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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KU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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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이문 사이트를 소개하고 있는 김사랑 대표
[재계 인사이드-188] 최근 대웅제약은 관계사를 통해 온라인 구두 전문몰 '트라이문'을 인수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라이문은 4년 전 김사랑 대표(28)가 창업한 쇼핑몰로 맞춤구두를 전문으로 온라인에서 파는 회사입니다. 직원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창업 후 40억원가량 구두를 온라인으로 판매해 주위를 놀라게 했지요. 연매출 성장률도 20~30% 정도였고요.
▲ 트라이문이 도전했던 남성구두는 와디즈에서 약2억원 펀딩에 성공했다.
여성구두로 시작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남성화에도 도전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의 인생로퍼' 펀딩에 나서 목표했던 금액(250만원)보다 27배 이상 큰 규모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진행된 인생로퍼 앙코르 펀딩에서도 1억9142만원을 모으며 다시 한번 건재함을 과시했지요.
이런 통통 튀는 회사를 주목한 건 대웅제약이었습니다. 대웅제약하면 오래된 제약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나름 온라인 생태계를 잘 구축해 놓고 있긴 했습니다. 영업사원이 1만원대 선물을 살 수 있게 해놓은 폐쇄몰, 건강기능식품 전문몰 등은 제법 활성화되고 있기도 하지요.
그런데 구두 온라인몰 인수는 좀 의외입니다. 대웅제약은 왜 김사랑 대표에 주목했을까요. 수소문 끝에 김 대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대웅제약으로 출근하게 된 김 대표와 일문일답.
Q. 이번 지분매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2019년 제가 잡은 테마는 '변화'였어요. 큰 회사도 망하고 작은 회사도 망하는 시대잖아요. 큰 회사는 크게 망하고 작은 회사는 쉽게 망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회사와 조직은 변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항상 생각해왔어요. 그럼에도 언제나 좋은 변화를 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팀 전체 그리고 나 자신에게 있어서요. 그래서 '우리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결론은 '변하기란 쉽지 않다'였어요. '의지와 열심'으로는 쉽게 바뀌지 않는 게 있었어요. 그렇다면 외부 변화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제안이 왔어요. 받아들이게 된 거죠.
Q. 애초 어떤 계기로 언제 창업했나요? 왜 e커머스였나요?
대학생(고려대 경영학과) 때부터 여러 앱 서비스를 론칭해보기도 했어요. 삼성SDS 신사업 기획부서에서 채용이 보장된 특채팀으로 대학 졸업하기 전부터 일했어요. 그때부터 IT 서비스에 관심이 많았고, 그때 낸 신사업 아이디어가 '스마트알림장' 서비스였는데, 그 아이템으로 회사 내에서 사내벤처로 우승을 하게 돼 실리콘밸리 연수를 다녀오게 됐어요. 현지를 둘러보니 창업이 정말 하고 싶어졌어요. 왜 e커머스였나고요? 진입 장벽이 낮고 곧바로 돈을 벌 수 있어서요. 돈을 번다는 것은 투자시장이 활성화된 요즈음 후순위 정도로 생각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회사를 운영한다는 가장 첫 번째가 본 사업으로 돈을 벌어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투자를 받아 월급을 주는 것과는 결이 다르지요. IT 사업에 더 관심이 많았지만 그러기에는 기술력이 객관적으로 없었어요. 그래서 e커머스 창업을 택했던 겁니다. 또 머릿속으로 기획했던 생각을 구체화시켜 온라인에서 제품을 내놨는데 판매되는 순간 더 e커머스 사업에 매료됐어요.
Q. 회사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맛에 경영하는구나' 할 정도로 의미 있었던 일은?
잘 팔릴 때죠. 구두, 패션과는 관계없는 사람으로 살다가 창업해 40억원가량 구두를 온라인을 통해 판매해 봤어요. e커머스는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한번도 실물로 보지 않은 제품을 컴퓨터 화면만으로 사람의 구매심리를 이끌어 내는 신기한 일, 그 수많은 소매업체 경쟁을 뚫고 왜 우리 걸 선택해야만 하는지 증명해내는 일이지요. 구매전환율을 높이는 사이트 편의성부터, 매력적인 상세 페이지, 다시 찾아오게 하는 정량적 마케팅까지 이 모든 게 들어 맞아야 비로소 제품 하나가 팔리거든요. 이만큼 재밌는 일이 어디 있을까요.
▲ 트라이문 수제화
Q. 트라이문은 왜 맞춤구두에 주목했나요?
온라인에서 가장 팔기 쉬운 상품의 단가 평균은 3만 ~5만원 선입니다. 우리도 이 가격대 제품을 밀어봤더니 마케팅 ROAS(광고비대비 매출비율)가 900% 대로 높았어요. 한 제품 출시 후 마케팅 비용 2000만원을 투입하면 2억원의 매출이 나온 식이었어요. 다만 효율이 높았던 것이지 꼭 우리 팀, 우리 기획만으로 그것을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많았어요. 당장 매출 올리기는 좋았으나 우리만 팔 수 있는 제품이 아니었으므로 고객 충성도는 떨어졌어요. 그런데 12만~15만원대 잘 설계된, 우리만 팔 수 있는 맞춤구두, 수제화 고객은 우리를 떠나지 않았어요. 작은 조직(4명)으로 우리만의 차별화 포인트 한 가지를 밀고 나가는 것이 단기적인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좋았어요.
Q. 그런 와중에 매각을 했어요. 창업자에게 엑시트란?
끝맺음이 아닌 또 다른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박수는 투자받거나 매각한 곳에 주는 게 아니라 투자를 집행한 회사, 인수를 한 회사에게 줘야한다는 어떤 회사 대표님의 글을 좋아합니다. 또 다른 시작을 할 뿐입니다. 엑시트했지만 우리 주요 팀원을 대웅제약에 함께 데리고 갑니다. 제가 그러고 싶다고 했어요. 팀원들은 연봉이 많이 올라서 좋아하더군요(웃음). 나만 믿고 이 큰 변화들을 함께 해준 팀원들에게 고마웠기도 했고요.
Q. 회사 운영하면서 후배 창업자는 이런 건 절대 하지 마라와 같은 시행착오, 실패 경험이 있다면?
'하지 마라'류 이야기는 해줘도 아마 할 겁니다(웃음). 저도 그랬어요. 해봐야 아니까. 대신 '해라'류의 답변으로 바꿔볼게요. '나만의 페이스대로 사업 운영을 하자. 사업은 장기전이니까' '우리만 가질 수 있는 뾰족한 포인트를 찾아 칼날을 갈자' '돈을 받지(투자) 말고 돈을 벌자 (고객만족)' '그리고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있어서, 선택은 창업가가 내리겠지만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이 선택을 하는가를 모두에게 공유하고 다함께 공감시켜라' '공감이 안 되면 조금 공감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줘라' '투자자들이 본다는 성장 그래프 같은 것도 무시했으면 좋겠다, 나만의 페이스대로 가야 한다' '이것저것 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그런 것 같다' 정도인데요. 이 또한 저도 이것저것 시도해봤기 때문에 알게 된 교훈입니다. 해보기 전엔 아무리 옆에서 알려줘도 잘 몰라요. 제 짧은 경험상으로는요. 만 스물 넷에 창업했는데 4년 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창업하라고 하면?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잘 모르겠다'가 정말 솔직한 대답입니다. 창업이라는 놀랍도록 외로운 여정과 그에 따른 고생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겁이 나서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모르니까 더 용감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 선택에 대해 후회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어려울 때나 잘될 때나.
Q. 앞으로 계획은?
대웅제약 그룹사 B2C 온라인 사업부 전반에 참여해요. 11월 11일에 첫 출근했는데요. 우선 임무가 주어지면 아주 먼 미래보다는 지금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서 어떻게 성과를 극대화 시킬까를 고민하려고요. 더불어 트라이문도 계속 운영합니다. '1대1 맞춤구두' 전문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입니다. 다만 트라이문의 경우 전에는 제 스스로가 링 안에서 뛰는 선수였다면 지금은 링 밖에서 선수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자리로 갈 겁니다. 좋은 동지를 찾고 있어요.
더불어 장기 비전은 역시 연쇄 창업가(Serial Entrepreneur)입니다. 일 중독 증상이 있어서 항상 일이 많아야 불안하지가 않아요. '지금 꼭 하고 싶다'는 마음과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야라는 확신이 들 때'면 또 창업할 겁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우리의 삶은 마냥 긴 것이 아니므로 하고 싶은 건 하면서 살자는 주의라(웃음).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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