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안녕하세요, 2016년 2학기에 프랑스 ESSEC Business School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15학번 김문경입니다. 제 체험수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랑스의 행정처리는 느리기로 악명이 높아서 많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또한 “싸데뻥”의 나라인지라 서류가 처리되는 데 까지 걸리는 기간, 서류신청의 통과 여부 등이 사람마다 달라서 답답하더라도 자포자기 상태로 마냥 기다리는 게 가장 편합니다. 저는 결과적으로 캠퍼스 프랑스에 서류 접수를 하고 나서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기까지 약 한달 반이 걸렸습니다.
학교에서 acceptance letter가 도착하면 순서대로 캠퍼스 프랑스에 서류를 보내고 캠퍼스 프랑스 면접과 대사관 면접을 봐야 합니다. 캠퍼스 프랑스에 보내야 할 서류는 제 기억으로는 여권사본, acceptance letter, 재학증명서, 캠퍼스 프랑스 접수신청서, CV, Letter of motivation과 30만 원의 행정비용 입금 확인서 등이 있는데 초록창에 검색하시면 아주 자세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미리미리 하는 것을 권장해 드리지만 저 같은 경우는 acceptance letter가 ESSEC에서 6월 말에 도착해서 모든 process가 지체되었고 설상가상으로 그 서류에 제 영문 이름이 틀리게 적혀있어서 ESSEC에 수정본을 다시 요청하느라 1-2주 정도 더 걸렸습니다 (Acceptance letter받는 즉시 틀린 게 없는지 잘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7월 초중에 캠퍼스 프랑스 면접을 봤고 면접은 굉장히 informal한 분위기에서 약 30명의 학생이 다 같이 봤습니다. 면접관님이 프랑스 교환생활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해주셨고 랜덤으로 list에서 두 명을 선택해 질문에 답하게 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파견된 학교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같은 어렵지 않은 질문들이어서 따로 준비 안하고 가셔도 될 거 같습니다. 이날 면접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 대사관 면접 신청입니다. 캠퍼스 프랑스 면접 날 미디어도서관 옆에 설치돼있는 컴퓨터에서만 대사관 면접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초록창에 잘 설명돼있지만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당일 면접 시간이 늦은 시간에 있더라도 컴퓨터예약이 오픈되는 1시 반보다 약 30분-1시간 전에 도착해서 줄을 서면 훨씬 시간도 절약되고 대사관 면접을 원하는 날짜에 최대한 빨리 예약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 5번째로 예약을 했는데도 제일 빠른 면접날짜가 8월 4일이여서 출국 날 전에 비자를 못 받을까 봐 많이 걱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도 출국 이틀 전에 비자가 도착해서 무사히 출국할 수 있었지만, 최대한 이런 다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서류 처리를 꼼꼼하고 빠르게 하시길 바랍니다. 대사관 면접 또한 필요한 서류들만 잘 갖춰서 간다면 아주 간단합니다. 당일 날 환율로 접수비 60유로를 원화, 현금으로 지불해야하는 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7-8만 원 정도 가져가면 좋을 거 같습니다).
2) 아포스티유, 번역 공증
아포스티유 발급과 번역 공증 또한 최대한 빨리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 두 과정을 거쳐야만 프랑스어로 된 출생증명서를 받을 수 있는데 ESSEC에 정식으로 등록하기 위해선 이 서류를 꼭 에섹 registration 사이트에 업로드 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출생증명서는 프랑스의 거의 모든 행정업무에서 필요로 하니 여러 사본을 만들어 놓으시는 게 좋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출생증명서라는 게 없어서 출국 전에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를 외교부 여권과에 가져가 아포스티유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아포스티유는 오전에 맡기시면 오후에 찾으실 수 있습니다. 다음, 아포스티유 받은 서류들을 출생증명서로 갈음해 번역 공증을 받아야 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파리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서 받으면 더 저렴하다 해서 프랑스 도착하자마자 대사관을 찾아갔습니다. 대사관 컴퓨터 데스크를 보시면 출생증명서 양식이 있는데 이를 참고하여 본인이 직접 출생증명서를 작성해서 출력하시고 아포스티유를 받아간 서류들과 함께 대사관에 제출하시면 됩니다. 금액은 3유로대이고 공증을 받는 데 하루밖에 걸리지 않으니 시간적 여유만 있으시다면 파리에서 받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3) 보험
저는 아는 선배에게 소개받아 출국 전에 동부화재 유학생 보험을 들고 갔습니다. 한국 유학생 보험에 가입이 돼 있어도 에섹 Welcome Week 기간에 모든 학생이 별도로 프랑스 건강 보험에 의무적으로 들어야 합니다. 200유로쯤 냈던 거 같은데 이 보험에 가입 하지 않으면 학교에 정식으로 등록을 못 합니다.
4) 비행기 표
저는 아시아나 이코노미 클래스 왕복 직항 비행기 표를 출국하기 한달 전 (7월 중순)에116만원 주고 끊었습니다.
5) OFII, CAF
프랑스 학생비자를 받으셔도 프랑스에 90일 이상 머무는 사람들은 무조건 OFII라는 체류증을 발급 받아야 합니다. 요구하는 서류만 잘 갖추고 있다면 딱히 복잡한 과정은 아닌데 저는 OFII가 파리 도착한 지 90일이 지났는데도 나오지 않아서 굉장히 애를 먹었습니다. 프랑스가 아무리 행정업무가 느리다고는 하지만 제가 추측하는 바는 학교에다 서류처리를 맡긴 게 실수였던 거 같습니다. Welcome Week동안 학교에서 여러 booth를 열어 OFII 사무실, 은행 등에서 담당자가 직접 와서 서류 접수를 해주는데 따로 서류를 우체국 가서 등기로 보낼 필요 없이 학교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어서 편리하지만 제 경험상 학교에다 맡기는걸 정말 백번 말리고 싶습니다!!!! 백여 명 되는 교환학생들의 서류를 한꺼번에 처리하느라 그런지 서류 registration process가 아주 느리고 어설퍼서 OFII를 파리 도착한 지 약 100일 만에 받았습니다. 덕분에 이미 계획해놨던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고 CAF에 필요한 OFII서류를 기간 내에 제출하지 못해 모든 절차가 복잡해졌습니다.
CAF는 Caisse d’Allocations Familiales 의 약자로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외국인도 APL (주거보조금)을 매달 받을 수 있습니다. 신청하기 위해선 프랑스 계좌번호, OFII, 거주증명서, 출생증명서, 집 보험계약서 등이 필요하고 OFII는 caf 신청 그날 갖고 있지 않아도 나중에 OFII가 나온 후 따로 우편으로 제출하겠다 하면 신청을 받아줍니다. 하지만 우편으로 제출하면 서류가 접수 되는 데까지 1달 반-2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니 추가 제출할 서류가 있다면 최대한 빨리, 사무실로 직접 가셔서 제출하시는걸 suggest해드립니다. 이 외에도 요구하는 서류가 많고 사무실 방문할 때마다 약 1시간 정도 대기해야 하고 (사무실 직원들이 불어밖에 못 하는 것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모든 절차가 완벽하더라도 보조금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신청하고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보조금 액수도 랜덤입니다. 기준이 있다고는 하는데 같은 건물 기숙사 사는 이웃 방 친구들끼리도 받는 금액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기숙사가 아닌 파리 16구에 위치한 20제곱미터 스튜디오를 구해서 살았는데 한 달 월세 900유로+전기세 따로였지만 APL 금액은 212유로로 측정되었습니다. 반면에 같은 동네 13제곱미터, 월세 600유로인 스튜디오에 거주한 지인도 212유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보조금 액수를 떠나서, 정말 운이 좋지 않은 이상 보조금이 제때 매달 입금되지 않아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결국 5개월 이내에 1원의 보조금도 받지 못하고 프랑스를 떠나는 학생들이 허다합니다. 저 또한 사무실도 여러 번 방문해보고, 재촉도 해봤지만 CAF가 끝내 들어오지 않아 은행 계좌를 열어놓은 체로 1월 중순에 귀국했고 약 2주 후에 돈이 들어왔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6) 수강 신청
수강 신청은 매우 쉽고 수월한 편입니다. ESSEC에서 메일로 보내주는 welcome pack을 잘 숙지하고 적혀진 날짜와 시간에 course regi site에 들어가면 원하는 과목을 무리 없이 신청할 수 있습니다. ESSEC은 고대와는 다르게 대부분 수업이 일주일에 한 번 진행되는 3시간짜리 수업이고 하루에 총 3교시 (아침 9시, 오후 1시, 오후 4시 반 수업)가 있습니다. 여행을 주목적으로 교환을 가신다면 하루에 수업을 3개씩 듣고 주2/3일 학교에 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방학 기간에 진행하는 intensive course를 들어 학점을 채울 수도 있습니다). 만약 파리에서 통학하실 계획이라면 오후4시 반 수업보단 아침 수업을 들으시는 게 좋습니다. 가을/겨울엔 해가 5시면 져서 수업이 끝난 밤 8시쯤 동양인 혼자 RER을 타고 하교하는 길이 안전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2. 수업
ESSEC에선 1.8ECTS가 고대 1학점으로 변환되기 때문에 전공필수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4 ETCS 강의 6개를 수강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에섹에서 프랑스어 수업을 듣지 않아서 언어 수업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다른 체험 수기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International Marketing (전공선택)
Anne Placet
제가 들은 6과목 중에 가장 추천해 드리고 싶은 수업입니다. 교수님의 강의력이 매우매우 뛰어나시고 직장 경험도 풍부하십니다. 무엇보다 수업을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게 진행하셔서 수업이 있는 매주 목요일이 기다려질 정도였습니다. 다만 점수를 짜게주시는 편인 게 유일한 단점입니다. 교수님이 기대하시는 과제 퀄리티가 꽤 높으십니다. 과제는 중간고사를 대체하는 team report와 final group project가 있고 class presentations와 기말고사 점수도 성적에 들어갑니다. 수업은 보통 group case study+presentations와 교수님의 ppt강의, 이렇게 두 파트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첫 수업 때 final group project를 같이 할 팀을 꾸리게 되는데 이 팀원들과 함께 매주 case study를 하고 중간 레포트를 쓰고 final group project역시 같이 쓰고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나 신경 써서 팀을 짜시길 바랍니다.
International Contract Law (전공선택)
Florencio Travieso
제가 가장 비추하는 수업입니다. 제가 법에 딱히 관심이 없기도 하지만 수업 내용 자체가 굉장히 지루하다고 느꼈습니다. 교수님은 아르헨티나에서 오신 현직 변호사이신데 강의 하실 때 항상 open-ended하시고 내용이 잘 정돈?되있는 느낌이 아니라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학생들의 수준을 너무 과대평가하시고 1을 말하면 10을 알아 들을 거라 생각하시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집중도 참여도 잘 하지 않아서 교수님과 학생들 사이에 묘한 어색함이 돌고 수업 흐름이 자주 끊기는 편입니다. 반면에 과제나 시험의 양은 많지 않은 편입니다. Final team project가 하나 있고 시험은 중간 quiz 와 기말고사가 있습니다. 기말고사는 모두 주관식이고 수업시간에 집중을 잘 해야 지야만 잘 답할 수 있는 그런 문제들입니다. 기업법에 대해 아주 깊이 있게 배우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수업에 흥미를 느끼려면 세계 나라들의 정치와 법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실제로도 법무사 사무소, government 쪽에서 인턴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Purchasing Management (전공선택)
Jean-Robert Fauré
고대 경영 전공 필수 과목인 오퍼레이션스 관리와 매우 흡사합니다. 이 수업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꿀강”입니다. 교수님이 굉장히 laid-back하시고 학생들을 충분히 배려하려고 노력하십니다. 하지만 그만큼 얻어가는 것이 별로 없고 수업도 왁자지껄한 분위기라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꿀강 답게 과제도 시험도 굉장히 쉽습니다. 과제는 final team project하나인데 다른 수업들에 비하면 요구하는 게 확실히 적습니다. 기말고사 또한 주관식+case study로 이루어져 있지만 필기 노트만 달달 외우면 충분히 답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French Civilization (일반선택)
Pascale Guillier
교환학생들만 수강할 수 있는 수업으로 프랑스의 역사, 문화, 지역 특징 등 프랑스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배웁니다. 교수님이 프랑스인 특유?의 여유로움과 유머러스함을 뽐내시고 프랑스 생활이 낯선 학생들을 위해 여러 정보와 지식을 중간중간 공유해주셔서 재미있고 얻어가는 게 생각보다 많은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의도 informal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평가는 퀴즈 세 개와 기말고사, 그리고 하나의 group project가 있는데 시험과 팀플 모두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프랑스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고, 이에 대한 현지인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흥미롭게 들을 수 있는 수업인 거 같습니다.
E-Business (전공선택)
Frank Chan
암기력에 자신 있다면 추천하는 수업입니다. 교수님이 매 수업 100장이 넘는 피피티로 강의하시는데 열심히 들으려고 노력해봐도 세시간 동안 교수님 말씀하시는걸 듣고 앉아만 있자니 정신이 점점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저의 집중력 탓도 있겠지만, 강의가 매끈?하지 않고 교수님이 가르치시고자 하는 건 많은데 그에 비해 전달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간고사가 없고 오로지 기말고사와 팀레포트, 그리고 출석만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대부분 학생이 수업시간에 집중을 안 하고 기말고사 직전에 900장의 글씨 빼곡한 피피티를 외우려 합니다. 본인 공부 취향에 따라 들을지 말지 결정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Luxury Marketing (전공선택)
Delphine Dion
전반적으로 추천해 드리고 싶은 수업입니다. 명품의 본고장인 파리에서 명품마켓팅 강의를 듣는 게 정말 큰 메리트인것 같고, 고대에는 명품마켓팅 수업이 없으니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생소한 topic이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오히려 기존 마켓팅 수업들과는 차별화 되는 게 있어서 매우 재밌게 들은 강의입니다. 교수님이 명품과 명품마켓팅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시고 평소에 명품에 관심이 많지 않았더라도 강의를 피피티 위주로 하시지 않고 여러 영상과 실제 사례들을 다루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학기 말에 제출하는 개인 레포트가 약간 부담스럽고 번거롭다는 것입니다. 직접 파리에 있는 7개의 명품 샵들을 가서 고객 행세를 하며 직원의 서비스, 스토리 텔링, 매장 인테리어, 상품 디스플레이 같은 것들을 관찰하고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레포트를 작성해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저 또한 당시엔 각 부티끄를 방문하고 녹음하고 기록하고 하는 게 귀찮았지만 돌이켜보니 “내가 언제 또 파리 명품샵을 가보겠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
3. 주거 및 파리 생활 전반
1) 숙소
ESSEC에는Le Port, Les Linandes, Cergy le Haut총 세 개의 기숙사가 있습니다. 세 개 모두 파리가 아닌 Cergy Pontoise에 위치해 있어 학교와 근접한 것이 장점입니다. 생각보다 기숙사비가 저렴하지 않지만 그만큼 파리에 있는 스튜디오나 학생 기숙사보다 깨끗하고 시 설이 좋고, 기숙사 담당자분께서 학생들의 Attestation d’hébergement (거주증명서) 및 CAF 등을 잘 도와주십니다.
Le Port은 학교까지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고 동네도 부촌이라 치안이 좋다는 걸로 알고있습니다. 다만 깜깜한 밤에 혼자 학교에서 Le Port까지 가는 길이 숲?속 이라서 강심장이 아니라면 무서울 수 있습니다. Les Linandes또한 학교에서 가깝지만, 시설이 굉장히 안 좋다고 들어서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교환학생은 Cergy Le Haut에서 살게 됩니다. 학교에서 RER로 두 정거장밖에 안 떨어져있어 편리하고 현대식 건물에 부엌, 화장실, 헬스장, 세탁실 등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동네도 사람 사는 동네답게 큰 대형마트와 빵집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다만 치안이 좋진 않아서 혼자 저녁에 건물 밖을 서성이는 건 정말 안전하지 않습니다. 또 제 경우엔 친구가 방문을 잠그지 않고 빨래하러 잠깐 방을 비운 사이 핸드폰, 신발 등을 도둑 맞은적이 있으니 항상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거의 모든 교환학생이 기숙사에 살아서 같이 밥도 해 먹고 기숙사나 학교 근처에서 열리는 여러 파티와 이벤트에 참석하며 친목을 다집니다. 하지만 저는 파리에서 꼭 살아보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고 애초에 에섹을 고른 이유도 파리와 근접해서이기 때문에 기숙사 신청을 안 하고 파리에 있는 스튜디오를 따로 구해서 살았습니다. 출국하기 전 한달 반 동안 인터넷으로 집을 부지런히 알아봤지만, 보증인이 없는 외국인에게 단기임대 내주는 사람들이 많이 없을뿐더러 제가 찾는 조건을 다 갖춘 집도 드물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물론 파리 현지에 있는 부동산이나 에이전트를 통해서 집을 구한다면 훨씬 수월하지만 저는 돈을 조금이나마 아끼고 싶어서 직접 leboncoin, parisattitude, pap, attitude 같은 website를 뒤져보고 주인들에게 다이렉트로 연락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론 francezone이라는 재불 한인 사이트에서 스튜디오를 구했고 제가 예상했던 금액보다는 약간 비쌌지만 16구 부촌에 위치해있고 RER A선, 1호선, 2호선, 6호선이 다 다니는 Charles-de-Gaulle Étoile 역 옆이라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이 집을 선택했습니다. 만약 파리에서 집을 구하실 계획이 있다면13, 18, 19, 20구는 가급적 피하시고, 학교와 그나마 가깝고 치안이 좋은 15구, 16구, 1~7구를 추천해 드립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파리1존보다 2존인 La Défense나 Neuilly-sur-Seine에 있는 집들을 알아보셨으면 합니다. 파리와는 달리 현대식 건물에 월세도 비교적 저렴하고 주변에 대기업회사들이 무수히 들어서 있어서 매우 안전하며 대형몰, 대형마트, 빵집 등등 없는 게 없습니다. 또 메트로 1호선이 2존까지 연결돼있어서 파리 시내까지 지하철로 약 10-15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파리 생활을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제 경험상 1200-1500 유로 이하의 월세로는 파리에서 살 만한 집을 구할 수 없습니다. 저 또한 월세가 1000유로에 육박하는 스튜디오에 살았지만, 매우 오래된 프랑스식 아파트 꼭대기 층에 있는 하녀방이였습니다. 처음엔 방이 너무 낡고 더러워서 밤새 청소하고 적응하느라 힘들었고, 건물 안에 세탁실이 없어서 매주 동네 빨래방을 드나들어야 했습니다 (세탁기사용 1회 5유로+건조기 10분 사용 2회 3유로여서 매번 빨래할 때마다 총 8유로가 들었습니다ㅠㅠ). RER는 제대로 운영하는 날이 없어 7시 반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저녁 9시 반이 돼서야 저녁밥을 해먹어야했고, 기숙사에 살았더라면 담당자분이 해결해 주었을 서류들을 제가 알아서 집주인에게 연락해가며 해결하려니 정신적으로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한 선택이니 어떻게든 참고 견뎠지만 두 번 하라면 못 할 거 같습니다. 물론 좋은 점들도 아주 많습니다. 집 밖을 나서면 개선문, 샹젤리제, 에펠탑 등 유명 관광지들이 한눈에 보이고,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마레지구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사람구경도 하고, 방학 기간에는 친구와 가족들이 놀러 와서 함께 파리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여행 갈 때도 기차역들과 가까워서 편리합니다. 이런 장단점을 잘 고려해보시고 만약에 저처럼 파리에서 생활하는 게 교환학생의 주목적이시라면 2존에 비교적 넓고 깨끗한 집들 위주로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숙소에 관해서는 제 경험을 토대로 파리나 파리 근교 집을 구할 때 꼭 확인해야 할 점들을 몇 가지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건물 내에 엘리베이터가 있음
-방 안에 화장실 변기, 샤워부스와 세면대가 있음
-변기가 복도에 있는 구조라면 가디언이 매일 화장실 청소를 함
-건물 내, 혹은 건물 근처에 세탁방이 있음
-중앙난방/개인난방
-meublé/non-meublé
-가디언이 24시간 상시 거주
-주거보조금 (CAF)을 받을 수 있음 (집주인과 상의)
-주인과 état des lieux과정을 모두 거침
-집 보험 여부 (프랑스는 스튜디오/기숙사도 집 보험을 드는게 의무입니다. 만약 본인이 신청하신다면 꼭 귀국 전에 보험을 해지하는게 중요합니다.)
2) 교통
파리 1존에서 학교가 있는 5존까지 RER을 타면 왕복 12유료라서 파리에서 통학하는 저는 나비고를 구입해서 매달 충전해서 사용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었습니다. 나비고는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일주일권 충전은 22,50유로, 한 달권 충전은 72,10유로입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교통비가 저렴하진 않지만 나비고만 있으면 일드프랑스 내의 버스, 지하철, RER, L선 등 거의 모든 교통수단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 덕분에 정말 자유롭게 잘 돌아다닌것 같습니다. 특히 나비고를 사용해서 베르사유 궁전, 라발레빌리지 아울렛, 디즈니랜드, 퐁테뉴블루 같은 파리 근교에 있는 여러 관광지를 다녀올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3) 쇼핑과 식사
파리는 돈 쓰기에 정말 최적화된 도시 같습니다. 워낙 거리마다 다양한 상점들이 줄을 서있어서 딱히 마음먹고 쇼핑하러 나가지 않아도 언제든지 어디서나 원하는 걸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레 지구엔 한국엔 아직 없는 브랜드 매장들이나 빈티지샵, SPA브랜드 매장, 편집샵, 갤러리, 명품샵, 백화점, 그리고 수많은 맛집까지 밀집해 있어서 쇼핑하고 구경하기 좋았습니다. 파리는 아무래도 도시가 크지 않기 때문에 쇼핑몰들이 규모가 작아서 실내에서 쇼핑하고 싶을 땐 라데빵스에 있는 Les Quatres Temps 몰을 갔습니다. 라데빵스 역에서 몰까지 연결돼있고, 일드프랑스 최규모 쇼핑몰답게 없는 브랜드가 없어서 여러 매장을 둘러 보기에 굉장히 편리했습니다. 무엇보다 라데빵스 역 안에 La Pharmacie de RER라는 약국이 있는데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몽쥬약국보다 대체로 저렴하고 직원들도 매우 친절해서 자주 애용했습니다.
프랑스는 국가에서 정해주는 세일기간이 일 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 있습니다. 세일기간에 아주 고가의 명품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브랜드가 적게는 20%, 많게는 70%까지 세일을 합니다. 이번 겨울엔 1월 11일에 soldes가 시작해서 여름부터 눈독을 들였던 옷들을 반값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쁘랭땅, 봉막쉐 같은 백화점들은 가입회원들에게 세일기간이 시작하기 며칠 전부터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빨리 원하는 상품을 겟할 수 있습니다.
파리에서 RER A선으로 약 1시간 떨어진 라발레빌리지 아울렛 또한 11월 중순에 대세일을 합니다. 1월 세일기간때보다 11월 중순에 할인 폭이 더 크다 하니 11월에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장보기 같은 경우는 거의 학교 옆에 있는 3 Fontaines 몰 안에 위치한 오샹 대형마트에서 해결했습니다. 학교까지 갈 일이 없는 방학 기간에는 라데빵스 쇼핑몰 안에 있는 오샹을 애용했습니다. 오샹이 파리 내에 있는 식료품 매장들 (카지노, 프랑프리, 모노프리)보다 저렴하고 (특히 요거트, 치즈, 계란, 과자류 등이 저렴합니다) 종류도 다양해서 과일과 채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오샹에서 장을 봤습니다. 과일과 채소 같은 경우에는 동네 과일가게가 더 비싸더라도 훨씬 신선하고 맛이 좋습니다. 대형마트에서 장보는 게 질렸을 땐 파리의 파머스 마켓을 방문하면 먹는 재미, 사는 재미, 보는 재미 모두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목요일, 일요일에만 여는 바스티유 파머스 마켓에 가면 구경할 것도 많고, 농민들이 직접 판매하는 싱싱한 채소와 과일, 해산물 등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파리는 외식비가 많이 비쌉니다. 일반 프랑스 식당에서 entree, plat, dessert+와인을 마시면 1인당 싸면 25-30유로, 비싸면 80-100유로까지 합니다. 저는 맛집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고 먹는 거에는 돈을 아끼지 말자라는 주의라 아침/점심은 빵이나 샌드위치로 때우고 저녁은 밖에서 자주 사 먹었습니다. 외식할 시간이 없을땐 집에서 간단히 샐러드나 덮밥 종류를 해 먹었습니다. 유명한 프랑스 음식점들은 비싼 가격이 수긍이 될 만큼 좋은 재료를 쓰고, 양이 많고, 조리법이 특별해서 돈이 아깝다고 생각 한적은 거의 없었지만, 반대로 한식, 일식, 중식을 밖에서 사 먹을때는 매번 정말 가성비가 좋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일식 중에선 오페라에 있는 라멘집들이 그나마 괜찮고, 반면에 스시집, 한식집, 중국집은 양도 적고,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편입니다. 그래서 가끔 한식이 먹고 싶을 때는 오페라에 있는 에이스마트와 케이마트에서 한식 재료를 사서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었습니다. 마트에 왠만한 제품은 다 있으니 짐 싸실 때 당장 먹을 햇반과 라면, 그리고 고추장, 후리가케, 굴소스 정도만 챙기셔도 충분할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파리에서 정말 추천해 드리고 싶은 레스토랑들은 Obermamma (싼 가격에 최상의 퀄리티 파스타, 피자, 치즈를 먹을 수 있음. 트러플 파스타와 부라타 치즈가 특히 맛있음), Frenchie와 Verjus (적당한 가격에 맛있는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음), Bouillon Racine (역사가 깊고 내부가 아주 멋있는 전통 프랑스 음식점), Bouillon Chartier (정말 싼 가격에 entrecote, fois gras, escargots를 먹을 수 있는 집), Breizh Cafe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는 정통 노르망디 크레페와 갈레트를 파는 집), Benedict (마레의 유명한 브런치집), le Kok (싼 가격에 포와 쨔죠를 먹을 수 있는 베트남 음식점) 입니다 :). 파리 외식비가 비싸다고는 하지만 유명 셰프들이 운영하는 서래마을/한남동 양식점들보다 퀄리티 대비 훨씬 저렴하니 프랑스의 음식/외식 문화를 실컷 즐기고 오시길 바랍니다. 파리에는 미슐랭 음식점도 매우 많아서 특별한 날에 방문하면 정말 잊을 수 없는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대부분 예약하기가 어려워서 최소 3주~1달 반전에는 식당에 연락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4) 관광
과연 교환학생을 가서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을지 고민하실 텐데 에섹은 대부분 수업이 주 1회기 때문에 월공강이나 금공강을 만들기 쉽습니다. 10월 중순에 2주 방학이 있고 수업도 12월 초면 종강하기 때문에 여행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SNCF에서 만 18-27세에게 판매하는 Carte Jeune을 구매하면 SNCF 기차표를 거의 모두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Carte jeune의 정찰 가격은 50유로지만 프로모션 기간에 50% 할인된 25유로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저는 프로모션 기간 때 저렴하게 구매해서 기차표 살 때마다 적게는 10유로, 많게는 150유로까지 할인을 받았습니다. 저는 교환학생 한 학기 목적이 파리와 프랑스를 충분히 경험하고 즐겨보자였고, 시간에 쫓겨 유명 관광지들만 찍고 오는 여행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주말마다 다른 유럽국가로 여행가는 교환학생들과는 달리 파리 곳곳을 둘러보며 여유를 즐겼습니다. 대신 방학 동안 파리를 방문한 친구들이나 가족과 함께 프랑스 국내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유명 관광도시인 스트라스부르, 루앙, 몽생미셸부터 프랑스 남부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들까지 모두 각각 다른 매력이 있고 기차로 쉽게 이동할 수 있어서 정말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학생증이나 비자가 있으면 프랑스 내의 많은 관광지들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니 어딜 가던 항상 여권과 학생증을 챙겨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5) 안전
몇 년 째 파리가 테러, 무차별 폭행, 그리고 최근에 있던 한국인 관광객 강도사건까지 조용한 날이 없습니다. 실제로도 공항, 길거리, 기차/지하철역, 관광지들 주변에 무장 군인들이 24시간 순찰을 하고 있고, 크리스마스 시즌 때엔 보안을 더욱 강화해서 어디를 가던 군인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파리로 교환학생을 간다 했을 때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셨지만, 오히려 파리에서 이미 여러 테러 사건이 있었기에 보안이 굉장히 철저하고, 약간의 수상함만 느껴져도 즉각 뉴스 속보가 보도돼서 생각보다 안전하다고 느꼈습니다. 테러 위험 때문에 크리스마스마켓, 그랑빨레 스케이트장, 새해 퍼레이드 같은 대행사들이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많았는데 문제없이 잘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강도, 절도와 소매치기가 더 우려되었던 거 같습니다. 특히 파리 북부 외곽지역인 Saint-Denis근처에선 정말정말 안전주의 하시길 바랍니다!!!!! 일드프랑스 범죄 사건들의 99%는 생드니에서 일어난다고 보면 되고, 저 또한 공항에서 택시 타고 파리로 가는 길에 갑자기 고속도로 갓길에서 나타난 괴한에게 강도를 당할 뻔 했습니다 (공항에서 파리로 가기 위해선 생드니를 지나쳐야 합니다). 괴한이 창문을 깨지 못해서 다행히도 피해는 없었지만 제 지인 중에서도 당한 사람들이 꽤 있을 정도로 흔한 일이라고 하니 공항에서 파리 오실 때엔 되도록 공항 리무진이나 우버를 이용하시는 게 안전할것 같습니다. 주불 대한민국 대사관의 사고 대처가 매우 느리고 답답하기로 악명이 높으니 항상 몸조심하셔야 합니다.
3. 마무리
학창시절 때 10년 넘게 외국생활을 해서 파리에서 생활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건 큰 착오였습니다. 저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어서 언어 장벽은 딱히 없었지만, 파리의 열악한 위생 상태, 느린 행정 처리, 그리고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인종 차별을 모두 동시에 견디려니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습니다. 폐쇄적인 프랑스에서 저 같은 이방인은 차별과 범죄의 표적이 될 거라는 두려움이 항상 있었고, 그 때문에 어디서나 긴장을 놓치 않느라 집에 돌아오면 늘 녹초 상태였습니다. 우여곡절로 가득했던 한 학기였지만 힘들었던 기억보다 좋았던 기억이 더 많이 남는 꿈만같던 시간이었고, 제가 교환학생을 가서 이루고자 한 목표들을 다 이루었기에 절때 후회나 미련은 없습니다. 불어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고, 진로 목표가 더 뚜렷해졌고, 제가 꿈꾸던 파리에서의 생활을 5개월 동안이나 누릴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좋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준 고려대학교 국제실에 감사드립니다.
최대한 솔직하고 자세하게 쓰려고 했는데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직 한국어가 많이 어눌해서 읽는 데 많은 어려움도 겪으셨을 거 같습니다. 이해가 안 되거나 추가로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laurakim0130@gmail.com 로 메일 보내주세요 :)
- 학교 소개
ESSEC Business School은 프랑스 Ile-de-France주 5존에 있는 Cergy Pontoise라는 계획도시에 위치한 경영대학입니다. 1존인 파리에서 RER이란 한국의 경춘선과 비슷한 전철을 타면 학교까지 45 분쯤 걸립니다. ESSEC은 프랑스의 그랑제꼴 중 하나로 Luxury Marketing MBA 과정이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교환학생들은 ESSEC의 그랑제꼴 프로그램이 아닌 Global BBA프로그램 수업들을 듣게 되며 아무래도 2년의 préparatoires을 마치고 프랑스의 수능을 무사히 쳐야만 들어갈 수 있는 그랑제꼴에 비해 학생들과 수업 수준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Ile-de-France주 periphery에 위치해 있어 파리에서 약간 멀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대신 파리에 있는 다른 경영 단과대들과 달리 학교가 비교적 크고 체육관, 도서관, 카페테리아, 바 같은 시설들이 깔끔하고 편리하게 잘 갖춰져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파견 준비
1) 비자 신청
프랑스의 행정처리는 느리기로 악명이 높아서 많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또한 “싸데뻥”의 나라인지라 서류가 처리되는 데 까지 걸리는 기간, 서류신청의 통과 여부 등이 사람마다 달라서 답답하더라도 자포자기 상태로 마냥 기다리는 게 가장 편합니다. 저는 결과적으로 캠퍼스 프랑스에 서류 접수를 하고 나서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기까지 약 한달 반이 걸렸습니다.
학교에서 acceptance letter가 도착하면 순서대로 캠퍼스 프랑스에 서류를 보내고 캠퍼스 프랑스 면접과 대사관 면접을 봐야 합니다. 캠퍼스 프랑스에 보내야 할 서류는 제 기억으로는 여권사본, acceptance letter, 재학증명서, 캠퍼스 프랑스 접수신청서, CV, Letter of motivation과 30만 원의 행정비용 입금 확인서 등이 있는데 초록창에 검색하시면 아주 자세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미리미리 하는 것을 권장해 드리지만 저 같은 경우는 acceptance letter가 ESSEC에서 6월 말에 도착해서 모든 process가 지체되었고 설상가상으로 그 서류에 제 영문 이름이 틀리게 적혀있어서 ESSEC에 수정본을 다시 요청하느라 1-2주 정도 더 걸렸습니다 (Acceptance letter받는 즉시 틀린 게 없는지 잘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7월 초중에 캠퍼스 프랑스 면접을 봤고 면접은 굉장히 informal한 분위기에서 약 30명의 학생이 다 같이 봤습니다. 면접관님이 프랑스 교환생활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해주셨고 랜덤으로 list에서 두 명을 선택해 질문에 답하게 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파견된 학교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같은 어렵지 않은 질문들이어서 따로 준비 안하고 가셔도 될 거 같습니다. 이날 면접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 대사관 면접 신청입니다. 캠퍼스 프랑스 면접 날 미디어도서관 옆에 설치돼있는 컴퓨터에서만 대사관 면접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초록창에 잘 설명돼있지만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당일 면접 시간이 늦은 시간에 있더라도 컴퓨터예약이 오픈되는 1시 반보다 약 30분-1시간 전에 도착해서 줄을 서면 훨씬 시간도 절약되고 대사관 면접을 원하는 날짜에 최대한 빨리 예약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 5번째로 예약을 했는데도 제일 빠른 면접날짜가 8월 4일이여서 출국 날 전에 비자를 못 받을까 봐 많이 걱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도 출국 이틀 전에 비자가 도착해서 무사히 출국할 수 있었지만, 최대한 이런 다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서류 처리를 꼼꼼하고 빠르게 하시길 바랍니다. 대사관 면접 또한 필요한 서류들만 잘 갖춰서 간다면 아주 간단합니다. 당일 날 환율로 접수비 60유로를 원화, 현금으로 지불해야하는 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7-8만 원 정도 가져가면 좋을 거 같습니다).
2) 아포스티유, 번역 공증
아포스티유 발급과 번역 공증 또한 최대한 빨리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 두 과정을 거쳐야만 프랑스어로 된 출생증명서를 받을 수 있는데 ESSEC에 정식으로 등록하기 위해선 이 서류를 꼭 에섹 registration 사이트에 업로드 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출생증명서는 프랑스의 거의 모든 행정업무에서 필요로 하니 여러 사본을 만들어 놓으시는 게 좋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출생증명서라는 게 없어서 출국 전에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를 외교부 여권과에 가져가 아포스티유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아포스티유는 오전에 맡기시면 오후에 찾으실 수 있습니다. 다음, 아포스티유 받은 서류들을 출생증명서로 갈음해 번역 공증을 받아야 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파리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서 받으면 더 저렴하다 해서 프랑스 도착하자마자 대사관을 찾아갔습니다. 대사관 컴퓨터 데스크를 보시면 출생증명서 양식이 있는데 이를 참고하여 본인이 직접 출생증명서를 작성해서 출력하시고 아포스티유를 받아간 서류들과 함께 대사관에 제출하시면 됩니다. 금액은 3유로대이고 공증을 받는 데 하루밖에 걸리지 않으니 시간적 여유만 있으시다면 파리에서 받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3) 보험
저는 아는 선배에게 소개받아 출국 전에 동부화재 유학생 보험을 들고 갔습니다. 한국 유학생 보험에 가입이 돼 있어도 에섹 Welcome Week 기간에 모든 학생이 별도로 프랑스 건강 보험에 의무적으로 들어야 합니다. 200유로쯤 냈던 거 같은데 이 보험에 가입 하지 않으면 학교에 정식으로 등록을 못 합니다.
4) 비행기 표
저는 아시아나 이코노미 클래스 왕복 직항 비행기 표를 출국하기 한달 전 (7월 중순)에116만원 주고 끊었습니다.
5) OFII, CAF
프랑스 학생비자를 받으셔도 프랑스에 90일 이상 머무는 사람들은 무조건 OFII라는 체류증을 발급 받아야 합니다. 요구하는 서류만 잘 갖추고 있다면 딱히 복잡한 과정은 아닌데 저는 OFII가 파리 도착한 지 90일이 지났는데도 나오지 않아서 굉장히 애를 먹었습니다. 프랑스가 아무리 행정업무가 느리다고는 하지만 제가 추측하는 바는 학교에다 서류처리를 맡긴 게 실수였던 거 같습니다. Welcome Week동안 학교에서 여러 booth를 열어 OFII 사무실, 은행 등에서 담당자가 직접 와서 서류 접수를 해주는데 따로 서류를 우체국 가서 등기로 보낼 필요 없이 학교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어서 편리하지만 제 경험상 학교에다 맡기는걸 정말 백번 말리고 싶습니다!!!! 백여 명 되는 교환학생들의 서류를 한꺼번에 처리하느라 그런지 서류 registration process가 아주 느리고 어설퍼서 OFII를 파리 도착한 지 약 100일 만에 받았습니다. 덕분에 이미 계획해놨던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고 CAF에 필요한 OFII서류를 기간 내에 제출하지 못해 모든 절차가 복잡해졌습니다.
CAF는 Caisse d’Allocations Familiales 의 약자로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외국인도 APL (주거보조금)을 매달 받을 수 있습니다. 신청하기 위해선 프랑스 계좌번호, OFII, 거주증명서, 출생증명서, 집 보험계약서 등이 필요하고 OFII는 caf 신청 그날 갖고 있지 않아도 나중에 OFII가 나온 후 따로 우편으로 제출하겠다 하면 신청을 받아줍니다. 하지만 우편으로 제출하면 서류가 접수 되는 데까지 1달 반-2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니 추가 제출할 서류가 있다면 최대한 빨리, 사무실로 직접 가셔서 제출하시는걸 suggest해드립니다. 이 외에도 요구하는 서류가 많고 사무실 방문할 때마다 약 1시간 정도 대기해야 하고 (사무실 직원들이 불어밖에 못 하는 것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모든 절차가 완벽하더라도 보조금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신청하고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보조금 액수도 랜덤입니다. 기준이 있다고는 하는데 같은 건물 기숙사 사는 이웃 방 친구들끼리도 받는 금액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기숙사가 아닌 파리 16구에 위치한 20제곱미터 스튜디오를 구해서 살았는데 한 달 월세 900유로+전기세 따로였지만 APL 금액은 212유로로 측정되었습니다. 반면에 같은 동네 13제곱미터, 월세 600유로인 스튜디오에 거주한 지인도 212유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보조금 액수를 떠나서, 정말 운이 좋지 않은 이상 보조금이 제때 매달 입금되지 않아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결국 5개월 이내에 1원의 보조금도 받지 못하고 프랑스를 떠나는 학생들이 허다합니다. 저 또한 사무실도 여러 번 방문해보고, 재촉도 해봤지만 CAF가 끝내 들어오지 않아 은행 계좌를 열어놓은 체로 1월 중순에 귀국했고 약 2주 후에 돈이 들어왔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6) 수강 신청
수강 신청은 매우 쉽고 수월한 편입니다. ESSEC에서 메일로 보내주는 welcome pack을 잘 숙지하고 적혀진 날짜와 시간에 course regi site에 들어가면 원하는 과목을 무리 없이 신청할 수 있습니다. ESSEC은 고대와는 다르게 대부분 수업이 일주일에 한 번 진행되는 3시간짜리 수업이고 하루에 총 3교시 (아침 9시, 오후 1시, 오후 4시 반 수업)가 있습니다. 여행을 주목적으로 교환을 가신다면 하루에 수업을 3개씩 듣고 주2/3일 학교에 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방학 기간에 진행하는 intensive course를 들어 학점을 채울 수도 있습니다). 만약 파리에서 통학하실 계획이라면 오후4시 반 수업보단 아침 수업을 들으시는 게 좋습니다. 가을/겨울엔 해가 5시면 져서 수업이 끝난 밤 8시쯤 동양인 혼자 RER을 타고 하교하는 길이 안전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2. 수업
ESSEC에선 1.8ECTS가 고대 1학점으로 변환되기 때문에 전공필수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4 ETCS 강의 6개를 수강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에섹에서 프랑스어 수업을 듣지 않아서 언어 수업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다른 체험 수기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International Marketing (전공선택)
Anne Placet
제가 들은 6과목 중에 가장 추천해 드리고 싶은 수업입니다. 교수님의 강의력이 매우매우 뛰어나시고 직장 경험도 풍부하십니다. 무엇보다 수업을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게 진행하셔서 수업이 있는 매주 목요일이 기다려질 정도였습니다. 다만 점수를 짜게주시는 편인 게 유일한 단점입니다. 교수님이 기대하시는 과제 퀄리티가 꽤 높으십니다. 과제는 중간고사를 대체하는 team report와 final group project가 있고 class presentations와 기말고사 점수도 성적에 들어갑니다. 수업은 보통 group case study+presentations와 교수님의 ppt강의, 이렇게 두 파트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첫 수업 때 final group project를 같이 할 팀을 꾸리게 되는데 이 팀원들과 함께 매주 case study를 하고 중간 레포트를 쓰고 final group project역시 같이 쓰고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나 신경 써서 팀을 짜시길 바랍니다.
International Contract Law (전공선택)
Florencio Travieso
제가 가장 비추하는 수업입니다. 제가 법에 딱히 관심이 없기도 하지만 수업 내용 자체가 굉장히 지루하다고 느꼈습니다. 교수님은 아르헨티나에서 오신 현직 변호사이신데 강의 하실 때 항상 open-ended하시고 내용이 잘 정돈?되있는 느낌이 아니라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학생들의 수준을 너무 과대평가하시고 1을 말하면 10을 알아 들을 거라 생각하시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집중도 참여도 잘 하지 않아서 교수님과 학생들 사이에 묘한 어색함이 돌고 수업 흐름이 자주 끊기는 편입니다. 반면에 과제나 시험의 양은 많지 않은 편입니다. Final team project가 하나 있고 시험은 중간 quiz 와 기말고사가 있습니다. 기말고사는 모두 주관식이고 수업시간에 집중을 잘 해야 지야만 잘 답할 수 있는 그런 문제들입니다. 기업법에 대해 아주 깊이 있게 배우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수업에 흥미를 느끼려면 세계 나라들의 정치와 법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실제로도 법무사 사무소, government 쪽에서 인턴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Purchasing Management (전공선택)
Jean-Robert Fauré
고대 경영 전공 필수 과목인 오퍼레이션스 관리와 매우 흡사합니다. 이 수업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꿀강”입니다. 교수님이 굉장히 laid-back하시고 학생들을 충분히 배려하려고 노력하십니다. 하지만 그만큼 얻어가는 것이 별로 없고 수업도 왁자지껄한 분위기라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꿀강 답게 과제도 시험도 굉장히 쉽습니다. 과제는 final team project하나인데 다른 수업들에 비하면 요구하는 게 확실히 적습니다. 기말고사 또한 주관식+case study로 이루어져 있지만 필기 노트만 달달 외우면 충분히 답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French Civilization (일반선택)
Pascale Guillier
교환학생들만 수강할 수 있는 수업으로 프랑스의 역사, 문화, 지역 특징 등 프랑스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배웁니다. 교수님이 프랑스인 특유?의 여유로움과 유머러스함을 뽐내시고 프랑스 생활이 낯선 학생들을 위해 여러 정보와 지식을 중간중간 공유해주셔서 재미있고 얻어가는 게 생각보다 많은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의도 informal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평가는 퀴즈 세 개와 기말고사, 그리고 하나의 group project가 있는데 시험과 팀플 모두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프랑스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고, 이에 대한 현지인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흥미롭게 들을 수 있는 수업인 거 같습니다.
E-Business (전공선택)
Frank Chan
암기력에 자신 있다면 추천하는 수업입니다. 교수님이 매 수업 100장이 넘는 피피티로 강의하시는데 열심히 들으려고 노력해봐도 세시간 동안 교수님 말씀하시는걸 듣고 앉아만 있자니 정신이 점점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저의 집중력 탓도 있겠지만, 강의가 매끈?하지 않고 교수님이 가르치시고자 하는 건 많은데 그에 비해 전달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간고사가 없고 오로지 기말고사와 팀레포트, 그리고 출석만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대부분 학생이 수업시간에 집중을 안 하고 기말고사 직전에 900장의 글씨 빼곡한 피피티를 외우려 합니다. 본인 공부 취향에 따라 들을지 말지 결정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Luxury Marketing (전공선택)
Delphine Dion
전반적으로 추천해 드리고 싶은 수업입니다. 명품의 본고장인 파리에서 명품마켓팅 강의를 듣는 게 정말 큰 메리트인것 같고, 고대에는 명품마켓팅 수업이 없으니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생소한 topic이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오히려 기존 마켓팅 수업들과는 차별화 되는 게 있어서 매우 재밌게 들은 강의입니다. 교수님이 명품과 명품마켓팅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시고 평소에 명품에 관심이 많지 않았더라도 강의를 피피티 위주로 하시지 않고 여러 영상과 실제 사례들을 다루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학기 말에 제출하는 개인 레포트가 약간 부담스럽고 번거롭다는 것입니다. 직접 파리에 있는 7개의 명품 샵들을 가서 고객 행세를 하며 직원의 서비스, 스토리 텔링, 매장 인테리어, 상품 디스플레이 같은 것들을 관찰하고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레포트를 작성해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저 또한 당시엔 각 부티끄를 방문하고 녹음하고 기록하고 하는 게 귀찮았지만 돌이켜보니 “내가 언제 또 파리 명품샵을 가보겠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
3. 주거 및 파리 생활 전반
1) 숙소
ESSEC에는Le Port, Les Linandes, Cergy le Haut총 세 개의 기숙사가 있습니다. 세 개 모두 파리가 아닌 Cergy Pontoise에 위치해 있어 학교와 근접한 것이 장점입니다. 생각보다 기숙사비가 저렴하지 않지만 그만큼 파리에 있는 스튜디오나 학생 기숙사보다 깨끗하고 시 설이 좋고, 기숙사 담당자분께서 학생들의 Attestation d’hébergement (거주증명서) 및 CAF 등을 잘 도와주십니다.
Le Port은 학교까지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고 동네도 부촌이라 치안이 좋다는 걸로 알고있습니다. 다만 깜깜한 밤에 혼자 학교에서 Le Port까지 가는 길이 숲?속 이라서 강심장이 아니라면 무서울 수 있습니다. Les Linandes또한 학교에서 가깝지만, 시설이 굉장히 안 좋다고 들어서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교환학생은 Cergy Le Haut에서 살게 됩니다. 학교에서 RER로 두 정거장밖에 안 떨어져있어 편리하고 현대식 건물에 부엌, 화장실, 헬스장, 세탁실 등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동네도 사람 사는 동네답게 큰 대형마트와 빵집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다만 치안이 좋진 않아서 혼자 저녁에 건물 밖을 서성이는 건 정말 안전하지 않습니다. 또 제 경우엔 친구가 방문을 잠그지 않고 빨래하러 잠깐 방을 비운 사이 핸드폰, 신발 등을 도둑 맞은적이 있으니 항상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거의 모든 교환학생이 기숙사에 살아서 같이 밥도 해 먹고 기숙사나 학교 근처에서 열리는 여러 파티와 이벤트에 참석하며 친목을 다집니다. 하지만 저는 파리에서 꼭 살아보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고 애초에 에섹을 고른 이유도 파리와 근접해서이기 때문에 기숙사 신청을 안 하고 파리에 있는 스튜디오를 따로 구해서 살았습니다. 출국하기 전 한달 반 동안 인터넷으로 집을 부지런히 알아봤지만, 보증인이 없는 외국인에게 단기임대 내주는 사람들이 많이 없을뿐더러 제가 찾는 조건을 다 갖춘 집도 드물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물론 파리 현지에 있는 부동산이나 에이전트를 통해서 집을 구한다면 훨씬 수월하지만 저는 돈을 조금이나마 아끼고 싶어서 직접 leboncoin, parisattitude, pap, attitude 같은 website를 뒤져보고 주인들에게 다이렉트로 연락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론 francezone이라는 재불 한인 사이트에서 스튜디오를 구했고 제가 예상했던 금액보다는 약간 비쌌지만 16구 부촌에 위치해있고 RER A선, 1호선, 2호선, 6호선이 다 다니는 Charles-de-Gaulle Étoile 역 옆이라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이 집을 선택했습니다. 만약 파리에서 집을 구하실 계획이 있다면13, 18, 19, 20구는 가급적 피하시고, 학교와 그나마 가깝고 치안이 좋은 15구, 16구, 1~7구를 추천해 드립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파리1존보다 2존인 La Défense나 Neuilly-sur-Seine에 있는 집들을 알아보셨으면 합니다. 파리와는 달리 현대식 건물에 월세도 비교적 저렴하고 주변에 대기업회사들이 무수히 들어서 있어서 매우 안전하며 대형몰, 대형마트, 빵집 등등 없는 게 없습니다. 또 메트로 1호선이 2존까지 연결돼있어서 파리 시내까지 지하철로 약 10-15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파리 생활을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제 경험상 1200-1500 유로 이하의 월세로는 파리에서 살 만한 집을 구할 수 없습니다. 저 또한 월세가 1000유로에 육박하는 스튜디오에 살았지만, 매우 오래된 프랑스식 아파트 꼭대기 층에 있는 하녀방이였습니다. 처음엔 방이 너무 낡고 더러워서 밤새 청소하고 적응하느라 힘들었고, 건물 안에 세탁실이 없어서 매주 동네 빨래방을 드나들어야 했습니다 (세탁기사용 1회 5유로+건조기 10분 사용 2회 3유로여서 매번 빨래할 때마다 총 8유로가 들었습니다ㅠㅠ). RER는 제대로 운영하는 날이 없어 7시 반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저녁 9시 반이 돼서야 저녁밥을 해먹어야했고, 기숙사에 살았더라면 담당자분이 해결해 주었을 서류들을 제가 알아서 집주인에게 연락해가며 해결하려니 정신적으로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한 선택이니 어떻게든 참고 견뎠지만 두 번 하라면 못 할 거 같습니다. 물론 좋은 점들도 아주 많습니다. 집 밖을 나서면 개선문, 샹젤리제, 에펠탑 등 유명 관광지들이 한눈에 보이고,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마레지구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사람구경도 하고, 방학 기간에는 친구와 가족들이 놀러 와서 함께 파리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여행 갈 때도 기차역들과 가까워서 편리합니다. 이런 장단점을 잘 고려해보시고 만약에 저처럼 파리에서 생활하는 게 교환학생의 주목적이시라면 2존에 비교적 넓고 깨끗한 집들 위주로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숙소에 관해서는 제 경험을 토대로 파리나 파리 근교 집을 구할 때 꼭 확인해야 할 점들을 몇 가지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건물 내에 엘리베이터가 있음
-방 안에 화장실 변기, 샤워부스와 세면대가 있음
-변기가 복도에 있는 구조라면 가디언이 매일 화장실 청소를 함
-건물 내, 혹은 건물 근처에 세탁방이 있음
-중앙난방/개인난방
-meublé/non-meublé
-가디언이 24시간 상시 거주
-주거보조금 (CAF)을 받을 수 있음 (집주인과 상의)
-주인과 état des lieux과정을 모두 거침
-집 보험 여부 (프랑스는 스튜디오/기숙사도 집 보험을 드는게 의무입니다. 만약 본인이 신청하신다면 꼭 귀국 전에 보험을 해지하는게 중요합니다.)
2) 교통
파리 1존에서 학교가 있는 5존까지 RER을 타면 왕복 12유료라서 파리에서 통학하는 저는 나비고를 구입해서 매달 충전해서 사용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었습니다. 나비고는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일주일권 충전은 22,50유로, 한 달권 충전은 72,10유로입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교통비가 저렴하진 않지만 나비고만 있으면 일드프랑스 내의 버스, 지하철, RER, L선 등 거의 모든 교통수단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 덕분에 정말 자유롭게 잘 돌아다닌것 같습니다. 특히 나비고를 사용해서 베르사유 궁전, 라발레빌리지 아울렛, 디즈니랜드, 퐁테뉴블루 같은 파리 근교에 있는 여러 관광지를 다녀올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3) 쇼핑과 식사
파리는 돈 쓰기에 정말 최적화된 도시 같습니다. 워낙 거리마다 다양한 상점들이 줄을 서있어서 딱히 마음먹고 쇼핑하러 나가지 않아도 언제든지 어디서나 원하는 걸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레 지구엔 한국엔 아직 없는 브랜드 매장들이나 빈티지샵, SPA브랜드 매장, 편집샵, 갤러리, 명품샵, 백화점, 그리고 수많은 맛집까지 밀집해 있어서 쇼핑하고 구경하기 좋았습니다. 파리는 아무래도 도시가 크지 않기 때문에 쇼핑몰들이 규모가 작아서 실내에서 쇼핑하고 싶을 땐 라데빵스에 있는 Les Quatres Temps 몰을 갔습니다. 라데빵스 역에서 몰까지 연결돼있고, 일드프랑스 최규모 쇼핑몰답게 없는 브랜드가 없어서 여러 매장을 둘러 보기에 굉장히 편리했습니다. 무엇보다 라데빵스 역 안에 La Pharmacie de RER라는 약국이 있는데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몽쥬약국보다 대체로 저렴하고 직원들도 매우 친절해서 자주 애용했습니다.
프랑스는 국가에서 정해주는 세일기간이 일 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 있습니다. 세일기간에 아주 고가의 명품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브랜드가 적게는 20%, 많게는 70%까지 세일을 합니다. 이번 겨울엔 1월 11일에 soldes가 시작해서 여름부터 눈독을 들였던 옷들을 반값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쁘랭땅, 봉막쉐 같은 백화점들은 가입회원들에게 세일기간이 시작하기 며칠 전부터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빨리 원하는 상품을 겟할 수 있습니다.
파리에서 RER A선으로 약 1시간 떨어진 라발레빌리지 아울렛 또한 11월 중순에 대세일을 합니다. 1월 세일기간때보다 11월 중순에 할인 폭이 더 크다 하니 11월에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장보기 같은 경우는 거의 학교 옆에 있는 3 Fontaines 몰 안에 위치한 오샹 대형마트에서 해결했습니다. 학교까지 갈 일이 없는 방학 기간에는 라데빵스 쇼핑몰 안에 있는 오샹을 애용했습니다. 오샹이 파리 내에 있는 식료품 매장들 (카지노, 프랑프리, 모노프리)보다 저렴하고 (특히 요거트, 치즈, 계란, 과자류 등이 저렴합니다) 종류도 다양해서 과일과 채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오샹에서 장을 봤습니다. 과일과 채소 같은 경우에는 동네 과일가게가 더 비싸더라도 훨씬 신선하고 맛이 좋습니다. 대형마트에서 장보는 게 질렸을 땐 파리의 파머스 마켓을 방문하면 먹는 재미, 사는 재미, 보는 재미 모두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목요일, 일요일에만 여는 바스티유 파머스 마켓에 가면 구경할 것도 많고, 농민들이 직접 판매하는 싱싱한 채소와 과일, 해산물 등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파리는 외식비가 많이 비쌉니다. 일반 프랑스 식당에서 entree, plat, dessert+와인을 마시면 1인당 싸면 25-30유로, 비싸면 80-100유로까지 합니다. 저는 맛집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고 먹는 거에는 돈을 아끼지 말자라는 주의라 아침/점심은 빵이나 샌드위치로 때우고 저녁은 밖에서 자주 사 먹었습니다. 외식할 시간이 없을땐 집에서 간단히 샐러드나 덮밥 종류를 해 먹었습니다. 유명한 프랑스 음식점들은 비싼 가격이 수긍이 될 만큼 좋은 재료를 쓰고, 양이 많고, 조리법이 특별해서 돈이 아깝다고 생각 한적은 거의 없었지만, 반대로 한식, 일식, 중식을 밖에서 사 먹을때는 매번 정말 가성비가 좋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일식 중에선 오페라에 있는 라멘집들이 그나마 괜찮고, 반면에 스시집, 한식집, 중국집은 양도 적고,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편입니다. 그래서 가끔 한식이 먹고 싶을 때는 오페라에 있는 에이스마트와 케이마트에서 한식 재료를 사서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었습니다. 마트에 왠만한 제품은 다 있으니 짐 싸실 때 당장 먹을 햇반과 라면, 그리고 고추장, 후리가케, 굴소스 정도만 챙기셔도 충분할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파리에서 정말 추천해 드리고 싶은 레스토랑들은 Obermamma (싼 가격에 최상의 퀄리티 파스타, 피자, 치즈를 먹을 수 있음. 트러플 파스타와 부라타 치즈가 특히 맛있음), Frenchie와 Verjus (적당한 가격에 맛있는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음), Bouillon Racine (역사가 깊고 내부가 아주 멋있는 전통 프랑스 음식점), Bouillon Chartier (정말 싼 가격에 entrecote, fois gras, escargots를 먹을 수 있는 집), Breizh Cafe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는 정통 노르망디 크레페와 갈레트를 파는 집), Benedict (마레의 유명한 브런치집), le Kok (싼 가격에 포와 쨔죠를 먹을 수 있는 베트남 음식점) 입니다 :). 파리 외식비가 비싸다고는 하지만 유명 셰프들이 운영하는 서래마을/한남동 양식점들보다 퀄리티 대비 훨씬 저렴하니 프랑스의 음식/외식 문화를 실컷 즐기고 오시길 바랍니다. 파리에는 미슐랭 음식점도 매우 많아서 특별한 날에 방문하면 정말 잊을 수 없는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대부분 예약하기가 어려워서 최소 3주~1달 반전에는 식당에 연락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4) 관광
과연 교환학생을 가서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을지 고민하실 텐데 에섹은 대부분 수업이 주 1회기 때문에 월공강이나 금공강을 만들기 쉽습니다. 10월 중순에 2주 방학이 있고 수업도 12월 초면 종강하기 때문에 여행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SNCF에서 만 18-27세에게 판매하는 Carte Jeune을 구매하면 SNCF 기차표를 거의 모두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Carte jeune의 정찰 가격은 50유로지만 프로모션 기간에 50% 할인된 25유로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저는 프로모션 기간 때 저렴하게 구매해서 기차표 살 때마다 적게는 10유로, 많게는 150유로까지 할인을 받았습니다. 저는 교환학생 한 학기 목적이 파리와 프랑스를 충분히 경험하고 즐겨보자였고, 시간에 쫓겨 유명 관광지들만 찍고 오는 여행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주말마다 다른 유럽국가로 여행가는 교환학생들과는 달리 파리 곳곳을 둘러보며 여유를 즐겼습니다. 대신 방학 동안 파리를 방문한 친구들이나 가족과 함께 프랑스 국내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유명 관광도시인 스트라스부르, 루앙, 몽생미셸부터 프랑스 남부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들까지 모두 각각 다른 매력이 있고 기차로 쉽게 이동할 수 있어서 정말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학생증이나 비자가 있으면 프랑스 내의 많은 관광지들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니 어딜 가던 항상 여권과 학생증을 챙겨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5) 안전
몇 년 째 파리가 테러, 무차별 폭행, 그리고 최근에 있던 한국인 관광객 강도사건까지 조용한 날이 없습니다. 실제로도 공항, 길거리, 기차/지하철역, 관광지들 주변에 무장 군인들이 24시간 순찰을 하고 있고, 크리스마스 시즌 때엔 보안을 더욱 강화해서 어디를 가던 군인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파리로 교환학생을 간다 했을 때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셨지만, 오히려 파리에서 이미 여러 테러 사건이 있었기에 보안이 굉장히 철저하고, 약간의 수상함만 느껴져도 즉각 뉴스 속보가 보도돼서 생각보다 안전하다고 느꼈습니다. 테러 위험 때문에 크리스마스마켓, 그랑빨레 스케이트장, 새해 퍼레이드 같은 대행사들이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많았는데 문제없이 잘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강도, 절도와 소매치기가 더 우려되었던 거 같습니다. 특히 파리 북부 외곽지역인 Saint-Denis근처에선 정말정말 안전주의 하시길 바랍니다!!!!! 일드프랑스 범죄 사건들의 99%는 생드니에서 일어난다고 보면 되고, 저 또한 공항에서 택시 타고 파리로 가는 길에 갑자기 고속도로 갓길에서 나타난 괴한에게 강도를 당할 뻔 했습니다 (공항에서 파리로 가기 위해선 생드니를 지나쳐야 합니다). 괴한이 창문을 깨지 못해서 다행히도 피해는 없었지만 제 지인 중에서도 당한 사람들이 꽤 있을 정도로 흔한 일이라고 하니 공항에서 파리 오실 때엔 되도록 공항 리무진이나 우버를 이용하시는 게 안전할것 같습니다. 주불 대한민국 대사관의 사고 대처가 매우 느리고 답답하기로 악명이 높으니 항상 몸조심하셔야 합니다.
3. 마무리
학창시절 때 10년 넘게 외국생활을 해서 파리에서 생활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건 큰 착오였습니다. 저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어서 언어 장벽은 딱히 없었지만, 파리의 열악한 위생 상태, 느린 행정 처리, 그리고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인종 차별을 모두 동시에 견디려니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습니다. 폐쇄적인 프랑스에서 저 같은 이방인은 차별과 범죄의 표적이 될 거라는 두려움이 항상 있었고, 그 때문에 어디서나 긴장을 놓치 않느라 집에 돌아오면 늘 녹초 상태였습니다. 우여곡절로 가득했던 한 학기였지만 힘들었던 기억보다 좋았던 기억이 더 많이 남는 꿈만같던 시간이었고, 제가 교환학생을 가서 이루고자 한 목표들을 다 이루었기에 절때 후회나 미련은 없습니다. 불어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고, 진로 목표가 더 뚜렷해졌고, 제가 꿈꾸던 파리에서의 생활을 5개월 동안이나 누릴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좋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준 고려대학교 국제실에 감사드립니다.
최대한 솔직하고 자세하게 쓰려고 했는데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직 한국어가 많이 어눌해서 읽는 데 많은 어려움도 겪으셨을 거 같습니다. 이해가 안 되거나 추가로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laurakim0130@gmail.com 로 메일 보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