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1. 들어가며.
그다지 모범적인 교환학생 생활을 하지 못한 제가 경험보고서를 쓰려니, 과연 다음에 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합격수기 보다는 실패한 경험이 다음에 오는 이들에게는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글을 보고서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2. 교환학생을 지원하기에 앞서.
교환학생을 지원하는 시점부터 무언가가 묘하게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교환학생으로 있다보면 아무래도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 보다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미리 생활비를 마련하고자 한 학기 동안 회계법인에서 part-time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그 와중에 토플시험을 치고자 신청을 다 해놓고, 야근을 마치고 시험을 치기 위해 집에 내려갔는데 이메일을 확인하니 고사장이 바뀌어있었습니다. 고사장 사정 때문에 바뀌었다고 하지만, 서울처럼 지하철을 타고 수월히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시외버스를 타고 한시간 이상을 가야 바뀐 고사장에 갈 수 있어서 저는 그냥 시험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회사에 다니는 중이 아니었다면 시험을 칠 수도 있었는데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상태라서 쉽게 포기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저의 교환학교의 범위는 영미권을 제외한 국가로만 한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환학생을 지원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월말~2월초면 회계법인이 가장 바쁠 시기라서 저는 학교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찾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야근하는중에 짬짬이 찾는다고 찾아 보았지만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선택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으로 교환학교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회계쪽에 관심이 있어서 유럽에서 IFRS와 관련된 사항과 세법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제가 파견되었던 학교에는 회계수업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학교마다 특화된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학교를 선택하기 전에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3. 교환학생으로 선발되고 나서.
프랑스는 상당히 열려있는 나라 같지만, 그 열린 세계로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비자를 받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번거롭기도 합니다. 특히 불법체류에 대한 염려를 많이 하기 때문에 재정에 관한 서류(은행잔고증명과 같은)는 잘 준비하셔야 합니다. 비자를 신청하는 절차도 약간 까다로운데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검색을 많이 해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가급적이면 비자를 빠른 시일 내에 받으셔서 비행기표도 빨리 예매하는 것이 경제적인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럽의 경우는 항공사나 예매시기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부지런히 준비를 해두면 나중으로 갈수록 편해집니다.
스트라스부르의 경우는 공항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직항으로 가는 비행기편은 없습니다. 그리고 있다고 해도 비쌉니다. 따라서 파리나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구매하여, 그곳에서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편안한 것 같습니다. 거리상으로는 프랑크푸르트가 가깝지만, 파리에서는 스트라스부르로 가는 TGV가 다니기 때문에 파리로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프랑스에는 CARTE12-25 라는, 한국으로 따지면 청소년할인카드와 같은 철도 카드가 있습니다. 49유로와 사진 1장이 있으면 1년간 프랑스에서 타는 철도에 대해서 최대 50%까지 할인이 됩니다. 교환학생으로 나와있으면서 여행을 종종 다닐 생각이라면 아예 파리로 입국해서 CARTE12-25를 만들거나, 한국에서 유레일패스를 사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도 유레일패스를 팔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사는 것 보다 약 20~30%정도 비싼 가격에 팝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랑스어. 배우려면 조금 오래 시간을 두고 잘 배워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언어와 달리 쉽게 귀가 트이지 않고 발음구조도 많이 달라서 조금 배워가서는 아예 쓸모가 없습니다. 자국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그런지 몰라도, 프랑스어를 하면서 외국인에게 배려를 해주는 프랑스인을 만나보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리 천천히 말 해 달라고 해도 빠른 말과 연음으로 듣는 이를 당황하게 하는 프랑스어. 저는 개인적으로 프랑스에 가서 프랑스어를 다시 까먹고 돌아온 것 같은 기분입니다.
4. 교환학생으로 가서.
많은 고민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분명히 처음에 정한 저의 목표는 견문의 확장이었습니다. 언어도 좋고 학습도 좋지만 시험공부를 하면서 사람이 너무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느끼고 돌아오자고 생각했는데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어서 막상 현지에 가니 어학에 대한 욕심도 생기고 학점에 대한 욕심도 생겨서 많은 갈등을 하게 했습니다. 교환학생으로 있는 1학기 혹은 1년의 시간은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한없이 짧은 시간입니다. 지원하기 전에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너무 많은 욕심은 부리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파견된 EM Strasbourg는 마케팅 쪽에 특화된 학교로 프랑스 동부 알자스-로렌 지방의 주도인 strasbourg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어로 하는 수업은 들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영어로 하는 수업은 전반적으로 크게 좋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인증을 위해서 비율을 맞추기 위해 영강을 억지로 많이 늘인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 명의 강사가 한 학기에 수업을 서너개씩 하기도 하고, 강사의 시간에 수업을 맞추다 보니 본교처럼 월,수1교시 이런 식의 시간표가 아니라 매주 시간표가 바뀝니다. 물론 저보다는 더 많이 배우고 다들 뛰어난 분들이 가르치기는 하지만, 본교와 비교했을 때 수업의 질적인 면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학교입니다. 교통이 편리하고, 유럽의 중심부에 있기 때문에 저처럼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싶은 분이라면 이곳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5. 기타 정보.
저는 한 학기 동안 기숙사에서 생활하였는데, 기숙사의 시설은 생각보다 많이 열악했습니다. 지내면서 다른 학생들의 집에 놀러 가 보니까 일반 아파트와 같은 곳을 임대하여 플랫메이트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제가 지내보지 않아서 단점이 안 보이는지도 모르겠지만 기숙사의 상황은 정말 상상 이하입니다.
그리고 프랑스의 물가는 유럽에서도 꽤 비싼 편이며, 그 중에도 strasbourg는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물가가 비싼 도시입니다. (아무래도 관광지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머무를 당시가 1유로에 1800원을 오락가락하는 고환율의 시기여서 더 비싸게 느껴졌겠지만, 물가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각오를 하고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교통이나 숙소에 대해서는 정부가 학생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학생의 특권을 마음껏 누리시기 바랍니다.
6. 마치며.
이리저리 유럽을 떠돌다가 한국에 돌아오니 지나간 6개월이 정말 꿈이었던 것 같은 기분입니다. 처음 학교에 입학할 때 학교에서 제시했던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과연 나도 그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6년이 지난 지금 학교를 통해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신 학교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부족한 보고서를 마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