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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BS 소식

리루 회장이 말하는 가치투자

2008.10.31 Views 3452 정혜림

리 루(Li Lu, 李祿) 히말라야 캐피탈 매니지먼트(Himalaya Capital Management) 회장(Chairman)이 10월 28일 오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특강했다. 
리루 회장의 이날 강연과 학생들과의 질의 응답 내용을 정리했다.(글 손주연, 사진 윤지은)

리루 회장 강연 요약/ “워렌 버핏 강연 듣고 가치 투자의 매력에 빠져”
 
중국 난징(南京) 대학교 다니던 중 민주화 시위에서 활약했다는 이유로 지명수배가 됐고, 1989년 말 중국에서 탈출해 미국으로 갔다. 콜롬비아 대학 재학 중 로스쿨에 등록했고 재학 중에는 또 다시 비즈니스 스쿨에 입학해, 콜롬비아 대학 최초로 동시에 세 학위를 받은 학생이 되었다. 종종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나의 경험을 이야기 한다. 나 자신도 이런 강연을 듣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기 때문이다. 콜롬비아 대학 재학 중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의 강연을 듣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 이후 가치 투자라는 매력적인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가치 투자란 투기와는 달리 원금 보존을 위해 안전 범위를 명백히 하고 투자하려는 회사의 사업상의 특징과 재무적인 건전성을 철저하게 분석을 한 다음 투자를 하는 것이다. 대출받은 학자금을 종자돈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고, 빌렸던 돈을 다 갚았을 뿐 아니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처음에는 투자 은행에 취직하려고 했지만, 인터뷰를 다니다 보니 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히말라야 캐피탈 매니지먼트를 설립하게 됐다. 
 
<리루 회장과의 대화>
“인간의 존엄성은 인생의 가장 큰 가치”
“기본적인 논리에 입각한 투자를 하라”
 
문:  투자한 주식이 반 토막 났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 매일 3000원 내고 먹던 점심이 다음날 갔더니 1500원으로 세일하더라. 기쁘지 않겠나? 그런데 왜 주식이 반값이면 행복해하지 않나? 점심은 3000원 가치가 있다는 걸 확실히 아니까 1500원으로 세일하면 기쁘지만, 주식의 경우에는 진짜 가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진짜 가치를 안다면 행복할 거다. 왜냐하면 반 토막이 난 지금은 싸게 더 사들일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문: 자금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나 소규모 투자 회사도 가치 투자를 할 수 있나? 
답: 돈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투자하는 비율은 대규모 투자자나 소규모 투자자나 0%-100% 로 똑같다. 
 
문: 좋은 투자의 원칙은?
답: 가치 투자의 첫 번째 원칙은 “절대 돈을 잃지 말아라.”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복잡한 예측은 필요 없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 전에 기본적인 논리에 입각해 당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투자해라. 또한 투자를 배우고 싶다면 직접 해봐야 된다. 소중한 돈을 가지고 주식 하나라도 사서 경험해봐야 배울 수 있다. 
 
문: 인생에서 가장 큰 원칙은 무엇인가?
답: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 주변 상황에 짓눌리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건 존엄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둘째로는,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도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훌륭한 교육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셋째, 정직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본 원칙 몇 가지만 지키면 어떤 환경 속에서도 중심을 가지고 살 수가 있다.
 
문: 국가에 투자할 수 있다면 당신이 태어난 중국이라는 나라에 투자할 것인가?
답: 투자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 차원보다는 중국이 보유한 훌륭한 기업들에 투자할 것이다. 중국은 격변의 시기를 보냈지만 현재 중국의 기업들은 잠재 가치가 있고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기업들에 투자하라. 큰 돈을 벌게 될 것이다.
 
문: 투자하는 데 내부 정보를 이용하는가?
답: 내부 관계자가 정보를 흘리는 것은 불법이다. 불법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성공적인 투자에 있어서 내부 정보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기업이 가진 가치를 평가하고 그 가치에 기반해 투자하면 성공한다. 
 
문: 언론은 엄청난 투자 정보를 제공한다. 이런 정보에 흔들리지 않고 투자하는 방법은?
답: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에 거의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진짜 값진 정보와 쓰레기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학교에서 받은 교육을 바탕으로 만든 당신의 지식과 당신의 가치관은 아무도 모방할 수 없다.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가치 판단을 하고 투자하라.
 
문: 늘 성공만 하며 살아왔을 것 같은데 실수한 적 없나? 
답: 당연히 많다. 하지만 실수를 한 후에 내가 어떻게 해서 그 실수를 하게 됐는지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언제, 어떻게, 왜 실수를 했는지 분석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문: 한국 경제에 대해 분석, 조언을 한다면?
답: 한국 경제가 현재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는 것을 안다. 수 천명이 들어있는 강의실 한 귀퉁이에서 누군가 ‘불이야’ 라고 작게 외치면, 처음에는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두 명씩 강의실을 빠져나가면 모두들 두려움에 서로를 짓밟으면서라도 나가려고 한다. 진짜 불이 났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저 두려워할 뿐이다. 한국 경제도 이와 마찬가지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고, 한국 기업도 IMF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건실해졌는데, 소수가 두려워하기 시작하자 그 두려움이 마치 전염병처럼 온 국민에게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까의 예로 설명하자면, 강의실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든, 어떤 다른 방법을 써서든 불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가 믿을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정부가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
 
문: 고대 경영대생들에게 대학 생활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답: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것을 해봐라. 또한 단 한가지만이라도 깨닫고 대학을 졸업하기 바란다. 지금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더 깊이 공부하고 직접 경험하면서 배워라. 어떤 것이든 이런 과정을 통해 깨달은 지식은 평생 도움이 될 것이다. 지식을 추구하는 것은 지식 그 자체를 위함이다. (Pursuing knowledge is for the sake of knowledge itself.) 지식을 추구하는 것을 즐기기 바란다. 

리 루 회장은 누구?  
난징 대학교 재학 당시 중국 민주화 운동에 가담, 지명 수배 된 후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콜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에 입학, 경제학 학사와 법학사, MBA 학위를 동시에 받았다. 1997년 뉴욕에 투자회사 히말라야 캐피털을 설립했다. 현재 Committee for Economic Development(CED) 등의 비영리 단체 활동도 하고 있다. 지난 2001년에는 세계 경제 포럼에서 차세대 세계지도자로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