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2010년 2학기 교환학생 파견 후기.
독일 쾰른을 다녀와서…
김현아
어학 강좌 개강은 9월 이었지만 여행을 위하여 8월 18일 인천공항에서 출국하였다. 출국 전 한 학기라는 짧고도 긴 기간을 보내기 위하여 짐을 꾸리는데 꽤나 힘이 들었지만, 모든 짐을 소포로 미리 보내놓은 덕분에 출국하는 가방은 마음만큼 가벼웠다. 유럽, 특히 독일이라는 곳에 처음 가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무엇을 가져가야 하고 무엇을 그곳에서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하여 짐을 싸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거의 1학기 동안 쓸 화장품이며 옷가지 등을 전부 가져 갔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전기 매트를 미리 구매하여 가져 갔던 것은 지금 생각해 보아도 가장 잘 한 일 인 것 같다.
몇 개 국가를 여행하고 8월의 마지막 날 독일 쾰른에 도착했다. 중앙역에서 미리 연락해 둔 버디를 만나서 내가 지낼 집까지 안내를 받았다. 다른 학과에는 없는, University of Cologne 경영대의 교환학생들 만을 위한 버디 프로그램은 한국에 오는 날까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가 살았던 집은 기숙사가 아닌 일반 가정집에 월세를 드는 것이었다. 한 층을 2명의 교환학생에게 제공하는 방식 이었는데, 나와 함께 집을 쓰는 친구는 스페인에서 온 여학생이었다. 독일에 가자마자 독일인, 스페인인을 만나니까 내가 정말 유럽에 교환학생을 오긴 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몇몇 친구를 더 사귀고, 교환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여러 친구들과 가까워졌다. 결과적으로 스페인인 2명, 브라질인 1명, 터키인 1명, 한국인 2명과 내가 교환학생 1학기 내내 가장 친했던 그룹이 되었다. 독일 친구들은 주로 버디를 하는 친구들 이었다. 이렇게 많은 나라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경험을 교환학생 외의 방법을 통하여 만들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2010년 한 학기는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안겨주었다. 친해진 친구들과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첫 여행지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이었다. 멤버가 항상 똑같았던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다른 친구들과 함께 가기도 하고, 누군가 사정이 있어서 못 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여행을 같이 한 스페인의 친구는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네덜란드 2번, 프랑스 2번, 영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의 로마, 피렌체, 피사, 나폴리, 폼페이, 베니스, 폴란드, 독일의 거의 모든 곳, 체코, 슬로바키아 등 북유럽을 제외한 거의 모든 유럽을 친구들과 주말과 휴일을 이용하여 여행하였다. 보통 한국의 대학생들도 1달에서 2달 정도 배낭여행을 하면 모든 유럽을 여행하곤 하지만, 그와 다르게 한 국가에서 보통 4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여행을 하며 더 많은 것을 여유롭게 볼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또한 외국인 친구들과 다니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면서도 각 나라의 문화와 언어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경비가 많이 들지 않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곤 했다. 물론 저렇게 많은 여행을 하고 서는 “돈 거의 안 들었어.” 라고 말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보통 생각하는 만큼의 유럽 여행 경비가 든 것은 아니라고 확언할 수 있다. 한 학기라는 긴 시간에 주말을 이용해서 여행을 가는 경우에는 유레일 패스를 이용 할 수 없다. 대신 유럽에는 유럽 국가들을 연결하는 기차나 저가 항공이 굉장히 잘 발달 되어있다. 기차의 경우 2달 정도 미리 예약을 하면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기차표 구입이 가능하다. 그리고 저가 항공은 공항이 멀다든지, 아침 일찍 또는 밤 늦게 출발한다든지, 연착이 많다든지, 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단점들이 있긴 하지만 미리 잘 알아보고 몇 번 경험을 해보면 저가항공의 가격만큼 피하기 힘든 유혹도 없다. 그리고 항상 항공사와 DB(독일철도) 사이트를 확인하다 보면 이벤트 형식으로 파격적인 할인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비싼 돈을 들여서 여행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독일 내에서 움직일 때는 차를 렌트 하여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다.
공부는 하나도 안하고 여행만 하다 온 게 아니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사실 여행을 위해 금요일과 월요일 오전 수업을 만들지 않았었다. 친해진 친구들도 대부분 그랬다. 영미권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학생들의 목적은 영어 또는 인지도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유럽을 선택한 이유가 여행이었다. 많은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는 유럽을 여유롭게 내가 원하는 만큼 경험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원래 조금 공부했었던 독일어를 향상시켜 오는 것도 한가지 목표였다. 그래서 내가 들은 강의는 전공2개, 독일어강좌 2개, 독일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교양과목 1개였다. 학기 시작 전 한달 동안 어학코스까지 들었으니 사실 상 독일어 강좌를 3개 들었다고 할 수 있다. 전공과목은 영어로 진행 되었으며 독일어 강좌는 독일어로, 교양 과목은 독일어와 영어를 혼합하여 진행 되었다. 교양 과목에서는 쾰른의 유명지와 학기 마지막쯤 선생님과 반 친구들과 함께 베를린으로 일주일 동안 현장학습을 다녀 오기도 했다. 그리고 12월 한달 동안은 독일 시내 곳곳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서는데, 독일에서 가장 큰 베를린의 크리스마스 마켓의 아름다움은 아직도 생생하다.
10월에 시작하여 2월에 시험이 끝이 나는 독일의 한 학기를 마치고 성적을 받았을 때는 사실 충격을 받았다. 여행을 다녔지만 시험 전에는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전공 한 과목에서 Fail을 받은 것이다. 여유 학점 없이 수강신청을 했었는데 전공에서 Fail을 받으니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결과 표를 보니 전체 수강생 40%가 Fail이고 40명 정도 되었던 교환학생 들 중에 통과한 학생이 3명 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함께 수업을 들은 친구들은 모두 Fail 이었다. 독일에서 좋은 학점 받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었지만 정말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교환학생들은 적당한 학점을 준다는 말도 많이 들었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다. 모든 교수님이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리 교수님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수강신청을 하라고 앞으로 파견될 교환학생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2월에 시험을 마치고 나는 가장 친했던 친구가 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놀러 갔다. 바르셀로나는 8월에 이미 여행을 했지만, 관광보다는 친구를 만나고 일상적인 체험이 목적이었다. 10일 정도 머무르면서 친구의 고향인 타라고나라는 해변 지역도 가고, 마침 카니발 기간에 가게 되어 친구의 친구들과 카니발도 구경하고 축제도 참여하며 정말 재미있는 시간들을 보냈다. 확실히 관광객으로 갈 때와 다르게 진정한 스페인 음식들도 맛보고 정말 좋았다.
비록 경영학과 학생으로써 경영학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쌓고 온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숙된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소중한 경험과 추억을 만들 수 있게 프로그램을 제공해주신 고려대학교 경영대와 University of Cologne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