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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대학 정년퇴임 교수 인터뷰] 권수영 교수 - 든든한 울타리였던 북악산 기슭, 안암의 동산을 떠나면서…경영대학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024.03.26 Views 1338 홍보팀
지난 2월 28일, LG-POSCO 경영관 6층 안영일홀에서 권수영 교수, 박경서 교수, 한재민 교수의 정년퇴임식이 개최됐다. 권수영 교수는 31년, 박경서 교수는 24년, 한재민 교수는 33년 동안 경영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이에 경영신문에서는 정년퇴임을 맞아 소감을 물었다.
든든한 울타리였던 북악산 기슭, 안암의 동산을 떠나면서…경영대학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경영대학 정년퇴임 교수 인터뷰] 권수영 교수
권수영 교수는 31년 간 교수로 재직하며 회계학 분야에서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통해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교내에서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 총무처장, 경영대학원 부원장, 회계 전공 주임교수 등 많은 직책을 역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의 발전에 앞장섰다. 교외에서는 한국회계학회 회장, 한국경영학회 부회장, 미국회계학회 SEC Liaison Committee 위원 등 다수 학회의 중책을 맡아 국내외 경영학계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으며, Asia-Pacific 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 Associate Editor, 공정가치평가연구회 회장, 회계선진화포럼 위원장 등을 역임해 경영대학의 위상을 널리 알렸다.
Q. 오랜 기간 몸담았던 경영대학을 떠나면서, 기분이 어떠신가요?
A. 마라톤을 완주한 느낌입니다. 처음에 달릴 때는 좌우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때로는 ‘오버페이스’를 해서 지치기도 했지만 좀 더 참고 달리니 점차 풍경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렇게 계속 달리다 보니 한 학기가 지나고 또 한 학기가 지나고 그렇게 3년, 5년, 10년이 지났고, 다음부턴 속도가 빨라져 20년, 30년이 넘어 어느새 결승선에 다다랐네요.
그동안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이라는 울타리에서 마음껏 연구하고 강의하면서 정말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고려대학교라는 학교 명성의 무게감에 더해서 훌륭한 학생들과 역량이 뛰어난 선후배 교수님들과 교류하면서 더욱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재직하는 동안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설렘도 있습니다. 그동안 뭐가 그리 바쁜지 해보고 싶지만 못해본 일들이 많이 있거든요. 이제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고 싶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어떠한 계기로 학자의 길을 걸으셨나요?
A. 미국 텍사스에서 MBA를 할 때 회계 수업을 듣고, 회계가 단순히 기능적이거나 지루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근간을 이룬다는 점이 너무나 흥미로웠습니다. 회계정보로 조직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점을 깨닫고, 회계를 학문적으로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서 실무적인 일을 하다, MBA를 하게 되면서 학자로 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죠.
Q. 경영대학과 고려대학교에서 많은 보직을 역임하셨습니다. 먼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을 역임하셨을 때의 성과를 말씀해주신다면?
A. 부원장을 맡았을 당시에는 글로벌 스탠다드의 MBA라고 하기에는 교과과정이나 이수학점이 충분하지 않은 특수대학원 형태의 경영대학원이었습니다. 부원장으로서 경영전문대학원으로의 전환을 주도적으로 준비하여 승인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Global MBA, Finance MBA, Asia MBA를 설계하였습니다. 특히 Asia MBA가 성사되도록 파트너 학교인 푸단대와 싱가포르국립대를 열 번 정도 방문해서 가까스로 합의를 끌어낸 것도 생각납니다.
또한 기존의 야간 경영대학원에 있던 프로그램의 명칭을 다른 MBA 프로그램과 구분하기 위해 고심하던 끝에 한국에서 가장 오래됐고, 가장 좋다는 의미에서 Korea MBA라고 밀어붙였습니다. 그밖에도 그때는 많은 변화가 있던 시기였습니다. 처음으로 시행한 BK사업을 신청해서 우수한 성적으로 선정되었고, 유럽의 EQUIS 경영교육 인증을 준비해서 fast track으로 인증 받느라 전력을 기울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Q. 국내 최고의 MBA의 탄생을 주도했습니다. K-MBA 명칭에 대한 일화가 있다면서요?
A. 명칭에 대해 많이 고민했죠. 야간 수업이라 Evening MBA라고 하다가, 한 교우가 굳이 야간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냐는 말에,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MBA라는 명칭에서 K1 MBA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교우가 K1은 격투기와 비슷하다고 말해서, 그렇다면 어떻게 부르면 좋을까라고 상당히 고민했죠.
고려대학교의 이름을 따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이 가장 오래됐고, 가장 좋으니까 확실하게 Korea MBA로 가자고 해서, 현재의 K-MBA가 됐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나 컨텐츠가 다 ‘K-’ 시작하는데 지나놓고 생각하니 매우 잘한 결정이었습니다.
Q. 경영전문대학원의 역사를 만들어냈고, Korea MBA를 기획한 입장에서 현재의 경영전문대학원 MBA를 바라보면, 어떤 소회가 드나요?
A. 매우 자랑스럽죠. 처음에 우리가 ‘최고로 좋은 MBA를 만들겠다’라는 비전으로 시작했어요. ‘우리가 최고다’라는 인식을 대외적으로 심어놓고 또 평가에서 최고로 좋은 점수를 받으니까 좋죠. 세계적인 랭킹과 순위에서 경영전문대학원 MBA가 국내 최고를 달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교수들의 노력이 집합해 이룬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Q. 경영대학 학장으로서도 성과가 많습니다
A. 경영대학 학장으로서는 사회에 기여하는 미래의 리더를 양성한다는 미션을 설립,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전략으로 글로벌 파트너십, 혁신적인 교육, 산업체와의 협업 등을 설정했습니다. 글로벌 파트너십의 대표적인 성과로 심천 북경대, 스페인 IE 경영대,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미시건대 등과의 교환협정 체결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워싱턴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는 1957년 현대경영학을 고려대학교에 도입해준 대학으로 60주년을 기념하여 학술교류와 교환협정을 체결하였습니다. 또한 심천 북경대학과 동경 히토츠바시대학과 Asia Tri-lateral Seminar 협정을 체결하여 매년 각 대학이 돌아가면서 세미나를 주관하기로 한 것도 또 다른 성과였습니다.
혁신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융합형 인재 양성과 창의력 함양을 위한 교과과정 개편과 플립트 강의를 개설하였으며, KUBS Futurum Lecture Series을 개설하여 세계적인 석학들의 강연이 연이어 이어지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거시 경제 변수 전망치를 발표하고 기업의 경영 환경을 예측하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여 경영학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고자 하였습니다. 산업체와의 협업으로는 글로벌기업에의 해외인턴십 파견을 확대하고 스타트업연구원에서의 창업역량 강화교육을 실시하여 기업가정신을 함양하였습니다. 또한 LINC+ 사업으로 불린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되어 배정받은 사업비로 창업지원서비스, 글로벌 산학협력프로그램, 국제현장실습 등을 지원한 것도 하나의 성과라 하겠습니다.
Q. 고려대학교 시작과 함께한 경영대학, 뿌리를 찾는 일도 경영대학 학장 때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A. 고려대학교 전신이 보성전문학교인데, 보성전문학교가 종로구 수성동에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도대체 정확하게 어디였는지 명확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보성전문에서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는데 찍힌 1920년 사진이 있는데 그 사진 한편에 서있는 회화나무가 지금 조계사에 있는 회화나무와 똑같은 거죠. 이 사진 한 장으로 보성전문이 지금 조계사에 있는 그 자리 터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습니다.
그래서 고려대학교 경영대학과 법과대학, 조계사가 같이 회화나무 종자를 받는 행사를 했어요. 이후 고려대학교 농장에서 발아시켜 묘목으로 성장하게 해서 고려대학교에 식재했습니다. 회화나무는 학자나무라고도 해요. 여기 대학교나 서당이나 이런 데는 회화나무를 꼭 심는데 고려대학교의 발원지인 보성전문 터에서 가져와 식재한 것이어서 우리의 전통과 뿌리를 찾았다는 차원에서 굉장한 의미가 있겠죠.
Q. 연구해오신 분야와 연구성과 등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A. 제가 관심을 가진 연구분야는 재무보고와 감사품질 및 감사시장입니다. 학자로서 초기에는 주로 회계기준이 미치는 파급효과와 재무보고의 질에 대한 연구를 주로 했으나 점차 회계감사에 대한 연구로 옮겨 갔습니다. 회계학은 경영학의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실무와의 관련성이 높은 학문입니다. 이에 따라 실무적 시사점이 있고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2014년에 회계감사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당시 외부감사인 강제교체를 고려하던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 시사점을 제시한 연구로 미국 SEC 감독기구의 공청회에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2012년에는 실무와 학계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치평가 전문가로 구성된 공정가치평가연구회를 설립하여 2011년에 국제회계기준이 처음 도입됨에 따라 중요해진 공정가치 평가기법을 체계화 하는데 기여했습니다.
재임 기간 동안 크고 작은 보직을 맡다 보니 연구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학술교류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어놔도 행정으로 인한 공백이 생기면 이를 복원하는데 수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공적조서를 작성하면서 정리해보니 국제전문학술지에 23편의 학술논문을 게재하였으며, 국내 학진등재지에도 91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회계학이야기 등 다섯 권의 전공 서적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한국공인회계사회, 금융감독원, 회계기준원, 유수 상장기업이 발주한 26개의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여 정책적 시사점과 실무적인 지침을 제시함으로써 회계학의 사회적 역할에 기여하고자 했습니다.
Q. 오랜 교직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요?
A.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 때 문화예술체험과정을 만들어 25개 국가에서 온 해외 교우들을 교육시키고 100주년 행사에 참석시킨 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 참석한 교우들이 모교의 발전과 교우에 대한 환대에 깊이 감명받고 자발적으로 즉석에서 모금해 기부하면서 100주년 행사 중 가장 성공한 프로그램으로 평가되어 프로그램 주임교수로서도 뿌듯하였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기초로 경영전문대학원에 ‘문화와 경영’이라는 과목을 개설하여 원우들에게도 가장 인기 있는 과목 중 하나가 되었고, 학장을 맡으며 진행했던 ‘글로벌 CEO’과목에서도 자칫 숫자와 이론에 매몰될 수 있는 경영학적 지식에 인문학적 감성과 통찰력을 함양시키고자 했습니다.
Q.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수많은 제자를 길렀습니다. 제자들과의 기억 중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의 교수로서 누렸던 특권 중의 하나는 바로 훌륭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들 중에서도 결혼식 주례를 서거나 대학원 추천서를 써주거나, 또는 대학원에 들어와 논문지도를 한 경우에는 더욱더 돈독한 관계가 됐습니다. 그중에서도 생각나는 제자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오가다 만나면 점심을 사달라고 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사실 학부생이 교수에게 그렇게 편안하게 다가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아무튼 그런 사유로 그 학생과 그때부터 인연을 맺어왔고, 대학원 회계학 석사/박사과정을 갈 때에도 추천서를 써줬습니다. 그 후 저의 석사논문 지도학생이었던 여학생과 결혼하여 지금은 외국에서 교수를 하고 있으며, 본인과 논문을 세 편이나 공저하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봐온 제자가 이제는 회계학 분야의 동료로서 성장한 모습을 볼 때 뿌듯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Q.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모든 구성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A. 1905년 이재학과에서 출발하여 1937년에 경영경제학 과목을 국내 최초로 개설했고, 1955년 역시 국내 최초로 경영학과를 개설하여 언제나 최초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으며, 경영대학이 배출한 교우들이 대한민국의 발전 중심에 서있었습니다. 이제 개교 120주년을 바라보는 즈음에 경영대학에는 훌륭한 교수님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경영대학의 미래는 앞으로도 계속 밝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봄이 지나 겨울이 오면 다시 봄이 오듯이 오래된 사람이 떠나고 새로운 사람이 와서 새로운 환경이 시작됩니다. 저는 든든한 울타리였던 북악산 기슭, 안암의 동산을 떠나지만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저의 마음의 고향인 고려대학교 그리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경영대학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