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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경영대학장 인터뷰]
"학생이 가능성을 마음껏 시험할 수 있는 경영대학을 만들고 싶습니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신임 학장에 유승원 교수(회계)가 임명됐다. 유승원 교수는 2026년 9월부터 2028년 8월까지, 2년간 경영대학을 이끌게 된다.
새로운 120년의 첫걸음을 내딛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그 길의 선두에 선 유승원 신임 경영대학장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학생의 성장과 AI 시대의 경영교육, 그리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의 미래를 물었다. 유 학장이 경영대학의 미래를 그리며 강조한 것은 거창한 제도가 아닌 '학생'과 '사람'이었다.
Q. 경영대학 학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20여 년간 경영대학의 교수로서 학생들을 만나셨는데 신임 학장으로 취임하신 지금,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학장이 되며 학생을 보는 근본적인 시선이 달라졌다기보다 책임져야 할 범위가 넓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교수일 때는 주로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봤습니다. 그런데 학장이 된 지금은 경영대학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입학한 순간부터 졸업할 때까지 어떤 교육과 사람, 경험을 거치는지, 그리고 학교가 그 과정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는지를 함께 생각하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개별 수업을 넘어 경영대학 전체가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더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Q. 경영대학의 교수로서 오랜 기간 학생들을 가르쳐 오셨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A.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한 학생이 기억납니다. 우연히 제 수업을 한 번 들어본 뒤 한 학기 동안 계속 청강했던 학생입니다. 수업 전후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로에 대해서도 여러 번 대화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대학원 진학을 거의 생각하지 않았던 학생인데 자신의 적성과 앞으로의 길을 다시 고민한 끝에 원래 계획과는 전혀 다른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고, 지금은 서울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가 그 학생의 진로를 바꿨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중요한 선택 앞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한 번 더 바라볼 수 있는 작은 계기를 줬다는 점이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한 명의 학생에게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데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교육자로서는 충분히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Q. 120년의 역사를 지나 이제 새로운 120년을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앞으로 경영대학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요?
A. 경영대학이 12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사람과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1905년 보성전문학교 이재학과에서 시작한 이후 여러 세대의 교수와 학생, 교우가 시대마다 필요한 경영교육을 새롭게 만들어왔습니다. 전통이 오래됐다는 사실만으로 현재의 경쟁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켜야 할 것은 지키되, 시대 변화에 맞게 교육과 연구 방식을 새롭게 해온 것이 2026년 THE 경영·경제 분야 세계 57위·국내 1위, QS 마케팅 분야 세계 33위·국내 1위의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향을 표현한다면 '연속성 위의 혁신(Innovation on Continuity)'입니다. 그동안 축적한 연구의 깊이와 교육의 전통, 교우사회의 힘은 이어가면서 AI와 글로벌 환경의 변화에 맞춰 교육과 연구 방식은 계속 새로워져야 합니다. 120주년은 하나의 도착점이 아니라 다음 120년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답을 내놓는 시대, 경영학의 '깊이'가 더 중요하다
Q. AI의 발전으로 기업뿐 아니라 대학 교육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경영교육은 어떤 모습일까요?
A. AI와 기술의 발전은 무엇을 배우는지뿐 아니라 어떻게 배우고 가르치는가까지 바꾸게 될 것입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은 물론, 과제, 토론, 문제 해결과 평가 방식도 영향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경영학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AI 시대일수록 경영학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AI를 사용하는 능력 자체는 머지않아 기본 역량이 될 것입니다. 그때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AI가 내놓은 결과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해석하고 검증해 의사결정으로 연결할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회계·감사에는 전문적 판단이 필요하고, 마케팅에서는 소비자를 이해하는 힘과 창의성이 필요하며, 금융·투자에서는 기업과 시장을 읽어내야 합니다. 결국 탄탄한 전공지식, 즉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이 있어야 AI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이러한 방향을 실제 경영대학에 어떻게 담아낼 계획인가요?
A. 기존 경영학 교육의 강점은 유지하면서 기술과 산업 변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야 합니다. 현재 경영대학은 AI 세부트랙과 4Tech 마이크로디그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첨단기술을 기술 그 자체로만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기술이 기업 전략과 산업 구조, 소비자와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경영의 시선'에서 이해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정보대학·컴퓨터학과·산업경영공학부 등 다른 전공 분야와의 공동수업을 늘리고, 기업 프로젝트와 산학협력도 넓혀갈 생각입니다. 이미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문제를 발견해 질문하고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답을 찾아 그것을 실제 가치로 연결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기술을 이해하되 기술에 끌려다니지 않고, 경영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AI를 판단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경영대학이 길러야 할 인재입니다.

Q. 학장으로서 그리고 있는 경영대학이라는 공간은 어떤 모습인가요?
A.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만나고, 그 만남을 통해 생각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현재 경영대학 학부 학생 가운데 약 4분의 1이 외국인 학생으로 일상에서 서로 다른 문화와 관점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교육 자산입니다. 이런 경험을 일부 학생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충분히 누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영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장소를 넘어 학생과 교수, 기업과 교우, 다른 전공의 사람들이 함께 문제를 풀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KUBS Trading Zone은 그런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 공간에서 오가는 것은 금융상품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지식, 경험과 관점, 그리고 사람입니다. 이런 만남과 협업이 특정 공간에 그치지 않고 경영대학 곳곳으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합니다.
Q. 학생들을 위해 하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학장으로서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열어주고 싶습니다. 대학은 사회에 나가기 전에 여러 가능성을 시험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도전하거나 실패해도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는 드문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전공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학생들과 문제를 풀고, 기업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외국인 학생들과 공부하거나 선배 교우와 진로를 이야기하는 경험을 두루 해 볼 수 있으면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학교가 제공하는 기회만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찾아가면서 자신만의 목표와 길을 만들어가는 학생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Q.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을 이야기할 때 교우사회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학교와 교우는 어떤 관계가 되어야 할까요?
A. 교우와 후원자는 경영대학 밖에 있는 분들이 아니라 학교를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합니다. 기부는 경영대학의 발전에 큰 힘이 되지만, 관계가 거기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교우가 현장 경험을 들려주고 멘토가 되어주거나, 기업 프로젝트와 인턴십의 기회를 연결해주고, 학교가 미처 포착하지 못한 변화를 알려주는 것 역시 매우 큰 기여입니다. 학교도 교우의 목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이고 변화와 성과를 함께 나눠야 합니다. 기부 역시 장학금과 새로운 교육 공간, 연구 지원, 글로벌 프로그램으로 이어져 학생과 교수의 성장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우와 후원자가 다음 세대에 경험과 기회를 나누는 관계로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경영대학 학생과 교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20여 년 전 교수로 처음 이 캠퍼스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캠퍼스도, 학생들도, 경영교육을 둘러싼 환경도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면 경영대학의 중심은 결국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오늘의 경영대학은 교수와 학생, 직원, 교우 등 여러 구성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애써온 결과입니다. 교우 여러분께는 지금의 경영대학을 만들어주신 데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경험과 조언, 후배들과의 만남을 통해 계속 학교와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에게는 대학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만을 생각하기보다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마음껏 시험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기업과 사회의 변화를 이해하고 실제 문제를 풀어보고, 서로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생각의 범위를 넓혀보면 좋겠습니다. 그런 학생이라면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더 넓은 세계와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영신문 학생기자단 1기 김연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