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2012년 1학기 교환학생 경험보고서
서정원
들어가는 말
안녕하세요. Arizona State University로 한 학기 동안 교환학생을 다녀온 서정원입니다. 저도 이전에 ASU에 다녀온 분들의 경험보고서를 보고 도움을 많이 받은 바 있습니다. 많이 부족하겠지만 저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1. 출국 전 준비사항
출국 전 가장 중요한 절차는 비자 발급과 항공권 예매, 그리고 수강신청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대학들은 서류처리가 굉장히 느린데요, 조급해하지 마시고 하나하나 학교에서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시면 됩니다.
홍역 예방접종 증빙, 본교 성적표, 여권 등을 담당 coordinator에게 보내고 나면 학교에서 acceptance letter와 DS 2019라는 중요한 서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서류들을 통해 비자를 신청하는데요 비자를 발급받으면 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습니다. 비자까지 발급받는 데까지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기 때문에 저가 항공은 대부분 표가 매진됩니다. 저도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DS2019를 수령하면 항공권 예매가 가능하다고 하니 미리 알아보시는 게 좋겠네요.
수강신청의 경우, 경영대 수업 3,4학년 과목 대부분이 prerequisite을 요구합니다. 여기서 주의하실 사항이 있습니다. 본교의 성적표를 한 장 보내준다고 하여, 당사자에게 수강 가능한 과목을 한 번에 모두 열어주지 않습니다. 듣고 싶은 과목 명단과 함께 성적표를 첨부해야 그 과목 중 어떤 과목은 들을 수 있고 어떤 과목은 들을 수 없다고 알려줍니다. 따라서 수강인원이 꽉 찰 경우까지 대비하여 Plan B인 과목들까지 한 번에 미리 열어두시는 게 좋습니다. 고려대학교만큼 인기 과목이 순식간에 마감되진 않지만 그래도 분명 인기과목이 많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경영전략, 국제경영 과목이 본교 전공필수 과목으로 대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에서 수강하는 것이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확인해보시고 들으시면 좋겠네요.
2. Arizona 생활 전반
ASU로의 파견이 확정된 후 제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사막 가서 뭐할 것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Arizona 하면 사막이 먼저 떠오르는 탓이었는지 주변사람들이 겁을 많이 주더군요. 하지만 이런 우려와 달리 저는 개인적으로 애리조나 날씨가 정말 좋았습니다. 365일 중에 비 오는 날이 열흘이 안 된다고 할 정도로 늘 날씨가 맑습니다. 뿐만 아니라 봄학기는 날씨가 막 더워지려고 할 때쯤 종료되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게다가 건조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덥게 느껴집니다. 물론 7, 8월에는 섭씨 45도를 웃돈 다고 하니 가을학기에 지원하시거나 파견되실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Gateway라는 off campus housing을 선택했습니다. 기숙사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였는데요. 장, 단점이 있습니다. 기숙사의 경우 학기가 종료되는 순간까지만 lease를 지불하면 되는데요 대부분의 off campus는 최소 5개월 동안 머무르기를 요구하거나 5개월을 머문다고 해도 short term lease fee를 추가로 지불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전에 ASU에 다녀오신 많은 분들이 Vista Del Sol을 추천하셨는데요, 이 아파트는 8개월 이상 동안 머물기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off campus에 살 경우 기숙사와 달리 (기숙사에도 1명이 침실, 화장실, 주방을 혼자 사용하는 방이 있습니다. 가격은 비싸지만 제값을 한다고 봅니다) 방과 화장실을 혼자 사용할 수 있고 미국인 룸메이트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제가 머물렀던 Gateway Apt는 아파트 시설이 좋고 Pool Party, House Party 등 미국의 파티를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네요. 하지만 Gateway와 Vista Del Sol도 기숙사가 아니라고 해서 싼 것만은 아닙니다. 혹시 조금 저렴한 Off Campus Housing을 생각하고 계신다면 무조건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집을 잡는 것보다는 Light Rail이라는 기차 역에 가까운 곳을 찾아보시길 추천합니다. 학교에 가까운 아파트들과 그렇지 않은 아파트들의 가격 차이가 상당한 데요 Light Rail 역 앞에 집이 있다면 학교 가는 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Light Rail은 애리조나 대중교통 수단의 하나 인데요. ASU가 위치한 Tempe의 대중교통은 크게 Light Rail과 버스로 나뉩니다. 기숙사에 사는 친구들이 pass를 구입하여 이 둘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요. 한국에 비하면 대중교통이 많이 불편합니다. 저 같은 경우 많이 걷고 오래 기다려야 겨우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 보다는 차가 있는 친구들에게 많이 의존했습니다. 장 보러 갈 때, 공항 갈 때, 우체국을 갈 때 등 차가 필요한 때가 많습니다.
3. 학교 생활 및 수업
ASU의 경영대학에서 생활을 하면서 고려대학교와 학교 시설 위치가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옆에 백주년기념관과 중앙도서관이 근접해 있듯, ASU도 경영대학과 Memorial Union Hall, Hayden Library가 붙어 있습니다. 게다가 학교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운동 시설이 고루 갖춰진 SOC도 가까이에 있어서 매우 넓은 캠퍼스이지만 생활 반경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Memorial Union Hall은 학생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음식점들이 여럿 입점해 있고, SOC에는 굉장히 큰 헬스장과 야외 수영장이 있고 큰 운동장과 스쿼시, 테니스, 농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습니다.
저는 ASU에서 총 6과목 17학점을 수강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15학점 이상 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과목을 수강하였는데요, 모두들 말하는 것처럼 교환학생은 공부만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듣고 싶은 과목만 최소한으로 신청하는 게 가장 좋다고 봅니다. 다행히도 저는 쉬운 과목들, in-person 수업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과제 제출, 시험 응시만하면 되는 과목, 운동 과목이 섞여 있어서 학교 수업에 큰 구애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① DCE 125 Latin/Salsa I
말 그대로 Latin 댄스 수업입니다. 살사, 차차차, 룸바 등의 춤을 배웠는데요. 친구들 사귀기에 굉장히 좋은 수업입니다. 아무리 미국 대학 수업들이 수업시간에 말을 많이 한다고 해도 학생들끼리 서로 마주볼 일은 많지 않습니다. 반면 이 수업에서는 늘 학생들끼리 마주보고 춤을 추거나 옆에 서서 교수님을 따라 동작을 배우기 때문에 자연스레 친해지기 쉽습니다. 저는 Mitchell 교수님 수업을 들었는데요 수업시간에 배운 대로 실제 라틴 댄스 클럽에 가서 춤을 춰보고 보고서를 써오라고 합니다. 이 때에도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교환학생으로 와있는 저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는 수업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출석만 잘 하면 어렵지도 않고 재미도 있는 수업입니다.
② ECN312 Intermed Microecon Theory
미시경제학 수업입니다. 아직 경제학과에 본교 과목과 같은 과목으로의 인정을 신청을 하진 않은 상태입니다만 같은 내용을 가르칩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수학적으로 많이 뒤떨어지기 때문에 교수님이 같은 설명을 자주 반복하고 시험 난이도도 낮습니다.
③ FIN461 Financial Cases and Modeling
한 학기 동안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과 늘 교수님을 원망했던 수업입니다. 교수님이 까다로우시고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시험이 총 4번입니다. 공인회계사시험 2차 재무관리 수준의 문제가 나오는데요 시간적 압박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픈 노트이고, 수업시간에 풀었던 case들을 숫자만 바꾸거나 서술형 질문을 몇 개 더 출제하시는 정도라 할만 합니다. 그리고 다른 과목과 달리, 종강(기말고사 보기 전 수업들이 끝나는 시점) 1주일 전에 모든 시험이 끝나서 다른 기말고사 준비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④ GCU323 Geography of Latin America
인터넷 수업입니다. 수업을 직접 가서 듣지는 않고 과제 제출과 시험 응시를 인터넷으로 대신합니다. 하지만 공부해야 할 양은 일반 in-person 수업과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애리조나가 라틴아메리카와 접해있는 주이다 보니 이 학교에서 아니면 이런 수업을 듣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강신청을 했는데요 그 동안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배웠습니다. 라틴아메리카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추천합니다.
⑤ MGT302 Principles Intl Busieness
국제경영수업입니다. 팀플과 발표가 없고 대신에 Wall Street Journal을 구독하여 수업시간에 배운 이론이 담긴 기사를 찾아 분석을 해야 합니다. 총 3번의 시험이 외울 내용이 적진 않지만 한국 대학들의 시험 스타일과 비슷하여 크게 어렵지 않게 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이 굉장히 친절하십니다. 교환학생이라고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따로 찾아간 적이 있는데요, 따뜻하게 맞아주시면서 사소한 것들까지 신경 써주십니다. 본교 전공필수 과목으로도 인정된다고 들었습니다. 추천합니다
⑥ SCM300 Global Supply Operations
ASU 경영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목 중 하나입니다. ASU의 SCM (Supply Chain Management)는 미국 내에서도 톱5에 들 정도로 그 명성이 대단한데요, 그 SCM 전공 학생들이 모두 수강하는 과목입니다. 원래 LSOM 쪽으로는 많이 알지도 못하고 크게 관심도 없었는데 이 과목을 통해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케이스를 다룹니다. 반복 응시가 가능한 퀴즈와 Lab 시험, 그리고 3번의 시험으로 평가합니다. 수업을 귀 기울여 들으신다면 시험 레벨이 높지는 않기 때문에 높은 학점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공부할 양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4. 주변 관광
제가 애리조나에 교환학생으로 있으면서 가장 많이 한 것이 여행입니다. 애리조나의 장점을 꼽자면 여행을 하기에 수월하다는 점입니다. 학기 중에 서부를 모두 돌고, 학기가 끝난 후 동부 및 플로리다를 여행했습니다. 학기 중에 Road Trip으로 그랜드캐년, 라스베가스, 캘리포니아의 대부분 관광지, 뉴멕시코, 멕시코를 갔습니다. 콜로라도를 다녀오는 데도 비행기로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에서 애리조나의 위치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Road Trip을 생각하고 계시다면 출국하시기 전에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아 가시길 바랍니다. 정해진 운전면허시험장에 방문하면 그날로 발급받을 수 있고, 미국에서도 똑같이 운전면허증의 기능을 합니다. 또한 미국에서 차를 렌트하려면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가 있으면 좋은데요. 저 같은 경우 패밀리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했습니다.
맺는 말
무엇보다 교환학생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국제실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교환학생으로 온 한국인들 끼리 늘 하던 이야기가, 과연 우리가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사실 저는 애리조나로 파견되기 전에, 출국 전 까지도 과연 이 학교로 가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자신을 의심했습니다. ASU라는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지도 않고 날이 덥다라는 우려만 들려올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애리조나의 환상적인 날씨가 그립습니다.
* 첨부파일에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