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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BS 소식

세월 흐를 수록 향기 짙어지는 학창시절

2016.06.17 Views 8589 전은지

[경영대학의 산증인 릴레이 인터뷰④] 상학과 58학번 이종철 교우·천정호 교우·최광민 교우·유휘성 교우
세월 흐를 수록 향기 짙어지는 학창시절
 

상학과 58학번 동기들이 58년만에 함께 모여 캠퍼스를 방문했다. 왼쪽부터 유휘성 교우, 천정호 교우, 이종철 교우, 최광민 교우 
 

싱그러운 계절, 꽃이 만발한 봄날의 캠퍼스에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의 모습이 보인다. 교정을 거닐며 학창시절을 회상하던 그들은 세월이 지날수록 모교에서의 추억이 진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58년 전, 상학과 58학번으로 고려대에 입학한 이종철 교우, 유휘성 교우, 천정호 교우, 최광민 교우가 지난 5월 17일 경영대학에 방문했다. 언제나 ‘마음의 고향’인 고려대를 떠올리며 함께한다는 그들을 <경영신문>이 만나봤다.

Q. 모교를 입학하신지 58년이 지났습니다. 오랜만에 모교를 방문하셔서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학창시절 에피소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유휘성 교우 |
학창시절은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당시 수업 분위기가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죠. 개인적으로 김순식 교수님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납니다. 김순식 교수님께서는 대한민국 회계 분야의 최고 권위자셨죠. 그 분께 회계 과목을 배웠는데, 교수님께서는 수업과 학점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엄격하셨습니다. 모든 수업을 정시에 시작해 정시에 끝내셨으며, 학생들에게 언제나 빈틈없이 강의하시려고 노력하셨죠. 1950년대는 시대적으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교수님의 수업을 들을 때면 삶이 어렵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까지도 교수님의 저서인 <부기원리>와 <회계학>을 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교수님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최광민 교우 | 저 또한 김순식 교수님의 수업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네요. 교수님께서 첫 수업시간에 강조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내가 쓴 회계 교본의 내용 중 한 글자도 추가할 수 없고, 한 글자도 지울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만큼 모든 일에 완벽을 기했던 분이셨습니다. 저 또한 아직도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의 항목을 나열하고, 작성하라’라는 시험문제가 기억날 정도로 교수님의 수업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천정호 교우 | 지금도 경영대학은 한국의 경영학을 선도하고 있지만 그 당시도 우리 경영대학이 최고의 경영대학이었습니다. 한국 최초로 미국 경영학을 도입했기에, 학생들은 새로운 경영학 분야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회계학이 중심이 되는 독일식 경영학을 교육했습니다. 이론만 강조되는 교육이었죠. 반대로 미국 경영학은 사례를 중심으로 한 넓은 분야의 경영학이었습니다. 우리 경영대학에서는 미국 출신 교수님들도 많이 계셨기에 케이스 스터디 등 새로운 분야를  배울 수 있었죠. 기업이 어떻게 이윤추구를 하는지, 경영이란 무엇인지에 관해 깊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Q. 오랜 세월이 지나도 모교에 대한 향심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동기 분들과 지금까지 연락하며 지내시는 것도 놀랍습니다.

천정호 교우 | 서로를 이끌어주고, 서로를 밀어주는 고려대의 분위기 덕분인 것 같습니다. 지금도 58학번 상학과 동기들 대부분이 연락하고 지내며, 무슨 일이 있을 때면 똘똘 뭉치곤 합니다.

유휘성 교우 | 교우들은 고려대를 ‘마음의 고향’이라고 표현합니다. 실제로도 모교는 삶의 구심력이 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대학 시절의 기억이 더욱 진해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애교심은 더욱 강해지고 향심이 생겨나곤 합니다. 마치 수구초심의 느낌이죠. ‘국적은 변경할 수 있어도 학적은 변경할 수 없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최광민 교우 | 교풍덕분일 겁니다. 학교 분위기 자체가 함께하는 정신이 강한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항상 기념하는 4.18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15 부정선거’에 대한 민주화의 기원을 4.19혁명으로 이야기하곤 하는데, 이를 촉발시킨 것이 4.18입니다. 고려대의 정신이 여기서 발휘된 것이죠. 학생들이 민주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생각했기에 민주화도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이종철 교우 | 학교에서 학업뿐만 아니라 ‘고대 정신’을 잘 가르치고 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동창을 지칭하는 표현만 보더라도, 고려대는 타대와 다르죠. 그 예로 서울대는 ‘동창’, 연세대는 ‘동문’이라 부르는데요. 고려대는 ‘교우’라고 부릅니다. 이 역시 고대정신을 잘 보여주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Q. 경영대학의 선배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종철 교우 | 저희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었죠. 학교에서도 어렵게 공부했습니다. 지금처럼 학교에 건물이 많지 않아 교실도 부족했고, 도서관 열람실 좌석도 항상 부족했습니다. 전교 대부분 모든 과의 학생들이 지금의 본관 건물에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랜 만에 학교에 와보니 높은 건물도 많이 생기고 캠퍼스 분위기가 더욱 멋져진 것 같습니다. 강의실, 스터디룸 등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이뤄진 것 같아 선배로서 매우 뿌듯합니다.
좋은 환경이 갖춰진 만큼 우리 후배들이 마음껏 공부에 집중할 수 있길 바랍니다. 선배들과 많은 분이 마련해준 시설에서 열심히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여 많은 선배들이 모교사랑을 실천해온 것처럼 후배들도 계속해서 그 정신을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유휘성 교우 | 학교에 여러 번 방문할 때마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보입니다. 우리 후배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것 같아 선배로서 기분이 좋습니다. 실제 우리 후배들은 저희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교 다닐 당시만 해도 지금 후배들처럼 뛰어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토론이나 케이스스터디에도 능숙하지 못했죠. 돌아보면 부족한 점이 투성이었죠. 그러나 우리 후배들은 지금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기에 우리 후배들은 더욱 잘 해낼 거라 믿습니다.

최광민 교우 | 학생들이 경영학의 ‘Management’를 삶에서도 적용해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자신부터 가족, 자신이 속한 모든 곳에서 모든 임무를 충실하게 임해야 더욱 확장시켜나갈 수 있습니다. 인생을 경영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소속한 학교, 회사, 국가를 생각하면 큰 발전과 성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애국, 애족하는 인재로서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