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Stockholm University
김민진
- 교환학생을 지원할 때
무엇보다도 ‘내가 왜 교환학생을 가는지’ 동기를 먼저 세우시면 좋겠습니다. 그 기준에 따라서 나라, 도시, 학교를 고르는 기준부터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가서의 생활 방식도 당연히 이 기준에 따라 천차만별이 될 수 있습니다. “남들이 다 하니까” 남들 하는 대로 생활하다 오시지 마시고, 자기가 얻고 싶은 것 한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얻고 오시기를 바랍니다. 예를 들어 유럽으로 가는 많은 학생들이 여행에 중점을 많이 두는 반면, 저는 스웨덴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관심이 더 커서 현지 생활에 더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또한 어느 나라, 어느 도시, 어느 학교로 가느냐가 교환학생 생활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이 의외로 큽니다. 저는 특히 어느 “도시”로 가느냐가 생활 전반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고 느꼈습니다. 큰 도시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시골에 가서 지루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서울보다 훨씬 여유로운 스톡홀름 생활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스톡홀름은 수도여서 편리하면서도 서울과는 전혀 다른 자연 속에서 생활하실 수 있습니다.
- 스웨덴 생활에서 배울 수 있는 것
교환학생을 가는 목적이 저처럼 “생각의 틀을 깨기 위해서”이신 분들께 저는 스웨덴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유럽 모든 국가들이 미국에 비해서는 우리 나라와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북유럽 국가들은 전혀 다른 세계라는 느낌마저 들기도 합니다. 높은 세금으로 많은 기능이 공공 부문에서 해결되는 시스템은 저에게 너무나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한국의 교육방식이나 살아가는 방법에 너무나 길들여져 있던 저는,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한국 안에 자신의 시각을 고정시키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막연히 유토피아처럼 그려지곤 하는 스웨덴, 그 안에서 1년간 보고 듣고 배울 수 있었던 것을 지금은 제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미국 또는 캐나다 사람들처럼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지 않는 스웨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렵겠지만, 그것은 스웨덴 사람들이 쌀쌀맞아서가 아니라 내성적이기 때문입니다. ‘교환학생 생활’만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어느 나라를 고르든지 크게 영향은 없지만, 그 사회에 관심이 있다면 수업이나 파티에서 만났을 때만이라도 그 나라의 생활이나 시스템에 대해 많이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그러한 대화 속에서 의외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여러분들도 어느 곳으로 가시든지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을 벗어나서 많은 것을 깨닫고 돌아오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스웨덴의 겨울
제가 처음 스웨덴에 가기로 결정했을 때도 그랬고, 후에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처음 궁금해 하는 것도, 과연 “스웨덴의 겨울은 얼마나 지독할까”입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괴롭지는 않습니다. 기온은 한국보다 그렇게 많이 낮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스웨덴의 겨울을 악명 높게 하는 것은, 겨울이 “반년 가까이” 지속된다는 점과 오후 세시면 바깥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는 점, 그리고 늘 눈이 쌓여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년을 머무르느라 10월 말부터 4월 초까지 겨울을 난 저와 달리 대부분의 학생들은 몇 달만 경험하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고, 어둠과 쌓여있는 눈도 낭만적이라고 좋게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또, 미국 학생들에 비해 패션에 많이 신경을 쓰는 스웨덴 학생들도 겨울만큼은 멋을 팽개치고 정말 따뜻하게 입습니다. 한국에서 입던 예쁜 겨울옷 대신 제대로 된, 정말 따뜻한 겨울옷을 챙겨가시기 바랍니다!
- 스웨덴의 언어
저를 첫날, 둘째날 절망에 빠뜨리게 한 것이 스웨덴의 언어입니다. 가기 전 모든 사람들이 “스웨덴 사람들은 영어 잘하니까 문제 없을 거야”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에 저는 전혀 언어 부분에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하철에 타자마자 알아들을 수 없는 지하철역 이름들에 제일 먼저 좌절했습니다. 그리고 슈퍼에 가면 물건에 쓰여있는 말을 읽을 수 없어서 고르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남들이 영어권 나라 가려고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데 내가 무슨 배짱으로 이 나라에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에, 셋째 날부터 저는 씩씩하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지하철역 이름들은 점점 귀에 익숙해져 가고, 돼지고기, 소고기, 우유, 계란 등 필요한 단어들도 금방 외울 수 있었습니다. 스웨덴어에 특별히 관심이 있지 않는 한 영어만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누구에게 영어로 질문을 해도 모두 유창하게 대답해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어를 조금만 이해하게 되어도 얻을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늘어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수업은 듣지 않았지만 문법책 하나를 사서 공부했고 스웨덴 친구들을 만났을 때 연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여유가 있으시다면 기본적 문장들과 단어들만이라도 배우시면 스웨덴 생활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하기 전에 인터넷으로 공부하려고 하면 전혀 감이 안 오지 않을 겁니다. 직접 생활하다 보면 금방 느니까 가시기 전부터 미리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스웨덴의 물가
스웨덴의 키워드 중 하나가 “높은 물가”일 것입니다. 실제로 모든 것이 비쌉니다. 하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교통카드는 무조건 장기권으로 끊고, 외식하지 않고, H&M 등 저가 패션 브랜드를 이용하면 한국보다 아주 크게 비싸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편도권을 끊거나 편의점에서 작은 샌드위치라도 사먹거나 하면 말도 안되는 가격을 치러야 합니다. 따라서 현지 학생들도 꼭꼭 도시락을 싸서 다닙니다. 그리고 저는 3개월짜리 교통카드를 잃어버린 적이 있는데 꼭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Stockholm University School of Business
먼저 경영대 자체의 버디 프로그램이 아주 잘 되어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수업은 저도 이미 올라온 수기들과 비슷하게 Fashion Marketing, Business Ethics, Human Resources Management, International Marketing 등을 수강하였기 때문에 길게 설명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만약 Patrick L’Espoir Decost 교수님의 수업이 있다면 추천합니다. 지루하지 않게 강의하시고 피드백도 충실하게 해 주십니다.
모든 과목에서 수업과 세미나가 거의 같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세미나는 토론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교수님 말씀을 필기하는 방식에만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에 토론에 적응하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수업 전에 제대로 준비를 하시고 가셔야 참여하기가 쉽습니다.
- 기숙사 Lappis
스웨덴 교환학생 생활의 꽃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숙사 라피스에서의 생활입니다. (다른 기숙사들도 있지만 거의 이 곳으로 배정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부엌을 공유하는 한 층 사람들이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게 됩니다. 그런데 이 생활은 운에 많이 좌우가 됩니다. 저 같은 경우 첫 학기에는 리더 격의 친구가 있어서 청소도 관리하고 파티도 주도해서 우리 층 사람들이 정말 식구처럼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두번째 학기에 그 친구가 다른 곳으로 가고 새로운 사람들이 오면서 우리 층 분위기는 서로 남남 같아지고 말았습니다. 처음에 도착해서 분위기가 좋지 않더라도, 웰컴 파티를 제의한다든가 해서 분위기를 바꿔보시도록 노력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처음 도착하셨을 때 슈퍼마켓 위치, 세탁실 사용방법, 교통편 등 궁금한 것들을 복도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모두들 친절하게 도와줍니다.
- 떠날 때의 마음 가짐
교환학생 기간은 반 년, 길어야 1년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더라도, 그 날 조금 피곤하더라도, 돈 걱정이 들더라도 교환학생 기간 중 오는 모든 기회는 그 때가 지나면 끝입니다. 고민하지 마시고, 할 수 있는 경험은 모두 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느낀 것은 일상 속의 하루와 교환학생으로서의 하루는 같은 길이인데도 그 밀도가 어마어마하게 다르다는 것입니다.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과의 우연한 대화, 우연히 들어선 길 위에서도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고민하고 두려워하는 동안 그 소중한 시간은 모두 흘러가 버립니다. 일상 속에서 해 보지 못했던 일들, 되어보지 못했던 모습들을 경험하면서 더 당당해지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실 것입니다. 이 짧은 글에 다 담지 못한 저의 경험들을 대신해서, 여러분께서 저와는 또 다른 의미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오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첨부파일에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