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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과거와 미래를 잇는 연결고리 — 신호정 위원장이 전하는 120주년의 의미
2025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이 개교 120주년을 맞았다. ‘경영’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이 땅에 경영학의 씨앗을 뿌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은 이제 한국 경영학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120주년을 맞아 화보집 『그림으로 보는 고려대 경영대학 120년』과 역사서 『경영학의 길』, 축제 ‘호상 대동제’ 등 다양한 기념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기념을 넘어, 경영대의 정체성과 비전을 새롭게 되짚는 시간이다. 그 중심에서 사업을 중점적으로 맡고 있는 신호정 경영대학 12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이하 위원장)은 “화려한 수식어 없이, 있는 그대로의 역사와 공동체 정신을 담고자 했다”고 말한다. 경영대학 구성원들의 전통과 성과, 그리고 미래를 잇는 연결고리를 차분히 정리하는 일. 그 진심 어린 기획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Q1. 120주년 사업을 맡고 계시는데 소감과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1. 120주년 사업은 많은 분들의 노력과 협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기획된 틀을 잘 마무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을 뿐입니다. 이전에 대외협력처장으로 일하는 동안 학교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저의 후임 전재욱 처장(전 경영대학 12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께서 이 사업을 이어갈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마무리 작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세워놓은 틀을 잘 정리하고 완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2. 화보집 『그림으로 보는 고려대 경영대학 120년』에 이어 8월 중 발간될 역사책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A2. 이번 역사책은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철학적, 사회문화적 맥락을 함께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경영학’이라는 단어 자체도 사실 고려대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책의 제목이 ‘K-경영학의 길’에서 ‘경영학의 길’로 바뀐 이유도, 우리가 개척해온 경영학의 역사를 단정하고 차분하게 담아내자는 취지였습니다. 책 표지도 화려함보다 절제된 디자인을 선택했고, 우리 경영대가 걸어온 길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고려대 구성원뿐만 아니라 한국 경영학 전체의 흐름을 조망하는 작업으로, 학문적·문화적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Q3. 9월에 예정된 ‘호상 대동제’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A3. 호상제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의 전통 축제 중 하나로, 예전에는 교수님들도 함께 본관 앞에 모여 조회 형식의 기념식으로 시작하는 등 의미를 담은 행사였습니다. 지금은 보다 자율적이고 즐거운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지만, 그 뿌리에는 구성원 간 유대와 공동체 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제가 학부 시절에도 호상제를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막걸리 마라톤’이라 하여, 캠퍼스 곳곳에 막걸리통을 설치하고 달리면서 한 잔씩 마시는 유쾌한 전통이 있었죠. 지금 학생들은 어떤 방식으로 호상제를 즐길지 궁금합니다.
특히 이번 120주년 기념 주간에는, 호상 대동제 다음 날인 9월 26일에 ‘Mapping the Future’라는 경영대학 상상경진대회가 열립니다. 경영학이라는 학문이 정체성과 경계를 재정립해야 하는 시기에, 학생들의 관점에서 미래 비즈니스와 사회 변화에 대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입니다. 인구 감소, 지역 소멸, 기술 변화, 한국 사회의 정체성 같은 이슈들을 경영학은 어떻게 다뤄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Q4. 120년 역사를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A4. 학장님께서 제시하신 비전은 "Spearheading Next Intelligence", 즉 차세대 인텔리전스를 이끄는 것입니다. 지금은 단순한 경영기법이나 이론을 넘어, 데이터를 다루고,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고, 기술과 윤리의 균형을 고민하는 시대입니다. 경영학은 본질적으로 ‘사람’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조직, 리더십, 전략, 그리고 사회적 책임까지 아우르는 학문이죠. 이런 관점에서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은 미래의 방향성을 탐색하고, 새롭게 경계를 확장하며, 경영학의 정체성과 가치에 대한 논의를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Q6. 경영대학 구성원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A6. 저는 후배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점점 개인화되고 있지만,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존재입니다. 교육을 받고, 일하고, 가족을 이루는 모든 과정이 사회 속에서 이루어지며, 그 안에는 리추얼(ritual) 즉 의례와 전통이 함께합니다. 결혼식, 졸업식, 입학식처럼 120주년 기념행사도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가치를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젊은 세대가 리추얼의 의미를 너무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리추얼은 단절된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아주 중요한 행위입니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이 내 삶에서 기쁨을 주고 의미 있는 공동체였다는 걸 스스로 느끼는 것, 그리고 그 가치를 인정하고 함께 참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120주년의 핵심입니다. 억지로가 아니라 너무도 당연하게 해야 하는 것이죠. 우리 모두가 이 공동체의 일부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