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언론에 비친 KUBS

[시사저널e] 금융권, 서금회 지고 고대·성대출신 득세

2017.03.16 Views 2608 경영대학

금융권, 서금회 지고 고대·성대출신 득세
신한금융지주 서열 1~3위 모두 고대…KB금융 등 주요 지주 회장은 성대가 싹쓸이
 
승승장구하던 서강대 출신 금융인이 지고 고려대와 성균관대 출신들이 금융권을 주름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박근혜 정권 아래서 금융권을 주름잡던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가 지고 고려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고금회와 성균관대 출신 모임인 성금회가 금융권에서 부상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이명박 정부 때 고려대 출신 금융인들이 전성기를 맞이하다 정권이 바뀌면서 서금회로 그 위상이 넘어간 바 있다. 최근엔 다시 신한금융그룹에서 고려대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고려대 인맥이 금융권서 재부상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려대 출신 인사들이 속속 은행 주요 요직을 꿰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위 금융그룹인 신한금융그룹 서열 1~3위도 고려대 출신으로 채워졌다. 이명박 정부 당시 위세를 떨쳤던 고려대 출신 금융인 라인이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일 신한은행에 위성호 은행장이 신규 취임했다. 신한카드 사장도 교체됐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과 위 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등 신한지주 내 서열 1~3위 모두 고려대 출신이다. 

조 회장은 대전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에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위 행장은 서울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임 사장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신한은행은 이 외에도 고려대 출신이 많다. 허영택 신한은행 글로벌 부문 부행장도 고려대 경영학과를 마쳤다. 임 사장 직속 후배다. 주철수 부행장(영업추진본부)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김봉수 신한금융투자 부사장(경영학 전공), 임보혁 신한지주 부사장(경영학과)도 모두 고려대 출신이다. 그룹 회장부터 주요 계열사 핵심 인사가 모두 고려대 출신인 셈이다. 

다만 신한은행은 고려대 출신 인사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학연을 따지지 않고 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고려대 출신 이 몰려 있는 것에 대해 '우연의 일치'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과거 서강대 출신들이 여러 금융기관 요직을 맡으면서 서금회 논란이 일어났던 것 만큼 금융권에선 고금회 출신이 요직에 앉으면서 서로 끼리 끼리 편의를 봐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선 금융권 내 고금회보다 서금회와 성금회가 약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최순실 국정논단 사태로 인해 권력을 상실하면서 금융가에서는 서강대 출신인 박근혜 전대통령 파면과 함께 서금회 시대가 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서금회의 대표적 인사로 금융권 수장이 됐던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과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모두 퇴임하고 금융권을 떠났다. 이 자리를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차지했다. 최 은행장도 고려대 출신이다.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서금회로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자리를 지킨 은행권 수장은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유일하다. 올해 초 이 행장은 우리은행장 연임에 성공했다. 더불어 서금회 논란 부담을 덜었다. 이 행장은 서금회에 대해선 2014년 취임식 서 "단순한 친목 모임에 불과하다"며 서금회 논란을 불식시키려 한 바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광구 행장을 평가할 때 실적으로 평가하는 게 맞다"며 "출신 학교로 평가하는 건 일부 이광구 행장에 대해 반대 생각을 가진 직원들의 주장"이라고 전했다. 

성균관대 출신도 금융권 요직을 맡고 있다. 정권 변화와 상관없이 최고 요직에 기용돼 금융권을 움직이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윤종규 KB금융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성균관대 출신이다. 

윤 회장은 성균관대 경영학 학사와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다. 김정태 회장은 성균관대 행정학을 전공했다. 김용환 회장은 서울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순우 전 우리금융 회장도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해 국내 4대 금융지주 회장에 성균관대 출신들로 한번씩 채워진 셈이다.

김용환 회장은 올해 4월 임기가 만료되지만 윤 회장(11월)과 김정태 회장(내년 3월) 임기는 아직 많이 남았다. 연임 가능성도 높다. 또한 김용환 회장 연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금융권 내 고려대 출신 못지 않게 성균관대 출신들이 인사권을 쥐고 금융권을 움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나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행장이나 부행장이 어느 출신 대학이라는 이야기만 나와도 청탁 전화가 온다"며 "굉장히 귀찮은 일이다. 그런 걸 안 들어주면 뒤에서 좋게 보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은행권 내부에 불합리한 의사결정과 불투명한 인사 문제가 항상 있었다. 과거 정부가 먼저 이런 분위기를 부추긴 면이 있다"며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비공식 라인을 통한 인사 개입에 시달리면 경쟁력을 잃게 된다. 출신 학교, 출신 지역이 금융권 인사에서 무의미해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