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NUS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 박정호 (2012-2)
저는 싱가포르 국립대학으로 교환학생 다녀온 06학번 박정호입니다. 한학기 동안 교환학생을 다녀온 소감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교환학생에 지원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NUS에 지원하는 이유를 크게 3가지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1. 인근 국가 여행 (말레이시아 등)
2. 싱가폴 내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한 문화 이해도 증진
3. 언어 능력 향상 (영어 및 중국어).
첫째로, 싱가폴에서는 인근 국가를 여행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들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태국, 라오스 등) 이 많아서 저렴한 이동 비용으로 여러 국가를 돌아볼 수 있을 뿐 아니라, NUS 커리큘럼도 이를 장려하는 분위기 입니다. 바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직전에 주어지는 1주간의 Recess Week 인데, 원래는 평소에 학과준비 등 바쁘게 살았던 학생들을 위해 휴식 제공 및 소홀했던 특정 공부를 보전해주는 시간입니다. 사실, 현지 학생들은 이때 공부하느라 바쁘지만, 일반적으로 교환학생들은 이 기회를 틈타 인근 국가로 여행을 합니다. 저가 여행사들로 Tiger Air, Air Asia 등이 있고, 말레이시아 같은 경우는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항공권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사전 예약이 저렴하나, 1주일 전에 예약하는 것도 큰 무리는 없습니다. 때론 프로모션 등 이벤트로 인해 굉장히 저렴하게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추천하는 여행지로는 베트남, 피피섬 (태국 푸켓 옆), 캄보디아 입니다. 베트남의 경우는 쌀국수의 맛을 잊을 수 없고, 매우 저렴한 물가가 인상적입니다. 보통, 외국인의 경우 택시기사 분들이 지리를 모르는 점을 이용하여 목적지까지 빙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열심히 돌아도 한국돈으로 만원이 채 안나옵니다. 많~이 도세요 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피피섬은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백인들이 많이 찾는 휴양지로써, 주변 경관이 정말로 멋집니다. 말 그대로 천하절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캄보디아는 앙코르와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웅장하니 꼭 관광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의 교통은 매우 위험하므로, 멀리 이동하는 경우 가능한 육로를 이용하지 않는 편을 권장합니다.
둘째로, 내국인의 수 만큼이나 외국인들이 많은 싱가포르에선, 외국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학교 안팎으로 매우 많습니다. 싱가포르로 교환 온 외국인들 (영국 등 유럽, 중국 등 아시아)과 만나서 대화하는 것만으로 상대 국가 및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며, 전세계를 돌아다닌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저 같은 경우는 룸메이트 중 2명이 각각 러시아 및 덴마크 친구였는데, 그 친구들과 어울리며 참 여러가지 일들을 체험했던 기억이 납니다. 본인이 얼마나 부지런한지가 두번째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느냐의 척도가 될 듯 합니다.
셋째로, 싱가포르는 4개국어가 통용되는데, 이중 영어와 중국어가 대표적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교환을 가서 영어 및 중국어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계획으나…이는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습니다. 우선, 싱가포르 원주민들의 영어 발음이 약간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고, 쉽게 알아듣지 못할 것입니다. (이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으나, 소위 ‘싱글리쉬’ 강세가 심한 사람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약간 투박해보이기도 하는 싱가포르의 영어는, 문장 뒤에 ‘Leh’ 등의 단어를 덧붙이면서 리스닝의 난이도를 높입니다. 또한 인도사람이 쓰는 영어는 정말이지… 영어같지 않습니다.자주 듣는 표현으로는 “I Think~” 나 “Correct” 인데, 두 가지 모두 인상적입니다. 첫번째는 Th 발음을 쌍디귿으로 한다는 점에서, 두번째는 상대방의 의견에 가치판단을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지요. (“Yes”라고 답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굳이 “Correct”라며 상대를 마지못해 인정해주겠다는 태도는 자못 재미있습니다.)
대학생 및 교육받은 분들을 제외한 많은 싱가포르 근로자들은, 영어보다 중국어에 훨씬 익숙합니다. 만다린어를 사용한다면 필시 회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너무나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에, 고급 회화를 구사할 수 없어서 많은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고, 매우 아쉽습니다. 사실, 영어 공부를 하고자 하는 분들은 싱가포르보다 영미권 등 타 국가로 교환학생 지원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종합적으로, 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봅니다. 지원을 희망하는 많은 분들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진 후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길 바랍니다.
그 외 다루고 싶은 점을 몇 가지 더 꼽아보겠습니다.
싱가포르 고대교우회 - 약 2 백 명 이상의 교우들이 연합한 고대교우회는 상당히 잘 조직화되어 있는 편입니다. 싱가포르에서 축구감독으로 지휘하시는 이임생 선배님 등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대의 큰 저력을 느낄 수 있는데, 선배님들께서 타지에서 공부하고 있는 교환학생들을 위해 물질적 정신적 후원을 크게 해주신 부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나 역시 그런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한류 – 싱가포르에서 한류열풍은 매우 실감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으로 여행오고 싶어하는 싱가포르 학생들이 매우 많으며, 기초적인 한국어 구사가 가능한 학생들도 있다. 요즘에는 카카오톡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싱가폴 학생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홍보 겸해서 카카오톡 제작자와 교류가 된 듯하던데..정확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의 여러 문화들이 싱가폴에 매우 깊숙히 침투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동방신기, 비스트 등 가수들, 러닝맨 등 TV프로그램들, 심지어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김밥까지도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한류열풍은 세계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비즈니스맨들에게 확실히 유리하게 작용하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NUS – 세계적으로 우수한 학교라 그런지, 아니면 싱가포르가 심심한 국가라 그런지, 학생들의공부열이 뜨겁습니다. (이는 학부 뿐 아니라 MBA 도 마찬가지 입니다.) 때문에 고득점을 올리는 것이 그리 녹록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Finance 과목들은 매우 인기 있기 때문에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고, 수강 하더라도 굉장히 힘들게 수업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싱가폴 친구들은 매우 공격적으로 토론에 참여하는 편인데, 넊놓고 있다 한학기가 가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학교의 위치는 도심과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에, 여가를 즐기려면 약간의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합니다. (반면 도심속에 위치한 SMU 는 지리적으로 확실히 우위에 있습니다.)
UTown– 싱가포르에 새롭게 조성된 기숙사 단지입니다. 기숙사 뿐 아니라 스타벅스, 스터디룸, 컴퓨터실 등 여러 편의시설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신축한 건물인 만큼 깨끗하고 쾌적합니다. 다만 에어컨이 있는 방에 배정받는 것이 어려울 수 있고, 가격도 비싼 편입니다. 때문에, 특히 상반기에 교환학생을 떠나는 학우들은 밤에도 더위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Ceiling Fan 은 물론 있습니다.)
몇개의 기숙사 동이 있는데, Graduate Residence 를 제외한 나머지 기숙사들 1층에서 식사가 제공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계약시 필수적으로 지불해야하는 금액이며, 1끼당 S$4로서 아침저녁이 제공됩니다.
싱가포르 – 매우 심심한 국가입니다.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지루한 국민성을 가진 나라 1위에 싱가폴이 뽑혔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을 정도로 싱가폴은 정말 심심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한국이 놀라운 경제발전을 일으킬 때, 싱가포르는 이보다 더 큰 성장을 이루었으며, 현재는 인당 국민소득이 4만불을 넘는 부유한 국가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민주적 자유는 억압되어왔으며, 이는 아직도 싱가포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싱가포르 총리는 세계 각국 수장들 중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데, 이는 약 한화로 10억원 이라고 합니다.) 비록 미슐랭 가이드에도 소개된 맛집들이 미식가를 유혹하고, 밤에는 Finance District 의꺼지지 않는 화려한 불빛들이 있고, 상당히 깨끗한 도로나 지하철을 볼 수 있지만, 이는 그리 자연스럽게 달성된 모습이 아니라 뭔가 불편함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매우 가끔이지만요…최근엔 싱가포르 국민들이 각성하고 있어 정치적으로 대변화가 일어나는 추세기에, 지켜볼 만 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교환학생으로 가는 학우들에게는 불필요한 고민이겠지요.
※ 사진은 첨부파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