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1. 준비
저는 2012년도 1학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영국 버밍엄(Birmingham)에 위치한 Aston Business School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영미권으로 교환학생을 가기를 원했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신청하 기 이전에도 유럽여행을 했던 터라 미국이 우선순위였으나, 여행 당시에도 동유럽을 중심으로 여행하였기에 영국도 매력적인 후보지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영국에 배정되어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토플 공부를 하여 어학성적을 준비하고, 면접 준비를 하였습니다. Aston에 다녀온 친구가 반에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1) 비자 : 저는 6개월용 유학생 비자를 발급받았습니다. 비용이 상당히 들었습니다만, 출입국시 아무런 걱정 없이, 서류를 구비할 필요 없이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류 구비와 약간의 우려(?)를 감안한다면, 그리고 영국 여행을 길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굳이 비자를 발급받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여행자 신분의 비자)
2) 비행기표 : 비행기표의 경우, 대한항공을 이용하여 왕복 비행기표를 결제하였습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날짜 변경이 타 외국 항공사에 비해 용이할 것으로 판단되어, 귀국 예정일 및 추후 여행계획이 미정이었던 제 상황에 맞을 것 같아 대한항공을 선택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판단됩니다. 여행 도중에 개인적인 일이 생겨 귀국 날짜를 변경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타 항공사에도 관련 규정이 있고, 규정에 따라 변경이 가능할 수 있고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3) 짐 : 저는 1월부터 8월까지 유럽에 체류할 예정이라 다양한 기온에 대비해야 했습니다. 겨울옷과 여름옷을 모두 가져가느라 커다란 옷가방 하나와 보통 크기의 캐리어 하나를 가져갔습니다. 그러다보니 추가 짐 비용도 들고, 짐은 짐대로 무거워서 혼자서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다행히 Aston에 이미 체류하고 있던 반 친구가 공항으로 마중 나와주었습니다.
실제로 와서 보니 1월부터 4월까지는 거의 초겨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비오는 날씨는 이미 유명하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으슬으슬 추운” 날이 많습니다. 가디건 등 얇게 여러 겹 입을 수 있는 옷을 가져오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영국에서 출국하던 7월에도 긴 소매를 입은 사람을 봤습니다. 그리고 영국은 PRIMARK, H&M, ZARA등 저렴한 옷가게가 많아서 옷을 한철 저렴하게 입을 수 있는 나라입니다. 항상 입고 싶은 옷들만 가져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치 등 한국 음식들도 가져오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한인마트에 온갖 종류의 조미료와 김치, 쌀, 술, 라면, 과자부터 순대와 장조림까지 모두 있습니다. 가격은 거의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정도입니다.
2. 오리엔테이션
오리엔테이션 일정이 있습니다. 과제를 어디에 제출해야 하는지, 건물은 어떤지, 이번 교환학생들은 누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한 사항은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모르는 사항이 있을 때 담당 분께 메일을 드리거나 전화를 해서 여쭤보면 감동적일 정도로 친절하게 답해줍니다.
버디 프로그램이 있으나 저는 제 버디를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1인당 버디가 1명씩 배정되는 것이 아니고, 교환학생 5명 당 3~4명이 배정되는 구조입니다.
3. 숙소
▲제가 살던 동네입니다. 보이는 집들과 비슷한 집에서 거주했습니다.
저는 기숙사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고, 주택가에 집을 빌리는 것이 거의 반값으로 생활할 수 있다 하여 studentpad.com 이나 Gumtree 등 학교에서 알려주는 사이트를 통해 집을 구했습니다. 거의 한국에서의 원룸 가격 수준에서 방세를 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65E(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걸리는 Queensroad 의 한 집에서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거기 교환학생들이 은근 있어서, 다함께 모여 놀면서 즐겁게 보냈습니다. 게다가 앞에는 호수가 있어서 산책하기 좋았습니다.
▲종종 산책하던 집 앞 호수입니다. 새들이 많고, 다람쥐도 있는 멋진 산책로입니다. 해질녘 즈음에 새들이 모두 날아올라서 하늘을 한 바퀴 돌곤 했습니다.
두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는데, 버스가 정시에 오지 않는다는 점과, TESCO나 Sainsbury같은 마트가 멀어서, 학교 마치고 Newstreet의 TESCO에서 장을 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게 그다지 큰 단점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숙소를 거기로 잡았습니다.
4. 수업
수업은 International perspective of organizations, Strategy for future leaders, Principles of Service Marketing,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Economics of Innovation 이렇게 다섯 과목을 들었고, 총 30 Credits 였습니다.
1) International perspective of organizations는 상당히 개괄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이라 조금 두루뭉술한 감이 있었고, 굉장히 많은 인원이 듣는 1학년 과목이었습니다. 우리학교로 치면 경영학의 이해와 비슷한 개념으로 보시면 될 듯 합니다.
2) Strategy for future leaders는 리더가 되고 싶은 분들께 희망을 주는 내용을 많이 말씀해주시지만,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에세이를 쓰는 것이 있는데,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리더십에 관한 것입니다. 실질적인 내용보다는 개념적이고 약간 철학적인 내용이 다루어졌습니다.
3) Principles of Service Marketing 은 서비스마케팅의 개념에 대해 다룹니다. 상당히 자세하게 이루어지고, 튜터링도 잘 이루어집니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학생들의 수업참여도와 출석률이 떨어지는 수업이었습니다. 교수님 목소리가 상당히 단조롭고 조용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4)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은 제가 이 곳에서 들었던 수업 중 가장 실용적이었던 수업입니다. 직접 학생들과 조를 이루어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ERP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수업이었습니다. 귀국 후에 기업에서 인턴을 할 때에도 이 때 개념적으로 이해했던 ERP를 실제로 이용해보면서 추후에 더 높은 이해도를 지닐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 발음이 남미 혹은 인도 스타일이지만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고, 실제 기업을 대상으로 ERP System 구축 필요성과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이 최종 프로젝트 및 보고서 주제였습니다.
5) Economics of Innovation은 젊은 중국계 여교수님께서 진행하시는 수업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 특히 남학생들의 수업참여도나 수업분위기가 굉장히 활발했습니다. Innovation이 일어나는 환경, 원리 및 사례를 공부합니다. 마이클 포터의 서적들을 읽고 공부하게 되며, 특히 Diffusion에 포커스를 맞춰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5. 주변 정보
시내(Newstreet Station)에서 기차로 2분, 버스로 10분 거리에 한인마트가 있습니다.
시내에는 불링센터(Bullring Centre)라는 큰 쇼핑센터가 있고, 근처에는 Cathedral이 하나 있는데, 그 맞은 편에 중국인 슈퍼마켓이 있습니다. 중국인 슈퍼마켓 앞에는 각종 채소 및 과일 시장이 열립니다. 망고와 체리 등 여러 과일을 싼 가격에 구입해서 먹을 수 있습니다. 생선 및 기타 시장은 근처 건물 내에 있습니다.
특별히 위험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귀국 후 시내 한 복판에서 ‘묻지마’식의 살인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전세계 어느 곳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 같고, 특별히 버밍엄이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축구의 경우 Aston Villa나 Birmingham City의 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아스톤 빌라 경기를 종종 봤습니다. 배드민턴은 올림픽 예선을 버밍엄에서 개최하여 대한민국 국가대표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6. 여행
버밍엄은 그 자체로는 그리 볼 것이 많은 도시가 아닙니다. 가끔 바탕화면에 불링센터의 벽이 나오긴 하지만, 버밍엄의 가장 큰 이점은 역시 교통입니다. 버밍엄에서 고속버스나 저가항공편이 상당히 많습니다. 영국 내의 여행도 굉장히 편리하지만, 영국 외에 근처 유럽국가를 여행하기도 수월한 편입니다. 라이언에어(Ryanair)에서 버밍엄발 특가 항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스페인을 12파운드(약 2만 2천원)에 갈 수 있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버밍엄 바로 아래에는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븐’(Stratford-upon-avon)이라는 셰익스피어의 고장도 있고, 근처에 ‘코츠월드’(Cotswold)에서는 한적하고 너무나 예쁜 시골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교환학생을 떠올렸을 때 얻을 것은 크게 ‘공부’, ‘친구’, ‘여행’일 것입니다. 저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즐길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여행’은 정말, 정말 많은 곳을 정말 멋지게 잘 여행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살아보면, 영국과 영국인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왕에 대한 애정이라든지, 경제 체계라든지, 문화적인 인식들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어서 저는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 정말 영국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혹은 아시아인이 적은 곳에서, 순수하게 영국인들 사이에서 학습하고 싶은 분들께는 버밍엄의 아스톤 대학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버밍엄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아시아인들, 특히 중국인과 인도인이 많고, 아랍인들도 꽤 많습니다. 외국인 비율이 높은 도시인 것으로 느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버밍엄은 버밍엄 사투리(Brumi-accent)가 영국 내에서도 유명한 지역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 수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점에 대해 생각하시고 가시길 바랍니다. 저에겐 이것도 돌아보면 좋았습니다. 버밍엄 사투리를 정복한다면 대체로 영국 영어를 모두 알아들을 수 있고, 버밍엄 근처 중부지역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요크셔, 웨일즈, 남부, 북부지역, 스코틀랜드 등 타 지역 사투리도 구분해 낼 수 있습니다. ^^ 이 점 미리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