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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France] ESSEC 강영빈 2009-1

2009.09.16 Views 965 경영대학

 



ESSEC 그리고 Paris에서의 일장춘몽”

                                     2003120357 강영빈

 

“우와! 너 안 어울리게 Parisien 하는 거야?, “ 형, 파리 간다고요??

2008년의 무더운 여름이 끝나던 무렵, 교환학생 파견 발표가 난 후, 주변에서 날아드는 첫 번째 반응은 바로 저것이었다. 그렇다. 나는 운이 좋게도 모두가 한 번쯤 거주해보고 싶어하는 프랑스의 수도 Paris,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Paris의 일산과 같은 Cergy라는 곳이었지만 어쨌든 전 세계의 유행과 패션을 선도하는 그 곳에서 꿈만 같던 한 학기 동안의 교환학생 시절을 보내고 돌아왔다.

 

ESSEC은 어떤 곳인가?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MBA를 생각할 때 대부분 미국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물론 내가 생각하기에도 현재 고등교육의 리더는 단연 미국이다. 하지만 유럽계 MBA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MBA 제도를 갖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상경계열 그랑제꼴이라는 비즈니스 전문 학교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ESSEC INSEAD, HEC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3대 명문으로서 Financial Times Le Figaro 등 유수의 매거진들이 항상 유럽의 탑 5 안으로 손꼽는 대학이다. 특히나 럭셔리 MBA라는 독창적인 코스를 마련함으로써 전세계의 명품브랜드 마케팅에 관심을 기울이는 학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EPSCI?

 하지만 내가 다녀온 코스는 EPSCI라는 ESSEC의 학부 코스. 사실 MBA의 예비코스라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수업의 강도가 그렇게 강하지가 않았고 고려대학교에서 이수한 부분이 반복되는 부분도 많았다. 또한 프랑스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걸맞게 엄청난 양의 숙제와 프로젝트와는 전혀 거리가 멀었고 느슨한 분위기에서 부담 없이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강의의 내용은 좀 더 세분화된 범주를 다룬다. 나는 총 4개의 전공과목(European Economics, Intercultural Marketing, International Negotiation, International Financial Engineering) 2개의 언어코스(Advanced English, French beginner)를 수강하였는데 넓고 다양하게 다루는 고려대의 강의와 달리 분야를 좁혀서 심도 있게 다루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예를 들어 European Economics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경제학 이론과 더불어 EU의 규제와 추세에 따른 경제정책들을 짚어보고 그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는 형식이었다. 그리고 International Financial Engineering의 경우에는 M&A 또는 LBO 상황에 맞는 회계와 재무처리에 초점을 둔 강의였다. 강의는 러시아, 루마니아, 프랑스 등등 각 국의 다양한 교수들이 진행하였고 덕분에 다양한 영어악센트를 경험해서 영어 듣기에 있어서 굉장한 발전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또한 모든 수업들이 한 차례의 프레젠테이션을 요구하는 데 주제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고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프랑스 자국 학생들과 교환학생을 따로 분리한 강의가 많아서 아쉽게도 프랑스 친구들과 많이 친해지지 못했다. 그래서 내 불어가 정말 엉망인 거 같다.^^;;

 

 Party Animals.

 나는 ESSEC의 학생들을 저렇게 정의한다. 검정색 잘 빠진 수트의 이면에 있는 파티를 사랑하는 모습. 그것이 ESSEC의 학생들이다. 이 학교는 Paris에서도 파티를 많이 열기로 유명하다. 심지어 매년 초에 ESSEC 학생회가 개최하는 La Nuit de ESSEC Paris 3대 대형 축제로 간주되기도 한다.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Party를 통해서 외국인 친구들을 정말 잘 사귈 수 있고 한국의 대학문화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물론 Party는 학교 안에서 자주 열리며 주로 Foy’s 라는 교내 Pub을 중심으로 벌어진다. 물론 ESSEC 학생회는 30억에 이르는 재원을 바탕으로 BNP Paribas, Peugeot 등과 같은 프랑스의 기업의 스폰서를 등에 업고 Paris 시내 대형 클럽에서도 ESSEC 학생을 위한 행사들을 자주 개최한다. 나 역시 이런 Party에 자주 참가했으며 그것도 큰 공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서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었으며 고려대를 다니면서 익혔던(?) 음주실력으로 가히 전설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온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첫 오리엔테이션 다음 날, 난 이미 모든 교환학생 사이 에서 이름이 알려져 알고 있었다. 근데 중요한 것은 내가 그들을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가 나에게 너무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었는데……

 

 여행, 여행 그리고 다시 여행

 내 교환학생 시절을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단어는 바로 여행이다. 노동자의 천국이라서 그런지 프랑스는 정말 공휴일이 많고 그 공휴일도 모두 연휴다. 부활절도 1주일 그리고 승천기념일도 1주일 씩 이었다. 그 덕분에 나는 여행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인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을 틈나는 대로 다녀왔으며 학기가 끝나고는 포르투갈, 스페인,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등 총 12개국 37개 도시 정도를 쉬지 않고 다녀왔다. 20시간이 넘도록 좁은 기차에서 포르투갈어로 떠드는 사람들의 틈에 부동자세로 앉아서 잠 한 숨 못 자고도 다녔고 공항에서 밤을 새어 숙박비를 아끼는 것은 물론이었고 엄청나게 재미난 환경에서 무작정 많이 다녔던 것 같다. 그리고 리스본에서는 고려대로 교환학생을 왔던 가장 친한 외국친구인 구스타보네 집에 머물면서 초호화(?)여행을 하며 다시 한 번 그 친구와의 진한 우정을 느끼고 돌아왔다. 또한 평생 외국여행을 해보지 못한 동생을 초대해서 1주일 동안 파리 구경을 시켜줬었는데 태어나서 처음 제대로 오빠구실을 하게 된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유럽으로 가는 교환학생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여행인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미리 저축을 해놓는 것이 좋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도 이런 삶을 누리기 위해 돈을 충실히 모아갔기 때문이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이번 ESSEC으로 나오면서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먼저 ESSEC 박사학위를 수료하신 이장혁교수님께서 출국도 하기 직전에 먼저 찾아주셔서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었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면서 Cergy에서도 잠시 출장 차 나오신 교수님을 뵙고 ESSEC 재학시절, 교수님께서 자주 가셨던 베트남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 뿐만 아니었다. 출국 전 교우회를 통해 재불 고대 교우회의 연락처를 가져가서 무작정 들이대어 교우회 정기모임에 참석하여 여러 얘기를 들을 수 있었고 이 자리에서 장하성학장님께서 OECD 연사로 초청된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학장님께 연락을 취해 샹젤리제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지만 그 날 당일 몸이 아픈 바람에 나는 참석하지 못하고 말았다. 더더욱 감사 드리는 부분은 학장님께서 귀국 후 손수 보내주신 라면 한 박스. 신라면, 안성탕면, 진라면 등 다양한 라면을 섞어서 보내주시는 센스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릴 수 밖에 없었다.

 

 ESSEC 에서의 에피소드는 정말 끝도 없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랑스라는 나라는 참 예쁘고 아름답지만 그 곳에서의 삶은 비싼 기숙사비 와 물가, 불친절한 사람들로 인해 쉽지가 않았다. 물론 중간에 비자 인터뷰도 받아야 하고 여러 가지 준비해야 할 많은 부분이 있다. 아마도 나에게 다시 이런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 어떤 기회보다도 나 자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고 인적네트워크를 한 없이 늘릴 수 있는 기회였다. 아마도 거기에서는 한국보다 2살 어려진 내 나이 때문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