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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은 6월8일자 조간에서 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의 학장 겸 경영전문대학 원장과 인터뷰한 내용을 헤드라인 톱기사로 보도했다. (이은경)
장학장은 한국경제신문 이동우 국장과의 이 인터뷰에서 세계의 삼성전자를 키워온 한국인만큼 세계적인 MBA를 만들지못할리 없다면서 앞으로 고려대학교 MBA를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그는또 세계적 수준의 전임교수를 대거 영입해 그 수를 조만간 110명 선으로 늘릴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삼성전자 키운 한국…세계적MBA 1~2개 나와야 마땅"
참여연대 활동과 주식투자펀드(장하성 펀드)로 유명한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대학장)가 '아시아최고 MBA'를 만들겠다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오는 8월 배출하는 첫 졸업생 해외세일과 외국인교수 스카우트를 위해 장기출장을 준비 중인 그를 최근 학장실에서 만났다.
"MBA 등록금으로 국내에서 제일 비싼 무려 4500만원씩이나 받는 것은 심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싼 등록금이 능사가 아니고 몇 천명을 먹여 살릴 인재를 길러내면 충분히 보답하는 것" 이라고 가볍게 응수한다.
-어윤대 전 총장께서 제일 잘 한 일이 장 교수를 경영대학장에 임명한 것이라는 소문이 들리던데요.
"재벌 저격수로 찍힌 사람을 경영대학장시키는 학교는 고려대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금은 참여연대활동보다 글로벌경쟁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우리 기업들에 절실한 경영사관생도를 길러내는 게 급선무요 도리라는 학교의 특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참여연대와는 요즈음 어떻게 지냅니까.
"학장을 하려면 동료교수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당시 교수들이 '앞으로도 참여연대 활동할 것이냐'고 물었지요. 그때 안한다고 못박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론 활동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3대 MBA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이상 여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스스로 역량이 아쉽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참여연대에 대한 생각이 예전과는 달라졌고요. 지금 참여연대는 너무 이념적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저는 실사구시적인 운동을 늘 생각해왔습니다. 참여연대와는 결별한 지 꽤 됐습니다."
-취임 후 맨 먼저 한 일이 뭐였습니까.
"교수들에게 '필요한 돈의 액수 대신 왜 필요한지 이유만 밝히라'고 주문했습니다. 목적만 확실하다면 얼마든지 마련해 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시아 3대 MBA를 만들려면 우선 교수들이 그만한 열정과 자부심을 갖고 마음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 비전을 공유하고 액션플랜에 대해 컨센서스를 모으는 데 꼬박 6개월이 걸렸습니다."
-IMF 이후 10년이 흘렀지만 아직 한국적 경영모델에 대한 컨센서스가 모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한국형 MBA에 대한 기대가 높기도 하지만 반대로 '과연 되겠나'하는 시각도 없지 않습니다.
"주주중심,종업원중심,오너중심의 장단점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면서도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같은 기업들이 글로벌경쟁력을 발휘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저력을 인정받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기업이 나온 이 땅에서 그런 기업 수준에 걸맞은 세계 수준의 MBA가 나오는 게 마땅하고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봅니다.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가 우리 대학들을 나온 사람들로 성공했는데 바로 그 대학들이 글로벌MBA 경쟁에서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죠. 그동안 우리 대학들이 자만해서 뒤처진 게 사실이지만 이제 작심하고 하면 세계 수준의 MBA 1~2개는 반드시 만들어 낼 겁니다."
-고대 경영대가 그 중 하나일 거라고 확신하는 것 같은데.
"국내에서 서울대냐,연대냐하는 식의 경쟁은 정말 무의미합니다. 국내서 일류라해도 밖에 나가면 명함도 못내미는 현실에서 도토리키재기식 경쟁을 해본들 뭐합니까? 고려대는 해외에서 명성을 얻은 뒤 역수입하는 전략을 쓰겠습니다."
-해외에서 명성을 얻는다는 게 간단치 않을텐데요.
"'오버럴(모든 부분)'하게 미국 와튼 비즈니스스쿨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세계에서 제일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 공략하면 가능합니다. 21세기 세계경제는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MBA도, 유럽MBA도 온통 중국 얘기만 합니다. 중국과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가까운 우리로선 호기입니다. 미국 유럽이 중국MBA시장을 절대로 다 차지 못합니다. 중국 자체적으론 아직 한참 멀었고요. 해외MBA들과 제휴를 많이 해서 잘하는 것같지만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일 뿐입니다. 결국 일본 홍콩 대만 한국의 경쟁인데… 특히, 싱가포르 국립대와 홍콩 과기대 비즈니스스쿨이 경쟁상대입니다. 승산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자체 시장의 저변이 홍콩 싱가포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넓고 튼튼하니까요."
-일본은 우리보다 자체 시장 저변이 더 튼실하지 않습니까.
"일본은 두 가지에서 우리보다 못합니다. 교수진에서 한국을 못 당합니다. 일본은 일본 내부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영어강의를 할 수 있는 경영대학 교수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글로벌경쟁력이 수준 이하입니다. 둘째 일본보다 우리가 중국과 어울리는 데 훨씬 능란합니다. 친화력에서 일본을 앞선다는 얘깁니다. 글로벌경쟁에선 중요한 요소입니다."
-MBA의 성공 요체는 역시 우수 교수진인데.
"MBA의 급변하는 기업경영환경과 기업의 니즈(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그러기위해 질과 양 모든 면에서 세계 수준을 갖출 겁니다. 지난 2년 동안 78명까지 늘렸습니다. 다음 학기에는 82명이 됩니다. 내년 봄에 20명을 더 뽑을 예정입니다.110명까지 늘리면 어떤 세계적인 경쟁자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MBA글로벌화 척도는 외국인학생 비율로도 나타나는데.
"작년 출범 때 벌써 한국학생이 40명에 외국 학생이 20명이었습니다. 외국학생들은 13개국에서 왔습니다. 한국계는 미국인 한 명뿐 입니다."
-국내 기업에 대해선 어떤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합니까.
"한국기업들의 제조공장 세계화는 급진전되는데 경영인력의 글로벌화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의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그것이 경영의 걸림돌이 될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기업의 현지채용인들을 리더로 길러내는 데도 MBA의 역점을 둡니다. 기업들도 필요를 절감하는 부분입니다."
-고려대 MBA의 가장 큰 차별점 하나를 꼽으라면.
"글로벌경제시대 MBA스쿨은 최고의 경영기술자를 넘어 최고의 경영리더를 배출해야 합니다. 그것도 다양한 문화를 포용할 글로벌리더입니다. 그래서 리더십과 문화적인 소양 등에 큰 역점을 둡니다. 정기적으로 음악회를 엽니다. 처음엔 MBA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던 학생들이 이젠 좌석을 꽉 채웁니다."
-글로벌경영의 지향점 내지는 세계적인 추세를 소개해 주셨으면.
"세계인이 수긍하는 원칙을 지키는 경영, 이윤을 얻어 지구촌에 기여하는 가치경영입니다.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고 정승 대접 받는다'고나 할까요. 이런 경영자들이 시장에서 각광받는 시대입니다. 큰 바위얼굴 같은 경영자…. 이미지가 떠오르십니까? 개인적으론 빌 게이츠를 존경합니다."
대담=이동우 부국장/정리=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