의 팁을 드리자면, 처음 칠레에 도착하셨을 때 정해진 숙소, 혹은 호스텔로 이동할 때 Transvip이라는 이동 수단을 추천 드립니다. 사실 공항에서 시내로 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저렴한 공항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지만 짐이 많은 상황에서는 대중교통 이용이 번거로울뿐더러 범죄의 타겟이 되기 쉽기 때문에 첫 입국 시에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게이트로 나오시면 사설 택시가 아닌 공식 Transvip 창구가 있습니다. (Transvip과 회사 하나가 더 있는데 이름이 정확히 생각나지는 않지만 델포스였던 것 같습니다. 가격도 거의 동일하고 서비스가 동일하니 줄이 없는 쪽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창구에서 본인이 가고자 하는 곳의 주소와, 옵션 (혼자 탈지, 여러 명이 쉐어를 할지)을 말하면 거리에 맞는 금액을 책정해줍니다. 보통 6~7명이 쉐어하는 옵션은 한화 12~13,000원 정도이고, 혼자 탑승하는 옵션은 달러를 기준으로 50달러를 받았습니다. 환전을 하지 않았더라도 (공항 환전은 환전율이 아주 낮기 때문에 되도록 시내에서 환전 혹은 출금 하세요) 달러나 카드로 지불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미리 예약할 필요도 없고, 짐도 들어주고 집 앞까지 내려준다는 편리함이 있으니 꼭 이용해보시기 바랍니다. (24시간이므로 언제든지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또, 환전의 경우 달러를 가져가거나 현지에서 출금하는 방법이 있는데 저는 어느 정도의 달러를 가져가되 달러는 여행을 하면서 다른 나라에서 쓰시길 추천 드립니다. 칠레의 경우 달러가 많이 오른 편이긴 하지만 장기 거주하실 경우 출금을 이용하는 것이 조금 더 합리적입니다. ATM마다 수수료와 출금 한도가 다르지만 제가 칠레에서 생활했을 때는 마트 내에 딸린 ATM들이 보통 출금 한도가 높고 수수료도 비교적 적었습니다. 한 번에 40만 페소 (약 60~65만원) 정도가 출금 가능하고, 한번 인출 당 수수료는 4900페소 (약 7500원) 정도 붙습니다. 은행에 따라 다르니 직접 확인해보시고 가장 높은 출금 한도인 곳에서 뽑길 추천 드립니다. 또 은행마다 카드 수수료가 다르니 잘 확인해보시고 최대한 저렴한 수수료를 떼는 카드를 하나 만들어 가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출국 전에 하나비바카드2를 새로 발급받았는데 확실히 수수료가 차이가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칠레만큼의 높은 출금 한도를 허용하는 ATM이 거의 없을뿐더러 수수료가 매우 비싸거나 한도가 매우 적기 때문에 달러를 이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에콰도르는 달러만 사용하는 국가이고, 아르헨티나의 경우 출금 한도와 수수료가 최악인 나라이기 때문에 달러 환전이 가장 좋습니다. 저는 1300달러를 가져가서 대부분 여행에 사용했고 칠레에서 칠레 페소를 뽑아 달러로 환전해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2. 수강신청 및 수업:
수강신청은 한국과 다르게 교환학생의 경우 정해진 기간 내에 (2~3일) 듣고자 하는 수업을 신청하기만 하면 다 들을 수 있습니다. 시간에 맞춰서 누를 필요도 없고 교환학생 TO는 제한이 없습니다. 저는 4개의 과목을 전부 영어로 들었습니다.

* Latin America in World Affairs (Walter Sanchez): 이번 학기가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마지막 수업이었고, 2018년을 끝으로 교수님께서 은퇴를 하셨기 때문에 앞으로 수업이 계속 열릴지는 알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교환학생들끼리 듣는 수업으로 거의 매시간 발표로 이루어집니다. 중간, 기말고사가 아닌 2번의 리딩 테스트를 치루고 이 리딩 테스트는 객관식이 다소 까다롭지만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아 패스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 Intercultural Business Challenges in LATAM (Veronica Uribe O.):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 사이의 문화적, 경제적 차이에 대해서 배우는 과목입니다. 내용도 어렵지 않고 교수님이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주시는 편이어서 가볍게 들을 수 있습니다. 팀플이 두 번 있는데, 각 팀마다 하나의 국가를 맡아서 그 국가의 기본적인 모든 정보를 분석하는 발표입니다. (리포트도 있습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고 교수님께서 기말고사를 치루기 이전에 중간고사와 기타 팀 프로젝트 점수로 커트라인을 넘긴 사람들은 기말고사를 면제해 주십니다.

* Strategic Alliances, M&A (Ricardo Alvial): 교수님도 좋으시고 수업도 배울 게 많은 과목입니다. 다만 저는 재무 분야에 관심이 전혀 없기 때문에 흥미롭게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교수님께서 어느정도 수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열의만 있다면 점수를 박하게 주시는 편은 아니십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모두 있고 팀플이 한번 있는데 팀플은 전체 발표 자체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맡은 파트의 내용의 질, 또 발표 시 얼마나 준비되었는가 가 점수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조원들 사이에서 점수 차이가 꽤 있었고 발표는 시험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발표를 열심히 준비하시면 쉽게 패스할 수 있습니다.

* Urban Economics (María Teresa Ruiz-Tagle): 말 그대로 도시와 관련된 경제 수업입니다. 도시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들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수업입니다. 저는 경제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고 아는 것도 없었지만 교수님이 영어도 잘 하시고 수업도 절대 어렵지 않아 쉽게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Reading Test가 총 3번 있고 가장 높은 2개의 점수만 인정됩니다. 이 Test를 보기 위해서 한번에 읽어야 하는 Article이 많고 양이 방대한 편이지만 시험 과도 연관이 되어있어 Reading test를 잘 준비하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수월하게 패스할 수 있습니다. Reading Test용 지문들은 대부분 논문이고 양도 많으며 어려운 것들도 많지만 모든 것을 읽고 알아야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문제도 선택해서 풀 수 있었습니다) 출석 체크는 따로 하지 않지만 저는 결석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가장 열심히 들었고 성취감이 있었던 과목이었습니다.
 

3. 숙소 정보
칠레의 대학교들은 한국과 다르게 거의 대부분의 단과대학이 각자의 독립적인 캠퍼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다녔던 FEN 역시 상경계열의 대학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형태였으며 따라서 캠퍼스 크기는 매우 작고 건물 수도 2~3개 정도입니다. 자연스럽게 학교 기숙사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방을 구해야 합니다. 저는 1학기가 끝난 지 3주가량 뒤에 바로 칠레로 출국해야 했기에 숙소를 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Housing Guide를 통해 사설 기숙사인 Fentastic에서 묵었는데 방값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1인실이라는 독립적인 공간을 보장받을 수 있고, CCTV가 여러 대 설치 되어 있어 도난이나 사고의 위험이 적으며 관리인이 상주해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약 38~40명의 학생이 같은 건물에서 생활하는데 절반 정도는 칠레 학생이고 나머지 절반은 다른 남미 국가나 유럽권 학생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같은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도 있어서 처음 학교를 가기 전 쉽게 친해질 수 있었고 요리를 해먹거나 서로 방에 놀러가서 시간도 보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개인 방은 크지는 않지만 침대와 책상, 옷장 및 서랍이 있고 방을 제외한 나머지 주방, 혹은 화장실의 경우 모두 공용입니다. 한 층에 보통 3개의 화장실이 있는데 샤워실과 화장실이 붙어있는 구조입니다. 매일 청소하시는 분이 계셔서 공용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주방 역시 매일 청소하시기 때문에 위생적이고 벌레도 없어서 좋았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칠레의 경우 지진으로 인해 우리나라처럼 보일러 같은 중앙난방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2학기에 파견되시는 분들은 전기 장판을 챙겨 가시면 좋습니다. 저도 접을 수 있는 전기장판을 들고 갔는데 이불이 두껍지 않아도 난방이 잘 되어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4. 여행자 보험
칠레 대학교는 여행자 보험을 필수적으로 요구합니다. 아마 학교 측에서 안내해주는 이메일의 링크로 몇 가지 서류를 첨부해야 하는데 첨부 파일로 여행자 보험 증명서를 요구합니다. 물론 보험이 불필요하시다고 느끼신다면 증빙 서류를 제출하고 환불 받으셔도 되지만, 남미 라는 지역의 특성상 어떤 일이 생길 지 모르기 때문에 장기 보험을 드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학교 측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상해 보험을 제외하고도 소지품 (노트북, 핸드폰)에 대한 보험을 들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5. 교환학생 프로그램
칠레 대학교의 교환학생 담당자 분은 매우 친절하시고 적극적이십니다. 저는 크게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어서 특별히 국제실을 방문하지 않았지만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교 생활에 관련 된 것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시는 것 같습니다. 칠레에는 고대의 KUBS BUDDY와 마찬가지로 FEN BUDDY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제실에서 구글 설문지 링크를 보내주면, 버디가 필요한 학생들은 자신의 기본적인 정보를 입력하여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질문은 대부분 취향을 물어보기 때문에 비슷한 취미나 흥미를 가진 버디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자, 여자 버디를 선택할 수도 있고 버디에게 어떤 부분을 바라는지에 대해서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언어 능력 향상, 문화 교류, 취미 공유, 등) 저는 버디와 자주 만나진 않았지만 같이 밥도 먹고 한식당이나 한국 마트에 데려가기도 했습니다.
공식적인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교환학생들을 위한 파티인 Miercoles Po가 매주 수요일 열립니다. 흔히 아는 클럽에 가까운 파티인데 저는 2번밖에 가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핸드폰이나 지갑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은걸 보니 그렇게 안전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학기가 진행되면서 학교에서는 지속적으로 교환학생을 위한 행사가 있습니다. 저는 다른 것들에는 크게 참여하지 않았고, 학기 중간 열리는 International Fair에 참가했습니다. 1층 홀에서 각 나라별로 부스를 준비해서 반나절 정도 나라 및 학교 소개를 하는 시간인데 저는 혼자 부스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특별히 준비해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종이로 태극기 모양을 직접 만들어 틀린 태극기 찾기 퀴즈를 진행했고, 한글로 이름 써주기를 했습니다. (생각보다 한글로 이름 써주기 반응이 좋아서 50개 가량의 종이를 준비했는데 금방 동이 나서 일찍 부스를 닫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마트에서 초코파이나 빼빼로 같은 과자류를 준비해서 부스에 와준 친구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저는 생활 한복을 가져가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미리 한국에서 준비를 해갔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생각보다 고려대로의 파견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학생들이 많았어서, 기회가 된다면 국제처를 통해 안내 브로셔나 팜플렛을 준비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6. 칠레 생활
* 칠레의 물가: 칠레의 물가는 한국과 거의 동일합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기타 생필품의 경우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더 비쌉니다. 외식비는 칠레가 압도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밖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려면 최소 2만원~3만원을 지출해야 했습니다. 오히려 파트로나토 (Patronato)에 몰려 있는 한식당들이 가성비도 좋을뿐더러 입맛에도 잘 맞았습니다. (물론 길거리에서 파는 꼼쁠레또(Completo)나 햄버거는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저는 칠레 음식이 개인적으로 맛있다고 느끼지도 못했고 금액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었기 때문에 대부분 식사는 집에서 해결했습니다.
 
* 칠레의 치안: 칠레의 치안은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제가 있던 2018년 연말에는 관광객들 대상으로 한 범죄가 아주 많아 대사관에서 따로 공지가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안전하다고도 하지만 흔히 페루나 볼리비아의 경우 대부분의 방문지가 매우 관광지화 된 곳이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하고, 산티아고의 경우는 완전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관광객 대상 사고가 많은 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건 사고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지하철에서는 되도록 핸드폰을 보거나 꺼내지 않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가방에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늦은 밤 혼자 돌아다니지 않고 동행이 있지 않다면 밖에서 술을 과하게 마시는 것도 자제해야 합니다. 저는 남미에서 6개월을 생활했고 많은 국가들을 혼자 여행했지만 사소한 소매치기 조차 당한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운이 좌우하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의 범죄는 조금만 주의하고 신경 쓴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으니 남미라는 대륙에 대해서 너무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 인종 차별: 칠레뿐 아니라 남미에는 어느 곳을 가던지 인종 차별이 존재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산티아고는 남미에서 제일 발전된 도시 중 한 곳이지만 인종 차별도 가장 심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사견이지만, 아무래도 관광객의 비율이 가장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길거리에서 얼굴을 빤히 쳐다보거나 장난식으로 말을 거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고 특히 여성의 경우 조금이라도 노출이 있거나 몸이 드러나는 옷을 입으면 동양인 + 여자 + 옷차림의 이유로 아주 노골적인 시선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차에서 클락션을 울리거나 휘파람을 부는 캣콜링도 흔해서 학교를 오고 가는 약 10여분의 시간에서도 여러 번 겪을 때도 있었습니다. 어딜 가나 중국인을 칭하는 치노, 치나라고 부르거나 다짜고짜 ‘니하오’라고 인사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처음 칠레 대학교 OT를 갔을 때는 담당자분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짚어 주기도 하셨고, 혹시 이런 일들이 견디기 힘들다면 상담을 요청하라고 했을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겪는 일입니다. 저도 처음 칠레에서 생활할 때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는데, 이런 불편한 상황들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지 말고 너무 상처받거나 마음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적어놓고 보니 굉장히 심각한 인종차별을 당한 것 같아 오해가 생기진 않을까 우려가 되지만 제가 이런 상황을 처음 겪었을 때,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조금 덜 당황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에 일부러 자세히 적었습니다. 저는 교환학생 파견지를 결정 할 때 인종 차별이 심한 국가를 가장 처음 제외했을 정도로 차별적 시선에 대해서 두려워했던 사람인데, 그런 저 조차도 막상 겪고 나니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정도였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인종 차별도 있지만, 당연하게도 남미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항상 ‘남미 사람들은 80%는 과하게 친절하고, 20%는 조금 까칠하다’는 말을 하는데 그만큼 칠레를 포함한 남미 사람들은 유쾌하고 친절하고 감정이 풍부한 사람들입니다. 저는 스페인어에 능숙하지 않아서 마트나 카페, 혹은 공공기관인 은행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주 친절하게 저를 도와주었습니다. 우선 조금이라도 스페인어를 쓰고자 노력하면 스페인어를 할 줄 안다는 것에 놀라고 또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또 의도치 않게 한류의 여파로 인해서 한국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혜택을 본 적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사진 찍어 달라는 사람들도 생각 외로 많은데, 불순한 의도는 아니고 단지 한국인이 신기해서 그런 것이니 너무 당황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남미 여행: 제가 파견된 2학기는 7월 말에 개강을 하고, 교환학생들이 듣는 수업의 대부분은 11월 중순에 종강을 합니다. 저는 1월 중순에 귀국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종강 이후 약 2달간 남미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외 학기 중에도 여행 할 시간이 많습니다. 주말을 이용해 가까운 근교(마이푸, 발파라이소 등)나 이웃 나라(아르헨티나 멘도사)를 다녀올 수도 있고 칠레 대학교의 경우 중간고사 시험기간이 약 3주에 걸쳐 있기 때문에 본인의 시험이 일찍 끝난다면 언제든지 여행에 다녀올 수 있습니다. 특히 2학기에는 ‘디에씨오초’라는 칠레 최대의 명절이 겹쳐 9월 18일을 전후로 약 일주일의 휴일이 있는데, 보다 길게 여행을 다녀오기 최적이 시간입니다. 학기에 따라 이 ‘디에씨오초’ 연휴가 중간고사 기간과 겹쳐 3주의 연휴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다만 비행기표가 비싸질 수 있으니 미리 예약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학기 중에는 칠레의 여러 도시들 (이키케, 안토파가스타, 발파라이소, 푸콘, 아타카마 등)과 아르헨티나 (멘도사, 부에노스아이레스, 이과수)등을 여행했고, 학기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파타고니아 지역(토레스 델 파이네와 엘 칼라파테 포함)과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를 여행하며 산티아고로 돌아왔습니다. 특히 칠레의 경우 특별한 연휴가 겹치지 않는 한 국내선 비행기와 가까운 아르헨티나, 페루로의 국제선 비행기가 아주 저렴합니다. 스카이 항공이나 젯스마트 등 저가 항공을 이용하시면 왕복 10만원 안에 칠레의 도시들을 모두 다녀오실 수 있으니 적극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총 6개월의 남미 생활 중 절반에 해당하는 3개월을 오롯이 여행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를 여행했고 그리고 제가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새로웠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덜컥 칠레 대학교에 지원하고 합격한 이후에도 사실 남미의 치안이나 생활에 대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남미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크게 위험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가지 말라는 곳에 가지 말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는 상식 선에서 행동하시면 남미를 아주 즐겁게 다녀오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미도 사람 사는 곳입니다. 산티아고에는 한국의 제 2롯데월드 같은 쇼핑몰도 있고 스타벅스도 있고 H&M도 있고 아디다스도 있습니다. 칠레대학교를 선택하신다면 색다른 교환학생 생활과 더불어 남미 대륙을 (비교적) 편하게 여행하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 생활뿐 아니라 남미 여행에 대해서도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skabdswls96@gmail.com으로 연락 주세요. 제가 알려드릴 수 있는 선에서 모든 것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