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안녕하세요, 한국에 돌아온 후 스페인 향수병(?)에 걸려 고생 중인 12학번 정예솔입니다. . 한 학기 동안 제 인생에서 최고의 경험을 하고 돌아왔고, 다른 학우 분들도 저와 비슷한, 혹은 그 이상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본 경험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ESADE에 파견되시는 학우님들이 활용하실 생활 정보만이 아니라 교환을 고려 하고 계시는 전체 학우 분들께 해당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 점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환 학생 파견 전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중에는 어떤 지역의 어떤 학교를 지원할까, 혹은 교환 학생 자체를 가야 할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의 경우 교환학생 수기를 지원 전에 더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에 저는 교환 학생을 가고자 하는 목적에 대해 먼저 본인의 고민을 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한 학기는 짧으면 짧다고,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생활입니다. 내가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원하는 것을 성취할 때 본인에게 맞는 의미를 더 많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울러 교환 학생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때때로는 그 가치들이 상충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 가치들에 우선순위를 매기시는 것이 본인에게 맞는 학교를 선택하고, 파견 후에는 교환 학기 동안 고민을 줄이며, 시행 착오를 피하시는 방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교환 학생을 선택했던 이유는 바쁘고 정신 없는 생활에서 벗어나 제 스스로에게 쉼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따라서 유펜과 같이 공부 중심의 학교를 일찍이 제외했고,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이라 날씨가 좋지 않은 국가도 제외하고 리스트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해보고 싶었던 경험들을 얻는 학기를 보내고 싶었기에 ESADE를 선택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실제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아쉬움이 되었기에 관련 사항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교환 학기를 통해 얻고 싶었던 가치는 1경험, 2친구, 3여행, 4언어, 5수업, 이렇게 다섯 가지입니다.
1. 경험 in BCN – 매우 좋음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ESADE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저는 조금 위험하더라도(!)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경험들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스포츠 관람을 좋아하는지라 제가 오랫동안 팬으로 있던 바르샤의 축구 경기를 시차 없이 자주 보고 싶었고, 그 팀의 중요 경기인 엘 클라시코를 보겠다는 버킷 리스트를 달성하고 싶었습니다. 여름에 열린 세계 농구 월드컵에서 제가 좋아하는 미국 농구 스타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았던 건 기대하지 못했던 수확이었습니다. 지원 당시에는 해양 스포츠, 와인 공부, 요리 공부가 용이하고, 제가 다시 해보고 싶었던 스카이 다이빙을 포함한 extreme sports의 발달, 연중 내내 펼쳐지는 축제들도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저는 경험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기에 La merce 축제 기간의 Correfoc (불꽃 달리기)와 같이 특이한 경험을 많이 하고 싶었고, 실제로 미리 약속되어 있던 친구들과의 여행을 취소하면서까지 ‘지금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사라고사라는 지역에서 pilar 축제가 열렸을 때는 축제 이틀 전에 친구들을 설득해서 번개 여행을 떠났고, 투우 관람뿐만 아니라 황소 달리기(!) 라는 행사에 참여해 보는 것으로 제 수명을 실험해 보기도 했습니다.
2.1 친구(International) – 하기 나름. 그러나 환경적으로 모두에게 매우 쉽지는 않음
저에게 두 번째로 우선시 된 가치입니다. 스스로에게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사랑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바르셀로나에서 국적을 초월해 평생 동반자로 갈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이 의미가 개인적으로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출발 전에는 유럽 자체가 아시안에게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고, 정말 친해지기는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미국, 싱가폴,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등 국적과 생김새는 다르지만 한국에서의 친구들만큼, 혹은 그 이상 마음이 맞고 저와 닮은 친구들을 찾게 되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학기 말에 친구들에게 작별의 의미로 전했던 작은 선물과 편지 수량을 나중에 확인해 보니 70개 정도였습니다. 하루에 네 개의 다른 파티에 초대될 정도로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던 것도 좋았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매주 통화를 하면서 이야기 거리가 끊이지 않고, 친구들이 한국에 방문할 정도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제가 외국에 친구들을 만나러 나갈 계획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격적으로 활발하지 못하시거나, 처음에 낯을 많이 가리시는 경우, 영어가 부족하신 경우에는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시기에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한국이나 외국이나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똑같다” 라는 마음으로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갔던 것이 도움이 되었는데, 함께 파견되었던 타 학교의 한국인 친구는 한 학기 동안 ESADE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겉돌아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 교환 학생을 온 일반 international 친구들뿐만 아니라 스페인 현지 친구들과도 어울렸던 특이한 경우임을 감안해 주시고 아래 사항을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SADE가 international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에 조금 부족한 환경인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비중이 낮습니다. ESADE의 Sant Cugat 캠퍼스는 바르셀로나 시내로부터 국철로 30분 가량을 가야 하고, 역으로부터도 15분 도보 거리에 있기 때문에 오후 시간에 도시에서 시간을 보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기숙사 이용 요금도 시내와 비교해 보았을 때 높은 편이라 극소수의 학생을 제외하고는 시내에서 flat을 구해 생활합니다. 도시의 좋은 지역, 혹은 친구들 거주지 근처에 살지 않는다면 개인의 고립화 가능성(!)은 매우 커집니다. 특히 밤에 많이 생기는 파티나 night out에 참여하기 어려워집니다. 독일에서 교환을 한 제 친구의 경우 한 기숙사 건물 안에 모든 교환 학생들이 함께 살면서 경영대의 동기들과 친해지듯이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들었습니다. 외국인 친구들과 친밀한 관계를 갖고 싶으신 분은 다같이 기숙사에서 활용하시는 학교를 중심으로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고, 이미 ESADE로 결정이 되신 학우 분께서는 해당 학기에 친구들이 선호하는 거주지 트렌드(그라시아, 에이샴플라, 까딸루냐 광장 근처 등)를 파악하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둘째, 소규모로 진행되는 수업이 적습니다. 제가 갔던 학기에는 특히 20명 이내의 수업이 맨 처음에 열렸던 2주 간의 스페인어 intensive course 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 때 최대한 높은 레벨의 반에 들어가서(반의 수준이 낮아질수록 아시아에서 온 학생들의 비중이 높아집니다) 최대한 많은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이를 위해서는 스페인어 학원에서 최소 2달 이상의 기본 과정을 수강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고, 7월 초 수강신청 기간을 즈음해 있는 온라인 스페인어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놓으시길 바랍니다. 아직 내 스페인어 실력이 부족하지만 남은 방학 동안 단숨에 학원에서 실력을 올릴 예정이시거나, 무조건 적극적인 친구들을 만나고 싶으신 분들은 네이버 스페인어 사전(!)의 도움을 받으시면서 스페인어 테스트에 임하는 요행도 있습니다. 사실 현지에서 실제 수업을 수강하게 되면 2~3일 가량은 자신의 레벨에 맞는 반으로 조정이 가능한 데다 아랫반으로 내려가는 것은 올라가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혹시 여행이나 기타 부득이한 이유로 스페인어 수업을 수강하지 못하는 참사가 발생했다면, 팀플로 진행되는 수업을 통해 친구들을 만나는 방법이 있습니다. ESADE는 참여와 토론 방식의 수업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팀플 방식의 수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환 학기라는 특성상, 그리고 뒤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교환학생으로 수강하는 수업들의 특성상 많은 학생들이 팀플에 임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free riding’이기 때문에 과목 선택을 잘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즉, 여러 사람이 인풋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서 친해지는 팀플이 아닌, 모두가 즐겁게 설렁설렁 참여할 수 있어서 오히려 다같이 모이게 되는 과목의 팀플을 고르시기 바랍니다. 또한 교수님에 따라 학생들을 무작위로 배정하지 않고 ‘알아서’ 고르게 하는 경우, 여러 국적이 섞이지 못하고 팀을 만든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2.2 친구(Local) in BCN - 별 반 개(out of 5)
스페인에 가시는 많은 분들은 특히 ‘현지 친구’와 함께 ‘현지 문화’를 즐기는 것에 대한 기대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그 기대를 내려놓고 다른 데서 교환학생의 의미를 찾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제가 운이 매우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생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스페인 친구들이 생기고, 서로의 집에 초대하고, 귀국 후에도 매주 시시콜콜한 전화를 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스페인 귀국 전에 열었던 Korean Dinner party에 참석한 제 친구들은 제가 ESADE 정규 학생들을 20명 가까이 초대한 것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아예 현지 친구를 둔 교환 학생을 처음 봤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으니 그 의미는 추측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교내에서 인바운드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KUBS Buddy와 KUBA 프로그램은 매우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편입니다. 반면에 ESADE의 CIEE는 단체 자체의 역량도 부족하고, 참여하는 학생들의 열의가 매우 낮습니다. 교류 프로그램과 버디 매칭도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고, 프로그램 완성도도 터무니 없이 떨어져서 인터네셔널 학생들 중에는 CIEE 활동에 가려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안도 존재합니다. 두 가지 방법으로 현지 친구를 사귈 수 있습니다. 첫째, 교환학기 이전에 고대에 파견된 ESADE 학생을 찾아 도움을 주고 친해지는 방법, 둘째, 파견학기 다음에 파견이 예정된 현지 학생을 찾아 친해지는 방법. 이 경우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을 상호 도와줄 수 있어 보다 쉽게, 더욱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컨대, 저는 스페인 대사관에 학생 비자를 받으러 갔다가 인턴을 막 시작한 ESADE 친구를 만나 한국 생활 적응을 도와주고, 파견 학기 중 자주 만나 현지인들만 가능한 경험을 다수 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음 학기에 고대에 파견될 ESADE 학생 회장을 만나 고대 교환학생 준비를 돕고, 저는 현지 학회와 동아리를 가입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현지 학생들만 가입하는 Start up 경영학회 E3 및 ESADE musician 음악 동아리에서의 활동은 더 많은 현지인 친구들과 어울리고 함께 노는 큰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서로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한편, 집에 초대해 가족들과 현지 문화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저에게는 매우 특별했습니다. 둘 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스페인에 갈 때마다 만날 정도로 친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3. 여행 in BCN : 스페인 내 + 유럽 내 여행 모두 용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심에서 el prat 공항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습니다. 스페인 자체가 유럽인들에게도 선호되는 여행지기 때문에 저가 항공을 비롯한 여러 항공편이 자주 출항합니다. 공항 버스가 가장 용이하게 공항에 이르는 방법이지만 시내 버스, 지하철을 통해서도 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고속철이 주요 유럽 도시와 연결되어 있기에 육로로 파리, 로마까지 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유럽 여행을 염두에 두고 유럽 교환학생을 선택하신 분들께는 바르셀로나의 만족도가 높으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전에도 몇 번의 여행+거주로 유럽 자체에 대한 로망은 없었기에 학기 중 해외 여행은 거의 하지 않고, 스페인 국내 여행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또한 해외 여행의 경우 교환에서 만난 친구들과 일정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 여행을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세비야, 가르시아, 마드리드, 발렌시아, 사라고사, 피게레스 등등을 각각 다른 그룹의 친구들과 다녀오며 거의 모든 교환학생 친구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실 유럽 교환을 간 학우들을 보면서 많이 아쉬웠던 점은 유럽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한국 친구들과만 어울리고, 교환학생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점이었는데, 이렇게 교환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면 그런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 추천하고 싶습니다.
4. 언어 in BCN : 1) 영어 – 별 네 개, 2) 스페인어 – 별 세 개, 3) 카탈루냐어 – 별 두 개 (한국어 – 별 다섯 개..?)
사용할 수 있는 언어에 대해 나누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사실 교환학기에서 외국어 실력을 키워오는 것은 개인의 노력에 따른 편차가 큽니다. 다행히 ESADE 학교 내와 스페인 지역 자체가 유럽의 다른 국가 및 도시에 비해 한국인의 수가 적지만 재량(?)에 따라 한국어만 사용하고, 한국인 친구들과만 어울리고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학우 분들이 교환학생의 목표를 out of comfort zone에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시야를 넓히는 데에 둔다는 점에서 생각해 보면, 스페인의 교환학생은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매우 좋습니다.
특히 영어 측면에서 그러합니다. 스페인은 영미권에서 선호되는 여행지 및 교환학생 국가이며, ESADE가 가진 브랜드 가치는 영국과 미국의 유수 대학 학생들을 다수 끌어들입니다. 더욱이 영미권 학생들 역시 교환학생으로 스페인에 방문한다는 점에서 다른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동기가 되기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고급 영어를 배우기가 용이합니다.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친구들을 봤을 때, local 학생들과 다른 커리큘럼의 특성 때문에 교환학생들끼리 어울리는 경우가 다수인데, 이 경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친구들과만 함께 하면서 영어실력을 못 키울 확률이 큽니다. 모두가 이방인으로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기회는, 다소 arrogant 할 수 있는 영미권 친구들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먼저 다가오게 함으로써, 스스로 영어를 잘 하진 못한다고 생각했던 제가 외국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스페인어를 배우는 측면에서는 아쉬우실 수 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신 분도 많겠지만, ESADE가 위치한 바르셀로나, 까딸루냐 지역은 강한 지역색을 바탕으로 최근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시기 역시, 한창 독립운동과 시위가 발생하고 있었기에, 일상 생활에서 스페인어로 현지인들과 대화를 시도하면, 카탈란어로 대답해 주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수도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Castellano 지역의 스페인어 발음와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북부의 발음이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스페인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는 세 가지를 추천 드립니다. 저는 ESADE에서 정규 학기 시작 전 2주 간의 인텐시브 스페인어 수업을 들은 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위해 많은 아시안들이 해당 수업을 수강하지 않았는데, 위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친구를 사귀는 데에도 용이하였지만, 단시간 내에 스페인어 실력을 키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수강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ESADE에서 생활했던 연세대학교 친구는 시내의 사설 스페인어 학원을 등록해 주 3회씩 수업을 듣고, 스페인어 실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의 꿀팁 하나는, 가장 규모가 큰 학원의 가장 싼 수업을 등록하는 것인데, 이는 다수의 중국 학생들이 학생 비자를 취득하기 위해 가장 싼 수업을 등록하고 실제 출석은 하지 않아, 선생님과 학생의 비율이 소규모 수업이 될 정도로 가격 대비 수업 효과가 좋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방법은 언어 교환을 하는 것으로, 영어가 native level로 가능한 학생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최근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 아주 드물게 한국어-스페인어 언어교환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제가 방문했던 시기에만 해도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습니다. 또한 다소 불편한 의도를 가지고 한국어-스페인어 언어교환을 원했던 케이스가 있어 여성 분들의 경우 유의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까딸란어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라면 학교와 정부에서 제공하는 무료 수업을 찾아보시길 추천합니다. 사실 까딸란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많지 않아, 실리주의의 관점에서는 배움을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 대비 활용도가 낮을 수 있습니다만, 까딸란어로 물건을 주문하고 길에서 대화를 시도할 때, 현지인들이 매우 반가워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친한 친구들이 “Sol, 여기서 평생 살려면 까딸란어도 배워야 해”라며 강제로(?) 까딸란어를 가르쳐 준 덕에 재밌는 추억들을 많이 만들 수 있었습니다.
5. 수업 in ESADE : 특이한 수업을 수강해 볼 것, 그러나 많은 기대는 하지 말 것
교환학생을 가는 목적 중의 하나가 고대에서 수강할 수 없는 전공 선택 과목을 듣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SADE는 유럽 내 높은 명성을 가진 경영대학으로서 고대와는 다른 다수의 경영 과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참여, 외부 견학, 게임 방법을 도입한 수업 진행 방식 외에도 다수의 교수들이 외부 현업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경영인으로서 실제 사례를 교실 안으로 끌어온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러나 교환학생들이 접근 가능한 수업들이 ESADE의 경영 선택 과목에 국한되어 있고, 그나마도 스페인어, 까딸란어, 영어로 나뉘기 때문에, 영어로 진행되는 과목만 선택 가능한 경우 선택지가 매우 줄어듭니다. ESADE의 경영 선택 과목은 현지 학생들도, 교수들도 “쉬는” 과목이기 때문에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저는 7과목을 적극적으로 수강하며, 한국에서 배우지 못할 새로운 마케팅 기법, 리더십,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마치며,
이 글은 2014년 2학기 교환학생에서 돌아온 2015년 1월 겨울에 작성을 시작해 2017년 10월, 취업을 마치고 졸업을 앞둔 지금 시점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ESADE에서 만난 친구를 보기 위해 싱가폴에서 어제 돌아와, 역시 그 때 만난 이탈리아 친구네에 놀러 가기 위해 호주행 비행기를 예약하다가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에 감회가 남다릅니다. 이따 저녁 때는 스페인 현지 친구와 skype 영상 통화가 약속되어 있는데, 아마 오랜만에 추억을 꺼내보며 스페인에서의 한 학기가 제 인생의 방향을 얼마나 크게 바꿨는지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교환학생을 갈지 말지 고민하거나, 스페인에 갈지 고민하거나, 아니면 꼭 스페인이 아니더라도 교환학생 파견 전에 어떤 생각과 준비가 선행되어야 할지 궁금한 학우님들이 계시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또 강력한 귀차니즘으로 인해 다 작성하지 못하였으나, 스페인에서 사업 시작을 구상했던 이야기, 인턴을 지원했다가 글로벌 컨설팅 펌의 HQ에서 full time을 제안 받았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연락 주시면 개인적으로 드릴 수 있는 조언과 도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환 학생 파견 전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중에는 어떤 지역의 어떤 학교를 지원할까, 혹은 교환 학생 자체를 가야 할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의 경우 교환학생 수기를 지원 전에 더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에 저는 교환 학생을 가고자 하는 목적에 대해 먼저 본인의 고민을 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한 학기는 짧으면 짧다고,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생활입니다. 내가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원하는 것을 성취할 때 본인에게 맞는 의미를 더 많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울러 교환 학생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때때로는 그 가치들이 상충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 가치들에 우선순위를 매기시는 것이 본인에게 맞는 학교를 선택하고, 파견 후에는 교환 학기 동안 고민을 줄이며, 시행 착오를 피하시는 방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교환 학생을 선택했던 이유는 바쁘고 정신 없는 생활에서 벗어나 제 스스로에게 쉼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따라서 유펜과 같이 공부 중심의 학교를 일찍이 제외했고,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이라 날씨가 좋지 않은 국가도 제외하고 리스트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해보고 싶었던 경험들을 얻는 학기를 보내고 싶었기에 ESADE를 선택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실제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아쉬움이 되었기에 관련 사항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교환 학기를 통해 얻고 싶었던 가치는 1경험, 2친구, 3여행, 4언어, 5수업, 이렇게 다섯 가지입니다.
1. 경험 in BCN – 매우 좋음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ESADE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저는 조금 위험하더라도(!)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경험들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스포츠 관람을 좋아하는지라 제가 오랫동안 팬으로 있던 바르샤의 축구 경기를 시차 없이 자주 보고 싶었고, 그 팀의 중요 경기인 엘 클라시코를 보겠다는 버킷 리스트를 달성하고 싶었습니다. 여름에 열린 세계 농구 월드컵에서 제가 좋아하는 미국 농구 스타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았던 건 기대하지 못했던 수확이었습니다. 지원 당시에는 해양 스포츠, 와인 공부, 요리 공부가 용이하고, 제가 다시 해보고 싶었던 스카이 다이빙을 포함한 extreme sports의 발달, 연중 내내 펼쳐지는 축제들도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저는 경험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기에 La merce 축제 기간의 Correfoc (불꽃 달리기)와 같이 특이한 경험을 많이 하고 싶었고, 실제로 미리 약속되어 있던 친구들과의 여행을 취소하면서까지 ‘지금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사라고사라는 지역에서 pilar 축제가 열렸을 때는 축제 이틀 전에 친구들을 설득해서 번개 여행을 떠났고, 투우 관람뿐만 아니라 황소 달리기(!) 라는 행사에 참여해 보는 것으로 제 수명을 실험해 보기도 했습니다.
2.1 친구(International) – 하기 나름. 그러나 환경적으로 모두에게 매우 쉽지는 않음
저에게 두 번째로 우선시 된 가치입니다. 스스로에게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사랑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바르셀로나에서 국적을 초월해 평생 동반자로 갈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이 의미가 개인적으로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출발 전에는 유럽 자체가 아시안에게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고, 정말 친해지기는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미국, 싱가폴,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등 국적과 생김새는 다르지만 한국에서의 친구들만큼, 혹은 그 이상 마음이 맞고 저와 닮은 친구들을 찾게 되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학기 말에 친구들에게 작별의 의미로 전했던 작은 선물과 편지 수량을 나중에 확인해 보니 70개 정도였습니다. 하루에 네 개의 다른 파티에 초대될 정도로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던 것도 좋았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매주 통화를 하면서 이야기 거리가 끊이지 않고, 친구들이 한국에 방문할 정도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제가 외국에 친구들을 만나러 나갈 계획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격적으로 활발하지 못하시거나, 처음에 낯을 많이 가리시는 경우, 영어가 부족하신 경우에는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시기에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한국이나 외국이나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똑같다” 라는 마음으로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갔던 것이 도움이 되었는데, 함께 파견되었던 타 학교의 한국인 친구는 한 학기 동안 ESADE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겉돌아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 교환 학생을 온 일반 international 친구들뿐만 아니라 스페인 현지 친구들과도 어울렸던 특이한 경우임을 감안해 주시고 아래 사항을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SADE가 international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에 조금 부족한 환경인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비중이 낮습니다. ESADE의 Sant Cugat 캠퍼스는 바르셀로나 시내로부터 국철로 30분 가량을 가야 하고, 역으로부터도 15분 도보 거리에 있기 때문에 오후 시간에 도시에서 시간을 보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기숙사 이용 요금도 시내와 비교해 보았을 때 높은 편이라 극소수의 학생을 제외하고는 시내에서 flat을 구해 생활합니다. 도시의 좋은 지역, 혹은 친구들 거주지 근처에 살지 않는다면 개인의 고립화 가능성(!)은 매우 커집니다. 특히 밤에 많이 생기는 파티나 night out에 참여하기 어려워집니다. 독일에서 교환을 한 제 친구의 경우 한 기숙사 건물 안에 모든 교환 학생들이 함께 살면서 경영대의 동기들과 친해지듯이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들었습니다. 외국인 친구들과 친밀한 관계를 갖고 싶으신 분은 다같이 기숙사에서 활용하시는 학교를 중심으로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고, 이미 ESADE로 결정이 되신 학우 분께서는 해당 학기에 친구들이 선호하는 거주지 트렌드(그라시아, 에이샴플라, 까딸루냐 광장 근처 등)를 파악하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둘째, 소규모로 진행되는 수업이 적습니다. 제가 갔던 학기에는 특히 20명 이내의 수업이 맨 처음에 열렸던 2주 간의 스페인어 intensive course 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 때 최대한 높은 레벨의 반에 들어가서(반의 수준이 낮아질수록 아시아에서 온 학생들의 비중이 높아집니다) 최대한 많은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이를 위해서는 스페인어 학원에서 최소 2달 이상의 기본 과정을 수강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고, 7월 초 수강신청 기간을 즈음해 있는 온라인 스페인어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놓으시길 바랍니다. 아직 내 스페인어 실력이 부족하지만 남은 방학 동안 단숨에 학원에서 실력을 올릴 예정이시거나, 무조건 적극적인 친구들을 만나고 싶으신 분들은 네이버 스페인어 사전(!)의 도움을 받으시면서 스페인어 테스트에 임하는 요행도 있습니다. 사실 현지에서 실제 수업을 수강하게 되면 2~3일 가량은 자신의 레벨에 맞는 반으로 조정이 가능한 데다 아랫반으로 내려가는 것은 올라가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혹시 여행이나 기타 부득이한 이유로 스페인어 수업을 수강하지 못하는 참사가 발생했다면, 팀플로 진행되는 수업을 통해 친구들을 만나는 방법이 있습니다. ESADE는 참여와 토론 방식의 수업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팀플 방식의 수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환 학기라는 특성상, 그리고 뒤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교환학생으로 수강하는 수업들의 특성상 많은 학생들이 팀플에 임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free riding’이기 때문에 과목 선택을 잘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즉, 여러 사람이 인풋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서 친해지는 팀플이 아닌, 모두가 즐겁게 설렁설렁 참여할 수 있어서 오히려 다같이 모이게 되는 과목의 팀플을 고르시기 바랍니다. 또한 교수님에 따라 학생들을 무작위로 배정하지 않고 ‘알아서’ 고르게 하는 경우, 여러 국적이 섞이지 못하고 팀을 만든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2.2 친구(Local) in BCN - 별 반 개(out of 5)
스페인에 가시는 많은 분들은 특히 ‘현지 친구’와 함께 ‘현지 문화’를 즐기는 것에 대한 기대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그 기대를 내려놓고 다른 데서 교환학생의 의미를 찾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제가 운이 매우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생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스페인 친구들이 생기고, 서로의 집에 초대하고, 귀국 후에도 매주 시시콜콜한 전화를 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스페인 귀국 전에 열었던 Korean Dinner party에 참석한 제 친구들은 제가 ESADE 정규 학생들을 20명 가까이 초대한 것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아예 현지 친구를 둔 교환 학생을 처음 봤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으니 그 의미는 추측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교내에서 인바운드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KUBS Buddy와 KUBA 프로그램은 매우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편입니다. 반면에 ESADE의 CIEE는 단체 자체의 역량도 부족하고, 참여하는 학생들의 열의가 매우 낮습니다. 교류 프로그램과 버디 매칭도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고, 프로그램 완성도도 터무니 없이 떨어져서 인터네셔널 학생들 중에는 CIEE 활동에 가려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안도 존재합니다. 두 가지 방법으로 현지 친구를 사귈 수 있습니다. 첫째, 교환학기 이전에 고대에 파견된 ESADE 학생을 찾아 도움을 주고 친해지는 방법, 둘째, 파견학기 다음에 파견이 예정된 현지 학생을 찾아 친해지는 방법. 이 경우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을 상호 도와줄 수 있어 보다 쉽게, 더욱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컨대, 저는 스페인 대사관에 학생 비자를 받으러 갔다가 인턴을 막 시작한 ESADE 친구를 만나 한국 생활 적응을 도와주고, 파견 학기 중 자주 만나 현지인들만 가능한 경험을 다수 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음 학기에 고대에 파견될 ESADE 학생 회장을 만나 고대 교환학생 준비를 돕고, 저는 현지 학회와 동아리를 가입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현지 학생들만 가입하는 Start up 경영학회 E3 및 ESADE musician 음악 동아리에서의 활동은 더 많은 현지인 친구들과 어울리고 함께 노는 큰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서로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한편, 집에 초대해 가족들과 현지 문화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저에게는 매우 특별했습니다. 둘 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스페인에 갈 때마다 만날 정도로 친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3. 여행 in BCN : 스페인 내 + 유럽 내 여행 모두 용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심에서 el prat 공항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습니다. 스페인 자체가 유럽인들에게도 선호되는 여행지기 때문에 저가 항공을 비롯한 여러 항공편이 자주 출항합니다. 공항 버스가 가장 용이하게 공항에 이르는 방법이지만 시내 버스, 지하철을 통해서도 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고속철이 주요 유럽 도시와 연결되어 있기에 육로로 파리, 로마까지 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유럽 여행을 염두에 두고 유럽 교환학생을 선택하신 분들께는 바르셀로나의 만족도가 높으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전에도 몇 번의 여행+거주로 유럽 자체에 대한 로망은 없었기에 학기 중 해외 여행은 거의 하지 않고, 스페인 국내 여행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또한 해외 여행의 경우 교환에서 만난 친구들과 일정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 여행을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세비야, 가르시아, 마드리드, 발렌시아, 사라고사, 피게레스 등등을 각각 다른 그룹의 친구들과 다녀오며 거의 모든 교환학생 친구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실 유럽 교환을 간 학우들을 보면서 많이 아쉬웠던 점은 유럽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한국 친구들과만 어울리고, 교환학생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점이었는데, 이렇게 교환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면 그런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 추천하고 싶습니다.
4. 언어 in BCN : 1) 영어 – 별 네 개, 2) 스페인어 – 별 세 개, 3) 카탈루냐어 – 별 두 개 (한국어 – 별 다섯 개..?)
사용할 수 있는 언어에 대해 나누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사실 교환학기에서 외국어 실력을 키워오는 것은 개인의 노력에 따른 편차가 큽니다. 다행히 ESADE 학교 내와 스페인 지역 자체가 유럽의 다른 국가 및 도시에 비해 한국인의 수가 적지만 재량(?)에 따라 한국어만 사용하고, 한국인 친구들과만 어울리고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학우 분들이 교환학생의 목표를 out of comfort zone에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시야를 넓히는 데에 둔다는 점에서 생각해 보면, 스페인의 교환학생은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매우 좋습니다.
특히 영어 측면에서 그러합니다. 스페인은 영미권에서 선호되는 여행지 및 교환학생 국가이며, ESADE가 가진 브랜드 가치는 영국과 미국의 유수 대학 학생들을 다수 끌어들입니다. 더욱이 영미권 학생들 역시 교환학생으로 스페인에 방문한다는 점에서 다른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동기가 되기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고급 영어를 배우기가 용이합니다.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친구들을 봤을 때, local 학생들과 다른 커리큘럼의 특성 때문에 교환학생들끼리 어울리는 경우가 다수인데, 이 경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친구들과만 함께 하면서 영어실력을 못 키울 확률이 큽니다. 모두가 이방인으로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기회는, 다소 arrogant 할 수 있는 영미권 친구들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먼저 다가오게 함으로써, 스스로 영어를 잘 하진 못한다고 생각했던 제가 외국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스페인어를 배우는 측면에서는 아쉬우실 수 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신 분도 많겠지만, ESADE가 위치한 바르셀로나, 까딸루냐 지역은 강한 지역색을 바탕으로 최근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시기 역시, 한창 독립운동과 시위가 발생하고 있었기에, 일상 생활에서 스페인어로 현지인들과 대화를 시도하면, 카탈란어로 대답해 주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수도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Castellano 지역의 스페인어 발음와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북부의 발음이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스페인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는 세 가지를 추천 드립니다. 저는 ESADE에서 정규 학기 시작 전 2주 간의 인텐시브 스페인어 수업을 들은 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위해 많은 아시안들이 해당 수업을 수강하지 않았는데, 위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친구를 사귀는 데에도 용이하였지만, 단시간 내에 스페인어 실력을 키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수강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ESADE에서 생활했던 연세대학교 친구는 시내의 사설 스페인어 학원을 등록해 주 3회씩 수업을 듣고, 스페인어 실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의 꿀팁 하나는, 가장 규모가 큰 학원의 가장 싼 수업을 등록하는 것인데, 이는 다수의 중국 학생들이 학생 비자를 취득하기 위해 가장 싼 수업을 등록하고 실제 출석은 하지 않아, 선생님과 학생의 비율이 소규모 수업이 될 정도로 가격 대비 수업 효과가 좋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방법은 언어 교환을 하는 것으로, 영어가 native level로 가능한 학생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최근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 아주 드물게 한국어-스페인어 언어교환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제가 방문했던 시기에만 해도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습니다. 또한 다소 불편한 의도를 가지고 한국어-스페인어 언어교환을 원했던 케이스가 있어 여성 분들의 경우 유의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까딸란어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라면 학교와 정부에서 제공하는 무료 수업을 찾아보시길 추천합니다. 사실 까딸란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많지 않아, 실리주의의 관점에서는 배움을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 대비 활용도가 낮을 수 있습니다만, 까딸란어로 물건을 주문하고 길에서 대화를 시도할 때, 현지인들이 매우 반가워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친한 친구들이 “Sol, 여기서 평생 살려면 까딸란어도 배워야 해”라며 강제로(?) 까딸란어를 가르쳐 준 덕에 재밌는 추억들을 많이 만들 수 있었습니다.
5. 수업 in ESADE : 특이한 수업을 수강해 볼 것, 그러나 많은 기대는 하지 말 것
교환학생을 가는 목적 중의 하나가 고대에서 수강할 수 없는 전공 선택 과목을 듣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SADE는 유럽 내 높은 명성을 가진 경영대학으로서 고대와는 다른 다수의 경영 과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참여, 외부 견학, 게임 방법을 도입한 수업 진행 방식 외에도 다수의 교수들이 외부 현업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경영인으로서 실제 사례를 교실 안으로 끌어온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러나 교환학생들이 접근 가능한 수업들이 ESADE의 경영 선택 과목에 국한되어 있고, 그나마도 스페인어, 까딸란어, 영어로 나뉘기 때문에, 영어로 진행되는 과목만 선택 가능한 경우 선택지가 매우 줄어듭니다. ESADE의 경영 선택 과목은 현지 학생들도, 교수들도 “쉬는” 과목이기 때문에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저는 7과목을 적극적으로 수강하며, 한국에서 배우지 못할 새로운 마케팅 기법, 리더십,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마치며,
이 글은 2014년 2학기 교환학생에서 돌아온 2015년 1월 겨울에 작성을 시작해 2017년 10월, 취업을 마치고 졸업을 앞둔 지금 시점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ESADE에서 만난 친구를 보기 위해 싱가폴에서 어제 돌아와, 역시 그 때 만난 이탈리아 친구네에 놀러 가기 위해 호주행 비행기를 예약하다가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에 감회가 남다릅니다. 이따 저녁 때는 스페인 현지 친구와 skype 영상 통화가 약속되어 있는데, 아마 오랜만에 추억을 꺼내보며 스페인에서의 한 학기가 제 인생의 방향을 얼마나 크게 바꿨는지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교환학생을 갈지 말지 고민하거나, 스페인에 갈지 고민하거나, 아니면 꼭 스페인이 아니더라도 교환학생 파견 전에 어떤 생각과 준비가 선행되어야 할지 궁금한 학우님들이 계시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또 강력한 귀차니즘으로 인해 다 작성하지 못하였으나, 스페인에서 사업 시작을 구상했던 이야기, 인턴을 지원했다가 글로벌 컨설팅 펌의 HQ에서 full time을 제안 받았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연락 주시면 개인적으로 드릴 수 있는 조언과 도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