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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뉴스

주철규(경영97)교우, “선배들이 ‘빌려주신’장학금 후배들한테 돌려줄래요”

2015.03.12 Views 9548 전은지

“선배들이 ‘빌려주신’장학금 후배들한테 돌려줄래요”


주철규 교우(경영97)는 20여 년 전에 ‘빌린’ 장학금을 갚기 위해 교정을 다시 밟았다. 30대 후반인 그는 여느 가장처럼 생활비부터 갚아야 할 대출금을 고민하는 직장인이지만,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을 내는 데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10년 전, 장학금 계좌를 만들어 한 달에 4만원 씩 꾸준히 모으기 시작한 뒤 한 학기 등록금이 마련된 올해, 그는 모교를 방문해 경영대학 장학기금에 힘을 보탰다.
 

 
Q 장학금 기부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대학교 시절, 5학기 동안 교우회 장학금을 받고 다녔습니다. 2002년 2학기 장학금 수여식 행사에 참석했을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장학금 수여식 행사에서 선배가 직접 후배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순서가 있었는데요.
저는 중소기업 사장이셨던 경영대 선배님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그 선배님께서는 경영대학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주기위해 장학금 통장을 따로 만들어 기부하셨는데요. 그 때 그 모습이 정말 기억에 남았습니다. 자신이 번 큰돈을 후배를 위해 사용한다는 일이 참 힘든 일인데, 그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죠. 그리고 ‘나도 꼭 내가 받은 장학금을 후배들에게 돌려줘야지’라고 다짐했습니다.
 
Q 선뜻 장학금을 기부한다는 것은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기부라기보다 제가 빌려 썼던 장학금을 모교에 다시 돌려준다는 생각입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사정이 넉넉지 않아 학생회, 동아리 등의 활동을 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때 선배님의 장학금은 엄청난 힘이 됐습니다. 그때가 생각나 언젠가 장학금을 기부하겠다고 다짐했죠. 고맙게도 아내 또한 흔쾌히 기부하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전세 대출금 이자부터 생활에 필요한 돈이 있기 때문에 만약 기부를 한다고 했을 때, 아내가 반대했다면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아내는 제 기부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더군요. 참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오랜 꿈을 실천할 수 있게 됐습니다.
 
Q 장학금은 어떤 방법으로 마련하셨나요.
저에게 장학금을 주셨던 선배님처럼 저도 장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장학금 통장을 따로 만들어 정기적으로 입금했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 장학금 통장, 대학교 장학금 통장을 만들어 각각 한 달에 2만원, 4만원 씩 모으고 있습니다.
10년이 된 지금에야 등록금 액수만큼 모인 것처럼, 직장인으로서 매달 입금하는 금액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친구들과 한 번 어울릴 수 있는 돈을 아끼면 되는 것이었거든요.
사실 더 큰 금액을 모았을 때 기부하고 싶었지만, 빨리 기부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앞으로도 돈을 모으다 한 학기 등록금이 마련되면 기부하고, 또 한 학기 등록금이 마련되면 기부하는 식으로 계속 기부를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Q 학창시절에 특별한 기억이 있으신가요.
사실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학교에서는 근로 장학생을 하고, 수업이 끝난 후에는 과외부터 실내골프장과 사우나를 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참 좋은 시절인데, 아르바이트를 한 기억이 가장 많이 남는다는 게 아쉽습니다. 당시 짧은 생각으로 돈을 버는 것이 더 나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달리 스스로 등록금을 마련하고, 집에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나이를 먹고 보니, 학창시절에 누릴 수 있는 추억은 돈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후배들에게도 돈을 버는 데 몰두하기보다 많은 경험을 쌓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학교와 선배들에게 언제든 청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받기만 한다면 도움으로 끝나겠지만 본인 스스로 그 도움을 되갚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이는 엄연히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도, 본인에게도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것이니까요.

Q 마지막으로 경영대학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사회에 나와 보니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을 졸업한 것이 사회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큰 기반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고, 무엇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위치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이 지금 자신의 상황이 조금 어렵다고 불평불만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극복하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힘으로 타인과 사회를 돕는데 일조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저처럼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닌 대부분의 교우 분들이 저보다 모두 성공하셨을 것입니다. 경영대학을 졸업하신 선배들이 자신이 경영대학에서 받은 혜택과 사랑을 떠올려, 작은 힘을 모아주시면 등록금 때문에 고생하는 후배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후배들은 공부에 매진해 큰 사람이 될 것이고, 언젠가 모교에 큰 사랑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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