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처음 네덜란드를 가려고 마음먹은 것은 군대에 있을 때였다. 연대생들의 교환학생 수기를 모은 책이었는데 네덜란드 교환학생 수기를 읽으면서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많은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유럽 대부분의 나라를 쉽게 갈 수 있다는 점과, 영어를 공용어처럼 사용해서 영어배우기가 다른 유럽나라에 비해 훨씬 수월하다는 점이었다. 또 우리나라의 반도 안되는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손꼽히는 부유한 나라는 점이 왜 그럴까에 대한 의문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물론 이탈리아나 프랑스를 지원하기도 하였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네덜란드를 갔다온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확신한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렵게 토플을 공부해서 기준 점수를 넘기고, 면접까지 준비하는 과정 끝에 네덜란드로 교환학생이 결정되었을 때 매우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계속되는 서류준비에 약간은 귀찮은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잔액잔고증명서와 보험가입, 가족관계증명서, 기숙사 계약체결 등등 많은 서류를 준비하고 네덜란드 학교와도 직접 연락하면서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그것은 교환학생에서 얻을 너무나 소중한 경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한 준비 끝에 네덜란드로 출발하게 된 나. 학교이름은 HES라는 곳이었다. 암스테르담에 위치하고 있는 곳인데, 그곳의 교환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같은 건물에 산다. 건물은 두 채로 한국의 아파트와 비슷하긴 하다. 하지만 매우 낡은 건물이고, 특히 엘리베이터가 고장도 자주나고 좀 무섭게 생겼던 기억이 난다. 혼자살거나 둘이 살게 되는데 특이한 점은 남자와 여자가 룸메이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가 워낙 성에 개방된 나라라서 그런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기에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들을 목격한 나는 처음부터 좀 놀라고 말았다. 나의 룸메이트는 프랑스친구였는데 20살이었다. 프랑스친구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영어실력도 좋았고, 매우 깔끔한 것을 좋아해서 청결한 걸 좋아하는 나와 아주 잘 맞았었다. 그렇게 룸메이트를 만나고, 여러친구들을 또한 알게 되었는데 이것은 학교차원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보렐’이라는 맥주파티 같은 것을 시내의 바를 빌려 열어주기에 더 쉽게 가능했던 것 같다. 보통 아시아인들은 아시아인들끼리 더 빨리 친해지는 경향이 있고 서양인들은 서양인들끼리 빨리 친해진다. 물론 따로 노는 것은 아니고 다 같이 놀긴 하지만, 이것은 비슷한 걸 좋아하는 사람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았다. 특히 한국은 한류의 영향으로 아시아에서는 정말 선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모든 아시아 아이들이 한국의 유명스타와 가수들을 알고 있었고 그들의 영화와 음악을 감사하면서, 한국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하였었다. 교환학생으로 같이 갔었던 친구형이 아이디어를 내서 아시아파티를 주최했었는데 한국애들이 주최한다는 것을 알고 거의 모든 아시아아이들이 모두 참석해서 각자 자기나라의 음식들을 가져와서 즐기면서 파티를 열었던 기억이 난다.
학교수업은 우리학교처럼 교수님이 위엄있거나 진지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편은 아니다. 강사들이 와서 수업하고 나가는 식으로 느껴졌는데 그 이유는 HES라는 학교가 유명한 대학이 아니라 네덜란드에서는 솔직히 말하면서 이류대학으로 편성되어있다는 것에 있다. 이것은 대학건물이 네덜란드 전역에 퍼져있는 기술대학같은 느낌으로, 그렇다고 학문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고려대학에 비하면 정말 현저히 비교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교육수준이라고 해도, 영어가 딸리는 한국학생들은 지식을 잘 표현하지도 못하고 영어를 잘하는 그 아이들 앞에서 토론수업때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영어는 곧 자신감이라는 결론이 내려졌고, 정말 영어를 못했던 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시작하였다. 집에 부랴부랴 영어회화책을 보내달라고 하고 영어드라마를 이용해서 영어공부를 시작해서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꼈다. 놀랐던 것은 정말로 한국학생들의 영어실력이 가장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태국아이들도, 중국아이들도 영어실력은 우리들보다 높았고 어릴때부터 영어교육자체가 한국과 매우 틀렸다. 우리 한국의 영어교육이 실제로 얼마나 학생들의 능력을 감소시켜놓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교환학생이 영어를 늘리기에 정말 좋은 기회인 이유는 영어공부를 해서 익힌 표현을 바로바로 친구들에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잘 안 까먹게 되고 바로 복습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놀면서 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안 받아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향상되는 것이 느껴질 수 있었다. 수업은 한국에서 들었던 회계, 재무와 마케팅과목을 주로 들었는데, 한국에서 이미 배웠던 것이라 매우 쉬었었다. 실제로 시험자체가 아주 평이한 수준으로 나와서 영어강의지만 크게 어렵지 않게 패스할 수 있었다. 재시험도 가능한데 이것은 7월정도에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교생활은 이 정도로 얘기하고 다른 것들을 보자면, 우선 물가는 정말 너무 비쌌다. 한국의 2,3배되는 것 같았는데 외식은 정말 하기 어렵다. 보통 괜찮은 식당을 가면 한 끼에 2만원 이상은 당연하게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교환학생친구들은 보통 음식을 자기가 다 해먹는 편이다. 우유 같은 경우 낙농업국가라서 그런지 우리나라랑 가격이 비슷하고 다른 식재료도 크게 비싸지는 않아서 요리를 잘 하면 식비를 크게 줄 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난 주로 파스타를 해먹었는데 밥통이 생긴 이후로는 쌀밥은 해서 먹었었다. 학기는 6월초면 끝나게 되고 시간이 많이 남게 된다. 그때부터는 유럽 여러나라를 여행다녔는데, 정말 유럽여행을 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지젯이나 라이언에어를 이용하면 정말 싸게 여기저기를 여행할 수 있다. 또한 네덜란드에는 고대 교우회가 있는데 한 학기에 한 번 정도 모여서 밥을 먹는다. 나는 운이 좋게 2번이나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많은 선배님들을 알게되고 좋은 말씀도 많이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이런 좋은 기회를 가지게 해준 고려대학교에 감사하고 많이 애써주신 국제처 교직원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