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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USA] Xavier University 남상현 2010-2

2011.01.05 Views 1008 경영대학

                                            교환학생 프로그램 체험수기
                                                                                                           Xavier University (USA)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남상현

 아침부터 눈이 심하게 내리는 덕분에 비행기가 취소되어서 항공사에서 세 시간후의 비행기를 대신 타고 가란다. 어차피 할 것도 없던 차, 미국생활의 마지막 날에 이 곳 Cincinnati 공항에서 교환학생 체험수기를 쓴다. 덕분에 현장감은 최고조로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1. 목적이 뭔가요?
 4개월 이란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창 밖의 활주로에는 눈이 하얗게 덮여있는데,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날도 불과 며칠 전 처럼 느껴진다. 낯선 곳에 와서 적응하고 복닥복닥 살다가 보면 교환학생으로 보내는 학기는 엄청나게 빨리 지나 가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파견 전에 미리 교환학기의 목적을 확실히 정하고 그 것에 맞춰서 계획을 세워놓기를 바란다. 출발 전부터 다소 딱딱하게 들릴 수 도 있지만 그 목적에 따라서 준비해야 할 것들과 생활 자체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 교환학생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나눠 볼 수 있을 것이다.
  1) 영어실력 향상
  2) 여행과 문화 체험
  3) 경영학의 선진국 미국 대학에서의 전공수업 수강
  4) 스펙 월드에서 벗어난 완전한 휴식과 자아로의 침전탐험
 대부분의 학생들은(나를 포함하여) 미국으로의 교환학기 파견 목적으로 1번과 2번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이곳에 와서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바로 차다. 영어로 Car. 이건 필수다. 나의 경우 차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미국에 와서 정말 후회를 많이 하였다. 3번과 4번만을 목적으로 오는 학생들이라면 차가 필요하지 않을 수 도 있겠다마는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정말 진지하게 차를 사는 것을 고려하길 추천한다. 장기 렌트를 해주는 회사들도 있고, 중고차를 사서 쓰다가 잘 팔기만 한다면 금전적으로도 생각보다는 부담이 되지 않는다. 미국은 면허 따기도 매우 쉽기 때문에 국제 면허증을 발급해와서 이 후 필요한 절차들만 통과해주면 된다. Cincinnati 라는 도시 자체가 뉴욕이나 시카고처럼 대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대중교통 시스템이 매우 빈약하다. 대부분의 미국 중소도시들처럼 모든 것들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고 사람들도 띄엄띄엄 떨어져서 살기 때문에 학교 내에서 살 수 있는 간단한 학용품 등을 제외하고는 뭐든지 차를 타고 나가서 사야 한다. 주말에 시내에 나가고 싶어도 버스가 하루에 10대 정도 밖에 없고 더구나 약간은 위험하기도 하여(남자들은 문제없다) 매우 불편하다. 교통시스템 만큼은 한국의 시골을 상상하면 된다. 현지의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해도 어디를 차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번번히 부탁하기도 곤란하고, 하여간 짧게 이야기하면 1번과 2번을 목적으로 한다면 차 마련을 진지하게 고려해보길 바란다. 또한 한국에서부터 미리 어학공부 계획을 세워놓고 또 이곳에서 꾸준히 실천 하지 않으면 빠르게 지나가 버릴 4개월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2. Xavier University와 Cincinnati
 전체적인 캠퍼스의 분위기는 한국의 서강대학교 쯤을 생각하면 된다. 조그맣지만 모든 것이 깔끔하고 잘 짜여져 있다. 90퍼센트 이상이 백인 학생들이고 내가 머물던 학기에는 고대에서 처음으로 파견되어 온 나를 포함해 서강대 학생2명, 프랑스학생 7명, 스페인학생 1명 이렇게 10명 남짓만이 교환학생 이었다. 사립대학교이고 또 Jesuit 재단이라서 지역에서도 약간은 부유한 성장배경의 학생들이 이 학교로 많이 온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의 University of Cincinnati 보다는 전체적으로 조금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랑한다. 대신 서부나 동부 쪽 처럼 미국 특유의 Melting Pot 이나 문화적 다채로움을 느끼기는 조금 아쉽다. Cincinnati 도시 자체의 분위기도 차분하고 여유가 있다. P&G 와 Nielsen, Kroger 등의 회사의 본사가 있고 중화학공업 등을 주로 하는 산업도시가 아니라 은행과 마케팅등 서비스 based 회사들이 많이 자리한 도시이다.

 3. Campus Life
이 곳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Xavier의 International Office에서 살 곳을 정해주는데, 나는 Husman 이라는 기숙사에 살았다. 기숙사는 Husman, Kuhlman, Brockman 등이 있는데 특징은 2인 1실이며 주방이 없고 화장실은 옆방과 함께 쓰는 구조이다. 고려대학교 기숙사 같은 느낌이다. 단지 가격이 다소 비싸고(한 학기에 2700달러) 주방이 없기 때문에 식권(meal plan) 구입을 필수로 한다. 애들이 굶을까봐 걱정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meal plan 비용이 또 만만치 않다. Meal plan 의 가격은 그 종류에 따라서 한 학기에 2000~2400달러 정도 한다. 기숙사 내부는 청결하고 또 캠퍼스의 중심부에 자리해서 편리하긴 하지만 앞서 말한 단점들이 있다. 또한 이 부분은 아까 말한 1번과 2번 목적과도 관련이 있는데, 이 곳의 기숙사는 원래 1학년과 2학년만이 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서 나를 제외하고는 건물에 1학년들이 대부분이다. 한국나이로 치면 19살 학생들인데, 군대까지 다녀온 복학생 아저씨인 내가 맑디 맑고 순수한 친구들과 어울리기는 참 고충이 많았고 또한 룸메이트도 미국 학생이 아닌 교환학생들끼리 넣어주기 때문에 미국 학생들과 신나게 영어하며 생활을 즐기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 나의 경우 프랑스에서 온 친구와 한 학기 동안 방을 같이 썼고, 정말 즐겁게 편하게 생활했다. 마침 내가 프랑스어를 이중전공하고 있는 터라 도움도 많이 되었다. 3, 4학년들은 주로 학교 주변에서 집을 얻어서 3명이나 4명, 많게는 8명까지 돈을 나눠서 내고 함께 생활을 한다. 이 경우 기숙사 비보다 저렴하고, 영어를 할 기회가 더 많으며, meal plan 강매를 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office에서 친절하게 알아서 처리해주는 기숙사와는 달리 한국에서부터 방과 룸메이트를 미리 알아봐야 한다는 번거로움과 통학에 필요한 차를 사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결론적으로 앞서 말한 내용에 보태어 이야기하자면 조금 더 자유롭고 다채로운 교환학기를 경험하고 싶다면 Off-Campus + Car 의 조합을 추천한다. 묵묵하게 수업 들으면서 typical한 미국 대학생의 생활로 만족한다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외의 캠퍼스 생활에 대해서는 처음 도착하면 이 곳 Office 에서 3일간 학교와 Cincinnati 투어를 하면서 잘 설명해 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불이나 세면도구등 도착 첫날부터 필요한 물품들도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차를 다 태워준다. 은행계좌에서부터 핸드폰 개통까지 자잘한 것들은 Office에서 다 짜여진 대로 차근히 도와주니 걱정 없다. 이 사람들은 교환학생에 관한 전문가들이고, 또 매우 친절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거나 하면 언제든지 찾아가 문의하면 된다.

 4. 수업
 재미있는 수업들이 많다. 학생들의 참여가 더 활발한 것이 보통이며, 어렵고 힘든 과제와 시험으로 한 방에 보내버리기 보다는 할 만한 난이도로 꾸준하고 성실한 태도를 요구한다. 고대에서 영어강의를 듣는데 문제가 없다면 수업을 따라가는 것은 조금만 집중을 더 한다면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교수님들도 친절하기 때문에 힘든 부분들은 터놓고 이야기하면 많이 도와주신다. 경영대 건물이 내가 간 학기에 바로 처음 개공 되어서 멋지고 화려하다. 고대 경영대 학생들의 큰 애로사항 중 하나인 팀플의 압박은 그다지 심하지는 않다. 수업당 하나 정도의 팀 과제가 있고 한국의 그것과 비교하면 쉬운 편이다. 다만 앞서도 이야기 했듯이 꾸준하게 참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수강신청은 한국에서 미리 하면 되는데 나의 경우는 international office와 email 로 하였고 현지에 도착해서도 처음 1~2주간 얼마든지 정정할 수 있다. 한국처럼 인원이 다 차서 못 들어가거나 하는 경우는 없으니 천천히 여유 있게 신청하면 된다. Dr. Keyshap 교수님의 마케팅 관련 수업들과 Ms. Sisak 교수님의 재무관련 수업을 추천한다. 배우는 것도 많고 재미도 있다. 어느 과목을 듣든 교과서구매가 문제이다. 교과서 한 권에 경영학 전공서 같은 경우 150달러 정도는 기본으로 호가한다. 중고책을 사든지, 책을 한 학기동안 렌트하는 방법이 있는데 본인은 chegg.com 이라는 렌트회사를 이용하였다. 학기초에 책을 온라인으로 신청해서 빌려 한 학기동안 쓰고 학기말에 다시 회사로 무료배송시키면 된다. 가격도 저렴하고 편리해서 현지의 학생들도 많이 애용한다.

 5. 소감
 귀국 전 공항에서 글을 쓰고 있는 터라 개인적으로도 한 학기가 정리되는 느낌이어서 기분이 좋다. 혼자 외국에 나와서 한 학기간 살아본다는 것 자체로도 소중한 경험인 것 같다. 한국에서는 취업전쟁과 이모저모로 과열된 구조 속에 시달리면서 그나마 품고 있는 꿈을 꿋꿋이 잃지 않으려고 사투했었는데, 이 곳에 와서 꿈을 두 배로 키워서 간다. 몸도 마음도 생각도 미국의 땅 덩어리만큼 한결 여유로워지고 더 산뜻해졌다. 이 곳 학생들에게서도 영어 회화 말고도 더 값진 것들을 많이 배웠다. 한국 대학생들과 확연히 다르게 생각하고 또 다르게 생활하는 미국의 대학생들을 바라보면서, 교육에 대해 사회에 대해 또 세상과 삶에 대한 질문들에게 까지 희미하게나마 나만의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정신 없이 돌아가는, 내가 살아야 할 사회에서 잠시 벗어나서 외딴 곳의 타인이 되어 한번쯤 자기자신을 되돌아 보고 또 정비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잠시 지도를 꺼내 펼쳐 들고 내가 어디쯤에 있고 또 어디로 가야 하는 지를 알아 보는 시간.
교환학생경험,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