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안녕하세요, 2013학년도 1학기에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 파견되었던 김유진입니다. 밴쿠버는 4월 중순무렵부터 듣기로는 10월무렵까지가 여름으로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구름 한점 없는 화창한 날씨를 즐길 수 있는 환상적인 날씨를 자랑하지만, 그 외의 기간에는 계속 비가 내리는 우기에 해당합니다. 제가 파견되었던 1월부터 4월까지는 4월 초~중순 이후를 제외하고는 거의 일주일에 대여섯번은 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씨가 계속되어 날씨에 대해 불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9월 term 1에 파견된 다른 교환학생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하필 날씨가 안 좋을 때 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습니다. 이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 귀국하기 직전의 밴쿠버의 날씨는 맑고, 온화해서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날씨였습니다. 1학기에 파견되는 분들은 이 점을 고려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파견 전에는 한학기 파견이기 때문에 준비할 것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미국에 파견되는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캐나다에 한학기 파견은 거의 준비할 것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이는 비자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예비합격자 배정을 받고 난 뒤에는 UBC 담당자로부터 메일이 지속적으로 오는데 이대로만 따라가시면 수강신청, 기숙사 배정, 보험 등 대부분의 파견 전 중요한 것들은 저절로 준비가 됩니다.
저는 Walter Gage라는 기숙사에서 생활하였는데, 많은 교환학생들이 거주하고 있어서 굉장히 편하고 친구 사귀기에도 좋아서 만족했습니다. North, South, East의 세 아파트로 구성된 기숙사로, 저는 South Tower에 배정받아 view가 좋지는 못했지만 고층(특히 꼭대기 층인 17층이나 바닷가쪽에 접한 North Tower)에 배정받으신다면 바닷가, 산, 또는 밤에는 다운타운 야경까지도 즐길 수 있습니다. 제 방에서는 주차장밖에 보이지 않아서 처음 배정받고 실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아파트는 각 타워당 17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층에 4개의 unit이 있습니다. 보통 2개는 여자 유닛, 나머지 2개는 남자 유닛으로 구성되는 것 같았습니다. 각 유닛은 6개의 방이 있어 총 6명이 부엌, 거실, 화장실을 공유하는 형태였는데, 혼자 방을 쓰면서 개별성은 보장되는 동시에 공동 생활공간이 있어 룸메이트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 플랫메이트는 5명 중 3명은 local student였고 나머지 2명은 저와 같은 교환학생이었는데, 저는 이 친구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같이 거실에서 영화를 보거나, 비디오 게임을 하기도 하고 맛집에 가기도 하고 같이 파티에 가기도 하면서 많이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Gage에 살면 플랫메이트가 5명이나 되기 때문에 자신과 마음이 맞는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넓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교환학생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Gage와 Fairview 모두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형태의 기숙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요리를 하게 됩니다. 저는 한국에서 한번도 자취를 한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UBC에서 정말 가까운 거리에 Save on Foods와 Safeway가 있어서 장을 보고 요리를 해 먹는 일상에 어느정도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30~40분 거리의 다운타운에 한인마트인 H마트가 있어서 애용했고, 99번 버스를 타고 40~50분 정도 가면 H마트보다 조금 더 저렴한 킴스마트가 있어서 종종 이용했습니다. 한인마트가 있어서 한식을 좋아하는 저는 거의 대부분의 재료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말 좋았습니다. 하지만 가끔 요리하기 귀찮을 때에는 학생회관인 SUB에 위치한 학생식당 비슷한 곳에서 사먹을 수도 있는데 8불정도 되는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 맛도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요리 이야기를 많이 한 이유가 밴쿠버 물가 때문인데, 밴쿠버가 속한 BC주는 tax가 12%나 되기 때문에 외식이 매우 부담스러웠는데, 2013년 4월부터 외식비는 5%정도로 다행히 내렸습니다. 그래도 10~15%정도의 팁까지 챙겨서 내려면 보통 한 끼에 20~30불은 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 온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밴쿠버가 얼마나 물가가 비싼 곳이었는지 다시 실감하게 됩니다.
UBC의 생활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일단 교환학생이기 때문에 수업 외 여가시간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 때 저는 밴쿠버 시내의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인 U-Pass를 이용해 여기저기 구경다니기도 하고,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또는 그저 교내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맛집은 west 4th에 있는 Las Margaritas라는 멕시칸 음식점으로 음식과 margarita 모두 너무 맛있어서 자주 찾아갔었고, 그 외에도 west 4th에는 맛집들이 정말 많기로 유명한 것 같았습니다. 또 UBC에서 99번을 타면 10여분 거리로 가깝고 독특하고 맛있어서 자주 갔던 스시집 The Eatery도 있습니다.
수업은 총 네 과목, 12학점을 들었습니다. COMM 294 관리회계수업, COMM 450 중급회계2, COMM 491 경영전략, COMM 498 국제경영으로 모두 전공을 들었는데, 원래는 불어 등 제2외국어 수업을 듣고 싶었으나 듣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수업 내용, 수준 등은 본교와 그다지 다르다고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과제 등의 수준은 본교가 더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학기 내내 작은 과제들이 많아 번거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교환학생으로 파견되면서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여행이었고, 열심히 여행을 다녔는데, 일단 중간 고사 전에 있는 reading week가 가장 여행하기에 좋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때 시애틀과 캐나다 북부의 Yukon에 다녀왔습니다. 시애틀은 밴쿠버에서 육로로 3~4시간밖에 걸리지 않아 부담이 가장 적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후에 부활절 휴일에도 또 다녀왔습니다. Yukon은 밴쿠버에서 비행기로 3시간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곳으로 2월이 오로라를 보기에 적기여서 갔었는데 캐나다 국내선이 정말 비싸다는 걸 이 때 체감했습니다. 그래도 오로라를 테마로 하는 여행은 정말 밴쿠버에 살고 있을 때 아니면 앞으로도 못할 것 같아 특별한 여행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저는 뉴욕, 캐나다 록키산맥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를 여행했는데 뉴욕은 밴쿠버에서 많이 멀지만 이왕 미주에 온 김에 가고 싶어서 갔던 곳이고 나머지는 밴쿠버에 있는 동안 가장 가볼만한 여행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시애틀로 가서 미국 국제선을 타면 정말 저렴한 가격에 갈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UBC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은 제게는 꿈만 같았던 4개월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누릴 수 없는 여유로움도 마음껏 즐기고, 외국인 친구들과 한국인 친구들만큼의 교감을 하고, 낯선 곳에서 적응해 나가는 것들이 도전인 동시에 저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제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있었다면 경험해보지 못했을 많은 것들을 해 볼 수 있어서 행운인 것 같고, 무엇보다 이런 기회를 제공해 주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국제처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사진은 첨부파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