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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KU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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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교회의 한 성도가 국가와 한국교회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다음세대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다 마지막 유언으로 장학회를 설립했다. 서울 마포구 동막교회 故(고) 노승환 집사의 이야기다.
우강장학회, 학생 5명에게 장학금 전달
노 집사의 호 우강(友江)을 따 이름붙인 우강장학회는 5일 서울 동막교회(담임목사 곽재욱) 주일예배에서 학생 5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노 집사의 유언에 따라 동막교회는 지역사회 추천 1명, 교구 추천 1명, 교육부 추천 3명을 각각 선발해 장학금 수여 대상자로 확정했다.
고 노승환 집사는 2014년 86세를 일기로 소천하기 전, 향후 10년간 한 학기당 500만원씩 5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것을 유언으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유가족은 우강장학회를 설립하고 10년간 지급할 장학금을 동막교회에 기부하는 업무협약(MOU)을 2015년 교회와 체결했다.
장학회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평소 성실한 모습을 보였던 학생, 말씀으로 양육받고 교회를 섬기는 그리스도인, 우수한 성적과 자기계발에 힘쓴 학생 등의 기준에 부합하는 학생들을 선정했다.
고 노승환 집사는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수료하고 국회의원 5선(8, 9, 10, 12, 13대), 국회 부의장, 마포구청장 2선(초대, 2대)을 지냈으며, 평생 지역과 다음세대를 위해 섬기는 삶을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장학금 전달식에 참석한 고 노승환 집사의 아내 고정희 여사(94)는 “남편이 오랫동안 정치를 했는데, 어려운 사람과 지역을 위해 많은 헌신을 해왔다”며 “세상을 떠나게 되면 동막교회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도움을 주라는 말씀을 하셔서 뜻깊은 유언에 동참하게 됐고, 오늘 장학금을 전달하게 돼 감회가 특별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아들 노웅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4선)은 “어려운 청년들, 젊은이들을 위해 아버지가 꼭 도움을 주라고 한 말씀의 뜻을 따랐을 뿐”이라며 “유언을 따라 2015년부터 교회에 장학금을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도 개인의 큰 뜻은 100년 넘게 이어져 온 동막교회의 선한 사역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1904년 미국 선교사에 의해 처음 세워진 교회는 일제강점기와 6.25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어려웠던 지역사회를 위한 섬김을 계속 이어왔다.
곽재욱 담임목사에 따르면 동막교회는 현재의 교회가 지어지기 전 마을 가옥들이 전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지어져 일제강점기 때 큰 홍수로 모든 가구가 물에 잠겼을 때 마을 주민이 모두 대피하는 장소로 사용된 적이 있다. 당시 교회의 섬김은 동아일보의 기사로 기록에 남아 있다.
또 지역 개발은 일반적으로 관공서가 주도하지만 현재의 서울 마포구 지역은 교회가 개발을 제안하고 지역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 지역 사회와 함께 소통하는 이웃교회의 역할도 해왔다.
지역의 피난처, 함께 소통하는 이웃으로의 역할을 담당했던 동막교회의 사역이 한 성도의 다음세대를 향한 큰 사랑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7년동안 장학금 전달이 이뤄졌는데, 유가족들은 이후 3년의 기간까지 총 10년의 장학금 전달을 마치면 이제는 고인의 뜻과 더불어 우강장학회 자체적으로 이후의 장학금 사업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편, 서울 동막교회는 1904년 미국북장로교의 선교사 사무엘 F. 무어(모삼열) 목사가 전신인 초가 7간에 예배 처소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17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교회 설립에 기여한 사무엘 무어 목사의 업적을 기념해 동막교회는 美 장로교가 공식 인정한 ‘사무엘 무어 선교사 기념교회’로 지난 2004년 공식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