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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고려대가 올해 6월 실시한 논술 모의고사의 채점자 후기(後記)를 10일 전격 공개했다.
'논술의 모범답안은 어떤 것일까'란 질문에 채점교수들은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글쓰기를 통해 논리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논술에 틀에 박힌 정답이 따로 있을 리가 없지만 그렇다고 오답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고대 교수 50여명으로 구성된 채점단은 ▲논제의 요구를 무시하는 답변 ▲제시문의 문구를 그대로 인용해 쓰는 문장 ▲맞춤법과 원고지 사용법 등 글쓰기의 '기본기'가 부족한 글을 논술 채점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았다.
논술 출제위원장인 이재훈 교수(중문과)는 "열려 있는 논술 문제를 통해 수험생들의 다양한 가능성을 측정하되 구체적인 논제를 제시해 답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 하고 있다"며 "수험생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채점 뒷얘기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논제에 충실하라 = 소홀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모든 논술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이다.
논제 요구와 상관 없이 장황하게 문제 제기를 하거나 쓸 데 없이 규범적인 결론을 내는 것은 피해야 한다. 논제가 답안의 순서를 명시하고 있다면 따라야 한다. 논제의 요구에 따라 답안을 작성하면 될 뿐 기승전결이나 서론-본론-결론의 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제시문의 경중을 파악하라 = 여러 개의 제시문이 주어지는 논술시험에서 모든 제시문의 중요도가 같은 것은 아니다. 한 제시문이 보편적인 이론의 틀이 된다면 구체적인 개념을 드러내는 제시문도 있으며 한편으로는 단적인 예를 보여주는 제시문도 있을 수 있다. 답안 채점 결과 한 제시문이 제공하는 예시에 얽매여 논제의 지시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제시문을 베끼지 마라 = 제시문에서 중요한 대목이나 문장을 단순히 조각조각 떼어내 주어진 분량으로 줄여 연결하는 방식은 감점요인이 된다. 논제가 '요약하라' 혹은 '요지를 밝혀라'고 한다면 제시문의 핵심을 찾아내 이를 자신의 글로 소화한 다음 압축해서 표현하라는 뜻이다.
◇건전한 관점보다는 논리가 우선 = 채점자들이 평가하려는 것은 수험생들이 '얼마나 건전한 관점을 갖느냐' 하는 것 보다 '어떻게 치밀하고 일관성 있게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는가'이다. 글의 논리적 전개에 집중해야 한다.
◇또박또박 써라 = 휘갈겨 쓴 글씨 때문에 내용이 채점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수리논술에 답할 때도 채점자들이 잘 읽을 수 있도록 수식을 정돈해 배열해야 한다.
◇기본에 충실하라 = 한글 맞춤법과 띄어쓰기, 원고지 사용법 등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도 감점 대상이다. 글의 내용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형식을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 아무리 좋은 글을 썼더라도 맞춤법이 틀리면 글쓰기의 기본적인 능력마저 의심받는다.
◇수리논술도 논술 = 수리논술을 수학 문제라고 생각해 수식과 기호로만 답안지를 작성하면 안된다. 논제가 글로 제시한 사항을 이해해 이를 수식으로 바꿔 해결한 다음 다시 완결된 문장으로 답을 서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