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체험수기

[USA_UPenn]2008-2

2009.03.23 Views 910 경영대학

 


경험 보고서

 

이름: 이선기

학번: 2003120429

파견교: University of Pennsylvania

 

 

           꿈만 같았던 지난 학기의 추억들을 가슴속에서 꺼내 글로 적어봅니다.  저는 지난 학기 동안 미국의 Ivy League 학교 중 하나인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UPenn의 여러 단과대학 중에서도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로 알려진 Wharton School에서 공부하게 되었으니 그 보다 영광스러운 일은 없었습니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부터 한 번 공부해보기를 갈망하던 학교라 파견되었던 시간들은 정말 즐거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한 학기 간의 경험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UPenn은 미국의 초대 수도인 Philadelphia 라는 대도시에 위치해 있는 학교로서 100년 이상의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특히 Finance 분야에 강하기로 유명한 Wharton School는 세계에서 내놓으라 하는 인재들이 모두 모인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와튼스쿨은 수업 커리큘럼이 대부분이 Finance 위주로 짜여 있으며 학생들도 대부분 investment banker finance orientated career을 꿈꾸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Finance 전공자가 아니라서 처음에는 조금의 괴리감을 느꼈지만 기초도 다질 겸 수강했던 Corporate Finance라는 과목은 대학 4년 동안 수강했던 가장 알찼던 강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것을 얻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Corporate Finance의 담당 교수님이셨던 Michael Roberts의 재미난 강의에 재무의 자만 들어도 벌벌 떨던 제가 그 과목을 진정으로 즐기고 관심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Roberts 교수님은 항상 경제나 재무에 관한 재미난 인터넷 기사나 여담으로 수업을 시작하시고서는 그 날 배웠던 수업 내용이 그 이야기들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접목을 시킬 수 있는 지로 수업을 마치셨습니다. 자연스럽게 수업에 더욱 열정적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앞 자리에 앉아 있다 보면 “What’s your name?!” 이라고 갑자기 물으시는 교수님의 폭탄 질문도 받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한 탓인지 학기가 끝날 무렵에는 100명이 넘는 수강인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이름을 외우셔서 기말고사를 보고 나오는 길에 “Have a great vacation, Sunkee.” 라고 해주시더군요.  와튼 스쿨이 아니었다면 참 경험하기 힘들었던 최고의 수업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Corporate Finance 이외에도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었다면 바로 “Negotiation” 이라는 협상에 관한 수업이었습니다. 평소에도 협상이라고 하면 왠지 주눅들고 회피 하려고 했던 저이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어?!’ 라는 정신을 가지고 굉장히 유명하시다던 Richard Shell 교수님의 수업을 운 좋게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업은 주 1 3시간씩 이루어졌지만 3시간이라는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너무 재미있고 많은 것들을 배운 것 같습니다. 수업 시간 중 1시간 정도는 이론적인 내용들을 교수님께 배운 다음에 여러 조로 나눠져서 협상을 하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각 개인에게는 가상의 역할과 가상의 예산이 주어져서 판매자는 더 높은 가격에 물건을 팔고, 구매자는 더 낮은 가격에 물건을 사는 것이 주 된 연습 내용이었습니다. 매 협상이 성적과 관련 되어 있어서 정말 피 튀기는협상이 항상 이루어졌습니다. 모두가 가상 상황인 것을 알면서도 서로 자신의 입장을 설득력 있게 피력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잊고 그 대본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가끔은 정말 서로 싸움 직전까지 가는 해프닝도 벌어졌지만 결국에는 다 좋은 친구로 한 학기를 마무리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수업을 통해 저는 어떤 협상에서라도 묻는 자묻지 않는 자는 거의 항상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심지어 백화점에서도 “Can you give me a better deal?” 이라고 물으면 10번 중에 8번 이상은 더 싼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거나 다른 옵션들을 추가해서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체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실제로 그 수업에서 배운 협상의 기술을 통해 미국에 있는 동안 모두 $2000 가까이의 이득을 얻었습니다. 비록 영어실력의 압박으로 인해 원어민들에게 밀려 성적은 그리 좋게 나오지 못한 과목이었지만 평생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배우게 되어 정말 의미가 컸던 수업이었던 같습니다.

 

           수업 이외에도 여러 교내외 활동들을 하며 교환학생 기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각 국에서 온 교환학생들과 파티 등 사교모임에 참가하기도 하고 Penn Outdoors이라는 야외활동 동아리에 가입하여 Skydiving 등 다양한 경험들을 하였습니다. 특히 미국에 있는 동안 그 간 가보고 싶었던 Miami LA 등을 다녀올 수 있어서 소원 성취를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와튼에서 함께 공부한 독일 친구와 Las Vegas에 들러서 카지노에서 놀다가 왔는데 돈을 잃기는커녕 친구와 합작을 하여 $500 가까이 수익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돈을 따고서 친구가 하는 말이, “이것도 수업시간에 배운 Risk Management의 일종이야. 여러 사람이 Risk를 부담하게 되면 Risk Averse적인 행동이 나타나게 되..”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얘야, 지금은 방학이란다.” 아무래도 경영학도는 피는 못 속이나 봅니다.

 

           이렇게 즐겁고 알찬 학기를 보내고 나니 제 자신에게 몇 가지 변화가 있었음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우선,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비록 전세게 수재들이 모인 곳이었지만 그들도 다 똑 같은 사람들이었고 누가 좀 더 성실한가라는 것이 승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열심히 하면 그들에게 뒤지지 않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가장 학점 따기 힘들다는 Corporate Finance 과목에서도 당당하게 A학점을 받은 것이 그것을 증명해준 것 같습니다. 둘째, 자립심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군대도 갔다 온 예비역이지만 미국에서의 생활이 좀 더 책임감이 있는 어른으로 성숙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던 같습니다. 특히나 환율이 너무나도 비싼 때에 미국에 있었기에 하루 식단부터 시작해서 기타 여러 비용들을 계획성 있게 쓸 수 있는 습관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외국 문화에 더욱 적응하고 융화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 것 같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외국인이 “What’s up?” 이라고 물어봤을 때 그보다 어색한 질문은 없는데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Nothing much.. ” 라고 쿨하게 대답해 줍니다.

 

           앞으로 꿈이 하나 있다면 제 모교인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되는 것입니다. 경영학도로서 기업에서 성공하는 것도 중요한 삶이겠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학자의 길을 걷고 싶습니다. 이번 교환학생을 통해 이 꿈을 위한 첫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생활하여 꼭 꿈을 이루겠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여러 유용한 제도를 마련해주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님들, 그리고 국제실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2008-2 교환학생 경험 보고서

 

 

 

 

Wharton 에서의 4,

Wharton 에서의 4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정유진

2008 2학기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 경영대학 교환학생

catalonia@korea.ac.kr

§  여쭤보실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교환학생으로 출발: <와튼에 대한 소개>

 

    저는 2008년 가을 학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과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 경영대학이 맺은 교환 협정의 일환으로 한 학기 동안 교환학생으로 와튼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가을 학기가 개강하는 9 2일을 며칠 앞두고, 제각기 비행기를 타고 서울을 떠난 저를 비롯 4명의 고려대학교 학생들은 펜실베니아 대학 캠퍼스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모두들 가벼운 흥분과 함께 숨길 수 없는 약간의 불안, 그리고 기대감으로 아직은 한산한 캠퍼스를 둘러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펜실베니아 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유펜(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정식 명칭은 우리말로 “펜실베니아 대학교”이지만, 이곳 학생과 교수들은 줄여서 유펜(Upenn) 또는 펜(Penn), 그리고 각각의 이니셜을 따서 U of P이라고 애정 어린 별칭으로 부릅니다. 학교는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 중의 한 곳으로, 대체적으로 모든 학과가 수업의 질과 학문적 성취 면에서 고루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크게 공과대학(Engineering School), 일반대학(College for Art & Science), 경영대학(Business School) 그리고 간호대학(Nursing School) 4개로 나뉜 대학들 중에서 경영대학인 와튼(Wharton School of Business)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경영대학이자 미국 경영학의 주요한 발상지 중 한곳이라는 점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와튼은 학부 뿐만 아니라 MBA, ,박사 과정 등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경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 학부 경영 랭킹은 US News Business Week에서 수년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학부를 마치고 바로 기업에 진출하여 유망 직종에서 근무하고 싶은 학생이나, 곧장 경영학 석사로 학계에 발을 디딜 야망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유펜 와튼에 원서를 냅니다. 합격하게 되면 그 학생은 4년 간 와튼의 독특한 수업과 생활을 온 몸으로 겪고, 부딪히고, 충돌하고, 이겨내고(정말로 이겨낸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뿌듯한 추억으로 간직한 채 사회에 발을 내딛게 됩니다. 그러나 합격하게 되더라도 이후 과정에서 경영학에 대한 회의가 들거나 정신적, 체력적인 면에서 자신의 한계를 심하게 느낀 학생들은 과거에는 어쨌든 와튼이라는 명성 하나만으로 좋은 회사에 취직이 보장되었으나 미국 경제의 빠른 악화로 인해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4년은 커녕 4달만을 생활하였지만, 누구 못지 않게 와튼의 치열한 공부와 네트워킹의 면모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2.     모두가 전공한다는 파이낸스: <금융 수업의 난이도와 체계성>

 

    와튼의 학부 학생 치고 파이낸스(Finance)를 심화적으로 공부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금융심화전공(Finance Concentration)은 와튼의 대표적인 전공선호 과목이자 간판 과목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물론 경영관리(Management)와 회계(Accounting)도 와튼이 자랑하는 주요 심화전공 중 하나입니다. 와튼에는 총 10개가 넘는 심화전공(Concentration)이 있는데,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보통은 2개에서 3) 심화전공 과목을 선택하고 학점을 이수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경영대학교가 최근 앞장서서 다양한 경영 교과목을 확충하고는 있지만, 와튼에는 이미 경영법학(Legal Studies)와 보험&리스크관리(Insurance & Risk Management)가 독립된 심화전공으로 존재할 정도로 경영학 과목이 세분화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금융이나 회계, 경영관리 등을 제1 심화전공으로 선택한 다음 자신이 별도로 관심 있는 분야를 제2심화전공으로 선택합니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제1, 2로 나누어 말씀 드렸지만, 실제로는 일전공과 이전공의 구별이 없습니다.)

   저 역시 금융에 큰 관심이 있었고 와튼의 학생들과 어려운 수업을 함께 들으며 경쟁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많았습니다. 실은 바로 이 목표를 위해 교환학생 프로그램에서 와튼에 지원을 했던 것이고, 이것을 인터뷰 시 강하게 피력한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와튼에 있으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중 하나가 개강 초기에 수업의 Syllabus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청강도 해보면서 제게 가장 잘 맞고 재미있어 보이는 과목을 선택한 점입니다. 운이 좋아서 와튼으로 가는 소수에 선발된 저는 이번에도 운이 좋아서(두 경우 모두 순전히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말해 뚫기어렵다는 금융 과목을 2개나 신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금융 과목을 신청하기 어려운 이유, 특히 고급 금융 과목(Upper-class Finances)을 신청하기 어려운 이유는 해당 과목들이 대부분 고학년에게 우선 배정될 뿐 아니라 과목마다 정원수가 적기 때문입니다. 저는 파생금융(Financial Derivatives)와 국제금융시장(International Financial Markets) 두 수업을 결국 신청했는데, 두 수업 모두 각 섹션당 총 정원이 60에서 70명 이내로 제한적이었습니다.

한편, 와튼에는 학부 고학년 과목으로 올라갈수록 학부생과 MBA 대학원생들이 같이 수업을 듣고 토론하는 과목이 적지 않게 존재합니다. 제가 들은 두 수업도 그와 같은 종류의 수업이었는데, 교수님이 두 학생층을 모두 고려하여 수업을 하시므로 일반 학부 수업보다는 현장성이 강하고, 또 일반 MBA 수업보다는 이론적 보강이 잘 이루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배석 구분이 없이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앉기 때문에 원하기만 한다면 서로를 알고 각자의 경험과 지식을 배우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해서 세 명의 MBA 학생들을 알게 되었는데, 각각 러시아와 인도, 한국 분으로 깊이 있지는 않아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사실 러시아에서 온 MBA 학생 분이 한국의 과열된 교육제도와 유학열풍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듣곤 놀랐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얼마 전에 기사가 개재되었다고 합니다. 반면, (학부생의 입장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쫓느라 상당한 학업량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학부-MBA 대학원생 공동 수업의 단점 아닌 단점이었습니다.

수업은 고려대학교와 마찬가지로 1시간 15분 동안 진행되는데, 1시간 15분은 굉장히 엄격하게 지켜지며 교수님과 학생들 모두 수업에 진지한 자세로 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수업 시간 내내 샌드위치를 먹어대거나 블랙베리-휴대용 이메일 단말기-를 가지고 장난치는 몇몇의 학생은 예외입니다) 기억하기론 대부분의 수업이 규정시간에서 1분이나 2분 내에 시작되고 또 1시간 15분을 거의 넘기기 직전에 끝났습니다. , 제가 들은 수업에서 대부분의 시청각 자료는 최근 1년에서 2년 사이에 일어난 중요한 사례들은 물론, 시간이 지났어도 고전적인 사건으로 남은 사례를 다루었습니다. 일례로 파생금융 수업에서 교수님은 얼마 전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것에 대한 금융학적 논리를 잠깐 언급하시고 관련 자료를 읽기 자료로 돌리시더니, 잠시 뒤에는 90년대 초반 이탈리아 및 그리스가 이자 스왑상품을 이용해 자국의 채무비율을 낮추려는 꾀를 부렸다는 기사를 또한 읽기 자료로 돌리셨습니다. 이렇게 하여 한 학기 동안 파생금융 수업에서 다룬 길고 짧은 읽기 자료가 무려 20개가 넘습니다.

 

 

3.     와튼 수업의 진수: <토론과 그룹워킹>

 

금융 수업 뿐만 아니라 많은 와튼 전공 수업의 특징은 시험 성적을 제외한 나머지 성적에서 그룹워크(groupwork)가 굉장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입니다. 한 학기 동안 평균 4개에서 6개 사이의 과제물이 나가는데, 많은 과제물들이 사람들과 조를 짜서 해결하고 같은 점수를 받게끔 되어 있습니다. 같은 그룹으로 한 학기 동안 모든 과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와 함께 그룹을 맺고 과제를 해 나가냐는 것도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입니다. 또한 와튼의 독특한 성적 평가요소 중 하나로 상대방평가(Peer-evaluation)이 있습니다. 이는 주로 토론과 그룹워크가 시험성적보다 중요한 과목에서 행해지는 방법으로, 같은 조에 속한 팀원들이 서로의 역량과 참여도를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는 것입니다. 이 점수는 협상수업이나 전략수업에서 결정적(decisive)이지는 않으나 매우 중요한(critical) 평가요소입니다. 주어진 과제를 충실하게 해결해야 할 뿐 아니라,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포착하고 그에 맞추어 자신도 상대방을 평가해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포섭능력과 대응전략을 키워야만 살아남는 사회의 냉정한 면모를 상기시키는 제도라고 생각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혹독한 수업을 거치고 사회에 나가는 와튼의 졸업생들은 그 분야에서 남들보다 몇 년, 적어도 처음 몇 달 동안은 앞서게 됩니다.

 아마도, 제가 들은 금융 과목보다도 그룹워크가 더 강조되는 수업은 마케팅과 협상전략, M&A 관련 수업일 것 같습니다. 이런 수업들은 문제를 풀고 사례를 분석하는 정량적 금융 수업과는 달리 사례를 제시하고 해결안까지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대화와 토론, (기싸움), 그리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과제를 이끌려는 충돌이 벌어지게 됩니다. 토론은 보통 수업이 끝나는 저녁시점을 기점으로 해서 늦은 밤까지 이어집니다. 헌츠맨 홀(Huntsman Hall)에는 학생들이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그룹 스터디룸이 약 70개 이상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스터디룸에서 밤을 새거나 새벽까지 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학생들의 모습을 자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저는 꽤 똑똑한 와튼 학생들과 같은 팀에 들어가서 과제를 수행하게 되었는데, 아마 그쪽에서 보기에 저도 같이 똑똑해 보였기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인원수가 모자라서 머릿수를 채우려고 그래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첫 번째와 두 번째 과제를 끝내고 심한 낙오감과 고민으로 그냥 더 쉬운 과제가 있는 수업으로 변경을 해버릴까 진지하게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이 아마 단 한번 주어진 기회라는 점, 그리고 이렇게 물러서면 앞으로 영원히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과제 수행을 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오기로 버텼습니다. 지금  그때를 반추해보면 제 성적을 걱정해서라도 같은 결정을 내릴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나서도 한동안은 꽤 힘들었지만, 학기가 중반으로 들어서면서는 그동안 배운 것이 축적되어 종합적인 사고가 조금은 가능해 지면서 과제를 수행하는데 그룹에서 점점 차차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옵션 상품의 설계에 있어 한 회사의 주식을 다른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치와 정확히 동등한 금전적 가치를 지닌 옵션을 설계하라는 문제가 기억에 남습니다. 약간의 발상의 전환으로(실제적으로도 해당되는 세 값의 역수를 취해서 같은 계산을 반복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새벽 세시까지 문제를 푸느라 지쳐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머리가 돌처럼 굳어있었습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유도한 점은 지금까지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그 외에 생각나는 점으로는, 와튼은 교수진에 있어서나 학생 구성에 있어서나 외국인의 비율이 굉장히 높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것을 부담이나 해결거리로 생각하기 보다는 다양성과 시너지 효과의 근간으로 여겼다는 점입니다. 와튼의 학생로는 단연 미국인인 코카서스계 인종이 가장 많지만, 동아시아계, 인도계, 중동계, 동유럽계 그리고 유태인계의 학생도 상당수가 있습니다. 또한 교수진도 국적에 있어서 상당히 자유로운 구성을 자랑하였고, 그러한 구성이 모여 와튼의 다양함을 만들어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저의 국제금융시장 교수님은 스위스에서 온 분이셨는데, 원하는 학생들과 한 주에 한번씩 모여서 점심을 함께하는 등 배려와 함께 여러 인종의 학생들이 한데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 저는 앞서 언급한 수업 외에도 통계학 수업과 게임이론 수업을 하나씩 들었습니다.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수업구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흥미로운 수업을 따라가려면 가끔은 별로 흥미롭지 않은 숙제를 해야만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두 분 교수님 모두 매우 설명에 친절하시고 저와 같은 교환학생에 대해 관용적이어서 자주 두 교수님을 찾아가서 모르는 것을 여쭤보았습니다. 와튼에서 학업에 있어서 두 번째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점, 교수들에게 모르는 것은 거리낌 없이 질문하고 따라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4.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가면 : <네트워킹과 여러 활동>

 

학기 초에는 모든 학교가 으레 그렇겠지만, 유펜에서 학기 초에 교내에서 주최하는 모임에 참가하면 저녁 값을 상당히 아낄 수가 있습니다. 학기 첫 한달 동안은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클럽 활동들에 대한 소개와 연례모임(General Meeting)이 이어지는데, 이 중 대부분이 교환학생에 대한 구별을 두지 않고 반갑게 학생들을 맞아 줍니다. 저는 학기 초에 Locaust Walk 에서 열린 클럽활동 소개행사에 참가하여, 많은 클럽들의 Listserv. 에 명단을 올려 놓았습니다. Listserv. 란 클럽에서 발행하는 소식지와 이메일을 자동으로 수신할 수 있도록 설계된 주소록 명단으로, 클럽을 찾아가서 그 클럽의 Listserv에 이름을 올려 놓게 되면 계속해서 (나중에는 지우기가 귀찮아질 때까지) 새로운 소식을 업데이트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유펜의 라크로스팀, 인문저널발행팀, 철학토론팀, 탱고연습팀, 그리고 와튼의 아시안비지니스클럽, 선물거래팀, 투자-트레이딩팀에 제 이름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저소득층에게 저리로 중장기 대출을 하는 마이크로파이낸스 영역에 관심이 있어 유펜 마이크로파이낸스 그룹에도 가입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상당히 많은 클럽에 초창기에 가입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클럽의 가입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지속적으로 클럽 활동에 참여하고 열정을 이어나가는 것인지 학기가 지나며 저는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많은 활동에 가입을 했던 것과는 달리(이들 중 대부분은 어차피 활동하지 않을 것이고 소식지나 챙겨보는 것이 목적이었음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들 중 제가 끝까지 활동을 이어 나간 것은 탱고연습팀과 와튼의 아시안비지니스 두 개에 지나지 않습니다. 탱고연습팀에서는 저의 룸메이트와 함께 자주 토요일마다 나가서 탱고 강습을 받았고, 와튼 아시안비지니스 팀에서는 11월에 주최한 '2008 Wharton Business Asia Conference 에서 Logistics Reception을 담당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가장 관심이 있고 끝까지 하고 싶었던 마이크로파이낸스 팀의 미팅에는 여러 번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방글라데시아 브라민 은행의 유누스 총재가 제시했던, 극빈층의 근본적인 문제와 저소득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인 마이크로파이낸스는 현재 방글라데시아에서 인도네시아와 미국 등까지 지역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뉴욕에 미국의 첫 브라민 은행 타입의 은행이 들어서면서 이민계 저소득층의 가난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사를 당해 초에 보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활동을 하지 못하고 관련 지식을 더 섭렵할 수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5.     다시 가 본다면 : <마치며>

 

이처럼 와튼에서 교환학생을 하면서 제가 아쉬움을 느꼈던 것 중 하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원하는 활동들 중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룸메이트였던 신디(Cindy)에게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이기도 합니다. 저와 같은 2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한 살 어렸던 신디는 살인적인 스케줄과 아르바이트를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무리 없이 소화해내고 있었습니다. 저보다 한 과목 더 많은 수업을 들으며 일주일에 10시간 이상 일을 해서 학비를 벌었던 신디와 제가 가장 달랐던 점은, 하루 하루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신디의 습관은 하루 하루 공부량이 적지도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배움을 축척해가는 꾸준함을 배경으로 했습니다. 앞으로는 저도 신디와 같은 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 올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이번 교환학생 경험을 통해, 사실 공부나 활동에서 만큼 큰 교훈을 대부분 룸메이트 신디에서 배우고 느꼈습니다. 신디 역시 와튼의 학생이었고 금융과 통계를 전공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와튼에서 가장 처음 만난 사람이자 가장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사람이기 때문에, 신디의 행동과 그녀와의 평소 대화 내용은 제가 와튼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가 와튼 스쿨에서의 경험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더 없었던 기회로, 또 기회가 닿는다면 반드시 다시 가고 싶은 학교로 꼽는 것은 신디가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글을 마치며, 이처럼 친한 친구를 만들고 좋은 경험을 쌓게 해주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9 2 25

정 유진

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