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KUBS 소식

“홈런보단 안타, 다양한 경험과 도전으로 가능성 열어가길”

2015.04.20 Views 8461 정혜림

모두가 세계경제의 위기를 외치는 오늘, 확고한 자신만의 비전을 가지고 신흥시장에 뛰어들어 성공을 일군 사람이 있다. 경영신문이 ONE ASIA INVESTMENT PARTNERS의 고현식(S³ Asia MBA 1기) 대표를 만났다.
 

Q. ONE ASIA INVESTMENT PARTNERS란 이름은 조금 낯설다. 어떤 기업인가?

쉽게 말해 미얀마, 싱가포르, 베트남 등 신흥시장을 공략하려는 전세계의 창업자를 돕는 곳이다. 현재 싱가폴과 한국 등에 인큐베이션 센터가 있고 올해 말까지 총 10개 정도를 설립할 계획이다. 특이할만한 건 우리가 실리콘밸리에도 센터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기업들처럼 아시아권 창업자들이 북미시장을 노릴 기회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북미 지역의 창업자들이 아시아 시장을 노릴 수 있도록 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역발상인 것이다.


Q. 신흥시장에서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원래 신흥시장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그러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S³ Asia MBA를 들어간 것이었다. 사실 그전에 미국 명문대의 MBA를 갈 기회도 있었다. 내 눈은 신흥시장을 향해 있는데 미국에 가서 공부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생각이 들어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한국과 상하이, 싱가포르를 두루 경험해볼 수 있는 과정이 고려대에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 않고 지원했다. 정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강의를 통해 많은 지식을 습득한 것은 물론이고, 중국, 인도, 싱가포르의 친구들과 어우러져 지내다 보니 해당 지역의 문화나 이슈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고려대만의 끈끈한 교우애와 연대의식은 덤이었고. 학점은 거의 꼴찌로 졸업했지만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잘 한 선택 중 하나 아닌가 싶다.


Q. 일반적으로 신흥시장은 선진시장에 비해 기회도 많지 않고 위험이나 어려움도 많을 것처럼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선진국에서의 창업을 이야기한다. 특히 한국 친구들은 더더욱 그렇다. 대부분 포커스가 국내에 제한되어 있거나 실리콘밸리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은 흐름이 중요하다. 동남아는 요즘 많은 투자자들이 눈길을 돌리는 곳이다. 게다가 한류열풍이 크게 불고 있고, 한국인이 차별받지 않는다는 것 역시 좋은 기회다. 이런 상황이라면 굳이 선진국만 바라볼 필요가 없지 않나 싶다.


Q. 하지만 아무래도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막연히 신흥시장에서의 창업이 어려우리라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문화’가 아닐까 싶다. 나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아이템이 먹혀들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물론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인터넷이나 각종 서적을 통해 그 나라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예전만큼 많은 시일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해당 지역의 현지인과 파트너링을 하라고도 조언하고 싶다. 간혹 특정 시장을 노린다고 하면서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팀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자면 그건 아직 시장을 공략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이다. 좋은 현지인 동료를 만나고 함께 열정과 아이디어를 공유한다면 성공의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리라 것이다. 영어가 유창해야 사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수단과 목적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난 사업을 하러 왔지 영어를 하러 온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의사소통만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만약 파트너 될 사람이 네가 영어를 못한다고 무시하면 당장 헤어져라. 베트남만 해도 인구가 8000만 명이다. 파트너가 될 사람이 널렸다는 얘기다. 언어 능력이 부족하다고 나의 다른 역량까지 무시하는 사람과는 일할 필요가 전혀 없다.


Q. 파트너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나와 함께 꾸준히 일을 해나갈 사람을 구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창업에 있어서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는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부터 3~4번 가량의 창업을 경험했다. 내가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매번 나보다 역량이 뛰어난 훌륭한 파트너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창업자의 역량이 그 회사의 최대치가 되면 안 된다. 회사가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자세를 미리 갖추라고 조언하고 싶다.


Q. 최근 이 파트너들과 함께 발간한 『BEYOND STARTUP』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를 꼽자면 ‘전통산업에도 기회가 많다’는 것과 ‘홈런보다 여러 번의 안타를 노리라’는 거였다.

이미 창업을 한 사람 혹은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에 대해 조언한 것이다. 가끔 한국 친구들이 투자를 요청해서 만나 보면 열에 일곱, 여덟 정도는 IT에 관련된 아이템이다. 물론 그게 나쁘진 않지만 너무 치우쳤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IT 산업군이 시장경제의 주류로 들어온 게 얼마 되지 않는 일이다. 우리나라 GDP를 봐도 여전히 주류는 전자, 제조, 조선, 유통, 식품사업 등 이전부터 있던 비즈니스군이다. 지난 50년~100년 가까이 해온 사업에서 모두가 등을 돌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단적으로 네이버가 우리나라 검색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지 않나. 한국에서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 하나 만들어도 띄우기 정말 힘들다. 다양한 산업군으로 시야를 넓히라고 조언하고 싶다.

홈런 말고 안타를 생각하라는 것 역시 아쉬움에서 나온 조언이다. 창업을 한다고 찾아오는 친구들에게 내가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바로 ‘다른 아이템이 있냐’는 거다. 될성부른 친구들은 2~3개 정도 아이템을 더 내놓는다. 지금 당장 당신을 만나러 올 때는 이 아이템을 가지고 왔지만 여전히 난 머릿속에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는 거다. 이런 친구들 에겐 기회가 한번만 있는 게 아니다. 이거 해서 안 되면 재기할 수 있는 다른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거다.


Q. 마지막으로 KUBS 후배들에게 하고픈 조언이 있다면?

학생 시절에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조그만 식당이라고 열어본 친구들이 얻은 경험은 학교 다니거나 직장생활 하면서 얻은 노하우보다 농도나 질에 있어 훨씬 뛰어나다. 나중에 무엇을 하든 자신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실패할 걸 두려워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후배들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두 다 파이팅이다.

 
관련 기사 보기

[파이낸셜뉴스] '韓 벤처허브 육성' 요즈마·원아시아 손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