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Copenhagen Business School
이강
1 2009-1학기 파견 교환학생에 지원한 과정
2008년 여름에 나는 2009-1학기 파견 교환학생에 지원하기로 마음을 먹고 여러 학교를 알아보았다. 평소에 재무 공부에 관심이 많던 나는 홍콩을 1순위로 선택하였으나 마음 한 켠에는 살아오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유럽 국가에 대한 환상이 남아있었다. 그리하여 플랜 B로써 유럽 국가 중에서도 평소 가보고 싶었던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덴마크 코펜하겐 경영대학을 2순위로 지정하였다.
최종 선발 결과 1순위였던 홍콩이 아닌 덴마크로 가게 되었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시점에 와서 돌이켜보면 오히려 코펜하겐에서 한 학기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이 참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토요일 아침 잔디가 펼쳐져 있는 공원 한복판을 뛰면서 숨을 쉴 때나 새벽 두 시에 아무도 없는 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질주할 때 느꼈던 상쾌함과 영혼의 자유로움은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종류의 새로운 행복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새로움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인생을 달려왔던 나에게 세상을 다르게 보는 또 하나의 관점과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
덴마크에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대학교의 수가 많지 않다. 수도인 코펜하겐에는 대략 3개 정도의 대학이 있는데 종합대학인 Kobenhavn University(KU), 경영학에 특화되어 있는 Copenhagen Business School(CBS), 공학에 특화되어 있는 Danmarks Tekniske Universitet(DTU) 등이다. 스칸디나비아 3개국(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중에서 대학 시설이나 교육 수준의 질이 가장 높고, 통화가치가 가장 강하기 때문에 교육 혹은 현지취업을 위해 건너 온 이웃나라 노르웨이나 스웨덴 출신의 유학생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2 선발 후 출국 전까지의 준비 과정
- 비자
덴마크에 교환학생으로 체류하기 위해서는 비자를 받아야 한다. 비자는 덴마크대사관이 아닌 스웨덴대사관에서 발급하며 신청 후 5~6주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입학허가서가 도착하는 10월 중순 이후에 되도록이면 빨리 신청하는 것이 좋다.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DKK로 환산된 통장잔고 증명서가 있어야 하는데 월 100만원 정도로 잡고 머무를 개월 수만큼 입금하여 발급받으면 된다. 나는 500만원을 환산한 잔고증명서를 제출하였는데 6개월짜리 비자를 받는 데 별 문제는 없었다.
- 기숙사 신청
일반적으로 2학기에 떠나는 교환학생과는 달리 1학기에 떠나는 학생들은 CBS측에서 Private Housing이 배정되지 않기 때문에 기숙사 선택 문제는 중요하다. 특히,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서 한 학기 기숙사 비용이 두 배 내지 세 배 정도 비싸기 때문에 기숙사 신청 서류를 받는 그 순간부터 최대한 빨리 신청하여 자신이 원하는 기숙사를 배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가장 싸면서도 혼자서 방을 사용할 수 있는 Øresundkollegiet의 경우 선착순으로 배정되기 때문에 서류를 늦게 제출하면 배정받을 확률이 낮아진다.
나의 경우에는 가격 순으로 1부터 10순위를 매겼는데 서류를 빨리 제출하지 못해서 1순위였던 Øresundkollegiet은 탈락하고 2순위였던 Valbygaardsvej에 배정받았다. Valbygaardsvej는 두 번째로 싼 기숙사였지만 한 학기에 약 18,000 DKK(보증금 3,000 DKK 제외), 우리 돈 430만원 정도로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나는 Contact Person에 선발되어서 3,000 DKK 더 저렴한 15,000 DKK에 살 수 있었다. 기숙사 신청 시 서류에 보면 Contact Person을 지원할 지 여부를 묻는 란이 있는데 Contact Person은 말 그대로 기숙사와 CBS Housing Office 사이의 연락을 담당하는데 주로 기숙사의 청소 계획을 짜고, 거주 학생들의 컴플레인을 모아서 주기적으로 보고하는 업무를 한다. 학업이나 기타 생활에 부담을 주는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향후 기숙사에 신청 시에 후배님들께서 이 부분을 참고하여 3,000 DKK를 더 절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한 학기 동안 생활했던 Valbygaardsvej는 학교로부터 버스로 약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일반 주택을 개조한 2층짜리 기숙사였다. 한 층에 14~15명 정도가 생활하는데 내가 생활했던 당시에는 2층이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어서 한 기숙사에 총 14명이 거주하였다. 공용 화장실과 공용 키친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침, 점심, 저녁으로 식사를 할 때 다른 나라에서 파견된 교환학생들과 자주 마주치고 또 이야기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다른 기숙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국학생들과 친분을 쌓고 교류를 쌓기가 보다 수월하였다. 또한 지리적으로 Valbygaardsvej는 학교와도 가깝고, 주요 번화가인 Norreport, Kongensnytrov 등과도 인접해 있기 때문에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도 자전거로 다녀도 될 정도로 교통의 요지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용 화장실의 배수시설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학기 중에 배수구가 막히거나 수압이 낮아지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였다. 또한 화장실의 경우 청소계획이 지켜지지 않으면 위생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기 때문에 거주 학생들이 공동 위생에 어느 정도는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수강신청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록 홍콩에 파견되지는 못하였지만, 내가 덴마크에서 듣고 싶은 분야 역시 주로 재무분야였다. 그러나 내가 수강신청을 할 당시에는 학부과정에 개설된 재무 분야의 과목이 불과 4과목이었고, 몇 몇 과목은 이미 본교에서 수강을 하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수강할 수 있는 재무과목이 별로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MSc 과정의 대학원 수업을 알아보게 되었는데 대학원에는 개설된 재무수업이 꽤 많았다.
나는 수강신청을 담당하는 코디네이터를 찾아가서 대학원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물어보았고, 이메일로 본교에서 들었던 재무과목과 평점, 그리고 왜 대학원 수업을 듣고 싶은지에 대한 이유를 정리하여 코디네이터에게 보냈다. 그 결과 대학원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을 통해서 느낀 것은 원칙상으로 불가능하지만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향후 수강신청을 하시는 후배님들께서는 이 부분을 참고하셨으면 좋겠다.
Applied Finance in Excel – 학부
젊은 덴마크 교수님이 수업을 진행하시는데
내용자체가 어렵지는 않지만 실습을 하지 않으면 수업시간에 따라가기가 힘들다. 웹페이지에 Exercise와 그에 대한 솔루션이 엑셀 파일로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한 시간 정도 실제 엑셀을 돌려보면서 익힌다면 수업을 따라가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본교에는 개설이 되어 있지 않은 VBA나 기타 엑셀을 활용한 데이터분석 활용능력을 쌓고 싶다면 이 수업을 추천하고 싶다.
Effective Writing in English – 학부
우리학교에 비교 한다면 실용영어 III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용영어 III에 비유한 이유는 영어 수업이 크게 3개가 있는데 그 중 가장 학수번호가 높고 어려운 수업이었기 때문이다. 강의명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작문과 문법에 초점을 맞추어 수업이 진행된다. 학기 중에 총 5번의 에세이 과제가 있고 매 주마다 10~15문제의 문법 문제가 과제로 나온다. 에세이의 경우에는 첨삭과 함께 점수가 매겨지지만 에세이 점수가 기말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주로 on, at, in 등의 전치사의 쓰임과 미국영어와 영국영어의 차이점 등 영어 사용에 있어서 문법적으로 상당히 세부적으로 파고들기 때문에 회화보다는 작문 실력을 키우는 데 바람직한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이 수업 외에 학수번호가 다른 두 개의 수업이 있는데, 그 중 이 수업 바로 전 단계의 수업은 회화에 초점을 맞춘 수업이다.
Global Stock Market – 대학원
실무자들이 수업의 20%를 차지하고 있고 수업도 논문을 중심으로 토론식으로 진행되는 세미나 형의 수업이다. 주로 시장효율성, 주식 프리미엄 퍼즐, 랜덤워크 이론, 주식 가치평가 모형, C-CAPM 등을 논문을 통해 배운다. 교수님이 행동재무학적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Beta is nothing’이라고 자주하시는데, 이러한 행동재무학적 접근법을 배움으로써 시장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익힐 수 있다. 과제는 없지만 시험이 3시간 분량의 핸드라이팅에세이 것이 조금 힘들었다.
Capital Market Theory – 대학원
투자론과 선물옵션, 기업재무 수업을 섞어 놓은 듯한 수업이다. 다만 학부과정에서는 다루지 않는 수학적 배경과 이론을 좀 더 깊이 공부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용어적인 측면에서 다르게 지칭하는 경우가 있어서 조금은 헷갈리는 경우가 있었다. 배우는 내용들은 Efficient Frontier and portfolio, Single Index Model, Multi Index Model, International Diversification, Portfolio Selection, Safety First, Utility Theory, CAPM, APT, Options and Futures, Bonds, Portfolio Management, Dynamic Strategies, Time Diversification 등이다.
매 챕터가 끝날 때마다 책의 연습문제가 숙제로 나오는 데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시험 유형이 숙제와 유사하다. 최근 3년간의 기출문제가 웹페이지에 업로드 되어 시험을 준비할 때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 항공권 예약 및 기타 준비사항
항공권 예약 시에 내가 주의 깊게 본 것은 귀국일 변경 시에 수수료의 지불 여부였다. 일반적으로 귀국일을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는 오픈형 티켓의 경우 일반 티켓보다 수 십 만원 가량 차이가 났었기 때문에 일반 티켓이지만 귀국일 변경 시 수수료를 얼마나 내야하는 지를 각 항공사 별로 비교했다. 당시에 내가 살펴 본 항공사 중에서는 에어프랑스가 총 요금이 두 번째로 저렴했고, 귀국스케쥴 변경 시에 별도의 수수료 없이 여행사에 항공권 재발급 명목으로 3만원만 지급하면 되는 조건이어서 나는 에어프랑스 티켓을 끊었다. 타 항공사의 경우 귀국 날짜 변경 시 20~30만원 가량의 Handling Fee를 물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귀국일이 확정적이지 않다면 각 항공사별로 변경 수수료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외에 짐을 싸는 과정에서 특별히 준비해야 할 사항은 없지만 가방 공간이 좀 남는다면 고추장이나 김 또는 멸치를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덴마크 현지에서 구하기 힘들뿐더러 고추장만 있으면 현지에서 조달된 채소를 통해 볶음밥을 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유용히 쓰일 것이다. 나는 처음 한 달 간은 세 끼를 모두 볶음밥으로 해결했다.
3 도착 후 한 달 동안 해야 할 일들
- 비자 및 CPR 카드 신청하기
덴마크는 비자발급 시에 한국에서는 확인을 위한 A4문서만 수령하고 이것을 가지고 입국해서 코펜하겐에 있는 이민국에 직접 방문하여 여권에 비자 스티커를 받아야 한다. 은행 계좌의 개설이나 의료기관 방문 시에 CPR Number가 요구되는데 CPR Number를 받기 위해서는 비자스티커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도착 후 일주일 이내에 처리하는 것이 좋다.
비자 스티커는 Norrebro 방면으로 가는 길목의 이민국을 방문해야 하며 스티커를 받은 이후에는 여권을 들고 가까운 행정기관에서 CPR Card를 신청하면 약 2~3주 후에 우편으로 CPR Card를 수령할 수 있게 된다. 덴마크는 외국인이라도 CPR Card가 있으면 의료기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외출 시에 되도록 지참하거나 최소한 번호를 숙지하고 있는 편이 좋을 것이다.
- 학생증 신청하기
코펜하겐 경영대학의 Main Building인 Solberg Plads의 도서관 1층에 가면 학생증을 신청할 수 있는 무인신청기계가 있다. 그 기계를 이용하여 사진을 촬영하고 간단한 신상정보 입력 후 학생증을 신청하면 약 1~2주일 후에 도서관 2층에서 학생증을 수령할 수 있다. 우리와는 달리 학교에서 문서를 출력하거나 복사를 할 때 학생증에 돈을 충전하여 사용하는 방식이므로 학생증이 없다면 수업 시 프린트를 하는데 불편을 겪을 수 있다.
또한, 학생증은 여행 시에 유용하게 쓰이는 데 일반적으로 대학생 할인이 존재하는 유럽에서는 학생증을 제시하면 박물관이나 공원, 유람선 등 여행 시 할인을 받는 경우가 많다. 국제학생증을 미리 만들어 갔다면 상관없지만, 나의 경우 CBS 학생증을 제시하여도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 은행계좌 개설하기
덴마크 내에는 크게 두 개의 은행이 있다. Danske Bank와 Nordea가 그것이다. 어느 곳에서 계좌를 개설해도 상관이 없지만 내가 사용해 본 결과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에 여기에 그것을 적어보려 한다.
나는 Nordea에서 계좌를 개설했는데 그 이유는 교내의 ATM이 Nordea였기 때문이다. 한국과는 달리 중심가를 벗어나면 은행 ATM이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에 있을 때 미리 돈을 뽑아두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4월에 10일간 노르웨이, 스웨덴을 여행하면서 이 보다 더 큰 Nordea의 장점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노르웨이, 스웨덴의 어느 도시에도 Nordea는 존재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최북단에 가까운 나르비크, 키루나 등의 라플란드 지방에 갔었는데 인구가 5만이 채 안되는 이 도시들에도 Nordea가 있었고 ATM을 이용하여 돈을 뽑을 수 있었다. 사전에 환전을 해 간 탓에 이용할 기회는 없었지만, 사전에 알았다면 돈을 조금 덜 환전하여 환전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었을 것 같다.
Nordea의 단점은 한국에서 송금 시에 어느 경우에도 예외 없이 20 DKK, 우리 돈으로 약 5000원 가량이 수수료로 나간다는 점이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송금을 하면 항상 영수증에 ‘Danske Bank – 20 DKK’가 표시되면서 20 DKK가 날라간다. 이 단점은 Danske Bank의 장점이기도 한데 Danske Bank 이용 시에는 이 수수료가 없다고 한다.
만약 Valbygaardsvej에 배정받았다면 Danske를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슈퍼마켓인 Netto가는 길에 Danske의 ATM기가 있다.
- 교통수단 정하기
코펜하겐에서 교환학생이 택할 수 있는 교통수단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버스, 지하철, 자전거.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한다고 하면 또 다시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10-clip(10번 이용권)과 Monthly Pass가 그것인데 만약 자전거가 없는 경우에는 대부분 Monthly Pass를 사서 이용한다. 10-clip은 120 DKK, Monthly Pass는 320 DKK 이고 버스나 지하철 사이의 환승에는 제한이 없고, 다만 특정 Zone을 넘어가는 경우에는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처음 한 달만 Monthly Pass로 생활하고, 나머지 3달 동안을 자전거를 구매하여 타고 다녔는데 개인적으로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삼을 것을 추천한다. 코펜하겐은 세계에서 자전거 타기가 가장 좋은 도시로 손꼽힐 정도로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다. 차도와 자전거 도로가 분리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서울에 비해서 자동차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매연이나 소음과 같은 자전거 운전 방해요소들이 현저히 적다. 또한, 도시 자체가 그리 큰 편이 아니기 때문에 웬만한 지역은 자전거로 30분 이내로 모두 갈 수 있기 때문에 실효적인 교통수단으로써 충분히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나는 Norrebro의 한 자전거 샵에서 MTB 중고자전거를 900 DKK에 구매하여 세 달 간 사용하고 출국 직전에 노르웨이 친구에게 500 DKK에 팔았다. 400 DKK로 Monthly Pass를 사용하지 않고 세 달 동안 자전거 하나로 버텼다.
그러나 자전거를 이용함으로써 내가 가질 수 있었던 행복은 이런 금전적인 부분이 아니라 겨울의 습기차면서도 우울한 공기, 초봄의 청량하면서도 상쾌한 공기, 초여름의 따뜻한 공기를 직접 호흡할 수 있었고, 대중교통으로 가보기 힘든 도시의 구석구석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는 것에 있지 않았나 싶다.
- Danish Crash Course 및 Introduction Week
나의 경우 학기는 2월 첫째 주에 시작하였고 학기 시작 2주전에 Danish Crash Course가, 1주전에 Introduction Week가 있었다. Danish Crash Course는 300 DKK 정도를 지불하고 일주일 동안 기초 덴마크어를 배우는 코스였는데 그 코스에 참여했던 기숙사 친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대체로 학교에서 교환학생들을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 마련된 ‘상업적인’코스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Danish Crash Course에는 참가하지 않고 Introduction Week에만 참여하였다. Introduction Week는 일주일 동안 각 국에서 온 교환학생들과 어울리면서 덴마크 전통 춤 배우기, 클럽에서 놀기, 바에서 놀기, 버디와 함께 저녁먹기, 수트를 입고 파티하기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었는데 돌이켜 보면 한 학기 생활하면서 친하게 지냈던 대부분의 교환학생 친구들을 모두 Introduction Week를 통해 만나게 된 것 같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Introduction Week의 모든 행사에 참여하여 친구를 많이 사귀기를 추천한다.
- 버디 및 각종 파티들
유럽은 다르다. 거의 매 주 목, 금, 토는 어디에서건 파티가 벌어졌다. 특히, 처음 한 달 간에는 신입생 및 교환학생들 간에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서 이러한 파티가 자주 벌어지게 되는데 여기에 성실하게(?) 참여한다면 남은 교환학생 생활이 즐거워질 것이다.
그리고 덴마크로 입국하기 전에 학교 측에서 버디를 한 명 붙여주는데 버디와 친하게 지내면 버디의 친구들과도 알게 되면서 상당히 다양한 배경을 가친 친구들과 친목을 쌓을 수 있게 된다. 특히, 버디에게 핸드폰이나 자전거 구매 시에 도움을 청하면 운 좋은 경우 공짜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버디가 한국인 풀타임 석사과정의 누님이셨는데 핸드폰부터 시작해서 상당히 많은 도움을 주셨다. 나 뿐만 아니라 같이 갔던 재준이나 동원이도 각자의 버디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면 버디에게 일단 얘기를 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24시간 도서관 이용하기
평소에는 이용할 일이 없겠지만 거의 모든 과목이 시험을 기말에 한 번만 쳐서 시험범위가 방대하기 때문에 시험기간이 되면 24시간 도서관을 이용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CBS에는 단 한 곳의 열람실이 24시간 개방이 되는데 CBS의 네 개 건물 중 하나인 Porcelenshaven(철자가 틀릴 수 있으나 발음상으로는 포실렌 혹은 포실렌스해운)에 24시간 열람실이 있다. 포실렌 건물은 기숙사가 함께 있기 때문에 보안 상 저녁 8시가 지나면 카드가 없으면 건물 내로 들어갈 수 없다. 따라서 건물 내에 있는 24시간 열람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보안카드를 미리 신청해야 한다.
보안카드는 인터넷으로 신청을 할 수 있고, 신청 후에 약 2~3주 정도 발급기간이 소요된다. 자세한 사항은 포실렌에 있는 인터내셔널 오피스의 직원에게 물어보면 친절히 가르쳐 준다. 개인적으로 Solberg Plads의 열람실보다 Porcelenshaven의 열람실의 책상과 의자가 더 넓고 편했던 것 같다.
4 출국 전 한 달 간 해야 할 일들
- 보증금 환급 신청 및 기타사항 확인하기
출국 전에 인터넷으로 보증금 환급 계좌의 정보를 등록시켜야 한다. 이 때 학생들이 부정확한정보를 기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CBS에서는 정보를 정확히 기입하여 송금 시 오류가 안 생기면 3,000 DKK에 100 DKK 가량을 더 얹어서 환급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세히 기입하여 100 DKK를 벌어보자.
또한, 출국 직전에 기물이나 공용키친, 공용화장실 등에서 손실품이나 기타 보증금에서 차감될 만한 항목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국 직전에 열쇠를 반납하는 것도 잊지 말자. 나는 출국 당일에 공항에서 주머니에 열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편으로 보냈던 기억이 있다.
- 계좌 닫기
반드시 닫아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시간이 촉박하여 미처 은행 계좌를 닫지 못하고 나왔는데 별 문제는 없었다. 은행 계좌를 닫는 이유는 통장에 잔액이 100 DKK 미만으로 남아있는 경우 ATM으로 뽑을 수가 없기 때문에 계좌를 닫아서 잔액을 받기 위함이다. 시간이 부족하여 계좌를 닫지 못한 경우에는 잔액을 직불카드를 이용하여 공항 면세점에서 소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자전거 판매
중고로 산 자전거를 판매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원래 구매한 곳에 다시 되파는 방법과 CBS 포털 내의 중고 판매자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이다. 나의 경우 원래 구매한 곳에서 3개월 동안 잔 고장 없이 사용하면 다시 사주겠다고 말하였으나 정확한 가격은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CBS 포털 내에 글을 올렸고, 몇 건의 문의 이메일이 왔으나 최종적으로는 코펜하겐에서 향후 2~3년 간 공부할 예정인 노르웨이 친구에게 팔고 왔다.
자전거를 400 DKK 이하로 구매하였거나 공짜로 얻었다면 기증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으나 나와 같이 비싼 가격에 구매를 하였다면 출국 전에 다시 되파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5 느낀 점과 하고 싶은 말
인생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어찌보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두 가지 질문일 수도 있지만, 나는 대학에 있을 때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답은 단지 내면을 뒤돌아 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다른 세상과 알지 못했던 것을 맞대면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덴마크에서 한 학기 동안 생활하면서 느낀 인생과 행복은 실체는 있으나 그것을 말로 구체화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자전거를 타고 가는 등교길에 내 앞의 뚱뚱한 몸으로 언덕길을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올라가는 중년의 아저씨와 아줌마의 모습. 눈이 내린 평일 다음날 아침에 공원에 산책을 나갔을 때 공원의 하얀 언덕에 수 십 명의 어린 꼬마아이들이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썰매를 타고 있는 모습. 노르웨이의 피요르드에 여행 갔을 때 보았던 어느 젊고 멋있었던 농부의 모습. 이런 모습들은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고, 그 둘의 차이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CBS로 파견되실 후배님들께 가기 전에 꼭 보고 가라고 추천해 주고 싶은 영화가 있다. “Reconstruction”이라는 덴마크 영화인데, 백주년기념관 멀티미디어 열람실에 있다.
끝으로 교환학생 생활 동안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무엇이든지 시도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돌이켜보면 기억에 남는 것은 ‘일상적인’것들보다는 ‘비일상적인’것들인 것 같다. 생각을 전환하고, 한 학기 동안은 자유롭고, 여유로운 덴마크식 마인드로 생활하신다면 인생에 있어 길이 기억에 남을 6개월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