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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4월 7일 고려대학교 장하성 학장을 집중인터뷰한 기사를 게재했다.(이은경)
AACSB와 EQUIS 동시 인증으로 국내대학으로서는 유일하게 세계적 공인을 받은 사실, 국제화에 큰 업적을 이룬 점 등을 부각했다. 또 지금 모집 중인 글로벌 MBA에 외국인을 대거 선발하는 사연 등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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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경영대는 요즘 ‘개혁 중’이다. 건물만 새로 짓는 게 아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교육 시스템을 철저히 뜯어고치는 실험을 하고 있다. 학부 강의의 절반이 영어로 진행된다.
지난해 설립한 경영전문대학원의 ‘글로벌 MBA 과정’은 모두 영어 강의다. 해외 경영대학장과 국내외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방문도 부쩍 늘었다. 이 학교는 올해 유럽경영대학협의회(EFMD)가 주는 경영교육 인증인 ‘EQUIS’를 받았다.
2005년에는 미국 경영대학장협의회의 인증인 ‘AACSB’도 따냈다. 국내에서 이 두 인증을 모두 획득한 대학은 고려대뿐이다. 교수진과 학생, 연구실적, 커리큘럼 등을 국제무대에서 공인받은 것이다.》
○ “2012년 ‘아시아 3대 경영대’로 도약”
고려대는 2005년 경영대학장에 장하성(54·사진) 교수를 임명했다. 경영대학원장도 겸하고 있는 그를 3일 학장실에서 만났다.
“5년 내에 ‘아시아 3대 경영대’에 진입하는 게 먼저죠. 세계 경제의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 오는 추세를 볼 때 세계 50위권 진입도 가능해요.”
세계 최고가 되려면 ‘아시아의 벽’부터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대학과의 경쟁은 ‘도토리 키 재기’에 불과하다”며 “세계 시장에서 통하면 국내에서도 자연히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는 전공필수 학점을 줄이고 ‘이중 전공제’를 도입했다. “전공 하나로 일생을 ‘파먹는 시대’는 끝났다”는 게 이유다. 지난해 114명의 학생이 해외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다. 싱가포르, 홍콩 등의 해외 기업에서 인턴십을 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 “교수 2010년까지 110명으로 늘릴 계획”
고려대 경영대의 비전을 묻자 교수의 연구 업적과 전문화된 MBA 과정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홍콩 과학기술대 사례를 소개했다.
이 대학 경영대는 최근 2년간 25명의 교수를 충원했다. 전임 교수가 78명으로 국내 경영대 가운데 가장 많다. 고려대 출신 비율은 40%에 불과하다. 순혈주의를 고집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외국인 교수는 8명이다.
그는 신규 채용한 교수에게 3년간 행정 업무를 맡기지 않고 연구에 전념하게 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세계적인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교수에게 ‘인정과 보상’을 주는 경쟁 시스템도 도입했다.
장 학장은 “현재 MBA 커리큘럼이 미국 톱 스쿨의 80% 정도”라며 “2010년까지 교수를 11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에 학생을 내보내면 학생만 국제화됩니다. 외국 학생을 받아들이는 ‘인바운드(inbound) 국제화’를 하면 학교가 국제화됩니다.”
지난해 선발된 글로벌 MBA 과정 재학생 60명 가운데 20명이 외국인이다. 한국 학생 2명과 외국 학생 1명이 조를 짜서 팀 프로젝트 방식으로 공부한다. 행정 직원도 영어를 쓴다.
이달 말 외국계 기업의 현직 임원을 ‘MBA 디렉터(행정책임자)’로 영입해 학생 모집, 국제 교류 등을 맡기는 파격도 추진하고 있다. 일류 학교가 되려면 ‘행정 스태프’가 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미국, 유럽의 MBA 과정과 경쟁하기 위한 ‘비책(秘策)’도 소개했다. 고려대 경영대는 올해 9월 학기에 중국 상하이의 푸단(復旦)대, 싱가포르국립대와 ‘아시아 MBA’ 과정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개설한 금융 MBA에 이어 두 번째로 개설하는 특화 프로그램이다.
“미국과 유럽 대학에 없는 커리큘럼을 제공해야죠. 아시아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이 네트워크에 들어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 겁니다.”
○ “교육시장 개방 없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실망”
“우리처럼 세계적 기업이 많은 나라에서 변변한 경영대 하나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삼성이 만든 제품은 소비자들이 신뢰하지만 대학이 만들면 믿지 않아요.”
장 학장은 인터뷰 도중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을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 경영인”, “약속과 원칙을 지키는 분”, “늘 뭔가 고민하는 분”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1997년 참여연대 활동을 시작으로 ‘소액주주 운동’과 ‘기업지배구조펀드(SRI)’ 참여를 통해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비판해 온 그는 2006년 윤 부회장을 겸임교수로 강단에 초빙해 화제가 됐다.
그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에 맞는 인재를 키우려면 대학 입시로 모든 경쟁이 끝나는 교육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FTA 결과를 보고 정말 실망했어요.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을 포함해 교육, 의료, 법률 시장이 개방되길 바랐습니다.”
그는 “힘없고 국제 경쟁력이 약한 농업은 개방하면서 전문적이고 기득권화되어 있는 교육, 의료, 법률 시장을 제외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불어넣어 대학 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3불(不) 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에 대해서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의미에서 평면적인 3불 정책은 깨져야 한다”며 “경쟁체제, 구조개혁 등이 전제된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사진은 장하성 학장의 인터뷰가 게재된 4월 7일자 동아일보 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