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언론에 비친 KUBS

[UNN] [파워인터뷰] 박노준 안양대 총장이 노리는 만루홈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2021.09.06 Views 767 경영지원팀

  ※제목을 클릭하시면 온라인 기사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초의 프로야구선수 출신 총장인 박노준 안양대 총장은 2022학년도 수시모집에서 5개 학과를 신설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하는 것은 차라리 쉽다. 질 것이 뻔해보이는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악착같이 막아내는 수비를 해야 하고 6대0쯤 되는 축구경기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미덕이다. 스포츠 선수들에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현재 박노준 안양대 총장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1980년대 초 고교야구 절정기에 ‘야구천재’로 불리며 소녀팬들을 몰고 다녔던 선수가 대학 총장이 됐다. 야구 명문 선린상고에서 당시 좌완투수이자 타자로 강한 승부근성까지 발휘하며 주요 대회를 모두 휩쓸었다. 어쩌다가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야수로서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발도 빠르고 외야로 나가면 총알 송구까지 하는 등 그야말로 고교야구의 로망인 투수인 동시에 중심타자였다. 

‘투수 놀음’인 야구에서는 수비수인 투수가 먼저 첫 공을 던져 경기를 시작하는 선구자 역할을 맡는다. 대부분의 스포츠가 공격수가 먼저 공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선구자 역할인 것과 조금은 다르다. 박노준 총장은 다른 이들보다 앞서 나간다고 해서 옆을 돌아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최고 인기를 누리던 고교 시절 유독 챙이 짧은 모자와 무표정한 모습 때문에 박 총장에게는 ‘독일병정’이란 별명이 붙었다. 홈런을 치고도 환호조차 하지 않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선수대기석으로 퇴장하곤 했다. 이는 당시 투타를 겸하고 있던 그가 홈런을 맞아 화가 난 상대방 투수를 되도록 자극하고 싶지 않았던 배려였다.

은퇴 후 대학 교수로 경력을 시작한 뒤에도 박 총장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신조를 가슴에 새긴다. 어린 나이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잦은 부상으로 겪은 좌절 속에서도 ‘포기’라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포기하지 말자’는 말을 반복했다. 임기 반환점을 돈 박 총장의 만루홈런 비법을 지난달 30일 안양대 총장실에서 만나 들어봤다.

- 지난해 취임 후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안양대가 대학 기본역량진단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됐다. 축하드린다.
“돌이켜보면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안양대는 고비를 넘겼다. 취임하고 보니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이하 역량진단)을 준비해야 할 시기인데 새로운 법인이 들어오는 과정이라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았다. 경영 난제들도 많았다. 7년 동안 총장 5명이 바뀌었고 6번째 총장으로 취임한 상황이었으니 어떻겠나. 정책의 일관성도 없고 암담했다. 그럼에도 급선무부터 챙겨야 했다. 임기 첫날인 작년 2월 12일 역량진단 지표부터 챙겼다. 구성원들에게 D 받을 것 C 받고, C 받을 것 B 받으면 차후 4주기나 다른 사업을 따낼 수 있을 거라고 포기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다른 건 없고 교직원들과 역량진단 준비팀에게 포기하지 말자고 격려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다들 일말의 희망을 갖고 한 결과인데 오랜만에 구성원들의 웃음 띤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 부분이 이번 역량진단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다들 자신감도 얻고 포기하면 안된다는 것도 느꼈고 학령인구 감소로 힘든 시기인데 3년의 시간을 벌었으니 재정비하면 4주기에도 이번보단 쉽게 통과할 거라 믿는다.” 

-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 결과가 잘못 나온 대학들이 많다.
“같은 총장 입장에서 볼 때 가슴이 아프다. 52개 대학이 탈락했는데 그 전에 9개 대학이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됐다. 조명우 인하대 총장이 대학총장협의회에 갔는데 다른 대학 총장들이 혜택을 덜 받아도 좋으니 지원받는 퍼센트를 95%까지 늘리자고 했다고 하더라. 정말 문제 있는 대학은 제외돼야 한다는 사실에 모두가 동의한다. 총장들은 지원받는 대학을 95%까지 늘리는 대신 지원을 조금씩 나눠 갖자는 좋은 마음인 거다. 이번 역량진단 선정 대학이 80%까지는 되지 않겠냐고 다들 예상했는데 73%가 나왔다. 나름대로 열심히 투자를 해서 지표를 맞추고 열심히 한 대학들은 뭐가 되겠는가. 변별력이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열심히 준비한 대학들은 제대로 평가받고 지원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조명우 총장은 친분이 있어 개인적으로 인하대가 참 아쉽다.”

- 안양대는 그동안 대내외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임에도 이번에 총장이 평가를 수월하게 마친 것 같다. 수시모집을 앞두고 안양대만의 특성화 방향이 있다면. 

“취임했을 때부터 안양대가 과소평가됐다고 느꼈다. 지리적 위치도 좋고 경영만 잘하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역량있는 교수들도 많다. 교수들 힘을 북돋아주고 판을 깔아주면 이 학교는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10만 평 규모의 강화캠퍼스를 예체능 캠퍼스로 특화할 생각이다. 교통여건이 약점이었다. 지난 신입생 충원에서 미달이 모두 강화캠퍼스에서 나왔다.  

강화캠퍼스 미달은 구조조정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교수들까지 강화캠퍼스에 설치된 학과의 모집 중지에 동의했다. 대신 강화캠퍼스는 예체능 계열이 딱 맞다는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경쟁력 있는 학과 5개를 이번 수시에 새로 개설했다. △뷰티메디컬디자인학과 △AI융합학과 △게임콘텐츠학과 △스포츠지도학과 △실용음악과다. 이 중 게임콘텐츠학과·스포츠지도학과·실용음악과를 강화캠퍼스에 배치했다.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다른 대학은 학과 개설 승인에 2년 걸리는 것을 한 달안에 이뤄냈다. 축구 구단도 창단할 예정이다.”

- 빠른 속도로 학과 개설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엔 대화다. 교수와 경영진, 학생들이 원팀으로 뭉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했다. 안양대가 그동안 능력이 없어서 안한 게 아니라 시끄럽고 여건이 안됐다. 전 법인이 있을 때는 교수노조와 법인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법인에 한 개를 주고 두세개를 얻어내는 전략을 취했다. 대화로 교수들의 협조부터 얻어냈다. 교수노조와 직원노조, 총학, 법인 이 원팀이 될 수 있도록 임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노력할 예정이다.”

- 분열돼있던 대학이 짧은 시간 안에 구성원이 힘을 합치게 된 데에는 총장의 리더십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스포츠로 설명한다면 어떤 리더십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야구 선수들 가운데 공을 던질 때 손가락을 벌려 잡는 선수들이 있다. 그렇게 하면 저항성은 있지만 공을 세게 멀리 못 던진다. 손을 모아서 잡는 선수들은 공을 빠르고 세게 던질 수 있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는 지극히 기본적인 논리다. 구성원들이 뭉칠 수 있도록 시간을 할애해서 불만과 고충을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런 노력들이 하나하나 모이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거라고 봤다. 건학 이념도 일맥상통한다. 고 김영실 안양대 명예총장이 주창한 ‘한구석 밝히기’가 건학 이념인데 한 사람마다 한구석만 밝히다 보면 전체가 밝아진다는 뜻이다. 각자 맡은 바를 열심히 하면 전체가 큰 힘을 얻을 것이라는 건학 이념이 리더십의 바탕이 된 것 같다.”

- 대한민국 국가대표선수협회 회장인데 예전부터 스포츠 선수로 활동하면서 선후배들을 잘 아우른 게 생활화된 것으로 보인다.
“모든 일은 사람 다루는 일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1997년 은퇴 후 2년간 미국에서 리더십을 공부했다. 마이너리그부터 메이저리그까지 지도자 경력을 쌓았고 20년 동안 야구 해설도 했다. 

9년 동안 우석대에서 교수로 일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폭넓은 대인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가장 큰 공부가 됐던 경험은 2008년 520명 직원을 데리고 히어로즈 구단을 창단해서 1년 동안 경영했던 일이다. 그 당시 경험들이 안양대 와서 구성원들을 잘 아우르고 격려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너무 유해도 안되고 강해도 안되고 강약조절이 제일 중요하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서로 조금씩만 양보할 수 있도록 명분을 만들어주면 구성원들도 화해하고 한 발 물러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엄격하게 원칙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구성원을 안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대화를 많이 하려 노력한다. 교수들 불러서 학교 발전을 위해 도와달라 했다. 직원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통화도 많이 했다. 안양대에서 20년 근무한 교직원 중 총장실에 처음 와본다는 교직원들도 많았다. 일이 있으면 직접 전화를 했더니 총장 전화를 처음 받았다고 해서 총장이 그렇게 높은 자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작은 경험들이 모여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 임기 내에 안양대를 명문사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총장만의 ‘만루홈런’ 비법이 있다면.

“사람 다루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1년 반 동안 제대로 된 인사를 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훌륭하고 능력 있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 제대로 배치하면 날개를 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모여서 안양대가 두 단계 세 단계 높이 날 수 있을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제대로 된 인사를 고심하는 부분이다. 

장학금이나 발전기금, 기부금을 끌어오는 것도 취임 초 천명한 CEO형 총장으로서의 임무다. 일단 큰 고비는 넘겼다. 앞으로 더 열심히 밖으로 뛰어다니면서 기금을 유치하겠다. 인맥도 있고 전공이라 자신있다. 히어로즈 야구단도 없는 살림에 120억 원을 벌어온 경험이 있다. 총장이 학교 안에서 편하게 있으면 안된다. 제대로 된 참모를 선임해서 맡겨놓고 밖에서 기부금을 유치하는 게 남은 임기 동안 할 일이다. 강화캠퍼스에 예체능 단과대학을 설립해서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먹고 자며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숙제다. 그렇게만 된다면 누가 와도 안양대는 후임 총장이 잘 할 수 있는 대학이 될 거다.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할 거라고 확신한다.”

■ 박노준 총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과학기술대학원 스포츠산업학과에서 석사, 호서대학교 경영대학원 벤처경영학과에서 박사를 했다. 1986년부터 1997년까지 OB베어스와 쌍방울, 해태에서 야구선수로 활동했다. 1998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인 토론토블루제이스와 뉴욕메츠의 코치를 지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SBS 야구 해설위원을 지냈으며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우석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2019년부터 대한민국국가대표선수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2020년 제11대 안양대 총장으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