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2009-2010 파견]
Durham University 교환학생 보고서
경영학과 최기라
[최종 소감]
돌이켜 보건대 나는 영국, 특히 더럼대학교에서 1년을 보내기로 결정한 나의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자부한다. 보통 사람들이 교환학생을 나가서 얻고자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첫 번째는 새로운 문화 체험이고 두 번째는 언어 습득 및 공부인데 나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이루고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유년기 때 미국에 살아본 경험이 있는 나로써는 교환 학생 기간을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데 투자하고자 했다.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미대륙도 아닌 아시아도 아닌 생소한 유럽 대륙을 선택하였다. 사실 영국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영어가 공식 언어라는 점, 신사의 나라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동경, 영국에서 태어났다는 개인 사항, 1년이라는 긴 교환 학생 기간, 높은 학교 랭킹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더럼대학교를 1지망으로 정한 기억이 난다. 1년간 더럼대학교에 있으면서 나에게는 정말 생소했던 유럽인들의 내부 생활상들, 젊은 대학생들의 파티 문화 및 가치관 등 라이프 스타일을 마음껏 체험하고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영국인들의 문화를 체험하는 동시에 난 참 공부도 열심히 했다. 영국 대학교는 한국 대학교와 교육 시스템이 무척 다르다. 한국 교육 시스템에 아직도 주입식 교육의 잔재가 남아있다면 영국 대학교는 철저히 자기 주도 학습 방식을 고수한다. 교육과정이 대부분 학생 개개인이 긴 시간 동안 참고 논문 및 문헌들을 연구에서 리포트나 논문을 쓰고 교수님들은 최소한의 도움과 가이드라인만 제공해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주도 학습 능력과 논리력, 글쓰기 능력이 아주 중요시된다. 이러한 생소한 평가 방식에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발전할 수 있게끔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학문적으로 에세이 쓰는 방법이라든지 혼자서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으며 논리를 확장시키는 방법이라든지 공부를 하는 새로운 방법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1년이라는 교환 기간 덕분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지만 영국에 있었던 1년은 나에게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다. 영국에 있을 당시에도 1년이 점점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까울 뿐이었다. 한국에서의 2학기를 잃어버린 것이지만 그 대신 영국이라는 유럽의 한 나라에서 나는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새로운 문화 경험, 학술적인 배움과 도전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더럼대학교]
더럼대학교는 영국 북동부의 더럼에 위치한 대학교로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영국 내에서 5,6위 정도 하는 수준 높고 역사 깊은 학교이다. 캠브리지, 옥스포드와 더불어 영국 3대 기숙사 학교로 잘 알려져 있으며 본교와 분교의 두 개의 캠퍼스로 이루어져 있다. 더럼은 대학도시로 강이 도시 중간을 가로지르고 있으며 대도시와는 전혀 다른 평온하고 친환경적인 전원 도시이다.
[기숙사]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더럼대학교는 영국의 3대 기숙학교로서 각 기숙사마다의 정체성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학생들끼리 만나서도 자기 소개를 할 때에도 기숙사부터 물어볼 만큼 학생들의 3년 간의 대학 생활에 기숙사라는 존재가 아주 크게 녹아있다. 나는 College of St. Hild and Bede 라는 기숙사에 배정되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한다. University College 라고 가장 오래된 더럼성 안의 기숙사를 신청했는데 떨어져서 낙담했는데 돌이켜보면 어느 기숙사에 배정되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숙사마다의 색깔과 차이점은 있겠지만 말이다. 기숙사마다 차이가 나긴 하지만 내가 속해있던 기숙사는 Catered 라고 해서 세 끼가 모두 제공되어 숙식을 모두 기숙사비로 해결을 했다. 그래서 1년 간의 교환 기간 동안 결코 많은 비용이 들지 않았다. 미국이나 유럽을 가서 혼자 생활을 했던 다른 친구들보다 비용측면으로는 훨씬 적게 들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self-catered 기숙사도 있다는 점이다. 개인이 요리하는 것을 즐기고 양식보다는 한식을 즐겨먹는다면 혼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확실히 그렇게 된다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의 폭이나 현지 학생들과 부딫힐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동아리]
더럼대학교는 동아리 및 club 활동이 매우 활발하게 되어있다. 분교로 파견이 된다면 거리가 멀어 불편하겠지만 본교로 파견이 된다면 기숙사내에서나, 혹은 중앙 동아리를 꼭 필수적으로 들기를 권한다. 동아리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의 장이 된다. 개인적으로 몇 개의 스포츠 동아리와 영화 동아리를 들었었다. 스포츠 동아리를 들게 될 때 주의할 점은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았다면 결코 영국 학생들의 체력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교육 과정]
더럼대학교는 영국의 여타 학교와 마찬가지로 1년에 걸친 3학기가 한 학년 교육 과정을 구성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보통 6과목을 1년 내내 듣는 형식이며 한 과목 당 1주일에 1시간씩 수업을 하며 2주일에 한 번씩 튜토리얼을 진행한다. 시험은 보통 연말에 한 번 실시하며 이 외에도 학기 중에 에세이 혹은 논문을 내는 형식으로 평가가 진행된다. 특이한 점은 formative/ summative라고 해서 전자는 시험/ 과제이긴 한데 순수하게 학생에게 피드백을 주고 자기 주도 학습 진도 파악 목적으로 실시되고 summative가 앞서 말한 성적에 반영되는 시험/ 과제라 할 수 있겠다.
[과목 평가]
나는 본교에서 경제경영을 전공하는 경제학과 학생들이 주로 듣는 경영 과목을 들었다. 총 6개 과목을 들었는데 짧은 설명은 다음과 같다.
- Introduction to entrepreneurship: 한국말로 번역하면 기업가 정신쯤 될 텐데 한국에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과목이다. 소규모 기업가들의 창업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육성 방안을 고민하는 수업이었으며 배울게 많았다고 생각된다.
- Corporate Finance: 한국의 기업 재무와 똑 같은 과정이며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특별히 크게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으나 기업 재무 같은 과목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에서 배우는 것이 더 이해가 쉽고 잘 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French: 이 과목은 경영대과목이 아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흥미로 인해 수강하였는데 한국에 비해서 더 개별화되고 말하기에 치중된, 상호작용이 많던 수업이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한 수업이었다. 소규모여서 수강 학생들과 나중에는 정말 친해졌다.
- Asia and pacific rim: 영국에서 들었던 수업 중에서 가장 인상 깊고 마음에 와 닿았던 수업. 처음에는 유럽인들이 아시아를 어떻게 볼까 하는 호기심에서 들었는데 1년 동안 이 수업을 수강하면서 서양인들이 아시아를 보는 시각과 세계의 냉혹한 질서에 대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 Business and Entreprise development: 경영대학의 Campus CEO 와 거의 유사한 과목. 팀을 정해주고 창업 아이디어와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제안하는 1년간의 장기간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흥미롭고 무겁지 않아서 좋았지만 평가가 끝나고 더 추진할 수 있는 momentum 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흥미가 있다면 추천하지만 결코 많은 것이 남지는 않는다.
- Marketing research: 한국의 마케팅 조사론과 같은 수업이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애를 먹었던 수업이다. 졸업반 학생들이 듣는 수업이었고 1년에 걸친 논문을 써내는 것이 최종평가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부담이 되었고 스트레스가 컸다. 하지만 이 수업의 논문을 쓰면서 학술적인 글쓰기에 대해서 제일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상이 내가 들었던 6개의 과목이다. 추천과목이라고 한다면 Asia and Pacific Rim 과 Introduction to Entrepreneurship 을 추천할 수 있겠고 더럼대학교가 회계로 랭킹이 아주 높다고 하니 한국에 없는 회계 과목을 듣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경영과목 말고 타 전공 과목을 듣는 것도 추천이다.
[파견 시 참고할 점]
더럼대학교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는 다른 파견 학생들의 보고서에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교환학생을 신청하거나/ 나가는 입장이라면 이러한 정보들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은 점들을 써보았다.
1. 1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기에 교환을 나가실 분이라면 늦어도 3학년 1학기 때 나가시길 권장한다. 정말 강력 추천하고 싶은 코스이지만 3학년 2학기 때 나가게 된다면 4학년 2학기 때 돌아오게 되는 것인데 그 과정은 조금은 부담이 될 것 같다. 참고로 나는 2학년 2학기 때 파견을 나갔다. 영국은 가을학기가 시작이기 때문에 더럼대학교로 가실 분이라면 2학년 2학기 때 나가시는 것을 추천한다.
2. 더럼대학교에서는 기숙사 생활이 필수적이다. 특히 타지에서 온 교환학생으로서 학교에 적응하고 친구를 사귀는 등 영국 대학교 사회에 녹아 들려면 기숙사 생활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숙사에 있었지만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유럽 Erasmus 친구들이 힘들어하고 억울해하는 케이스를 많이 보았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온 교환학생의 경우 거의 최우선적으로 기숙사가 배정된다고 하니 크게 걱정할 점은 아닐 듯하다.
3. 내가 가는 기수부터 교환학생들은 본교로 배정이 되었다. 더럼대학교에도 고려대학교 서창 캠퍼스처럼 버스로 30분 떨어진 곳에 분교가 있는데 전문적인 경영 코스들은 다 그 쪽 학교에서 이루어진다. 전 파견 분들은 그곳에 배정되었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본교에 파견되는 것이 경험의 질로 비추어보았을 때 훨씬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본교에도 분교보다 상대적으로 양은 적지만 경제경영을 전공하는 경제학과 학생들을 위한 경영 과목들이 개설이 된다.
4. 교환학생을 나가기 전에 여행자 보험을 들었다. 드는 것이 필수적이겠지만 파견 학교의 특성을 파악하고 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더럼대학교의 경우는 본교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치료비 및 상해 비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파견 나가 있으면서 다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런 사실을 접하고 굳이 비싼 보험을 들 필요가 있었나 생각했다.
5. 더럼대학교에는 우리 학교의 KUBA 와 같은 교환학생 도우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에 가서는 무엇을 어떻게 할 지 몰라서 우왕좌왕했던 생각이 난다. 더럼대학교에는 한인들이 본교 분교 합쳐서 한 30명 가량 있는데 요즘 체계적으로 틀을 잡아가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싸이나 개인적인 연락을 통해서 필요한 정보를 주고 받거나 도움을 받는다면 기꺼이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6. 개인이 교환학생을 나가서 누릴 수 있는 경험의 질이나 친구의 폭은 정말 개인의 노력에 따라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더럼대학교는 대학 도시이기 때문에 학생들을 위한 행사가 여러 단체에서 자주 열린다. 동아리, 파티, 네트워킹 모임 등 쉽게 정보도 알 수 있는 행사가 많이 열리니 적극적으로 용기를 잃지 말고 참여하기를 권장한다.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될 수는 없어도 그 와중에 값진 친구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출국 준비 시 참고할 점]
1. 더럼대학교에 파견될 경우 그다지 어려울 것은 없다. 가이드라인이 학교에서 매번 비자관련, 어플리케이션 관련 오기 때문에 이러한 점은 그냥 시키는 대로 따라서만 하면 된다.
2. 하지만 비자 신청의 경우 기한을 맞추는 것은 절대적으로 주의해야 한다. 비자를 늦게 신청하거나 제 때 신청하여도 한 번 리턴을 당하게 된다면 그 때는 안드로메다.
3. 출국 시 acceptance letter 를 꼭 가져가야 한다. 나는 그런 것을 전혀 몰라서 비행기표와 여권만 가지고 출국했다가 영국 출입국신고소에 걸려서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난다. 영국 측에서 외국인들의 경우 체류 이유와 장소, 목적을 꼼꼼하게 체크하기 때문에 서류를 준비해 간다면 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4. 금전 문제 관련해서 가장 편한 방법은 영국에 도착해서 통장을 만드는 것이다. 짧은 기간 체류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만들 수 있는 가벼운 통장이 있기 때문에 시내에 있는 아무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들면 체크카드와 수표까지 발행해준다. 참고로 영국에서는 수표를 많이 쓰기 때문에 수표를 꼭 발행 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마치며]
이상 1년 간의 영국 더럼대학교 체험 수기를 마친다. 지난 2009년부터 2010년까지의 영국에서 의 시기는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여행도 많이 다녔고 공부도 열심히 했던 내 인생의 전성기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경영대학의 많은 학우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 그러한 의미에서 정말 아무런 주저도 없이 더럼대학교를 추천한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신 경영대학과 국제실에 정말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