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교환학생 체험수기
Corvinus University of Budapest
(2012년 2학기 파견)
한지원
반년간의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수기를 작성하며, 교환학생 생활을 앞둔 분들이 너무도 부러운 마음이 가장 앞섭니다. 타국에서의 한 학기는 제 인생에서 저를 가장 많이 성장시키고 변화 시킨 시간들 중의 하나이고, 그 시간 속에서 겪었던 모든 일들과 느낌들은 수기에 글로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주거, 비자 등의 정보는 수기에 일일이 적지 않겠습니다. 그런 것들은 눈앞에 닥치면 다 잘 하게 되어 있고, 한 학기 차이로도 변하는 것이 많으니 제대로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Corvinus University of Budapest로 파견을 앞둔 분들 중 좀 더 실질적인 정보와 도움이 필요하신 분이 계시다면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1. 헝가리
헝가리로 교환학생을 간다고 했을 때 한국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습니다. “뭐? 헝가리? 헝가리 영어 써? 왜 거기로 가?” 교환학생을 가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영어를 연습하러 가는 사람도 있고, 다른 문화를 체험하러 가는 사람도 있고, 공부를 하러 가는 사람도 있고, 또 여행을 하러 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교환학생을 지원했던 목적은 ‘다른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살며 이질적인 문화들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며 배우는 것’이었고, 저에게 미국보다 더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유럽을, 유럽 중에서도 아시아인이 거의 없고 한국인들에게 생소한 헝가리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많은 한국인들이 헝가리에서는 헝가리어로 생활해야 하는지, 헝가리로 교환학생을 가면 헝가리어를 배우게 되는지 궁금해 하는데, 학교 생활을 하다 보면 헝가리 사람들보다 다른 유럽 국가나 아시아, 미국에서 온 교환학생들을 주로 만나게 되며, 수업과 일상 생활의 의사소통은 모두 영어를 사용합니다. 저는 영어를 배운 목적이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과 대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처럼 영어를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었고, 그래서 5지망을 모두 유럽 국가를 선택했습니다.
2.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는 우리나라에선 아이리스 촬영지로 유명하며, 실제로 가보면 단순히 아이리스 촬영지로만 알기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물론 세계에서 제일이라는 야경도 예쁘지만, 작은 도시 안에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사소한 장소들도 야경 못지 않은 부다페스트의 매력입니다. 혹시나, 깨끗하고 효율적이고 현대적인, 우리나라보다 선진국 느낌이 나는 곳으로 교환학생을 가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이곳을 선택하지 마시길 권유합니다. 부다페스트는 깨끗하고 현대적인 도시는 아니고, 다른 유럽 국가들의 수도에 비해 크기도 작고 현대적인 도시는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결국에는 그런 점 때문에 부다페스트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부다페스트의 빛 바랜 건물들 사이를 구석구석 걷다 보면 오래된 옛날 이야기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런 먼지 쌓인 거칠고 오래된 느낌은 다른 유럽 도시들과는 확연히 다른 부다페스트만의 개성이 되기도 합니다. 유럽 대륙에 사는 사람들도 그런 동유럽만의, 부다페스트만의 느낌이 좋아서 이곳으로 교환학생을 오거나 여행을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예쁘고 개성 있는 도시의 구석구석에 몇 개월 동안 추억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3. Corvinus University of Budapest
저는 교환학생을 지원 할 때 애초에 공부를 열심히 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 랭킹이나 수업의 질에 대해선 딱히 생각하지 않았지만, 유럽 학생들 말에 따르면 Corvinus University of Budapest는 경영 분야로는 유럽에서 꽤 좋은 학교라고 합니다. 실제로 수업의 질이나 시스템도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저처럼 교환학생 지원의 제 1목적이 공부에 있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에는, 학교의 학문적인 평판보다는 그 학교가 교환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유럽의 대학교들은 다른 유럽 대학들과 서로 체결을 하고 ‘Erasmus’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서로 교환학생을 매우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습니다. Corvinus University of Budapest는 한 학기당 약 400명의 교환학생을 수용하고 있고 그 중 거의 대부분은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Erasmus프로그램의 다른 유럽 국가의 학생들이고, 터키, 멕시코, 혹은 대만, 홍콩, 일본에서 온 아시아 친구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과는 현재까지는 고려대, 서강대, 중앙대와 다섯 명 정도의 교환학생을 교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교환학생 수만큼, Corvinus University of Budapest는 교환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상당히 잘 갖추고 있습니다. 교환학생들이 서로 소통을 하는 페이스북 그룹도 활발하며, 처음에는 매일 밤, 학기 중에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교환학생들을 위한 파티가 열리고, 교환학생들끼리 근처 다른 유럽 국가로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교환학생이 너무너무 많기 때문에 이것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도 되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교환학생이 너무나 많아서 서로를 다 아는 게 불가능하고, 그러다 보니 독일 애들은 독일 애들끼리, 멕시코 애들은 멕시코 애들끼리, 또 서로 비슷하고 친해지기 쉬운 문화권 아이들끼리 뭉쳐 다니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긴 하지만, 총 교환학생이 40명 남짓 했던 학교로 교환학생을 갔던 친구로부터 교환학생 모두와 가족처럼 친하게 지냈다는 말을 듣고 부럽고 아쉬운 마음이 든 것은 사실입니다. 또 한가지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교환학생을 가서 다양한 나라에서 온 많은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외국 친구들을 사귀는 데 처음부터 너무 과하게 집착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저는 같은 학교로 교환학생을 온 한국인 학생들과도 매우 좋은 시간을 보냈고,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로 때론 많은 의지가 되니 다른 나라 학생들하고만 어울리려고 굳이 처음부터 한국인들을 멀리 하거나 배척하실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4. 수업
(1) Business ethics - Isaias Rivera교수
경영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경영학을 공부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를 둘러싼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인문학적 소양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수업입니다. 한 학기 당 4개의 책이 주어지고, 학생들이 일정 분량의 같은 텍스트를 읽고 와서 수업시간에 자유롭게 토론을 하는 형식입니다. 책 읽기과 토론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오디오, 기사 등 다양한 매체들이 활용되고 교수님께서 융통성 있게 수업을 매우 잘 이끌어 나가십니다. 제가 들었던 학기에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토론하는 것이 주였고, 철학을 이중전공으로 공부하는 저에게는 가장 흥미롭고 쉽고 재미있는 수업이었습니다.
(2) Brand marketing - Róbert Braun교수
제가 이 수업을 들었던 학기에는 정교수님 대신 매번 다른 초청 강사들이 와서 강의를 했고, 때문에 수업이 전체적으로 산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을 배웠는지 돌아서면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났는데 시험기간에는 공부할 양이 엄청 많아서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전공선택으로 인정된다고 해서 그나마 참고 들었지만, 다음에 파견되는 학생이 듣는다면 정말 말리고 싶은 수업입니다.
(3) Consumer behavior - Zita Kelemen교수
소비자 행동이고, 우리 학교에 개설 된 소비자 행동 과목과 비슷한 것들을 배우는 듯 합니다. 심리학이나 마케팅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합니다. 교수님께서 수업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학생들에게 많은 질문을 하고 수업에 매우 활발히 참여할 것을 요구합니다. 저는 영어도 빨리빨리 잘 안되고 말이 많은 성격이 아니라서 그런 점은 조금 힘들었습니다.
(4) Personality types and team dynamics - Newell Mark교수
MBTI에 대해 깊이 배우며 Personality type이 사람마다 어떻게 다른지 공부하고, 그런 차이가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배웁니다. 한 학기 동안 외부의 한 팀을 선정해 인터뷰하고 팀 멤버들의 성향과 팀에 관해 분석하는 큰 Group Project가 있고, 그룹 멤버들을 짤 때 남자 두 명, 여자 두 명, 또 네 명의 국적이 다 달라야 하는 것이 규칙입니다. 배운 것도 많고 재미있게 들었던 수업이라서 추천하고 싶지만, 우리학교 경영학과 전공 선택으로는 인정이 안된 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5. 유럽여행
헝가리가 다른 유럽 국가들을 여행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어서 학기 중에 여행을 많이 다닐 계획이었지만, 이런저런 일로 학기 중에는 여행을 3번밖에 못했습니다. 대신 학기가 끝나고 약 40일 동안 혼자서 유럽의 8개 도시를 돌며 여행을 다녔습니다. 한 학기 유럽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난 후라, 사실 학기 끝나고의 여행은 더 이상 타국에 대한 설렘은 있을 수 없었습니다. 대신 저는, 많은 곳을 돌며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것들을 보는 것보다는, 한 도시에 오랫동안 머무르며 현지 친구들도 사귀고 그 도시에 익숙해지는 것을 목적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혼자 계획하고 움직인 여행이었지만, 도중에 부다페스트에서 같이 교환학생 생활을 했던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현지 사람들이나 다른 여행객들을 친구로 사귀기도 하고, Couch Surfing을 하면서 현지의 가정집을 방문하기도 하며 혼자 있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정말 정신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감정들이 오갔고,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가이드북도 하나 없이 혼자 40일 동안 떠났던 유럽여행은, 부다페스트에서의 한 학기 교환학생 생활과 견줄 만큼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이고,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6. 교환학생 생활을 통해 얻은 것
언제나 가장 어렵고, 또 가장 값진 일은 사람을 얻는 일이듯, 교환학생 생활을 통해 제가 얻은 가장 값진 것은 친구들입니다. 처음 부다페스트에 도착해 홀로 외로움에 허덕일 때, 이곳에 마음이 맞는 친구 딱 두 명만 있으면 바랄 것이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저는 두 명 이상의 많은 좋은 친구들을 얻게 되었습니다. 처음 매사에 자신 없었던 저에게 힘을 주고 저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켰던, 서로 Twin sister라고 부르던 중국계 미국인 친구도 있었고, Tandem 파트너(우리학교의 KUBA 버디 같은 것)로 만났지만 하루에 4시간씩 수다를 떨며 지내던 헝가리인 친구, 귀국 전날 그 친구와 차마 헤어지지 못해 길거리에서 같이 엉엉 울던 일도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닮고 싶은 삶의 태도를 지니고 있어 많은 것을 얘기하고 배웠던 그리스인 친구도 있었고, 40일간 여행하던 중에 만나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을 함께했던, 아직도 그립고 보고 싶은 친구들도 생각이 납니다.
평생을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에, 속 깊은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다 말해버리기에 5개월이라는 기간은 매우 짧은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또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일정 시간 뒤에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야 하고, 그 뒤엔 더 이상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할 수 없다는 마음 아픈 사실도 언제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한국으로 돌아와, 그들과 떨어져있는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마음이 헛헛한 요즘, 그리운 친구들을 생각하며 부디 서로를 잊지 않길 기도해보지만, 우리가 설령 다시 못 만나고 서로를 잊어버린다고 할 지라도, 좋은 사람들을 만났던 그 시간만큼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간직하고 싶습니다. 외국 생활이 처음이던 저에게는, 나와 전혀 달라 보이던 타국의 친구와 인생에 대한 어떤 것들을 공유한다는 것이 상상 이상으로 설레고 행복한 일이었고, 먼 훗날에 교환학생 시절을 떠올렸을 때 학교보다, 부다페스트보다, 그 친구들이 가장 먼저 생각나고 아름답게 추억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기를 작성하며 진짜로 제가 유럽에서 어떤 것들을 ‘얻었는지’를 돌이켜 보기 위해 처음 떠나기 전 목표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 것, 오픈 마인드가 되는 것,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 나는 것, 그런 것들을 다 이루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꼭 어떤 경험에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발버둥 칠 필요는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항상 저를 발전시키려 애쓰고, 모든 경험에서 원하는 무엇인가를 얻으려 하며 살아왔지만, 교환학생 생활은 다른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하루 하루를 즐겁게 지내는 것 자체로도 하나의 큰 도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하루 무사하고 즐겁게, 순간 순간을 충만히 즐기며 오늘을 사는 법을 배운 것 같습니다. 하룻밤 꿈 같은 5개월의 짧은 교환학생 생활처럼, 모든 것은 언젠간 끝이 있기 마련이기에 부정적인 감정에 집착하지 않고, 모든 순간을 움켜쥐고, 언제나 삶의 한 복판에서, 현재의 주체로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 것 같습니다.
외롭고 낯설었던 곳에 뿌리를 내리고 일상을 만들어 가던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에 서툴렀던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눈 딱 감고 부딪히고 도전했던 것, 그러다가 또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던 경험들도. 가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도전하지 않았다면 얻지 못하게 되었을, 사소하지만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경험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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