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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 고대출신이 가장많아 -이코노믹 리뷰

2007.05.17 Views 3308 정혜림

COVER ③ 4050 총수 인맥·학맥 [이코노믹리뷰 2007-05-09 13:45]  
 (발췌/이은경)
 
고려대 출신 최다 … 
사교모임서 정보교환
‘전후 베이비붐’ 세대로 풍요로운 어린 시절 보내
평균 취임기간 8.1년… 김승연 한화 회장 최고 연장자
대부분 해외 유학파, 감성 풍부하고 변화·도전에 민감
 
 
4050 총수들의 출생 연도나 출신 학교, 총수 취임 연도, 사교모임 활동 등을 분석해 보면 어느 정도의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이들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등 일부를 제외하면 상당수가 ‘전후 베이비붐’ 세대다. 우리 경제가 고도 성장기에 접어들 때 청소년기를 보냈고, 대부분 해외 유학을 다녀왔다. 
 
한양대 안동현 교수는 “현역에서 활동 중인 4050 총수들의 경우 창업주와 달리 풍요로운 환경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때문에 학력 뿐 아니라 세계를 보는 시야도 상대적으로 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50대그룹 4050 총수들 중에서 순수 국내파는 이재현 CJ 회장, 강덕수 STX 회장, 박성수 이랜드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등 손에 꼽힐 정도다. 
이들은 평균 취임 기간은 8.1년으로 이제는 어느 정도 관록이 붙었다. 이 중에서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81년 회장에 취임해 가장 오래됐고, KCC 정몽진회장이 2년으로 가장 최근에 총수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풍족한 청소년기를 보내서인지 이들은 선배들에 비해 비교적 감성이 풍부하다는 평이다. 그러나 현실감각이 다소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부회장 등이 취임초기 e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실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김진세 고려제일신경정신과 원장은 이 같은 현상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는 “재계 2, 3세의 경우 누구나 아버지가 이뤄놓은 업적을 극복하기 위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라면서 “잘해보겠다는 의욕이 앞서다보니 때로는 무리수를 두면서 이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부분 유학파 … 과욕이 문제되기도
물론 이들도 경영권을 승계한 지 10년 가까이 되면서 노련미가 붙었다. IMF와 같은 국가 부도 사태, 적대적 M&A 위기 등을 거치면서 치열한 ‘정글의 법칙’을 깨우친 것이다. 
경찰대학교 이웅혁 교수는 “성공한 CEO들의 심리 구조를 보면 범죄조직 보스와 유사한 면이 있다”면서 “사업이 불법이냐, 합법이냐를 떠나 치열한 기업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부분 공격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변화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최근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는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 본능을 배우자”며 ‘속도경영론’을 주창하고 나섰다. 
최태원 SK 회장도 최근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격 전환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은) 미국 시카고대 졸업 후 실리콘밸리 정보통신업체에서 2년 간 근무하면서 변화의 중요성을 체득했다”면서 “그룹 계열사끼리 경쟁적으로 신규 사업에 나선 것이나 SK텔레콤이 최근 직책을 없앤 것도 이 같은 최 회장의 시각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밖에도 이웅렬 코오롱 회장은 지난달 12일 가진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그룹 주력사업을 화섬업에서 첨단 소재산업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들의 행보는 4050 총수들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10년 가까이 재벌 총수로서 지내면서 사업상 비슷한 경험을 가진 4050총수들도 적지 않다. 한솔 조동길 회장과 코오롱 이웅렬 회장은 모두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다 접은 경험이 있다.
또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과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은 자신이 회장에 취임한 이후 그룹을 분리해 각각 형제들과 동서에게 물려준 경험을 갖고 있다.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은 조 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이고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은 현 회장의 손아래 동서다. 
치열한 경쟁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에 민감
이들은 전후 베이비붐 세대인 만큼 학력 또한 화려하다. 학교별 출신지를 분석해보면 고려대 출신이 가장 많았다. 최태원 SK 회장, 이재현 CJ 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진 KCC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등이 모두 고려대 출신이다. 
특히 이웅렬 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신일고 동문으로 ‘신수회’ 회원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들은 재계에서도 사이가 절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도 정몽규 회장과 정몽진 회장이 용산고를 거쳐 고려대를 졸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 박성수 이랜드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이호진 태광산업 회장, 신창재 교모생명 회장은 서울대 출신이다. 이 중 박용만 회장과 현재현 회장, 신창재 회장은 경기고 동문이다. 
매주 목요일 모여 경험 발표하고 토론
외국 학교로는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조지워싱턴 대 출신이 가장 많았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 정몽진 KCC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등이 이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했다. 
재벌 총수들이 반드시 학연으로만 연결된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브이소사이어티, 서울YPO 등 활발한 사교모임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바로 브이소사이어티다. 
지난 2000년 9월 설립된 브이소사이어티는 주식회사 형식으로 운영되는 게 가장 큰 특징. 이들은 매주 목요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모임은 하나의 주제를 놓고 회원들이 자신의 경험을 발표하는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다. 최태원 회장과 신동빈 롯데 부회장, 이웅렬 회장, 정몽규 회장이 현재 이 모임 멤버로 활약 중이다. 
이웅렬 회장, 김윤 삼양사 부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등은 ‘미니 전경련’으로 불리는 한국YPO(Young President’s Organization)를 통해 연결돼 있다. 미국 텍사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 모임은 세계 청년 사업가들의 글로벌 모임 형식을 띠고 있지만 운영 방식은 상당히 폐쇄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브이소사이어티나 서울YPO와 같은 사교모임도 4050 총수들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들은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때로는 서로 간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심리학자가 본 4050 총수

“정글서 살아남기 위해 공격적 성향”

4050 총수들의 경우 전후 베이비붐 세대로 비교적 풍요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이는 외부에 비쳐진 모습이다. 실제로는 가혹하리만큼 엄격한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커왔다고 한다. 때문에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다소 독단적일 수 있다는 게 심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찰대학교 이웅혁 교수는 “기업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정글과도 같다. 이 같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총수 스스로가 강해져야 한다”면서 “때문에 기업가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다소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심리를 갱단 두목과 비교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갱단과 기업은 생리적으로 비슷하다.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서 “사업이 합법이냐, 불법이냐 차이가 있을 뿐이지 기업 총수들과 갱단 두목들은 비슷한 심리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기업 총수나 갱단 두목은 ‘적’과 ‘나’라는 이분법적 심리가 작용한다. 이 교수는 최근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하고 있다. 그는 “적대적 M&A 등을 통해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좋게 말하면 기업을 합병하는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정글에서 사자가 얼룩말을 사냥하는 것처럼 잡아먹는 것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들 내면에서 공격적인 성향이 공존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사모님들 행보도 ‘눈에 띄네’
“화려한 이력답게 대회활동도 활발”
4050 총수들의 경우 부인들의 이력 또한 화려하다. 대외 활동에도 활발한 참여를 보고 있다. 대외 활동을 자제하던 과거 창업주 안방마님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이는 이들의 출신 대학만 봐도 짐작이 간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부인인 이혜경 씨, 이재현 CJ그룹 회장 부인 김희재 씨 등은 이화여대 출신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씨는 서울대를 졸업했다. 
류진 풍산 회장의 부인인 노혜경 씨는 미국 스탠퍼드 법대 출신으로 두 개의 석사학위와 한 개의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부인인 남희정 씨도 상명여대 공예학과 교수 출신이다. 
화려한 이력답게 대외 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가 대표적인 예다. 고 조수호 회장의 미망인 최은영 양현재단 이사장과 동서지간인 이씨는 지난해 10월 정석기업 등기이사로 취임했다. 정석기업은 부동산 임대 및 관리 회사로 조 회장이 25%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진그룹 모태인 (주)한진의 지분 24.4%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이씨의 역할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부인인 이혜경 씨도 계열사인 동양레저와 동양매직을 통해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화여대와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지난해 10월 동양레저 부회장에 취임한 데 이어 동양레저 디자인 고문직도 떠안으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의 부인과 서창희 씨, 최태원 SK 회장의 부인 노소영 씨는 봉사활동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는 케이스. 서씨는 현재 그룹 내 봉사단체인 코오롱가족사회봉사단 총단장을 맡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씨는 현재 운영 중인 아트센터 나비 외에도 미래회라는 자선단체를 이끌고 있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부인 안영주 씨도 현재 이 단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부인 정혜원 씨도 성매매 피해여성 보호단체를 지원하는 봄빛여성재단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류진 풍산 회장의 부인인 노혜경 씨나 이호진 태광산업 회장 부인인 유나 씨, 박성수 이랜드 회장의 부인 곽숙재 씨는 외부 활동은 없지만, 계열사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씨는 현재 풍산 지분 134만5900주(1.08%)를 보유한 대주주다.
박성수 이랜드 회장 부인인 곽숙재 씨도 이랜드의 지주회사격인 이랜드월드 지분 10.96%를 보유하고 있고,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부인인 남희정 씨도 해운중개업체인 디케이에스앤드 주식 15%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가 부인들은 과거 사회봉사나 문화·예술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외부활동을 해왔지만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주요 계열사의 이사로 활동하는 등 대외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석 기자(suki@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