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논문상 수상 인터뷰] 송희찬 교수 - 불안정한 삶 속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
[SK논문상 수상 인터뷰] 송희찬 교수 - 불안정한 삶 속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
태국의 사찰에서 시작된 만남이 학술 논문이 되기까지, 송희찬 교수의 연구는 처음부터 예정된 것이 아니었다. 코로나19로 방콕의 업소들이 문을 닫고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던 그 시절, 그는 스님으로서 그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연구자의 노트가 아닌, 한 사람의 귀로 들었던 그 이야기들이 훗날 논문의 씨앗이 됐다.
2026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에 신임교원으로 부임한 그가 첫 SK논문상 수상 소식을 전했다. 수상 논문 「Constructing Agency Under Persistent Precarity: Shame, Anger, and Compassion in the Self-Narratives of Thai Sex Workers」는 빈곤과 낙인이라는 불안정한 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일과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경영학이 늘 물어온 '조직과 성과'가 아니라, 그 아래 흐르는 인간의 욕망과 감정, 그리고 존엄에 대한 질문이다.
다음은 그와 나눈 연구와 수상에 관한 이야기다.
Q1. 수상 논문을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 어떤 연구인가요?
태국에는 성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성을 파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했습니다. 예를 들면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가게에 오는 손님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결국 그들이 자신의 직업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관한 연구입니다.
Q2. 태국 성노동자들의 서사를 연구 주제로 삼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태국에서 스님 생활을 했을 때 코로나19가 발생했고, 방콕에 있는 성매매 업소들이 셧다운됐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 중에는 셧다운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들의 고향에서 스님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절에서 그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아주 부끄러워했고, 어떤 사람들은 이를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또 자신이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일을 생각하는지 연구하고 싶었습니다.
Q3. 이번 연구는 민감한 삶의 경험을 다루는 만큼, 연구 참여자들과의 신뢰가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연구 참여자들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보통 연구를 할 때는 먼저 연구를 디자인하고 준비합니다.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는 보통 그런 방식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생활 속에서 일단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제가 스님 생활을 할 때 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많았습니다. 연구자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관계를 맺다 보니, 그 사람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나중에 어느 시점이 돼서 연구를 하기로 했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도 흔쾌히 허락해줬습니다. 지금도 그들 중 한 명과는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 친구는 지금 두바이에서 굉장히 성공했고, 제 월급보다 더 많이 받을 정도입니다. 얼마 전에도 한국에 와서 저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Q4. 논문에 ‘shame, anger, compassion’이라는 감정이 등장하는데요. 실제 인터뷰 과정에서 이 감정들은 어떤 방식으로 드러났나요?
‘shame’의 경우에는 agency가 낮아서 특별한 것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돈을 벌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습니다. 부끄러움의 감정을 느끼고,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한다는 식이었습니다.
반면 ‘anger’의 경우에는 불교에 대한 혐오가 강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부모들이 불교에 너무 많이 의지하면서 자신은 소외됐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런 감정들이 발전하면서 화의 감정을 가지게 된 것 같았습니다. 여러 사람들에 대해 혐오와 반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득을 비교해보니 이 사람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혐오하는 만큼 상대를 이용하려는 마음도 강했던 것입니다.
인터뷰 중 'compassion'을 느끼는 한 사람이 “교수님은 사람들에게 브레인을 파는 것이고, 우리는 몸을 파는 것입니다. 그렇게 큰 차이가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그래도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고 자신에게 온 사람들에게 잘해주려고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도 연민을 느끼고, 그곳에 오는 사람들에게도 연민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그 사람은 “여기에 오는 사람들이 꼭 성적인 욕구만 충족하러 오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감정적인 요구도 있다.”라고도 이야기했습니다.
Q5. 앞으로 이어가고 싶은 연구 주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첫 번째로는 부탄에서 탱화를 그리는 사람들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예술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종교적인 기능도 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부탄에서는 불교가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예술가로서의 삶에 어떤 의미를 두고 살아가는지 살펴보고 싶습니다.
두 번째로는 북한 출신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있습니다. 제가 절에 있을 때 북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나오는 과정에서 브로커를 잘못 만나 아내와 딸이 다른 곳으로 팔려가게 됐다고 했습니다. 굉장히 큰 트라우마가 생겼고, 결국 라오스에서 스님이 됐습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유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한 번도 자유를 느껴보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라오스처럼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북한처럼 배급제가 아닌 곳에서도 선택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 있는 탈북민들이 한국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가는지, 직장생활에서는 어떤 경험을 하는지도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아래는 송희찬 교수의 논문 소개와 요약글이다.
2026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송희찬 교수가 작성한 논문 「Constructing Agency Under Persistent Precarity: Shame, Anger, and Compassion in the Self-Narratives of Thai Sex Workers」이 SK논문상을 수상했다. 본 연구는 빈곤과 사회적 낙인이라는 불안정한 조건 속에서 태국 성노동자들이 자신의 일과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의미화하는지를 살핀 연구다. 불안정한 환경에 놓인 개인들이 자신의 노동과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본 연구는 빈곤과 사회적 낙인이라는 지속적인 불안정성 속에 놓인 태국 성노동자들이 자기 서사를 통해 자신의 일과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분석했다. 연구자는 참여자들의 생애 경험과 현재의 노동 경험이 부끄러움(shame), 분노(anger), 연민(compassion)이라는 감정적 주제를 중심으로 연결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낮은 행위성을 보이는 ‘passive fantasizers’, 분노를 자기 지향적 행위성으로 전환하는 ‘empowered victims’, 수용과 공감을 바탕으로 타자 지향적 행위성을 구성하는 ‘compassionate carers’라는 세 가지 유형을 도출했다. 본 연구는 불안정한 삶의 조건 속에서도 개인들이 자신의 노동을 해석하고 서로 다른 방식의 행위성을 형성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 논문 원문 보기 : Constructing Agency Under Persistent Precarity: Shame, Anger, and Compassion in the Self-Narratives of Thai Sex Workers
경영신문 학생 기자단 1기_취재, 촬영 : 김진영
202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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