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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China]Hong Ko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2015-2 강용구

2016.08.29 Views 3609 경영대학

홍콩과학기술대학교(이하 HKUST, Hong Ko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과학기술대학교, 말하자면 공대임에도 불구하고 MBA 프로그램이 세계 최상위권에 올라 있으며 학부의 경영학과, 특히 금융 분야에서 또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학교입니다. 개인적으로 금융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아시아의 금융 허브라고 할 수 있는 홍콩, 그 안에서도 관련 분야 학과가 인정받고 있는 학교인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해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준비 과정은 HKUST 경영대 측에서 비자 발급에서 기숙사 신청 등 많은 부분을 진행해 줘서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교환학생 예정자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HKUST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제 때 작성해 우편으로 보낼 것, 여권 유효기간 확인 및 항공권 구매, 그리고 은행 잔고 증명서 발급 정도입니다. 서류 발송을 제 때 완료하면 HKUST에서 학생 비자 발급 절차를 대리 진행하여 발급된 비자 서류를 출국 전에 한국으로 보내 줍니다. 항공권은 학교 쪽에서 통보해 준 기숙사 입주 시작 가능 시점에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홍콩 날씨의 특징은 우선 굉장히 습하고 ‘추운 계절이 없다’는 것입니다. 12월 25일에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돌아오는 그 날까지도 후덥지근한 느낌이었습니다. 한국 사람이라면 연중 반팔을 입고 다닐 수 있습니다. 그나마 1월~2월에는 조금 시원하다고 합니다. 11월~12월에도 더운 날씨인데 현지인들은 외투를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다고 느꼈습니다. 교환학생 기간에 알게 된 홍콩 현지 학생이 2016년 1월에 한국을 방문했다가 눈이 내리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 봤다며 신기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가는 한국과 대체로 비슷하지만 조금 비싸긴 합니다. 한 달 생활비로 지출한 돈은 한화로 약 70만원 정도였습니다. 학교 기숙사에만 있으면 30만원만 있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관광객 마인드를 가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돈을 많이 쓰게 됩니다. 특히 술 마시러 번화가에 나가서 조금 오래 놀았다 싶으면 택시비를 포함해서 하룻밤에 5~10만원을 지출하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되게 높은 부동산 가격(임대료) 때문에, 상당히 후미지고 허름한 곳들을 제외한 외식 물가는 꽤 비싼 편입니다. 장을 보기 위해 이용하게 되는 마트로는 ‘Wellcome’과 ‘Park N Shop’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E마트 내지는 홈플러스 정도 되는 것들입니다. HKUST 안에는 규모가 작은 Park N Shop 매장이 있습니다. 김치나 참기름 등 한국 음식이나 식료품을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 라면은 현지에서도 인기가 많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홍콩은 사실 여행을 위한 곳이라기보다는 초호화 쇼핑을 위한 곳이라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고급 쇼핑몰이나 백화점들에 주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몰립니다. 그 외의 볼거리들로는 침사추이(Tsim Sha Tsui) 역 빅토리아 하버(Victoria Harbour)의 야경이 유명하며, 산 꼭대기로 트램을 타고 올라가 홍콩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상품도 인기 있는 관광거리입니다. 영화 <중경삼림>에 등장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Mid-Level Escalator)는 장장 800여 미터에 달하는 에스컬레이터로, 홍콩 소호 지역을 돌아볼 수 있으며 근처에 괜찮은 레스토랑도 많습니다. 여행을 하고 싶다면 HKUST와 가까운 사이쿵(Sai Kung)에서 보트를 타고 근해의 섬들을 구경할 수 있으며, 하이킹을 위한 장소로는 Dragon’s Back Mountain이 인기가 많습니다.
홍콩은 크게 홍콩 섬, 그리고 중국 대륙에 붙어 있는 구룡(Kowloon) 반도 두 지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HKUST는 구룡 반도 중에서도 홍콩의 가장 동쪽 끝에 있는 해안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홍콩 어디서든 이 학교로의 접근성은 사실 좋은 편이 아닙니다. 홍콩 공항에 내려서 학교로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은 공항에서 바로 택시를 타는 것입니다. 홍콩의 택시는 색깔에 따라 갈 수 있는 범위가 다른데, 공항에서 HKUST로 가려면 가장 넓은 범위를 운행하는 빨간색 택시를 타야 합니다. 운임은 한화로 약 40,000원에서 50,000원 정도를 예상하면 됩니다. 학교까지의 거리가 상당한 데다가 처음 도착했을 때 들고 있는 짐을 가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학교까지 가는 불편함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택시를 탈 만 합니다. 만약 일행이 있으면 택시를 타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시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홍콩 공항철도 노선을 타는 것인데, 이 요금도 상당히 비싼 데다가 학교 가까이까지 가지도 않습니다. 대중교통으로 HKUST에 가는 방법은 지하철 항하우(Hang Hau) 역까지 간 뒤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약 15분 정도 가면 됩니다. 학교에서 시내로 나갈 때 역시 학교 정문에 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게 됩니다.

홍콩과학기술대학교 정문

정문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

가장 많이 타게 되는, 항하우 역까지 운행하는 11번 마을버스
 교환학생은 학교 근처에 따로 살 집이 있지 않다면 100% 기숙사에 거주하게 됩니다. HKUST의 기숙사는 Hall 1부터 Hall 9까지 총 9개 동이 있습니다. 기숙사 동 배정은 랜덤으로 이루어져 통보됩니다. HKUST의 (현지인)학생들은 과 활동과 별개로 기숙사별로도 많은 활동을 진행합니다. 한국의 대학생들이 과별로 모이는 것처럼 기숙사별로 따로 이름도 붙여져 있고, 기숙사 단체 티셔츠도 맞추는 등 기숙사를 중심으로 집단을 형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교환학생은 어느 기숙사에 배정받든 여기에는 참여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참여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지만, 크게 흥미를 느끼는 교환학생이 별로 없으며, 교환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일부 행사나, 학교에서 지정해준 exchange buddy 학생들을 제외하면 현지 학생들보다는 보통 교환학생끼리의 교류가 훨씬 잦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 홍콩 현지 학생들 대부분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습니다.)
기숙사는 동에 따라 시설 격차가 큰 편입니다. 시설이 가장 좋은 기숙사는 제일 최근에 지은 Hall 9입니다. 기숙사 내에 운동할 수 있는 체육관이 있는 유일한 동입니다. 저는 Hall 3에 배정받았고, 시설은 중하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취사는 층마다 있는 공용 공간에서만 가능했으며 인덕션 렌지가 비치되어 있는데 고장이 잦아 다른 층에서 작동하는 것을 가져와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샤워실 및 화장실도 한 층 공용입니다. 시설이 최악이기로 소문난 기숙사는 Hall 5로, 원래 교환학생들이 많이 들어간다고 알려져 있으나, 제가 있던 학기에 Hall 5에 배정받은 교환학생은 드물었습니다. Hall 1과 Hall 5를 제외한 Hall 2, 3, 4, 6, 7, 8, 9는 바닷가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동들의 장점은 역시 바닷가에 위치해 있는 옥외 수영장과 녹지 운동장, 러닝 트랙, 풋살장 등 체육 시설과 가깝다는 점입니다.

바닷가의 운동장에서 올려다 본 HKUST 전경
반대로 단점은 수업을 듣는 강의실로 이동하는 것이 다소 불편합니다. 아래 그림은 위에서 내려다 본 HKUST의 건물 구조입니다.

다음 그림은 HKUST 건물 구조의 단면도입니다.

제가 살았던 Hall 3의 경우 기숙사 방에서 나와서 강의실로 이동하는데 여유롭게 걸어서 20분에서 30분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평면도로 보면 그렇게 멀어 보이지 않지만 학교 전체가 해변부터 솟아오른 언덕 기슭에 지어졌기 때문에 높이 차이가 많이 납니다. Hall 1에 사는 학생들을 제외하면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학교 정문이 있는 층으로 가기 위해 약 28층을 엘리베이터를 두 번 갈아타고 다리를 두 번 건너 올라가야 합니다. 학생식당이나 헬스장 시설, 학교 내 슈퍼마켓 등 편의시설도 모두 Atrium 건물에 있기 때문에 이동 시 불편함이 있습니다. 따라서 편의시설을 이용해야 할 때는 기숙사와 강의실 사이를 이동하는 길에 볼일을 모두 해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Atrium 건물 정면
학업을 제외하고 교환학생 기간 동안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두 가지는 다른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들, 그리고 고려대학교 홍콩 교우회 활동이었습니다. HKUST에 있는 동안 교내 및 교외에서 가장 많이 함께하게 되는 사람들은 수업을 같이 듣는 사람도, 한국에서 같이 교환학생을 온 사람도 아닌 ‘같은 기숙사에 배정받은 교환학생들’이었습니다. 기숙사 거주 인원 중 대다수는 홍콩 현지 학생들이지만 몇몇을 제외하면 교환학생들과의 교류가 많지 않습니다. 반면 교환학생들끼리는 몇 차례 교환학생 대상 행사를 거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친해지게 됩니다. 특히 같은 기숙사 동에 사는 교환학생들끼리 동선이 겹치고 만나기가 편해 (국적에 상관없이) 빠르게 가까워집니다. 홍콩 번화가로 놀러 다니거나 동남아시아의 다른 나라로 여행을 다닐 때 가장 많이 함께했던 사람들은 같이 Hall 3에 살았던 교환학생들이었습니다.

친하게 지냈던 외국인 교환학생 동생들
홍콩에는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홍콩에서 생업에 종사하며 거주하고 계신 선배님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고려대학교 홍콩 교우회가 있습니다. 물론 연세대학교 홍콩 교우회도 있으며, 두 교우회는 매년 가을 홍콩 고연전도 진행합니다. 가을학기에 홍콩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이 이 행사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홍콩 고연전에서 교환학생들은 함께 경기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남학생은 축구에, 여학생은 발야구에 주로 참가합니다. 홍콩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된 시점부터 홍콩 교우회 측에서 교환학생들을 초대해 인사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 주시고, 남학생들은 가능한 주말마다 선배님들과 함께 축구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축구는 졌습니다.)

2015 홍콩 고연전 축구팀 (교환학생 포함)
홍콩 고연전이라는 색다른 행사 외에도, 선배님들 대부분이 금융업에 종사하고 계셔서 해당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저로서는 유익한 조언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교우회 선배님들은 교환학생 후배들이 돈이 없고 배가(또는 술이) 고플 때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시기도 했습니다.
교환학생 기간에 수강했던 수업은 총 4개로, 학수번호와 과목명은 각각[FINA1303] Introduction to Financial Market, [FINA3204] Derivative Securities, [FINA4204] Equity Valuation, [MGMT4230] International Management 입니다.
[FINA1303] Introduction to Financial Market 은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굉장히 넓은 범위를 얕은 깊이로 다루는 수업으로, 2번의 조별 과제 보고서(케이스 풀이)가 있으며, 기말에 100% 객관식 시험을 한 차례 봅니다. 재무 및 금융 쪽 수업을 많이 들었던 사람은 패스를 위해 크게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되는 과목이지만,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공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FINA3204] Derivative Securities 과목은 학교 교수가 아닌 현업 파생상품 트레이더인 Andrew Chiu 라는 이름의 강사가 강의를 진행했는데, 개인적으로 수업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과목이었습니다. 수업 내용도 어렵고 시험도 어렵지만, 현업에 종사하는 강사의 경험담이나 책에 나오지 않는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범위는 선물옵션을 기본으로 스왑 등 각종 파생상품의 거래와 가격 결정 등의 내용을 심도 있게 다룹니다.
[FINA4204] Equity Valuation 과목의 강의내용은 주식의 적정가격을 도출하는 과정이라는 큰 줄기 아래의 여러 가지 이론과 방법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토대로 실제 기업의 실적을 가지고 적정가격을 산출하는 조별 과제를 수행하는 등의 활동이 있습니다. 이 수업 역시 내용과 시험이 모두 어려웠으나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강의입니다.
[MGMT4230] International Management 는 전공필수과목인 국제경영 과목을 대체하기 위해 수강했습니다. 교수님이 한국 분(최준낙 교수)이셨는데, 엄청난 수준의 수업 참여(수업 중 질문이나 대답 등)를 요구하는 과목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피하는 유형의 수업입니다. 수강생의 90%가 교환학생들이며,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학기말까지 완성해야 하는 성적 비중이 높은 조별 프로젝트가 한 번 있으며, 불시에 보는 퀴즈도 성적에 반영됩니다. 항상 Reading Assignment를 숙지하고 읽어 가야 퀴즈를 볼 수 있습니다.
네 과목 중 세 과목이 재무/금융 관련 과목이었는데, 세 과목 모두 만족스러운 수업들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강의의 초점이 실무와 관련성이 많은 편이라 느꼈습니다. 이메일을 통해 교수님들과 따로 면담을 잡는 것도 수월했습니다.
저와 비슷하게 재무/금융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HKUST의 강의를 들어보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위에 썼듯이 고려대학교 홍콩 교우회 선배님들 중 금융업 종사자가 많아, 제 경우에는 선배님 중 한 분을 통해 중국계 증권사의 홍콩사무소에 방문 견학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현지에서 인턴을 주선해 주실 수 있는 분들도 있고, 실제로 저와 같은 기간 홍콩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던 학생 중에는 교우회 선배님이 법인장으로 계셨던 국내 모 증권사 홍콩법인에서 무급 인턴으로 일하다가 귀국한 경우도 있습니다. 진로에 대한 생각이 확고한 사람에게는 홍콩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이 좋은 기회를 많이 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차후 연락 가능한 이메일 주소는 kangyonggu92@gmail.com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