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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경영대에서 만난 김형일·권혜경 교우 5억 기부
“78년 당시에만 해도 약 1000여명의 경영대 학생 중에 여학생이 제 와이프 한명밖에 없었어요. 제 아내랑 교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순식간에 모든 학생들이 제 이름을 알게 됐죠”
고려대학교에 11일 특별한 손님이 방문했다. 70년대 경영대학을 다니며 캠퍼스커플로 시작해 부부의 인연을 맺은 김형일(경영77)씨가 모교 ‘신경영관 건립기금’으로 5억 원 기부를 약정하기 위해 모교를 찾았다. 부인 권혜경(경영78)씨와 부부 공동의 이름으로 기부하기 위해서다.
“고대 경영대학에 입학한 것이 저에게 많은 행운을 가져다 줬습니다. 사랑하는 제 아내를 만나서 가정을 이룰 수 있었고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경영대학 선후배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학교에 항상 감사한 마음 갖고 있었는데 갚을 기회가 생겨서 다행입니다”
김형일씨 부부는 아내가 대학에 입학했던 1978년 처음 만났다. 학창시절에는 다른 남학생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김씨가 살고 있던 성북동에서 부인 권씨가 살고 있는 광장동까지 매일 바래다주며 보디가드를 자처했다. 결혼할 때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예상과는 달리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여학생이 경영대학을 다니는 것이 반대의 이유였다.
“부모님은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게 경영대를 다닌다’고 반대하셨습니다. 여학생 혼자 남학생에 둘려 쌓여 다니는 것도 못마땅해 하셨죠. 사람들은 제가 많은 남학생 중 아내에게 선택돼서 좋겠다고 해요. 저는 늘 제가 선택해 준거라고 말하죠”
부부 공동 명의로 함께 기부하겠다는 아이디어는 김형일씨가 냈다. 고대 경영대학이 신축 건물을 위해 모금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내와 함께 학교를 다니던 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오랜만에 학교에 와보니 여학생이 아주 많아 놀랐습니다. 제가 다니던 시절보다 건물도 최첨단이구요.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경영대 후배들이 인생의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 도전하는 경영인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 선배 부부가 응원하겠습니다”
김형일씨는 90년대 ‘게스’, ‘폴로’, ‘타워레코드’, ‘버거킹’ 등 당대를 휩쓴 아이템들을 만들어 내며 전문 경영인으로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의 엘리베이터 가이드레일 생산업체인 미주레일(주)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김형일, 권혜경 부부 교우의 기부 소식은 13일 동아일보를 포함한 각 언론사를 통해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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