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교환학생 경험보고서
2010120163 김지현
방문기간: 2013-1
방문교: Maastricht University, Netherlands
0. 들어가며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여러 학생들에게 저마다의 기준이 있겠지만 저의 기준은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수업을 듣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고려대 경영대에서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수업을 굳이 외국까지 나가서 듣는 것은 낭비고, 단지 여행만을 위해 교환학생을 가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Maastricht University는 PBL이라는 특수한 프로그램을 잘 적용한 사례로 계속 언급되고 있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또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고, 네덜란드 자체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 선택하는 데에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수업자료의 양, 영어로 진행되는 토론, 많은 평가기준 등 학기 중에는 고생을 했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올 수 있었습니다.
1. 학교소개
Maastricht University는 네덜란드 남쪽에 자리한 Maastricht라는 도시에 있는 학교입니다. Maastricht는 수도인 Amsterdam보다는 오히려 벨기에에 가깝습니다.
Maastricht University는 모든 수업이 영어로 이루어지고 특히 PBL(Program-Based Learning) 프로그램으로 유명합니다. PBL은 수업의 90% 이상이 학생들의 주도로 이루어집니다. 교수님께서 설계하신 수업을 작은 반으로 나누어 튜터의 지도하에 진행합니다. 한 반은 15명 이내고 토론위주의 수업입니다. Lecture식 수업은 한 과목에 한 번 정도로 매우 적습니다. 수업은 Pre-discussion과 discussion으로 나뉘어집니다. Pre-discussion에서 학생들은 주제와 관련해서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discussion주제를 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discussion수업 전까지 수업자료나 교과서를 읽고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가야 합니다. PBL에서 참여점수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수업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discussion에서 입을 다물고 있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합니다. 영미권에서 온 학생들은 비교적 쉽게 자신의 의견을 표하는 데에 비해 영어가 머리를 거쳐야 나오는 비 영어권국가 학생들은 수업자료의 양을 정해진 시간 안에 소화하는 것도 어렵고 읽은 것을 완벽하게 말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소규모의 토론수업을 경험할 수 있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익힐 수 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영어에 능숙하고 교환학생이 많아서(절반 정도를 차지합니다) 교환학생과 기존학생들 간의 위화감이 적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교환학생이 많은 만큼 기존학생들도 교환학생을 많이 다녀오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나눌 수 있고 다들 교환학생에게 마음이 열려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국가에서 학생들이 오고, 토론식수업과 많은 팀 프로젝트로 학생들간의 교류가 많은 점도 좋았습니다.
2. 준비
1) 입학허가
Maastricht University에 입학 허가를 받는 과정은 경영대 교환학생 신청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Maastricht University에서 요구하는 자료만 다시 보내주면 됩니다. 교환학생 관련 부서에서 매우 친절하게 질문에 답해주기 때문에 모르는 것은 이메일로 그때그때 물어보시면 됩니다.
2) 거주허가
입학허가를 받고 나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거주허가증입니다. 네덜란드에 6개월 이상 거주하는 것이므로 거주허가증이 필요합니다. 네덜란드는 유럽 내에서도 두 번째로 거주허가비용이 높습니다. 거주허가비용 때문에 벨기에에서 등교하는 방법도 있다고 들었으나 제 경험으로는 벨기에에서 등교하는 것은 조금 부담이 되는 것 같습니다. 거주허가증을 신청할 때 필요한 서류들은 검사를 까다롭게 하므로 요구사항을 잘 확인하셔야 합니다. 여담으로 거주허가증이 있으면 26세 미만의 유럽 거주자로 인정되어 파리에서는 거의 모든 박물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등 유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 출입국시에 검사하기 때문에 잘 챙기셔야 합니다.
3) 수강신청
Maastricht University는 한 학기가 세 분기(period)로 나뉩니다. 한 분기에 보통 두 개의 수업을 듣게 되고 마지막 분기에는 skill수업들이 열리는데 듣는 것은 선택사항입니다. 따라서 수강신청을 총 세 번 하게 되는데 일단 신청하시면 거의 대부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강신청기간이나 정정기간을 미리 확인하셔서 나중에 수업을 못 듣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됩니다.
3. 수업
수강 신청한 수업은 대부분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전학기의 학생들 평점이나 수업평가가 매우 자세하게 기록된 자료들이 제공되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고 알아본 뒤에 수강신청을 하시기 바랍니다. 평가는 절대평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한 학기는 세 번의 분기로 나뉘고 한 분기에서 최대 2개의 수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 6개의 수업을 듣고 오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분기에서도 2개가 신청이 되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마지막 분기에 열리는 수업들은 Skill수업이지만 매일 가는 수업도 있기 때문에 여러 개를 듣는 것은 스케줄상 불가능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총 4개의 수업을 듣고 왔습니다.
1) Cognition, Learning and Knowledge
경영대수업으로 열렸으나 수업 명 그대로 학습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수업입니다. 학습에 필요한 인지과정이나 심리적 특성을 배우고 특히 PBL에 대해 자세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튜터들도 PBL에 있어 전문가이기 때문에 PBL포맷을 온전하게 지키며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수업에 비해 체계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양한 툴을 이용해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수업입니다. 중간에 간단한 심리실험을 진행하게 되는데 실험을 설계하고 다른 팀의 실험에 참여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수업난이도는 그렇게 높지 않았습니다. 수업 내용도 명확하고 전문지식이 없어도 토론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2) Project and Production Management
경영대수업으로 치면 오퍼레이션스 수업과 비슷합니다. 주로 기본개념과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이었고 다른 수업에 비해 토론이 적었습니다. Project에 집중한 수업이라는 점 외에는 특별한 점이 없었습니다.
3) Business Innovation
PBL과 경영대 수업이 가장 잘 융합된 수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가 속한 반 학생들이 매우 의욕이 넘치고 똑똑한 친구들이어서 토론의 수준이 매우 높았습니다. Innovation이라는 추상적인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정해진 수업자료 외에도 다양한 자료들을 서로 공유하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수업의 질을 높였습니다. 이 수업은 거의 100퍼센트 학생들의 주도로 이루어졌습니다. 팀 별로 주제를 맡아 약 2시간 동안 수업 겸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합니다. 각 팀은 두 번의 수업진행을 맡았고 자기 담당이 아닌 수업이라도 미리 준비해가지 않으면 진행하는 팀이 제시하는 그룹토론이나 질문에 답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매번 준비를 해가야 했습니다. 주제 하나가 나오면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학생들의 토론이 활발해서 배울 것이 많았던 수업이었습니다.
4) Fraud and Crime
Skill수업으로 마지막 분기에 들은 수업입니다. 수업의 주요내용은 기업이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fraud(예를 들면 쇼핑몰에서 생기는 도난, 보험회사에 고객이 정보를 숨기는 경우)를 줄이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 팀 별로 각각 다른 fraud 자료를 주고 학생들은 변수를 바꿔가며 이익을 최대화해야 했습니다. 팀 별로 자주 모여야 했지만 수업이 1주일에 한번이었고 발표내용도 많지 않아 수업 난이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연령대나 성별, 감시 정도나 벌금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습니다.
4. 기숙사/플랫
Maastricht University에서 제공하는 기숙사는 여러 빌딩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P빌딩과 C빌딩이 있습니다. 두 건물 모두 교환학생이 대부분이므로 학생들간에 교류하기가 쉽습니다. 가격은 한 달에 50에서 60만원 정도였고 화장실, 샤워실은 공동으로 사용합니다.
방마다 주방이 있는 P빌딩은 2인1실로 가격이 조금 더 높았습니다. C빌딩의 경우 1인실이 대부분이고 2인실도 있습니다. C빌딩은 주방을 같이 사용하는데 의외로 외국학생들이 청결하게 이용하지 않고 매번 주방에서 파티가 열리기 때문에 청결도면에서 악명이 높은 빌딩입니다. 그러나 각 복도마다 그 분위기가 달라서 제가 지낸 복도의 경우에는 학생들끼리 의견을 조율해서 자발적으로 치우고 관리했기 때문에 비교적 깨끗하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P빌딩은 개인 주방이 있고 학생들이 많이 모일 곳이 없어서 조용하다는 장점이 있고 C빌딩은 학생들간의 교류가 많고 늘 떠들썩하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숙사의 경우 비용이 매우 비싸고 같은 가격이면 훨씬 좋은 플랫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플랫을 알아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외국에서 오는 학생들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5. 생활 등 기타사항
수업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했기 때문에 학교일정이 빡빡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기별로 두 개의 수업밖에 듣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이 주 2회 만 학교에 갑니다. 또 중간중간에 휴일이 많고 분기와 분기 사이에 10일정도의 방학(원래는 재시험기간입니다)이 주어지기 때문에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습니다.
또 위치상으로 어느 나라에 여행을 가기에도 편하기 때문에 버스, 비행기, 기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저렴하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 학생들이 매우 알뜰하게 여행을 다녀옵니다. 호스텔이나 한인민박 외에도 couch surfing을 활용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Couch surfing은 웹사이트에서 각지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파(couch)나 방을 여행자들에게 잘 곳을 내어주며 교류하는 곳입니다. 무료로 숙박을 할 수 있다는 점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 번 couch surfing을 하고 나면 나도 돌아가면 host해야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실제로 집을 제공하는 host들도 couch surfing을 경험한 여행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결국 남는 것은 먹은 것과 만난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했었는데 couch surfing을 통해서 남들은 하지 못한, 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봄학기에 다녀오시면 Maastricht 내에서 열리는 카니발이나 네덜란드 전체의 축제인 Queen’s day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카니발의 경우 모두가 다양한 가장을 하고 며칠 동안 즐기는데 준비하는 과정은 물론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가장 큰 단점을 꼽자면 날씨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비가 왔다가 해가 뜨기를 반복합니다. 처음에는 비가 와도 우산을 잘 쓰지 않는 Maastricht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였으나 나중에는 그곳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우산은 챙기지도 않게 됩니다. 제가 다녀온 학기는 그곳 학생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날씨가 예측불허였습니다. 제가 귀국한 7월 초까지도 쌀쌀한 날씨였으나 7월 중순부터는 완연한 여름날씨가 됐다고 합니다. 특히 매우 건조하기 때문에 보습이 잘 되는 화장품을 챙겨가시기 바랍니다.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유럽에 가면 감자를 엄청 먹게 됩니다. 네덜란드에서는 특히 감자튀김이 유명했는데 스몰 사이즈 임에도 먹고 나면 밥 한끼를 먹은 듯 한 양과 3000원 정도의 가격, 다양한 소스 등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정 가게는 늘 사람들이 줄 서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외에는 이렇다 할 특별한 음식이 없고 외식을 할 경우에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늘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해먹었습니다. 네덜란드 안에서 유명한 대형 할인마트인 Albert Heijn이나 C1000이 기숙사 근처에 있고 Oriental market도 있어서 식재료를 구하기가 쉬웠습니다. 식재료에 한해서는 물가가 그렇게 높지 않았습니다. 특히 유제품이나 감자, 주류는 한국에 비해서 매우 저렴했습니다. 기숙사 내에서도 international dinner, Korean dinner, Italian dinner등 각 국의 학생들이 자기 나라의 음식을 대접해서 네덜란드 특유의 음식이 아니어도 다양한 요리를 먹어볼 수 있었습니다.
6. 마치며
Maastricht University는 학교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유럽에 오는 학생들이 대부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행도 많이 다닐 수 있는 두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도시이고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국인에 대해서 경계심이 없고 깨끗하고 안전한 곳이었습니다. 교환학생을 돌아봤을 때 배운 것도 많고 사람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고 기억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쓴 글이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내용이나 학교에 대해서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shsa6469@naver.com 으로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