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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KU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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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교 프레시지 대표(35)는 5년 전 창업을 앞두고 10년 뒤에도 변치 않을 '메가 트렌드'를 고민했다. 장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을 1시간에서 5분으로 대폭 줄여주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대세가 될 것으로 봤다. 어디 장 보는 데 걸리는 시간만 줄어들까. 편리함에 중독된 소비자가 이전처럼 1시간 동안 요리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5분 안에 완성도 있는 반(半)조리 음식인 밀키트를 사업 아이템으로 정했다.
밀키트 시장은 프레시지가 창업한 이듬해인 2017년 100억원에서 3년 만인 지난해 3000억원으로 30배 성장했다. 프레시지는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장에서 점유율 약 60%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에서 만난 정 대표는 "예상대로 쿠팡 등 이커머스 성장과 함께 밀키트 시장도 커졌다"며 "다음 단계는 '비욘드 리테일, 비욘드 코리아(beyond retail, beyond korea)"라고 말했다.
정 대표가 2016년 시장에 뛰어들 당시 밀키트는 생소한 단어였다. 프레시지는 '음식 제공 서비스 업체'로 불렸고 밀키트 제조 시설도 찾기 어려웠다. 그는 "제조업을 해 본 적도, 할 생각도 없었는데 밀키트를 만드는 곳이 없어서 기반시설 투자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3월 남양주에 생산시설을 처음 준공한 후 2018년 웰푸드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2020년 4월에는 7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용인에 8000평 규모의 가정간편식(HMR) 전문 공장을 지어 생산 역량을 키웠다.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한 프레시지는 한 단계 도약했다. 사업 성격을 '퍼블리싱(publishing)'으로 바꿨다. 자체 브랜드 밀키트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가게의 레시피를 밀키트로 만드는 사업으로 확장한 것이다. 정 대표는 "보편타당한 맛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람마다 추구하는 맛은 다양하고, 밀키트 시장이 성숙할수록 콘텐츠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단일 거대 브랜드를 키우는 게 아니라 멀티 브랜드로 승부를 보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정 대표는 레시피 제공자를 찾아다닌다. 고유의 레시피를 갖고 있는 사람을 '지식재산권(IP) 오너'로 부르고 이들과 상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유명 인사나 유명 맛집의 오리지널 IP를 제공받으면 상품 기획부터 패키지 구성, 제품 특징에 맞는 판매 전략 수립, 어울리는 유통 채널에 노출시키는 것까지 아우르는 밀키트 생산·유통 전략을 짠다.
정 대표는 "맛집, 유명 유튜버, 유명 배우 등 누구나 자신만의 레시피나 좋아하는 맛집 하나씩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이용해 어떠한 밀키트든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가 무궁무진한 셈이다.
대표적인 예가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와 협업해 만든 '박막례 비빔국수'다. 정 대표는 "박막례 할머니는 유튜브에서 유명인이고 주요 시청자는 10·20대"라며 "비슷한 B급 감성을 가진 배달의민족 쇼핑 라이브커머스가 적합한 채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막례 할머니가 '오케이' 할 때까지 회사를 7차례 방문할 정도로 맞춤화한 이 제품은 방송 1분 만에 준비된 수량 2만1000개가 전부 팔렸다.
정 대표는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사업을 조금씩 하고는 있지만 사업 중점을 퍼블리싱에 둘 수 있는 기업은 프레시지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유는 유통망 중립성 때문이다. 유통망 중립성이란 유통 채널과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령 특정 대형마트가 밀키트 사업을 펼치면 경쟁 관계인 대형마트에 납품하기 어렵지만 프레시지는 이런 제약에서 자유롭다. 그는 "프레시지는 대형마트 3곳, 편의점 3곳, 쿠팡, 배달의민족 등 유통망을 폭넓게 활용한다"며 "레시피 보유자가 택할 수 있는 시장이 그만큼 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프레시지의 다음 목표로 '비욘드 리테일, 비욘드 코리아'를 제시했다. 비욘드 리테일은 마트 등 주류 채널에서 밀키트를 파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이다. 그는 "사람들이 특정 목적을 갖고 모이는 장소를 식품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헬스장, 필라테스학원과 손잡고 운동을 마친 사람들이 곧장 먹을 수 있는 건강식 밀키트를 만드는 것이 한 가지 예다.
최근 건강식 전문기업 닥터키친과 합병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정 대표는 "의료비 관점에서 병에 걸리고 치료하는 것보다 선제적으로 건강한 식단대로 먹고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며 "이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건강식 개발 역량이 있는 회사와 합쳤다"고 부연했다.
해외 판로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정 대표는 "올해는 10개국에서 100만달러 매출을 내는 것이 목표"라면서 "해외에서 반응이 상당히 좋으며 내년부터는 재무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기간 내 기업공개 계획은 없다"며 "비욘드 코리아가 어느 수준까지 달성되고 건강식도 잘되면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1986년생 △고려대 경영학과 △2012~2015년 더퍼블릭투자자문 이사 △2016년~ 프레시지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