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교환학생 경험보고서
NUS(싱가포르)
박 종 훈
- 디카(디지털카메라)를 구해라!
교환학생을 떠나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디카였다. 혹자는 공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할 지 모르나, 떠나기 전 당시 나의 마음은 그랬다. 출국 하루 전 디카를 구입하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수십 년 만의 추위와 폭설이 반기며 해외에 나가기 전에 맛 좀 보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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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첫 느낌 – 푹푹 찌는 더위와 습기.
정말 내가 가장 싫어하는 날씨였다. 공항을 나오자 마자 숨이 턱턱 막혔다. 저녁이었음에도 찌는 듯한 더위와 끈적한 습도. 집으로 가는 도중 잘 정돈 된 도로시스템, 멋진 skyline과 어울린 열대나무의 이국적인 풍경으로 그나마 안도할 수 있었다.
- 어긋났지만 설렜던 시작
NUS의 여러 dormitory 중에 내가 한 학기 동안 묵게 된 곳은 Common Wealth라는 MRT(지하철)역 주변에 있는 2인 1실형 3층짜리 아파트였다. 한 집에는 두 개의 방이 있어 4명이 화장실과 거실을 공유하는 형태였기에, 영어를 잘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같이 지내기를 상상하며 한 학기 후 유창해질 나를 꿈꿨다. 하지만 달콤한 꿈도 잠시, 한국인 4명과의 동침이 시작되었다. 살짝 아쉽긴 했지만 어쨌든 설렘이 가득했던 시간이었고 맏형으로서 동생들을 잘 적응시키겠노라고 다짐하며 타지생활이 시작되었다.
- 한 한기를 시작함에 앞서
싱가포르는 말레이반도 가장 끝에 자리잡은 서울 크기의 도시국가이다. 인구는 약 400만 명 정도로 부산 정도로 생각하면 쉽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실체는 상상 그 이상이다. 1960년대 말레이시아로부터의 독립 이 후 리콴유 총재의 오랜 정책으로 잘 다져진 싱가포르는 아름다운 스카이라인과 잘 갖춰진 도로체계, 열대나무와 넓은 잔디밭 등이 어울러진 풍경을 자랑한다. 아무것도 없었던 땅 위에 모든 것을 새로 만들었음에도 인위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공존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나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학기를 시작하기 전 1주일 동안은 싱가포르의 명소를 방문하고 지리를 익히는데 열중했다. 도심 ‘클락키’ 지역에서 먹었던 칠리크랩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싱가포르 본토와 모노레일로 연결한 센토사섬(지금은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완공했을 듯)에서 일광욕과 수영도 하고, 마리나베이 앞에서 카드 두 장을 서로 기댄 듯한 쌍용건설의 건물(마리나베이샌즈호텔, 현재 완공)의 위용을 감탄하고, 국제 금융기업의 수많은 건물이 만들어낸 멋진 스카이라인을 보며 싱가포르에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인도 타운에 있는 무스타파 센터는 싼 가격으로 생필품을 마련하기에 유용한 장소였다. 처음에 싱가포르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곳곳에 야외수영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입장료가 1싱가포르달러(약 800원)였다는 점이다. 몸매를 가꾸고 싶거나 적당히 선탠하고 싶은 분에게는 완전 강추가 아닐 수 없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도 비록 짧지만 한 학기를 통해 목표한 바를 꼭 이루자는 다짐은 빼 놓을 수가 없었다.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지. 꼭 finance field에서 기회를 잡아야지!’
- 싱가포르 NUS의 수업과 KU와의 차이
NUS에서 난 5과목의 수업을 들었다. ‘FRM’, ‘Corporate Finance’, ‘경영전략’, ‘Asia Pacific Business & Ethics, society’ 4가지 경영대 수업과 Chinese를 수강했는데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FRM과 APB 과목이다. 사실 FRM(Financial Risk Management)은 국제적인 경제불황 이후로 리스크 관리가 이슈로 대두되고 있지만 실무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했었는데, 학교 정규과목으로 채택하여 이론적인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열의 또한 굉장하여 이번 11월에 국제FRM시험을 치르려고 하는 나에게는 적잖은 자극이 된 시간이었다. 또한 APB과목은 아시아 각 나라의 경제와 특징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중국과 일본과 거의 비슷한 중요도로 우리 한국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실제로 싱가포르 사람들과 그 곳에 공부하러 온 파란 눈을 가진 수많은 친구들 대부분이 한국의 경제와 특히, 재벌구조에 대해서 굉장한 관심과 흥미를 갖고 있었다. 마침 나는 재벌과 관련된 수업 당이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하게 되어 재벌닷컴 사이트의 자료를 인용하고, 그 당시 삼성 이건희 회장의 복귀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여 교수님을 비롯한 많은 친구들의 호응과 열띤 토론을 이끌어내곤 하였다.
수업을 받으며 느낀 점은 열정과 그 표출의 차이이다. 모든 학생들은 수업참여도로 평가 받기에 질의 응답에 적극적이며 그 어느 누구도 내 질문이나 대답이 틀리지 않았을까 하는 조바심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교수님 또한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를 유도하시며 활발한 토론을 권유하는 모습이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싱가포르 교육의 근간은 발표(프리젠테이션) 중심의 수업진행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과목은 몇 번의 개인과제와 조별과제, 두 차례 이상의 발표를 통해서, 매 수업 학생이 미리 예습을 하지 않고는 따라가기 힘든 게 사실이다. ‘적게 가르치고, 많이 공부하게 하자’는 싱가포르의 교육정책을 완벽히 시행하고 있었다. 발표 중심의 수업이 늘어나고 있는 고려대 경영대도 이런 면에서는 세계적인 대학과 비슷하게 선진화하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건물과 IT인프라만큼은 고려대 경영대가 이미 세계 최고라는 생각은 그 곳에서도 끄떡없었다. 2010년에 새로 완공한 NUS BIZ new빌딩도 2003년에 완공한 엘포관 수준에는 못 미치는 듯했다. 과연Global-50관의 모습과 수준은 어떠할지… NUS의 캠퍼스는 서울대를 많이 닮았다. 엄청난 크기에 다양한 시내버스가 학교 내를 통과한다. 여기에 커다란 천연잔디 구장이 2개가 나란히 있으며 10여 개의 테니스장, 야외수영장, 농구장, 풋살장, 스쿼시장 등 스포츠레저활동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정말 천국이나 다름없다. 국가적으로도 스포츠의 활성화를 적극 후원하는 만큼 스포츠 인구와 그에 걸맞는 인프라는 너무나 부러운 수준이었다. 싱가포르와 고려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Reading Week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Reading Week이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1주일 전에 모든 수업이 휴강을 하는 것인데, 해외에서 온 교환학생에게는 여행하기에 최고의 기간이다.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은 몇 달 전부터 이 기간의 추억을 위해 해외티켓을 예매하기 바쁘다. 두 번의 이 기간을 통해서 태국의 푸켓과 피피섬, 그리고 라오스와 베트남을 여행할 수 있었다. 최신식의 발달한 문명에서 이처럼 시간을 역행하여 자연을 즐기는 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과 다름없다. 더구나 싱가포르에 비해 물가도 싸니 휴양지로써는 정말 안성맞춤이다. 싱가포르로 교환학생을 오는 후배님들은 꼭 Reading Week를 잘 활용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만들어가길 바란다.
- 싱가포르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느낀 점
싱가포르는 예전에는 영국의 식민지로써 영향을 받았고, 그 이후로는 중계무역을 통해 지금의 발전을 이루었다. 이에 영향을 받아서 인지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고 있다. 인구의 70%정도는 중국계이고, 나머지 약 15%정도는 인도계, 그 외의 인구는 말레이와 다양한 인종이 차지하고 있다. 잘 갖춰진 교육체계와 국민들의 열린 사고는 다양한 인종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고 이는 오늘날 발전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흔히 싱가포르라고 하면 정말 깨끗하고 법이 엄격한 나라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는 다소 와전된 듯하다. 실제로도 깨끗하긴 하지만 길거리에 쓰레기도 종종 찾아볼 수 있고, 침을 뱉는 사람도 가끔 볼 수 있다. 그래도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길 바란다.
한류 열풍을 실감하고 싶은가? 그럼 싱가포르로 가라! 말 그래도 한류열풍이 존재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나보다도 훨씬 한국 가수, 심지어 노래를 꿰고 있었고, 상가나 레스토랑에서는 심심찮게 한국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 수가 있다. 무엇보다도 싱가포르 학생들과 같은 팀으로써 활동을 할 때면 배려를 많이 해주고, 나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다만 이것은 이성간에만 통하고, 동성은 오히려 굉장히 견제한다는 것을 유념하자!
식도락을 즐기는 이에게 싱가포르는 최고의 나라이다. 다양한 인종 구성과 더불어 중국과 인도, 말레이, 태국 등지의 고유음식과 서양음식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어 누구나 입맛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또한 낮의 더운 날씨에 지칠 때면 호커센터(야외 푸드코트 비슷한 곳)와 같은 곳에서 밤바람을 즐기며 다양한 음식과 맥주를 음미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England Premier League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너도나도 응원하는 소속팀의 저지를 입고 맥주를 마시며 소리치는 여유로운 분위기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체험할 수 없는 추억이었다. 아직도 Manchester United와 Liverpool경기에서 박지성이 다이빙 헤딩골을 넣을 때의 그 짜릿함과 자랑스러움이란…
- Thanks to.
나의 싱가포르 생활을 잊지 못하도록 만들어 준 몇 명의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류상용, 나의 Room mate이자 USC의 학생으로써 나보다 무려 5살이 어리고 앳된 외모이지만 형처럼 의젓하고, 영어에 약한 나의 귀와 입이 되어 준 소중한 친구였다. Brian과 steward 형제. NUS Biz School에서 만난 Brian은 축구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최고의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매 주 상용이와 나를 자신의 차로 직접 픽업해서 같이 축구하고, 맛 집을 데려가곤 하였으며 우리에게 다양한 싱가포르 친구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또한 Chinese New Year’s Day와 같은 명절에도 우리를 집에 초대하는가 하면 친척과 함께 말레이시아로 여행까지 초대했으며 내가 한국으로 귀국할 때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공항까지 동행해 준 평생 잊지 못할 친구이다. 같이 동아리(FES)활동을 했던 용태형과 성득이, 호영이도 학교생활로 내가 힘들 때마다 큰 힘이 되어 준 친구다. 고맙다는 표현은 못했지만 이런 소중한 인연이 없었다면 싱가포르에서의 생활은 무미건조했으리라.
- Why Singapore? For Whom?
Finance Field로 커리어를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는 싱가포르는 최고의 기회의 땅 중에 한 곳이다. 흔히 싱가포르는 IB보다는 자산운용 쪽이 더 발전되어 있다는 인식이 강한데, Finance 분야 중에서도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 어느 곳인지, 그쪽 관련해서 싱가포르에서는 어떤 이점이 있는지 확실히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동서양을 연결하는 곳으로써 중계무역이 발달한 만큼 무역업을 하고 싶은 학생에게도 추천하고 싶으며, 항상 끊이지 않고 고층빌딩이 건설되는 것으로 볼 때 건설업을 희망하는 학생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싱가포르는 국민의 90%이상이 영어와 중국어를 유창하게 사용할 줄 안다. 약간의 발음의 차이는 있지만 언어의 장벽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을뿐더러,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영어와 중국어를 공용할 수 있는 곳은 가장 매력적인 지역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편리한 교통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지하철 시스템과 잘 닦여진 도로, 주변 국가로의 편리한 이동성은 싱가포르의 또 다른 장점이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주요국가와 유명한 휴양지는 어느 곳이든 싱가포르에서 비행기로 2시간 내에 도착이 가능하다. 더구나 학생비자를 받으면 싱가포르 국민과 동일시 대우를 받을 수 있어 각 나라간의 이동이 매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동남아시아의 각종 유적지와 멋진 Beach, 뼈 속까지 시원한 바다를 만끽하고 싶다면 싱가포르로 오라!
- What you should prepare!
정말로 당연한 말이지만 영어공부를 해라.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자신감과 연결 된다. 해외를 나가서 외국인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못한다면 나갈 필요가 없다. 영어공부를 해서 자신감이 생기면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더 많은 친구, 더 많은 기회가 찾아 오며 그 이득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데 답답함을 느낀다면 회화공부를 꼭 하고 떠나라고 조언하고 싶다.
목표를 확고히 하되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마라. 교환학생을 떠나기에 앞서 왜 해외를 나가려고 하는지, 원하는 것을 가장 잘 충족시켜줄 곳은 어디인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미리 충분한 생각을 하고 가는 사람과 무턱대고 나가는 사람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다만 너무 욕심을 과하게 부려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적당하게 계획을 짜고 현실을 즐기는 고대인이 되자!
나는 한국인을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한다던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한다던가, 무엇을 할 때마다 행동 하나하나가 외국인들에게 한국과 고려대에 대한 인식으로 각인된다. 영어를 잘 못하지만 남 앞에서 발표하게 되면, 전날에는 스크립트를 다 외워서라도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노력했다.
가족을 소중히 여겨라. 4~5개월 동안 홀로 해외를 나가는 것을 허락해 주신 가족은 항상 나를 걱정하고 후원해 주신다.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핸드폰이나 스카이프 등을 통해서 자주 연락하는 습관을 갖자. 나는 싱가포르에 있는 도중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중간에 1주일간 귀국했었다.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계실 때 효도하고 감사하자.
아무쪼록 다음학기에 교환학생을 떠날, 특히 싱가포르로 향할 여러분들의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