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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BS 소식

지청 명예교수 특별 기고

2008.04.28 Views 1022 정혜림

지청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가 기업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글을 경영신문에 기고했다. 지 명예교수는 이 글에서 “정재계 모두의 철학과 가치관의 변화 필요하다”며 “범법적 기업관행과 경영행태 반드시 퇴출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영신문 633호 기사 전재)

 

“기업윤리의 종을 크게 울려라”

 

필자는 3년 전 정년퇴임 시까지 거의 반평생을 연구실을 지키며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그동안 운 좋게도 정부의 금융통화위원이나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으로서 정부의 정책자문이나 의사결정에도 참여해 보고, 또한 시장에서도 자문역할을 할 기회를 가져, 비교적 현실세계의 움직임을 나름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해 왔으며, 또한 어떤 면에서는 필자의 개인적인 연구결과를 정부의 정책이나 시장의 구조개편과 시장운용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필자가 정부에 관여했던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는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의 격동기로서, 우리나라의 금리자율화, 금융자율화, 금융산업의 개방과 국제화, 금융산업의 구조조정 등에 있어 어느 정도 금융규제완화 주의자로서 역할을 감당하였다고 생각한다.

IMF 사태이후 불사조로 불리었던 대 그룹들이 떼를 지어 넘어가고, 유동성위기로 인한 은행의 부실화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150조원의 공적자금을 긴급히 투입하여 금융시장의 붕괴를 막고 구조조정에 나섰다. 공적자금이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투입된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부실화된 기업의 소유주와 경영자에 대한 민사상의 배상책임을 묻는 특별조사단이 공사 안에 설치되고, 최종심의기구로 ‘부실채무기업 배상책임심의위원회’가 만들어져 필자가 첫 위원장이 되었다. 필자는 이 일이 국가적인 일이며, 은행과 기업사회의 부실과 비정상적인 운영의 개혁에 큰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명감에서 위원장직을 맡았는데, 나중에는 후회가 될 정도로 난해한 문제들이 많았으며 여러 경로를 통한 외압도 감당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이들 부실재벌들을 심의 하면서, 연구실에서나 책에서는 도저히 배울 수 없는 기업경영의 실체를 파악하고 경악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이때에 우리 위원회에서는 대우, 고합, 해태, 진로, 동아, 갑을, 진도 그룹 등 우리나라의 대 그룹들의 민사상의 손해배상문제를 조금도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그룹의 소유자는 물론 최고 경영자와, 당시 유명무실했던 기업의 감사들과, 기업의 재무제표 감사를 담당했던 공인회계사들에게도 책임을 물어 공인회계사 업계의 원성을 크게 사기도 했다. 당시 대 재벌들의 몰락과 최근에 특검대상이 되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삼성그룹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재벌들의 관행적인 분식회계, 가계와 공금을 구분하지 않고 차명계좌, 내부거래, 또는 해외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운용, 탈법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등 범법적인 기업관행과 기업윤리를 무시한 경영행태는 IMF사태 이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다고 생각한다. 기업인들은 이러한 기업의 경영행태가 관료사회와 정치권의 부패와 정치자금 때문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변명한다. 지금이야 말로 기업인, 관료, 정치인, 우리 모두의 철학과 가치관의 변화가 매우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국민과 소비자를 배반하는 기업, 관료사회, 정치권이 이 땅에 발을 못 붙이고 퇴출되고 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현상은 기업사회와 시장에 대한 감시자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는 필자를 포함한 모든 학자들, 특히 경영학자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존 던이 이런 말을 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냐고 묻지 마시오, 그 종은 당신을 위해서 울립니다. 그리고 그 종은 확실히 나를 위해서 울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원래 자본시장에 대한 ‘윤리의 종’을 크게 울리라는 뜻으로 쓴 말이지만, 필자는 이제 모든 기업인에게, 정부 감독기관을 포함한 모든 시장 관계자에게, 정치권을 포함한 모든 권력자에게 그리고 ‘기업윤리의 전도사’로서 임무를 충실히 해야 할 필자를 포함한 모든 학자들에게 이 말을 똑 같이 하고 싶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냐고 묻지 마십시오. 기업윤리의 종을 보다 더 크게 울리십시오. 이것은 기업사회에, 시장에, 관료와 정치권에, 그리고 상아탑을 지키고 있는 바로 우리들을 위한 종소리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