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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회사없이는 못 살아"…창업 CEO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2021.04.15 Views 681 경영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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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1회 매경 이코노미스트상 ◆
 

제51회 매경 이코노미스트상 공동 수상자인 서명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왼쪽 셋째)와 이준만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왼쪽 둘째)가 13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진욱 한국경제학회장(맨 왼쪽),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사진설명제51회 매경 이코노미스트상 공동 수상자인 서명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왼쪽 셋째)와 이준만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왼쪽 둘째)가 13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진욱 한국경제학회장(맨 왼쪽),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교한 국내총생산(GDP) 경제 분석 모델을 코로나19 확산 분석에 활용해 보면 어떨까. 성공한 창업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에 오래 남고 싶어 할 것 같은데 사실일까.

13일 제51회 매경 이코노미스트상을 공동 수상한 서명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이준만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연구실 안에만 갇힌 '박제된' 경제·경영학을 거부하며 혁신적인 생각을 학계에 불어넣은 학자들이다. 현실 세계에 시사점을 줄 수 있어야 진정한 학문이라는 소신을 갖고 실험에 나선 끝에 경제·경영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

서 교수는 'HP필터를 통한 코로나19 접촉률 변형 모델에 관한 연구(Sparse HP filter: Finding kinks in the COVID-19 contact rate)'를 통해 기존 중장기 추세선을 추출하는 데 쓰였던 HP필터(Hodric-Prescott Filter)를 이용해 하루 단위로 변하는 데이터의 추세를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논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진욱 한국경제학회장은 "서 교수 논문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집중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실증 분석에 유용하고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HP필터는 통상 분기별·연도별 GDP 변동 추이 등 경제지표의 중장기적인 흐름을 분석하는 데 쓰이는 기법이다. 거시경제학에서는 이 필터를 통해 일시적으로 변동하는 단기 요인은 없애고 중장기적으로 추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만 남겨 두며 긴 호흡의 추세선을 추출하는 데 활용했다.

서 교수는 HP필터를 응용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추이 등 단기 변동 데이터 분석에 적용하는 실험을 단행했다.

심사에 참여한 허현승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HP필터는 월별 데이터에 적용할 수 있었는데 서 교수는 이를 일일 데이터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서 교수 연구 성과는 다른 분야로 확장할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주식, 채권, 환율 변동 등 코로나19 외에도 일일 추세 분석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진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 교수 연구가 코로나19 확산 등에 맞닿아 있어 주제가 시의적절했다"며 "무엇보다 현실 적용성이 높은 연구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준만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CEO의 조직 동일시 현상과 창업자 승계 결정 연구(Founder CEO Succession: The Role of CEO Organizational Identification)' 논문을 발표하며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 교수 논문은 창업을 한 CEO가 어떤 조건에 놓였을 때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승계하게 되는지를 체계적으로 규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논문은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경영 저널 '경영학회 저널(Academy of Management Journal)'에도 실리며 독보적인 연구 성과로 인정받았다.

CEO가 자신이 창업한 조직과 일체감을 가지면 가질수록 기업 승계를 꺼리게 된다는 게 연구 결과다. 공동 창업자가 적을수록 혹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고 기업을 경영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CEO가 기업 승계를 꺼린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그는 과거 창업 경험이 많을수록 기업 승계에 적극적이라는 결론을 내려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성공한 창업 CEO는 그동안 일궈 낸 것을 잃지 않으려는 심리 때문에 또 다른 창업에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였다"며 "미국은 직업을 '창업자'라고 해도 될 정도로 창업을 많이 해 본 CEO가 다시 도전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의 창업 CEO가 기업 승계를 한 사례 가운데 자발적 승계는 72%에 달하는 반면 비자발적 승계는 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창업 CEO가 자신의 회사를 떠나는 시점은 회사 측에 큰 터닝포인트"라며 "이 같은 변화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CEO의 기업 승계 결정에 작용하는 심리적 요인을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실증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교수는 2000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에서 IPO를 한 기업의 경영권 승계 여부를 2018년까지 추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했다. 논문이 나오기까지 햇수로 4년이 걸렸을 정도로 꼼꼼히 연구했다.

논문상 심사위원인 김영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심리적 영역을 체계적으로 설명했다는 점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기업 설립자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형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점에서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제51회 매경 이코노미스트상 논문 공모에는 경제·경영 분야 최고 수준 논문 총 25건이 접수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김정환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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