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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Netherlands] Erasmus University(RSM) 김용민 2011-2

2011.12.21 Views 1499 경영대학

교환학생 경험보고서
2011학년도 가을학기
김용민
Rotterdam School of Management, Erasmus University

2011학년도 가을학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영학과 김용민입니다. 제가 다녀온 학교는 네덜란드 Rotterdam에 위치한 RSM, Erasmus University로, 유럽에서는 많은 학생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뛰어난 비즈니스 스쿨입니다. 본문에서는 경험보고서의 취지에 맞게, 해당 학교를 고려하고 계실 미래의 교환학생 지원자 여러분께 다소 도움이 되도록 짧게나마 한 학기 동안 경험한 바를 가감 없이 기술합니다. 경험보고서라는 특성 상, 다분히 개인적인 견해가 개입될 수 있는 점 사전에 양해 바랍니다.

학교 안에서의 생활에 대하여

수업
기본적으로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개설되는 수업은 그 종류가 그렇게 다양하지는 않습니다. 대개 15 ECTS짜리인 minor courses와 3~6 ECTS짜리 regular courses로 구분되는데, 후자가 고려대학교에서 전공 과목으로 개설될 만한 학문적인 과목들로 이루어지는 것에 비해 전자 쪽은 상당히 특색 있으면서도 구체적∙실용적인 과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minor course는 단 한 과목만 수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래는 제가 수강한 과목들에 대한 상세 내용입니다.

BAB19 Quantitative Decision Making
6 ECTS짜리 regular course로, 2개 모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듈 1에서는 Markov 모형의 실제적 적용과 대기행렬이론에 관해 공부하며, 모듈 2에서는 Microsoft Excel을 활용한 선형계획법의 실제적 적용 방법과 민감도 분석, 민감도 분석 결과표를 읽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됩니다. 강의는 일반 lecture와 함께 수 차례의 exercise session으로 이루어지며, 어느 쪽이든 수강생 입장에서 특별히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없습니다. 수업의 내용과 수준 자체는 지극히 간단한 예시를 반복적으로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개념을 이해시키는 데 집중되어 있어, 혼자서 공부해도 이해에 무리가 없는 정도입니다. 다만 시험의 난이도는 강의 시간 중 접할 수 있는 exercise 문제들과는 그 궤를 달리 하기 때문에, 수강생들에게 상당량의 공부와 노력을 요구합니다. 성적 책정은 절대평가를 기준으로 하는 바, 상당수의 학생들이 실제로 수업에 낙제합니다.

BAB22 Leadership, Sustainability and Governance
5 ECTS짜리 regular course로, 3개 모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과목명이 직관적으로 가리키는 바와 같이, 각 모듈에서 차례대로 leadership, governance, 그리고 sustainability에 관한 학술적 개념 및 연구사례들을 다룹니다. 해당 모듈을 담당하시는 교수님의 lecture가 주된 강의 방식이고, 매회 lecture마다 두 편의 required reading이 따라옵니다. 이중 대부분은 해당 강의 내용에 관련한 학술 논문이고, 때로는 학술서나 웹사이트에 기고된 칼럼인 경우도 있습니다. 단순 lecture와 함께, 각 모듈 종료 시점에서 한 차례씩 mandatory discussion session이 있습니다. 해당 session의 성적 책정은 이를 주관하는 TA의 주관적인 판단에 기초하며, 달리 발언의 빈도가 높다고 해서 특별히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BKBMIN020 Experiential Learning: Consulting to Social Ventures
15 ECTS짜리 minor course로, 시험은 전혀 없고 100% group-work basis grading을 따릅니다. 과목명에서 드러나는 대로 group-work는 지역사회 내 소규모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 프로젝트이며, 수강생들은 최종 output과 함께 프로젝트 중 약 4회 정도 부과되는 중간 과제를 제출하여야 합니다. 중간 과제는 대개 최종 product에 필요한 구성 요소로서, 과목 자체가 중간 과제를 잘 수행하며 커리큘럼을 따라가다 보면 무난하게 프로젝트 최종 product를 뽑아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client candidates는 사전에 교수님과 강의 staff가 조정을 거쳐 미리 준비해 두고, 학기 초반에 이를 각 그룹에 할당합니다. 주어진 candidate option 중에서 학생들은 가능한 한 자율적으로 client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수업에서 요구하는 활동 자체는 지극히 평범한 경영대식 group work지만, 지역사회 내에서 실제로 일하고 계시는 client 분들과 직접 협력하고 실제적인 impact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타 수업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학생 복지
일단은 식사하기에 적당한 곳이 마땅히 없습니다. 카페테리아 같은 곳이 교내에 두세 군데 정도 있는데, 어디가 됐든 적당히 먹으려고 하면 쉽게 10 유로는 넘어갈 정도로 가격이 비쌉니다. 덧붙여 저를 포함한 다른 학생들의 공통적인 의견으로, 먹을 만한 것도 별로 없고, 맛도 없다는 것 같습니다. 그밖에 이동식 점포처럼 kapsalon (아마도 네덜란드에만 있다고 생각되는 Dutch-Turkish fast food로, 감자튀김과 양상추, 양고기를 여러 가지 소스에 함께 곁들여 내는 음식) 을 판매하는 차량이 한 대 캠퍼스에 늘 상주하고 있는데, 가격도 3~5 유로 정도로 싸고 나름대로 먹을 만도 하지만 매번 이것만 먹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습니다.
먹을 것이 빈곤한 반면에, 스포츠를 즐기거나 하는 데 있어서는 시설이 꽤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교내 체육관은 간단한 등록 절차 및 정액제 이용 요금 지불 후 언제든지 별다른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데, 체육관 자체의 크기도 꽤 크고 농구, 축구, 배구, 배드민턴 등 스포츠 팀도 선수의 수준에 따라 5~6개 팀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체육관에서 자체적으로 댄스∙요가 등의 클래스를 운영하기도 하는 등 몸을 움직이는 쪽의 취미생활을 선호하시는 분들께는 나름대로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체육관 꼭대기 층에 마련되어 있는 WT 시설을 조금 깨작거리다가 곧 그만두었습니다만, 구비되어 있는 기구도 다양하고 코인 로커나 샤워 시설도 나름대로 갖추어져 있어 제법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컴퓨터나 프린터의 이용은 쉬운 편입니다. 교내 컴퓨터의 경우는 학번과 학교 포털 웹사이트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쉽게 이용이 가능하고, 프린터의 경우는 교내 Erasmus Shop에 비치된 GratisPrint.nl의 무료 프린터를 이용하거나 (일주일에 30 페이지 무료: GratisPrint.nl 웹사이트에 가입한 후 인쇄할 파일을 업로드한 뒤 해당 프린터를 통해 인쇄. 해당 웹사이트의 배너가 함께 인쇄되므로 주의) 교내에 위치한 copyshop에서 페이지 당 1~2센트 정도를 지불하고 프린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초고속 양면 인쇄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800 페이지 정도를 인쇄해도 무난하게 기다릴 만합니다.

기타 위락시설로 자그마한 bar가 하나 있습니다. 평상시에도 학생들의 이용 빈도가 높고, 때로는 파티도 종종 열리곤 합니다.
그밖에 학교 생활에 있어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ESN(Erasmus Student Network)이라는 student association에 찾아가면 된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방문해본 적이 없어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학생 대상으로 교내 행사나 클럽 파티도 자주 주최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활동성이 높은 조직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기타
캠퍼스가 작기도 하고, 캠퍼스 전반적으로 공사 중이기도 하고, 또 모양새 자체도 좋게 말하면 현대적, 나쁘게 말하면 특색이 없어 학교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낭만 같은 것은 별로 없습니다.

학교 바깥에서의 생활에 대하여

시내
네덜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동시에 물동량 기준 세계 최대의 항만도시인 Rotterdam이지만, 고려대학교가 위치한 서울에 비교하면 도시 자체는 매우 작고 한산하게 느껴집니다. 면적은 425km2로 서울의 약 70%인데 반해, 인구는 약 60만 명으로 서울의 6% 정도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시내를 어디를 돌아다녀 보아도 장이 서는 날이 아닌 다음에야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한편 인구가 적은 데 비해서 매우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데, 약 170여개국 출신의 사람들이 Rotterdam에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민족들이 모여 사는 것치고는 인종 차별이라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모두가 자연스럽게 지내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시내에서 중심가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곳은 Beurs나 Blaak 정도입니다. Beurs는 World Trade Center를 비롯한 오피스 빌딩을 비롯, 제법 많은 상점과 레스토랑, 주점과 클럽이 모여 나름대로 번화가를 이루고 있습니다. Beurs와도 매우 가까이 위치한 Blaak은 한마디로 교통의 요지입니다. Rotterdam Blaak 기차역과 함께, 트램과 지하철, 다수의 버스 노선 등, 인근 지역의 교통 중심지라 할 만합니다. 또한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에 서는 Blaak Market, 생활에 필요한 식료품점 등 많은 편의시설이 위치하고 있으며, 학교로부터 트램으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살기에는 가장 편한 곳이 아닌가 합니다.

다른 많은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네덜란드에서도 대부분의 가게는 오후 7시나 그 이전에 문을 닫습니다. 이 점이 24시간 편의점에 익숙한 저희 극동아시아계에는 상당히 불편한 점으로 다가오는데, 이것만큼은 적응하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습니다. 장은 대개 Albert Heijn이나 Bas, PLUS 같은 식료품 체인에서 보게 되는데, 점포마다 요일마다 영업시간이 상이하므로 이용하시기 전에 체크해 두시면 좋습니다. 참고로 가장 접근성이 좋은 Albert Heijn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가 안되고, Cirrus/Maestro debit card 역시 안받습니다. VISA/Plus 계열은 제가 가지고 있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네덜란드에서는 debit card를 PIN card라고 부릅니다.

Rotterdam 시내에는 정말이지 여기가 유럽인가 싶을 정도로 볼 게 없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폭격으로황폐화되어 오래된 건축물이나 시설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도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모던하고 실험적인 건축물들이 많이 들어서면서, 현대적이면서도 독특한 Rotterdam만의 identity가 생겨났습니다. 한편 날씨는 전형적인 서안해양성 기후로서, 좋게 말하면 여름에 덜 덥고 겨울에 덜 춥지만, 나쁘게 말하면 일년 내내 시도 때도 없이 날이 흐리고 안개가 자욱해지고 비가 옵니다. 이렇듯 현대적인 도시 풍경과 흐린 날씨가 늘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매일매일 꽤 그럴 듯한 살풍경을 그려냅니다.

치안
사견으로는 시내의 치안 상태는 서울과 비슷한 정도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사안에는 비교적 무딘 편이기 때문에 함부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늦은 밤중에도 여학생 몇몇이 혼자서 걸어다니는 걸 종종 보고는 했습니다. 딱히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도 아니기 때문에 현지인 비중이 월등히 높고, 무엇보다도 미주 대륙의 몇몇 나라들처럼 일반 보행자가 총칼을 들고 무장할 수 있는 곳도 아니기 때문에 확실히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참고적으로 Rotterdam은 Mass 강을 경계로 북쪽과 남쪽으로 나뉘는데, 도시 북쪽에 비해 남쪽이 생활 수준이나 치안 면에서 더 안좋다고 합니다.

교통
국토의 거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Rotterdam 시내 또한 경사가 거의 없는 평지입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나 트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합니다. 자전거 도로나 자전거주차장 등 관련 인프라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잘 갖춰져 있는 도시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자전거의 가격이 꽤 비싸고, 자전거 도둑이 많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입니다. 자전거 외에는 트램이나 지하철, 기차를 주로 이용하게 됩니다. 특히 트램은 시내 주요 루트에 약 12개 노선이 운행하고 있어서 이용이 아주 편리합니다. 대중교통 이용요금이 하나같이 다소 비싸지만, 물가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직접 비교하기에는 물론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트램이나 버스, 지하철의 경우 T머니 카드와 유사한 OV chipkart라는 카드를 만드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고 편리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학교 측에서 오리엔테이션 이전에 무상으로 한 장 지급해 주었습니다.

국외로 여행을 떠나실 때, 많은 경우 암스테르담 Schiphol 국제 공항을 이용하시게 됩니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Rotterdam Centraal 역에서 기차편으로 가는 것인데, 약 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일반 기차표 값에서 2,10 유로를 더 주고 이용하실 수 있는 Amsterdam-Rotterdam-Bruxelles 간 급행 노선인 Fyra를 타실 경우에는 30분도 채 안 걸립니다. 아일랜드계 저가 항공사인 Ryanair를 이용하시는 경우에는 Eindhoven 국제 공항으로 가시게 되는데, 역까지 대략 1시간 30분, 또 역에서 공항까지 버스로 대략 40분 가량 소요되어 꽤 번거롭습니다. 한편 학교에서 Rotterdam Centraal 역까지는 자전거로 30분 정도, 트램(tramlijn 21)으로 20분 정도 걸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1) 버스, 트램, 지하철 시간표 및 기타 운행 정보: http://www.ret.nl/
참조 2) 기차 시간표 및 기타 운행 정보: http://www.ns.nl/

통신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이 pre-paid phone을 이용하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 학교 측에서 Lebera라는 provider의 pre-paid SIM card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었습니다. Prepaid의 경우 통신사는 Lycamobile, Lebera, Ortel의 요금이 가장 저렴합니다.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은 T-Mobile보다는 Vodafone 쪽이 다소 저렴하다는 것 같습니다. 잔액의 충전은 슈퍼마켓이나 각 통신사 대리점 등 어디서나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Prepaid 외에 정규로 가입하여 더욱 저렴하게 휴대폰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니 이 부분은 직접 더 알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