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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팩트체크]홍남기 언급한 수출 '7000억' 달러, 가능할까?

2019.01.07 Views 1104 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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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수출 7000억 달러'를 거론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6055억 달러로 사상 최초로 앞자리 '6'을 찍으면서다.  
  
그는 지난 3일 한 간담회에서 "올해 여건상 어렵겠지만 '조만간' 수출 7000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기간 내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 팩트체크를 해봤다.   
  
①6000억 달러 고지까지 '7년'=결론적으로 연 7000억 달러는 이번 정권 내에 이루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2004년(2000억 달러)→2006년(3000억 달러)→2008년(4000억 달러)으로 2~3년 이내에 1000억 달러씩 수출이 늘었다. 그러나 5000억 달러(2011년)에서 6000억 달러까지는 7년이 걸렸다. 7년씩 걸린 배경에는 2012년 유럽발 금융위기와 중국 경제 성장률의 둔화 등이 있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절삭공구 제조업체 와이지원에서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을 듣는 간담회 '소통라운드테이블'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절삭공구 제조업체 와이지원에서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을 듣는 간담회 '소통라운드테이블'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무부처인 산업통상부 성윤모 장관도 "2년 연속 6000억 달러를 목표로 뛰겠다"고 언급했다. 무역협회 산하 무역연구원에서도 올해 수출 전망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6250억 달러로 보고 있다. 앞자리를 '7'로 바꾸는 게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②미·중 경제, 올해 하향 조짐=지난해 역대 최고 성과를 올린 건 우리의 1·2대 수출국인 중국이 성장률 6.6%를 기록하고 미국 경제가 3%대 성장률을 유지한 덕이 컸다. 반도체·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오른 덕도 봤다. 반도체 등 13대 주요품목의 수출액 합계는 4702억 달러(전체의 78%)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주요 2개국(G2) 리스크 확대와 반도체·석유화학·자동차 등 주력산업 둔화로 올해는 지난해 기록을 유지하기도 힘든 한 해가 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단 미국이 꺾이고 있다. 제조업 성장이 둔화하고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다. 중국 역시 경착륙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미국·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각각 2.5∼2.7%, 6.2∼6.3%로 1년 전보다 낮아질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올 상반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하반기에는 2%를 밑돌 전망이다. 
  
③반도체 가격·유가 하락세=지난해와 비슷한 조건이란 가정에서 목표를 달성하려면 약 1000억 달러의 추가 수출이 있어야 한다. 반도체(1267억 달러) 같은 주력 품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올해는 반도체 가격·유가 하락세가 겹치고 있다. 반도체 정보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는 “높은 재고 수준, 수요 부진, 비관적 경기 전망으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면서 “이달에만 전월 대비 10% 이상 내린 뒤 2~3월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하락세가 향후 1년 이상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유가도 관건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10월 배럴당 83달러 선에서 지난 3일 53.8달러까지 내린 상태다. 신호정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출이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조선·건설·플랜트 등 전방위적으로 잘해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유가가 안정적 상승 곡선을 그려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에 민감한 분야가 특히 그렇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경제성이 떨어진 노후선박도 일정 수준의 경제성이 회복돼 폐선 시기를 연기할 가능성이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노후선박 대체 수요마저 위축될 수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 공급 과잉과 저운임 기조가 굳어져서 해운업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가 높아야 수출액이 증가하는 석유제품·화학은 작년과 비슷하고 1위 품목인 반도체는 내림세"라면서 "일시적으로 올해 조선업이 상승세이기는 하나 대규모 사업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엔 달성하기 힘든 목표"라고 짚었다.  

수출 증가를 위해선 주력 수출품 경쟁력 강화와 신산업 육성이 관건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체·감소한 부분은 끌어 올릴 방안을 찾고 바이오·제약 등 신기술에 대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푸는 등 새로운 선도그룹을 띄워야 산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신규 유망품목인 멀티칩패키지(MCP·지난해 수출액 232억 달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103억 달러), 반도체 데이터저장장치(SSD·71억 달러)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산업부가 꼽는 5대 유망 소비재인 ▶농수산식품(83억 달러)▶생활·유아용품(68억 달러)▶화장품(63억 달러)▶의약품(37억 달러)▶패션의류(26억 달러) 등도 후보군이다. 
  
수출이 궁극적으론 국내 경제활력·일자리 회복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역군인 기업들이 국내 노동시장 여건이 악화하자 일자리·투자에는 등을 돌리고 있다"면서 "수출과 내수, 설비투자와 일자리의 상관관계가 지속해서 줄고 있다는 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