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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Germany] European Business School 2017-2 이진하

2018.03.13 Views 2284 경영대학

1.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2017년 가을학기에 독일 Hessen주에 있는 European Business School에서 교환 학생 생활을 했던 15학번 이진하입니다. 처음에는 1지망에 미국에 있는 학교를 써서 붙었지만 저에게 ‘꼭 한 번 살아보고 싶은 나라’는 미국보다는 유럽 국가인 것 같아 고민 끝에 다시 지원을 해 독일에서 교환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독일로 교환을 가기까지 수기를 통해 많은 도움을 얻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었던 만큼 제 수기도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 European Business School과 Oestrich-Winkel
European Business School, 독일에서는 줄여서 EBS(엡스)라고 말하곤 합니다. EBS는 독일에서는 드물게 학비를 받는 학교이고, 학비도 비싸 독일의 상류층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입니다. 또한 경영학만 특화되어 있는 학교인 만큼 경영학 수업과 독일어, 프랑스어 등의 외국어 수업만 열립니다.
학교가 위치해 있는 Oestrich-Winkel은 라인강 바로 옆에 위치한 한적한 시골 마을입니다. 시골이라서 그런지 기차와 버스가 1시간에 1대 밖에 오지 않는 불편함도 있지만 그만큼 학생들끼리 흩어지지 않고 동네에서 같이 요리해먹고 음주가무를 즐기며 더 똘똘 뭉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또한 Oestrich-Winkel은 프랑크푸르트 시내, 공항까지 semester ticket으로 공짜로 다닐 수 있는 지역이라 여행을 많이 다니실 분들은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3. 교환 전 준비사항
(1) Housing
각 지역별 장단점은 다른 수기에도 상세히 써있으니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교환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은 방을 구한 친구들은 flat hunt가 시작된 지 5분 만에 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제가 살았던 flat인 Markt10, room13은 집세가 쌌지만 세탁기가 없어 항상 친구들에게 세탁을 부탁할 수밖에 없었고, 겨울에 너무 추워 정말정말 비추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집은 Hauptstrasse 101, 102 입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이 건물 주인이 하는 또 다른 flat도 추천합니다. 이 flat들은 10명 or 4~5명이 함께 살기 때문에 다른 교환학생들과 교류하기도 좋습니다. 또한 방마다 화장실이 따로 있고 난방 시설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파티가 자주 열려 소란스러운 걸 싫어하는 학생들은 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2) 보험
메일로 어떤 보험을 들어야 하는 지 메일이 옵니다. 수시로 메일을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가장 싼 Caremed 보험을 들었습니다. 이 보험은 50유로 이상의 진료비는 자기부담금이 있다는 단점이 있으나 보험료가 다른 상품들에 비해 월등히 쌉니다. 다행히 저는 교환 생활 중에 크게 아픈 적이 없어 보험을 사용할 일이 없었습니다.
 
(3) 여행자 보험
저는 여행자 보험에 들지 않았지만 소매치기가 잦은 유럽에서 생활하실 때는 여행자 보험을 드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정말 운이 좋게도 1학기 동안 단 한 번도 소매치기를 당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 친구 중 지갑, 가방, 여권까지 소매치기를 당한 친구는 여행자 보험의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5천원의 보험료를 내고 친구가 보험료 최고액인 50만원을 보상받을 걸 보면서 여행자 보험은 꼭 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4) 짐 싸기
독일은 생필품 가격이 무척 저렴하니 꼭 필요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최소한만 챙겨가길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독일은 8월에만 반팔, 얇은 긴팔을 입을 날씨이고 9월부터는 얇은 코트를 될 정도로 쌀쌀해집니다. 10월부터는 겨울 코트나 패딩을 입으며 지냈습니다. 계절 별로 실용적으로 입을 몇 벌만 제외하고는 유럽에서 사서 입는 게 값도 싸고 좋은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flat mate나 친구들에게 선물할,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 가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또 한국에서 챙겨 가야 좋은 물건은 수건, 스타킹, 젓가락, 상비약, 클렌징폼, 책 1~2권 정도입니다. 독일은 한국에서 우리가 흔히 쓰는 클렌징폼을 구하기가 어려워 한국에서 따로 챙겨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 생활 중에는 시간이 많고 여유로울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한글 활자의 책들이 고플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가져간 책들과 EBS에 교환학생을 온 다른 한국인 친구들의 책을 서로 돌려보기도 했습니다.
 
(5) 공인인증서
인터넷으로 결제를 할 때가 있는데 카드 결제밖에 되지 않는 경우 공인인증서가 필요한데 제 경우 한국에서 공인인증서를 가져오지 않아 결제를 할 때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만일을 위해서 공인인증서는 컴퓨터나 USB에 담아오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4. 도착 후 준비할 것
 
(1) 유심
저는 ALDI에서 구입한 유심으로 한 달에 5.5GB짜리 요금제를 사용했습니다. 이것보다 싸고 데이터 적은 걸 쓰던 친구들도 결국 5.5GB로 올리더라고요. 요금제도 무척 싸니 처음부터 맘 편하게 5.5GB 사용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처음 유심 등록할 때 화상으로 등록도 해야 하고 절차가 좀 귀찮지만 네이버에 검색하면 블로그에 상세히 나오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 비자
학교에서 준비해야 할 서류를 미리 알려주니 정해진 날짜에 학교에 서류를 제출하기만 하면 학교에서 대신 처리를 해줍니다. 저는 제출 전 날 여행을 갔다 돌아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은행(수요일은 은행이 오전에만 엽니다…)에서 필요한 서류를 그 날 떼지 못해 직접 이민국에 찾아가야 했습니다. 이민국까지는 차로는 20여 분 밖에 걸리지 않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빙 돌아서 가기 때문에 왕복 5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심지어 저는 이민국 직원의 실수로 비자 날짜를 잘못 받아, 갈 필요도 없던 이민국을 3번이나 갔습니다. 꼭 제 때 서류를 준비해 저처럼 이민국까지 가는 수고를 절대 겪지 마세요…
 
(3) Bahn Card
기차역에 있는 DB 사무소에 가면 일정 기간 동안 기차, 버스 티켓 할인을 받을 수 있는 DB Bahn Card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여행하실 횟수를 계산해서 bahn card를 사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 경험상 교환학생은 무조건 사는 게 이득인 것 같습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은 대기자 수가 많으니, 비스바덴 중앙역에서 사는 걸 추천합니다.
 
6. 수업
저는 독일어 수업 1과목과 4과목의 전공 수업을 들었고 걱정과 달리 모두 pass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남들보다 특별히 열심히 했던 것은 아니었던 만큼 하라는 것만 하시면 좋은 성적 거두실 것 같습니다. 참고로 최고점은 1.0, F는 0.5 이하입니다.
 
(1) Study Skills in German (A.1.1):
개강하기 전 8월 말에 1주일동안 진행됐던 수업이었습니다. 대다수의 교환학생들이 이 수업을 수강하기 때문에 수업 때 친구들을 사귀기 좋습니다. 이 때 배운 기본적인 독일어 덕분에 이후에 생활할 때도 언어 때문에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Intensive Course이기 때문에 수업이 밀도 있게 진행되고 호흡이 매우 빠른 수업이기도 합니다. 평균 성적은 0.85 정도로 성적도 매우 후합니다.
 
(2) Banking and Capital Markets:
이 수업은 시험 50%, 팀플 50%로 평가되는 수업입니다. 수업은 6회, 팀플 발표 2회로 진행됩니다. 교수님께서 수업 참석이 의무는 아니라고 하셨고 저는 수업을 총 3번 정도 나갔습니다. 시험과 팀플에서 수업 자료에서 벗어나는 걸 요구하시지 않기 때문에 재무 수업을 어느 정도 수강하셨다면 강의를 듣는 게 필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내용은 투자론 심화 정도의 난이도가 엄청 높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수기에서도 듣지 말라고 하는 데에는 역시 이유가 있습니다…
2번의 팀플 중 하나는 case를 요약, 정리해서 발표하는 것, 두 번째는 case study한 것을 발표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요약할 case의 분량은 300페이지정도였고, case study를 해야 하는 자료는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연속 3일을 거의 밤을 새가면서 준비를 했습니다. 발표는 이틀 연달아 진행되며 발표 시간은 각각 25분씩이라 준비에서 발표까지 모든 과정이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팀플은 점수를 거의 깎지 않으시고 웬만하면 점수를 무척 후하게 주십니다. 교수님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발표할 때 스크립트 없이 임기응변으로 발표하는 것, 그리고 자신감 있는 발표 태도입니다.
시험은 일단 분량이 너무 많았습니다. PPT 600장이 분량이었는데 제가 수업에 모두 출석하지 않아서 시험 준비가 더 어렵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시험은 mock exam과는 완전히 다르게, 계산 문제 위주로 나와 뒤통수를 완전히 맞았습니다. 교환학생들이 공부를 대체로 안 해서 다들 시험을 어렵게 느꼈겠지만 시험 난이도가 못 풀 정도로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고려대에서 시험 준비 열심히 할 때처럼 공부하시면 좋은 성적 거두실 수 있을 것입니다.
 
(3) Entrepreneurship (6ECTS):
제가 들은 수업 중 가장 추천하는 수업입니다. 수업은 팀플 100%로 평가되고 수업 횟수는 6번입니다. 수업은 토의와 발표 위주로 진행됩니다. 외국 학생들이 자유롭게 발표하고 임기응변으로도 높은 퀄리티의 발표를 하는 걸 보고 충격도 받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던 수업이었습니다. 사실 이 수업은 수업 자체에서 무언가를 얻어가기보다는 외국 학생들과 팀플을 하면서 얻어가는 것들이 더 많았습니다. 팀플을 하다보면서 외국인들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한국과는 참 다르구나, 의사결정을 이런 식으로 하는구나 라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Final presentation 평가 때는 startup의 CEO, 엔젤 투자자들 등이 와서 발표를 평가하며 1등한 팀에게는 직접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4) Controlling (6ECTS):
이 수업은 6번의 수업이 3개월 동안 분산되어 있고 에세이와 참여 점수만으로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처음 2번의 수업은 controlling이 무엇인지 이론적인 내용을 배우고, 이후 2번의 수업은 회사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CFO를 초청해 그의 변명과도 같은 강연을 듣습니다. 마지막 2번의 수업은 강연을 통해 얻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CFO가 실패했던 이유를 이론적으로 분석해보고, 토의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고려대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참신한 방식의 수업이었지만 가장 어려웠고 고생을 많이 했던 수업이었습니다. 이 수업은 기파견자 중 아무도 듣지 않았던 수업이었기 때문에 전공으로 인정받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교수님이 말씀하기를 이 수업은 고려대학교 대학원 1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그런 만큼 수업의 난이도도 매우 높아 수업을 따라가는 것, 에세이 등 모든 게 벅찼던 수업이었습니다. 또한 전공으로 인정받기까지 교수님께 직접 이 수업을 통해서 느낀 점을 메일로 보내야 했습니다. 나름 열심히 한 과목이었는데도 성적이 낮아 아쉬움이 남은 과목이기도 했습니다. 수업 시수도 적고 하라는 것만 하면 fail을 안 주시긴 하는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 비추합니다.
 
(5) Multivariate Statistical Methods (3ECTS):
이 수업은 4번의 강의 후 1개의 과제로 평가되는 수업입니다. 4번의 수업에서는 통계의 기초와 SPSS에 대해 배웁니다. 과제는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SPSS를 돌려 검증한 후 보고서를 쓰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 사정으로 과제에서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해 유지호 학생의 수기를 참고하시면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제가 듣지는 않았지만 다른 학생들이 들은 과목과 성적을 보면 경제학 과목을 수강하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경제학 과목들은 mock exam을 주고 문제 유형도 비슷하게 출제해 어렵지 않게 수강하실 수 있습니다.
* EBS는 팀플에서 점수를 많이 깎지 않습니다. EBS 재학생의 말로는 크게 깎여도 총점에서 6~7점 정도만 깎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좋은 성적을 받고 싶다면 팀플이 있는 과목을 수강하시는 게 매우 유리합니다.
* EBS는 business causal이라는 드레스 코드가 있는 수업들이 있습니다. 특히 발표를 하는 수업들은 발표날 business casual이 필수인 경우가 있으니 셔츠, 로퍼나 부츠를 챙겨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7. 여행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이곳 저곳 여행을 참 많이 다녔습니다. 총 11개국을 여행했는데 11개국이라고 하면 실감이 나진 않는데 그곳에서 한 특별한 경험들, 인연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엊그제처럼 참 생생합니다. 유럽에 교환학생을 온 사람만의 특권이니 때로는 귀찮게 느껴지더라도 많은 곳을 여행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혼자 여행하다 보면 저에게 말을 거는 사람도 많았고 작고 어린 동영 여자가 혼자 여행하는 걸 신기하게 볼 때도 많았습니다. 처음 만난 외국인과 하루 종일 여행을 같이 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인생을 얘기할 때, 한국에서만 지냈다면 내가 절대 상상도 못할 일들을 해낸 것 같기도 해 모종의 성취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때의 경험들이 한국에 돌아온 지금까지도 저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걸 보면 교환 생활이 제 인생 최고의 경험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8. 마무리하며
저는 외국에서 생활해본 경험이 하나도 없었던 지라 교환학생을 떠나기 전날까지도 걱정들을 하고,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교환학생 생활 동안 예상하지 못했던 생활 면의 어려움, 문화적 차이에서 생긴 오해, 행정적인 문제 등 스트레스 받는 것들도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 때 부딪치고 깨졌던 게 저를 더 크게 변화시켰던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단단해졌고 긍정적인 에너지도 많이 얻게 됐습니다. 또 그 모든 걸 혼자 짊어진 게 아니라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었고, 좋은 인연을 만난 것도 교환 생활의 감사한 점 중 하나입니다. 교환학생을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 보다 적은 시행착오를 겪고, 좋은 기억만 더 많이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궁금하신 게 있으시면 marienoel@naver.com으로 메일 주시면 상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