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체험수기

[Denmark] Copenhagen Business School 이재현 2010-2

2011.12.22 Views 1197 경영대학

Copenhagen Business School 체험 수기

경영학과
이재현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우유를 제외하고는 생소할 수 있는 덴마크에 교환학생을 2010년 가을학기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교환학생을 지원할 때 유럽에 있는 학교에만 5군데를 전부 지원했으며 지금도 전혀 후회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께도 너무 영미권에만 집착하지 말고 미국 외 나라들에 갈 기회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기회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지만, 유럽에 한 학기 동안 지내면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 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연습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젊을 때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을 만나면서 다른 문화를 접해본 것이 저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1) 덴마크 / CBS

덴마크는 독일 위의 유틀란드 반도에 위치해 있는 작은 나라입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한 노르웨이, 스웨덴과 역사적으로 많이 얽혀있으며 바이킹, 안데르센, 레고 등으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덴마크는 덴마크어를 사용하며 거의 모든 사람이 영어도 원어민처럼 구사할 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덴마크에서 살면서 영어가 안 통해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슈퍼에서 장을 볼 때 덴마크어로 써있어서 초반에 뭐가 뭔지 몰랐던 것을 제외하면 불편하지 않습니다.

덴마크는 위도가 높은 곳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겨울과 여름의 낮 시간의 차이가 크게 납니다. 제가 도착했던 8월에는 밤 10시에도 밝았던 기억이 나는데, 반면에 귀국하기 직전 12월에는 3~4시가 되면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해가 높이 뜨지 않고 살짝 비껴서 떴다가 지는 느낌이라 겨울에는 날이 밝아도 해를 보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덴마크 사람들은 겨울에는 다들 침체되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여름에는 해도 늦게까지 떠있고 날씨도 맑아서 야외활동을 하기에 적합합니다. 사람들은 전부다 밖에 나와서 공원에서 일광욕도 하고 책도 읽고, 운동을 하며 보냅니다. 따라서 여름에 있을 때 미리미리 야외활동을 많이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덴마크에서의 생활을 고려할 때 빼먹으면 안 되는 것이 현지 물가입니다. 덴마크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을 물가를 자랑합니다. 음식비, 교통비, 기숙사비, 여행비, 교재비 등 전반적인 생활에 드는 비용이 매우 높습니다.

Copenhagen Business School은 코펜하겐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려대처럼 캠퍼스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4개의 건물이 10분 정도 의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따라서 수업이 바로 다른 건물에서 있는 경우 자전거를 이용하면 시간 내로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주로 이용하는 건물은 Dalgas Have, Solbjerg Plads이며 국제실은 Porcelaenshaven에 위치해있습니다. 마지막으로 Kilen은 Wedge라는 별명이 있는데 참 근사하게 생긴 건물입니다. 수업은 잘 없지만 가끔 거기서 공부하거나 시험을 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건물 이름들이 Kilen을 제외하고는 어떻게 발음하는지 감히 시도조차 하기 힘든데 막상 익숙해지면 아무도 신경 안씁니다. CBS는 국제화가 상당히 잘 되어있어 매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오는 교환학생의 수가 1000명을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환학기 동안 문제가 생길 경우 Porcelaenshaven에 위치한 국제실에서 해결하시면 됩니다.

2) 교환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먼저 CBS측에서 교환학생들이 적응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버디를 지정해줍니다. 버디는 남/녀 선택을 할 수 있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남자를 선택했고 베트남계 덴마크인이 버디가 되었습니다. 성균관대에서 교환학생을 한 적이 있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버디 프로그램은 사실 버디가 무책임한 경우가 많아서 저는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저의 룸메이트는 공항에서 만난 이후로는 연락조차 한번도 안 했고, 또 그런 비슷한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너무 큰 기대를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학기가 시작하기 2주 전에는Crash Course라고 간단한 덴마크어를 배우고 교환학생들끼리 친해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기간이 있습니다. 필수는 아니지만 돈이 드는 행사들이라 관심 있는 분은 신청하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신청하지 않았고요. 같이 갔던 형은 신청했는데 그 다음 주에 있을 Introduction Week랑 많이 겹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만났던 사람들과 친해져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 다음 주에는 Introduction Week가 있는데, 이 한 주 동안은 CBS 생활 전반에 걸친 노하우라든가, 포크댄스 배우기, 웰커밍 파티 등 교환학생끼리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주간입니다. 이 Introduction Week는 필수이기 때문에 출국 날짜를 정할 때 Introduction Week 일정을 염두에 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3) 강의
CBS에서의 강의는 일주일에 한번 3시간에 걸쳐서 진행되는데, 매 주 같은 시간에 같은 강의실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미리미리 체크를 해두셔야 합니다. 또한 출석, 과제, 중간고사 등이 전혀 없고 오로지 기말고사만 성적에 반영이 됩니다. 그래서 기말고사를 잘 볼 자신이 있는 분들은 굳이 수업에 들어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들었던 재무과목은 심지어 중간고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저는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중간고사를 제출하면 성적과는 관련이 없지만 채점을 해서 돌려주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기말고사의 경우 3가지 유형이 있는데, 고려대의 대부분의 시험과 비슷하게 문제를 주면 4시간 동안 풀어서 제출하는 방식, 20분 가량 교수님과 구두로 시험 보는 방식, 그리고 집으로 가져가 언제까지 제출해야 하는 이른바 Take-home 시험으로 나뉘어집니다.

저는 덴마크에서 Oral Communication Skills in English, Issues in International Finance, Organizational Behavior, Psychology of Decision Making and Risk Management 이렇게 4과목을 들었습니다.

Oral Communicational Skills in English의 경우 대부분의 CBS 체험 수기에 추천되어 있어서 신청했는데, 저도 굉장히 만족했던 수업입니다. 대체로 영어로 Presentation을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수업인데, 상당히 기본적인 것 들을 가르쳐주긴 하지만 직접 연습해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반에 수업을 듣는 학생이 20명 가량밖에 되지 않아 발표를 하면 그 발표에 대한 피드백을 서로 주고 받으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수업이 진행 됩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다른 스타일로 발표를 하기 때문에 그것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학기 중에 저의 경우엔 팀 발표 한번에 개인 발표 1~2번이 있었는데, 주제는 자유에 가까웠기 때문에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Issues in International Finance의 경우, 재무 관련 과목들을 어느 정도 들으셨던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저는 재무관리만 들은 상태에서 들었더니 따라가는데 벅찼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강의가 마음에 들어서 잘 따라가지 못해도 열심히 수업에 출석했었습니다. 재무의 기초와 선물, 옵션, 스왑 거래, 그리고 환율 제도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하신 분이 들으면 아마 얻는 게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험은 4시간 동안 필기로 치르는데 막상 제가 이해한 것에 비해 점수는 잘나왔습니다.

Organizational Behavior는 아마 고려대에 있는 조직행동론 과목과 유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룹 발표가 매 시간 있고 저도 한번 했습니다. 물론 발표는 점수에 들어가진 않지만 필수로 해야 했습니다. 기말 시험은 20분 가량 교수님과 또 한 분의 평가위원이 들어온 상태에서 질문을 하면 구두로 대답을 해야 하는 유형이었습니다. 준비가 안된 만큼 점수도 잘 안 나왔습니다.

Psychology of Decision Making and Risk Management는 순수하게 제가 관심이 있어서 들었는데 이것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과목에서는 경제학 또는 재무에서 인간은 언제나 이성적이고 이기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가정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사례에 대해 공부하고, 그 이유에 대해 탐구합니다. 제가 관심이 있는 Behavioral Finance에 관련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들었습니다. 시험은 4시간 필기 시험이었고, 성적은 만족스럽게 나왔습니다.

4) 기숙사 및 전반적인 생활
CBS에는 기숙사가 무려11개나 있습니다. 하지만 기숙사를 신청하는 것도 상당히 경쟁적이라 자신이 원하는 기숙사에 되려면 신청하는 시간을 잘 맞춰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전산상의 오류로 인해 신청시간이 자꾸 미뤄지다가 갑자기 어느 날 새벽에 시작하는 바람에 제가 원하던 기숙사에 신청이 안되었습니다. 체험 수기에도 많이 나와있지만 Valby 기숙사가 인기가 많은 듯 한데, 저는 Kathrine Kollegiet(일명 KK)라는 기숙사에서 지냈습니다.

제가 아는 곳이 KK과 Valby밖에 없기 때문에 이 둘을 비교하자면, Valby는 동양인 비중이 높은 편이며 주방과 화장실을 층마다 공유해서 사용합니다. 하지만 KK는 화장실 및 주방이 각 방마다 있고 동양인은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한국인은 기숙사 전체에 저 혼자였고 약간의 싱가폴 사람들과 중국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점이 결과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더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룸메이트도 터키 계 캐나다인이었지만 저와 둘이 죽이 잘 맞아서 마찰을 빚었던 적도 없이 한 학기 내내 잘 지냈습니다. 또한 바로 앞에 Lidl이라는 매우 싼 마트가 있어서 식료품 구매하기가 굉장히 용이했습니다. 학교까지는 평균 자전거로 10분, 도보로 20분 정도 걸렸고 가까운 지하철 역(Flintholm)은 3개의 라인이 지나다녀 교통도 편리했습니다.

물가가 비싸다 보니 식사를 바깥에서 사먹었던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 Fakta, Fotex, Lidl 등 값싼 마트에서 재료를 사 해먹었습니다. 룸메이트의 도움을 받으며 간단한 요리를 해먹었던 것은 요리를 한번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교통비는 주로 지하철 값이 많이 드는데, 주로 10번 사용할 수 있는 클립과 1달 내내 사용할 수 있는 Monthly Pass를 조합해서 사용했습니다. 또한 겨울이 되기 전에는 자전거를 빌리거나 중고를 구입해서 타고 다니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덴마크는 나라 전체가 평지인데다가 자전거 도로 및 규정이 잘 정립되어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는 최고의 나라입니다. 수업을 위한 교재는 워낙 비싼지라 급한 경우 샀지만, 여유가 있는 과목은 Amazon UK에서 주문했었습니다. 한국에서 소포나 편지를 받을 경우에는 기숙사 주소를 썼다가는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따라서 꼭 국제실 주소로 보내도록 말해두세요. 국제실에서 소포가 왔다고 이메일이 오면 찾으러 가시면 됩니다.

덴마크에 다녀온 지 벌써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저에게는 뜻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나라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유럽에 가서 사람들이 어떻게 더불어 사는 지 배우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곳에 교환학생을 가려고 마음 먹은 학우 분 들도 정말 좋은 경험 하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제가 아는 한 최대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재현 leetheweird@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