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ESSEC 교환학생 수기
2013 가을학기
경영학과 정지원
2013년 2학기에 ESSEC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정지원입니다. 5개월 정도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대학생활의 꽃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프랑스 파리로 교환학생을 생각 중인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몇 자 적겠습니다.
1. 학교소개
ESSEC은 파리 시내에 있는 학교가 아니고, 급행 교외전철(?) 정도로 볼 수 있는 rer 을 타고 약 40분정도 떨어진 cergy 라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있는 곳은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파리의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황량하거나 한적하게 느껴지는 곳입니다. 학교는 rer A 선에 있는 cergy prefecture 라는 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Rer에는 흑인도 많이 타고, 종종 술에 취한 이상한 사람도 볼 수 있긴 한데, 튀지 않고 조심하면 생각보다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종합대학이 아닌 경영 전문 학교이기 때문에 캠퍼스가 크지 않습니다. 여러 개의 동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하나의 큰 건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처음에 길 찾는데 조금 애를 먹었어서 지도를 들고 다니거나 아니면 핸드폰에 찍어서 다니는 것을 추천합니다. 프랑스 학교지만 학생들이 대부분 영어를 잘 합니다. 수업도 영어수업으로 들을 수 있어서 학교생활에는 프랑스어를 하지 못해도 큰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까페테리아나 서점 같은 곳에 있는 직원 분들은 그렇게 영어가 유창하지 않으셔서 조금 불편할 수 도 있지만 주위 학생들이 잘 도와줘서 괜찮았습니다.
2. 파견 전 준비사항
숙소
교환학생이 결정되고 난 후에 학교로부터 이런저런 메일이 오는데, 그 중에 기숙사와 관련된 메일도 오므로 읽어보고 신청하면 됩니다. ESSEC에서 신청할 수 있는 기숙사(residence)로는 크게 세 종류가 있는데요, cergy le haut, le port, linandes 가 있습니다. 이중 le port 가 가장 학교에서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걸어서 약 5분~1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 학교와 교환 협정을 맺은 것은 그랑제꼴이 아니라 bba, 즉 학부과정인데다가, 아시아인 이므로 거의 이 곳에 배정될 확률은 0에 수렴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Linandes는 학교에서 걸어서 2~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이 곳으로 가는 버스가 있긴 한데, 버스를 기다리고 또 조금 걷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절대적으로 걸리는 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어서 그곳에 사는 학생들은 낮에는 주로 걸어 다녔습니다. 마지막으로 cergy le haut 에 위치한 레지던스에는 가장 많은 bba 교환학생들이 거주했습니다. 이곳은 학교가 있는 역인 cergy prefecture 에서 rer로 두정거장, 시간으로는 7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곳입니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거주하는 곳이며, linandes 에 비해서 시설도 좋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들과 어울리는 것에 교환학생 생활의 초점을 맞추고 싶으시다면 레지던스를 신청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cergy 라는 곳이 파리 시내에서 많이 벗어나 있어서(5 zone 에 위치) 안전하지 못하다고 하여 불안하기도 했고, 또 파리 시내에서 살아보고 싶어서 따로 파리 시내에 집을 구해서 살았었습니다. 한국인 유학원에서 운영하는 여학생 기숙사 혹은 플랫을 프랑스존 이라는 한국인 프랑스 커뮤니티에서 보고 어찌어찌 구했었는데요, 파리를 여행하고, 또 다른 유럽을 여행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확실히 파리 시내에 사는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metro보단 rer이 먼저 끊기거든요. 다만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학교 숙소보다 더 지불해야 했고, 매달 교통비로도 많이 지출했습니다. 파리에 거주하면 allocation 이라고 해서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을 받게 되는데요, 저는 단기 체류였고, 사적으로 구한 거라 그걸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기숙사에 살면 조금 시간은 걸리더라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비용, 위치, 안전, 교통 등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 각자에게 합리적으로 머물 곳을 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비자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갈 생각을 하고 계시면 일단 그냥 느리겠거니 하고 애초에 맘을 편하게 먹는 게 스스로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프랑스 학생 비자를 받으려면 먼저 캠퍼스 프랑스에서 필요서류를 제출하고, 확인이 되면 면접을 보고 대사관 영사과에서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날짜가 나옵니다. 이때 서류를 준비 하는 게 무지무지 복잡하고 힘들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수행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저는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게 입학허가서 인데요, 캠퍼스 프랑스에 입학허가서 원본을 보내야 하는데 학교측에서 원본을 보내지 않고 그냥 입학허가서 파일을 메일로 보내주기만 했습니다(원본은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야 받았습니다). 캠퍼스프랑스 측에서 기다리다 못해 출국 날짜가 다가와서 결국 프랑스의 학교측에 직접 연락을 해서 교환학생을 간다는 확인을 받아내 문제가 해결되긴 했지만, 이것 때문에 시간을 꽤나 잡아먹었습니다. 캠퍼스 프랑스 단계가 끝나면 대사관에 가서 비자 신청을 하게 되는데, 이때 제출한 사진과는 상관 없이 비자에 들어갈 얼굴 사진을 찍으므로 너무 후줄근하게 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비자발급비용은 카드결제가 되지 않고 거스름돈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해서 저는 잔돈도 다 준비해 갔었습니다. 비자 신청을 하고 여권을 다시 집으로 돌려받기까지 꽤 오래 걸린다고 해서 걱정했었는데 저는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집으로 배송 받았습니다. 참고로 비자를 받을 때에 출국 예정일은 최대 학기가 시작하기 한달 이전까지밖에 되지 않습니다. 저는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여행을 한달 여간 하고 갈 예정이었는데, 덕분에 여행일정을 며칠 취소해야 했습니다.
3. 학교 생활
식사
점심은 보통 학교에서 해결하게 되는데요, 크게 두 곳에서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걸어서 3분정도 떨어진 곳에 croux 라는 시립 학생식당 같은 곳이 있는데, 이곳에선 4유로가 채 되지 않는 가격으로 전식, 본식, 후식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시에서 운영하는 학생식당 같은 곳이라서 ESSEC 뿐만 아니라 근처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와서 사람이 매우 많고 줄도 좀 서야 합니다. 하지만 크기가 커서 순환이 빠르므로 앉을 자리를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맛과 질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Croux 는 충전식 카드를 만들어서 결제할 수 있습니다. 현금을 받기는 하는데 잔돈이 보통 없어서 한번 가보고 자주 갈 것 같으면 카드를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만 저는 자주 가지 않아 카드를 만들고 써본 적은 없습니다.
그곳이 아니면 학교에 있는 까페테리아에서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열려있는 까페 같은 코너가 있는데, 이곳에선 커피나 머핀, 초콜릿, 과자 등의 간단한 요기거리를 사먹을 수 있습니다. 아침에는 아침 빵들 (croissant, pain au chocolat, pain au raisin)을 팔기도 합니다. 옆쪽에는 점심시간에만 잠깐 여는 곳이 있는데, 가격이나 맛 면에서 이곳이 제일 나았던 것 같습니다.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집에서 도시락을 싸와서 까페테리아에서 먹어도 괜찮습니다. 교내 까페테리아나 자판기는 학생증에 돈을 충전해놓고 그걸로 결제 하는 게 직원과 서로 편합니다.
수업
이 학교는 3학기 제도라서 수업 시수가 적고, 한 학기가 짧아서 본교로 돌아왔을 때 전공필수로는 인정받기도 어렵고, 학점인정이 굉장히 짠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갈 때에는 1학점=1.8ETCS 로 환산되어서, 4ETCS 짜리 6개, 2ECTS 짜리 1과목을 듣고 14학점정도에 맞췄습니다. 일단 교환학생들은 과목을 선택할 여지가 매우 없어서 저는 파리에 나와 살았으므로 장거리 통학에 초점을 맞춰 최대한 몰아 들었습니다. 평소에 주말을 이용해 여행을 다닐 계획이시라면, 10월말에 한번 학기 중 break가 있었는데, 그때 3일동안 수강하고 4ECTS를 인정해주는 강의가 있으므로 그런 과목을 듣는 것도 추천합니다. 수업은 3시간짜리인데, 중간에 15분에서 30분정도 교수님 재량으로 쉬는 시간이 있습니다. 1, 2, 3 교시가 각각 8:30-11:30, 1:00-4:00, 4:30-7:30 입니다.
Intercultural Marketing, MKGF 13121, Cedomir Nestorovic: 마케팅보다는 intercultural 에 초점이 맞춰진 수업이었습니다. break동안 이뤄진 수업이었는데 교수님 강의는 재미있었지만 반 이상이 팀플 프레젠테이션 이었습니다. 강의보다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과정이 더 공부가 된 수업이었습니다.
Consolidated Accounts, CPTG 13134, Mark Bathgate: 기업회계(?)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중급회계까지만 국강으로 듣고 가서 좀 힘들었던 수업입니다. 회계이지만 팀플이 있었고, 과목특성상 그냥 열심히 듣고 공부해야 하는 수업이었습니다.
Human Resource Management, SHSH 13111, Melissa Machado de Moraes: 교수님이 매우 열정적이고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셨지만 학생들이 교수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느낌을 받은 수업입니다. 조직행동론과 매우 유사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매 수업시간마다 팀 별로 간단한 보고서를 작성 해야 하며, 그 보고서들 중 하나를 선택해 전체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합니다. 교수님의 커리큘럼과 그레이딩은 매우 체계적이었습니다.
International Contract Law, DEVD 13110, Florencio Travieso: 수업의 내용은 좋았지만, 교수님의 영어를 알아듣기 힘들었던 수업입니다. 그래서 거의 ppt를 보고 독학했습니다. 중간고사대신 퀴즈가 한번 있고, 팀플 한번, 기말고사로 성적이 나올 예정이었는데 교수님이 마지막에 기말고사를 보지 않기로 결정했었습니다.
Francais Faux Debutant, LGFR 13130, Marie Claire Boulahbel: 프랑스어 초급과 중급 사이의 수업입니다. 레벨테스트를 따로 받고 통보 받습니다.
Advanced English, LGAN 13132, Joel Karnovitz: 비 영어권의 교환학생들과 만나고 친구가 되기 좋은 수업입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영어로 토론하는 수업입니다.
Globalization and the Cities, CPRO 13141, Ingrid Nappi-Choulet, Nigel Atkins: 파리, 런던, 프라하, 두바이/아부다비 의 부동산 시장의 역사적 배경과 발전, 현재와 미래를 돌아본 수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 수업입니다. 2ETCS인 교양과목들 중 하나였습니다.
사실 수업의 질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은 다들 열정적이시지만,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다수가 교환학생이라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프랑스 학생들도 학업에 열정적인 편은 아니어서 수업 분위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수업에 팀플이 있어서 다양한 학생들과 발표 준비를 해본 것은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점은 꽤나 짜게 줍니다. 이건 학교 오리엔테이션부터 강조하는 사실인데, 한국에선 잘하면A, 보통이면B 정도로 생각한다면, 그곳에선 아주 아주 잘해야 A, 잘하면 B를 받는 것 같습니다.
기타
레지던스에 살면 좋은 점이 방과후 프로그램 같은 것을 해 볼 수 있다는 점 같습니다. 그곳에 살았던 친구들은 방과후에 살사댄스 같은 것을 배우러 가기도 했습니다. 또 레지던스 별로 교환학생을 위한 international food party를 하기도 하고 아니면 간간이 작은 파티를 한다는 글들이 facebook에 올라오기도 합니다. 전체 학생회에서 주최하는 큰 파티가 한 학기에 몇 개 있긴 한데, 보통 cergy에 있는 클럽에서 하지만 다른 학교와 연합해서 하는 파티는 파리에서 한번 한적도 있습니다.
4. 생활/ 여행
저는 파리에서 학교로 통학을 했는데, 1존에서 5존까지 통학한 것이라서 매번 표를 끊는 것 보다 파리의 교통가드인 navigo를 끊는게 더 저렴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통권처럼 금액 충전식이 아니고 구역별, 기간별로 무제한 개념인 카드입니다. 하지만 표를 한꺼번에 10장 사면 할인을 해줘서 그것이 정기권 충전보다 저렴할 수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잘 따져서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파리의 물가는 정말 미친 듯이 비쌉니다. 프랑스와는 별개로 ‘파리’가 특히 비쌉니다. 런던 물가가 비싸다고 악명 높지만, 농산품을 제외한 것들은 거의 다 파리가 비싸게 느껴졌습니다. 학교 근처에는 auchan 이라는 마트가 있는데, 이곳이 파리에서 3번째로 싸다던가 했습니다. 저는 시내에 살아서 시내에 위치한 마트를 자주 이용했었는데, 시내에는 franprix, monoprix 라는 마트가 있습니다. Monoprix의 경우 멤버십 카드가 있어야 할인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왕이면 가입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파리에서 꼭 먹어봐야 할 것으로는 와인, 치즈, 빵이 있습니다. 마트에 가면 보이는 3유로 내외 정도의 저렴한 와인도 맛있습니다. 또 치즈도 굉장히 많은 종류를 파는데요, 무난하게 도전해 볼만한 종류로는 comte와 brie 치즈가 있습니다. 아침 7시 반쯤 되면 거의 모든 동네빵집이 문을 엽니다. 아침과 오후 5-6시쯤엔 갓 구운 빵이 나오는데 꼭 먹어보길 추천합니다.
파리로 교환학생을 가서 좋았던 점은 일단 파리에 있는 박물관을 맘껏 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유럽 학생 비자가 있으면, 파리 시내에 있는 국립박물관들과, 개선문, 베르사유 궁전 등의 입장료가 무료이기 때문입니다. 학생증을 보여줘도 비자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항상 여권을 지참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또 파리는 유럽에서 가장 교통이 편한 도시 중 하나입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을 여행하는 데에 어느 도시로 가든 저가항공 직항편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주말과 학교 방학을 이용해서 여행을 다녔었는데, 패키지 여행이 아닌 제가 직접 계획하고 다닌 여행이라 더 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5. 마무리
전 세계인이 동경하는 도시 파리에서 보낸 4개월은 잊을 수 없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제집 드나들듯 파리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또 다른 유럽까지도 발 닿는 대로 가본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짧은 삶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일 같습니다. 또,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 알게 모르게 갖고 있던 편견도 없어진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뛰어난 학생들과 대단한 공부를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살면서 파리라는 곳에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면 교환학생으로 ESSEC에 가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